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4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44화(44/353)
☆ 제44화 ☆
* * *
30분 전.
와아, 초코 분수다!
나는 입을 헤벌린 채 초코 분수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내 키보다도 더 큰 분수에서 초콜릿이 퐁퐁 샘솟고 있었다.
진짜로 하늘에서 초코가 내리고 있어!
너무 멋져……!
“막내 공녀님께선 초코가 좋으세요?”
“웅!”
고개를 끄덕이자 초콜릿 분수 주변에 몰려 있던 언니, 오빠들이 흐물흐물 미소 지었다.
다들 초코 분수가 좋은가 봐!
나는 열심히 자랑했다.
“이거 아레스가 해준 거야!”
“어머, 아레스 공자님이요?”
“웅! 아레스가 누구냐면 우리 오빠야! 울 오빠가 초코 분수 만들었어! 아레스는 뭐든 잘해!”
과연 언니, 오빠들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엣헴!
“공녀님은 오빠가 무척 좋으신가 봐요.”
“응, 좋아해!”
활짝 웃으면서 말하자 언니, 오빠들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흐억……!”
“큭…….”
왜 저러지?
그러고 보니 다들 초코 분수에 몰려와 있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내가 괜히 아레스가 만들었다고 해서 못 먹는 거 아닐까.
내 거라고 생각해서 허락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걸지도 몰라.
“초코 먹고 싶으면 먹어두 돼.”
“어머나? 아레스 공자님이 막내 공녀님을 위해 만들어주신 건데 저희가 먹어도 되나요?”
우웅…….
당연히 다 먹어도 되는데.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그치만 언니 오빠들이 이렇게 많은데 다 사라지면 어쩌지?
내 초코 분수…….
언니 오빠들이 울상 짓는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진짜 먹고 싶나 봐.
나는 눈 딱 감고 허락했다.
“먹어두 돼.”
“저엉말요? 공녀님 초코 분수인데~?”
“웅, 초코 많으니까!”
“저희도 많은데요? 이러다 분수 다아! 없어질 텐데. 진짜로 먹어도 돼요?”
“우웅, 다 먹는 건…….”
그건 싫어.
하지만 언니랑 오빠들도 먹고 싶을 텐데.
나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다 먹는 건 안 돼. 아빠랑 익시온한테두 줘야 돼.”
흡, 큭, 헉!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흐흡, 그런 이유였구나.”
“아구, 울 아가씨 아빠랑 오빠한테도 초코주고 싶으셨구나.”
“걱정 마세요. 저희는 초코 안 먹어도 괜찮아요.”
“지, 진짜?”
“네! 진짜지요.”
언니, 오빠들이 싱긋 웃었다.
얼굴을 보니 정말인 것 같았다.
안심이 되어서 히히 웃음이 나왔다.
“하아, 설마 공작성에서 이렇게 말랑말랑한 애기를 보게 될 줄이야.”
“그 아레스 공자님께서 이런 걸 준비하실만하네.”
“공녀님 초코 드실 거죠? 제가 드릴게요. 뭐가 좋으세요?”
“움…….”
나는 예쁘게 꽂혀있는 꼬치를 보며 고민했다.
딸기랑 바나나, 마시멜로, 소금을 뿌린 비스킷 등등.
다 맛있을 거 같은데.
나는 한참 끙끙 고민하다가 외쳤다.
“딸기!”
“후후, 딸기구나. 자아! 딸기가 분수에 퐁당 합니다!”
“와아! 분수가 갈라졌어!”
손뼉을 치는데 언니, 오빠들이 너도나도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 다음엔 제가 드릴게요!”
“아니, 제가!”
다들 먹고 싶은 게 아니라 퐁당을 해보고 싶은 거였나?
하긴 그거 재밌지!
사실은 나도 분수에 퐁당해보고 싶은데 그냥 언니, 오빠들한테 양보해야겠다.
‘아레스, 아레스의 초코 분수는 대성공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아레스를 보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뿌듯해.
초코가 잔뜩 묻은 딸기를 먹고 있으려니 할아버지 무리가 다가왔다.
“여기 계셨군요, 막내 공녀님. 연회를 잘 즐기고 계십니까?”
“응, 맛있어!”
나는 새로 받은 초코 꼬치를 자랑하며 말했다.
이번엔 소금을 뿌린 비스킷이었다. 단짠단짠!
“허허, 맛있으시군요.”
“복스럽게도 드시네.”
할아버지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인사해야지.’
먹느라 잊을 뻔했다. 인사 잘해야 착한 아이인데.
나는 치맛자락을 잡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
“안녕하세요! 루아티샤 파에라톤이에요! 네 살, 아냐! 이제 다섯 살이에요!”
네 개만 폈던 손가락을 다 펴서 내밀자 할아버지들이 웃었다.
“인사도 잘하시고 나이도 잘 아시고. 우리 아가씨께선 정말 야무지시네요.”
“너무 호들갑이군.”
“거참, 어린아이가 자기 소개하는데 이만하면 기특하잖나.”
“그냥 어린아이라 할 순 없지.”
“자넨 까칠한 성격 좀 죽이게. 허허, 아가씨. 이 사람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내게 말하자 그 옆의 할아버지가 “허, 내가 뭔 말을 했다고.” 하고 투덜거렸다.
나는 바삭바삭한 비스킷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내 곁에 있던 언니, 오빠들이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할부지들 높은 사람이야?”
“허허, 아가씨 눈에 그리 보입니까? 그저 나이가 들다 보니 과분한 자리를 맡았을 뿐입니다.”
“흥, 과분하긴 무슨. 그런 건 능력 안 되는 놈들이나 하는 소리지.”
“그렇구나.”
어쨌거나 높은 사람이 맞는 거 같았다.
할아버지들 중에서도 두 사람이 특히 더 높은 것 같았고.
‘높은 사람 중에 나쁜 놈 있댔어.’
그럼 이 할아버지들 중에 있는 거야?
오늘은 꼭 누군지 골라내야 해.
[능력 〈세금 폭탄을 맞아라!〉를 발동합니다.] [대상을 지정해주십시오.]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거 써서 골라내면 된다구 생각했었지.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지금은 전혀 모르겠는데.
‘난 진짜 똑똑한가 봐!’
나는 나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이거 다섯 번만 쓸 수 있댔어.’
누군지 잘 골라야 해.
끄응, 나는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려고 하면 할수록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럴 땐 방법이 있지!
‘찍자!’
까칠 할아버지가 자꾸 나한테 툴툴거리는 걸 보니 나쁜 사람인 거 같은데.
‘아니지, 아니야.’
나는 남들과 다르다! 무려 환생자다!
로판을 무지무지 많이 읽었어.
처음부터 친절한 척, 친한 척하는 사람이 뱃속에 시커먼 걸 숨기고 있었어.
‘그러니까 정답은 인자 할부지다!’
[대상 지정 완료…요젠하임 요젠하임.] [요젠하임 백작의 소득 추적을 시작합니다.]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인자 할아버지의 주변으로 숫자가 떠올랐다.
그야말로 숫자의 향연.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미신고 소득이 존재합니다!] [불법 소득이 존재합니다!] [미신고 소득과 불법 소득에 세금이 추징되지 않았습니다!] [기신고 소득분에 대한 비용 신고에 오류가 있습니다!] [허위 신고로 세금을 줄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허위 신고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누락 소득분에 대해 과세하시겠습니까?]‘응, 그렇구나. 과연, 과연.’
나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라는 거지?’
하나도 모르겠다.
[〈조세 징수자〉의 지적 수준이 예상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고지 방식을 변경합니다…변경 완료.]뭐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못 알아듣겠는데 기분이 나쁘지?’
마치 나보고 멍청하다고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때, 모든 숫자가 지워지더니 인자 할아버지 위로 화살표가 또롱 생겨났다.
[이 새끼 나쁜 놈.]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나쁜 놈이야!”
나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인자 할아버지를 척! 가리켰다.
“할부지! 나빠! 못됐어!”
무지무지 어려운 말도 완전 잘 알아듣다니.
내가 말이야, 이렇게 똑똑한 다섯 살이야!
[나쁜 탈세범임.]“나쁜 탈세범!”
나는 글자가 알려주는 대로 말했다.
근데 탈세범이 뭐지?
[세금 정할 거임?]이건 또 뭘까?
“허, 허허, 공녀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무슨 뜻인지 헷갈려서 고민하고 있으려니 나쁜 할아버지가 억지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 무슨 말이냐니.
왜 나쁜지 말해줘야 하는데.
[나쁜 놈이 돈 떼먹음.]아하, 그렇구나!
“돈 떼먹었어! 나쁜 놈!”
“하하, 돈을 떼먹었다니. 제가 언제 그랬다고.”
“떼먹었어.”
“허허, 공녀님이 내가 사탕이라도 뺏어 먹었다고 생각하시나 보네.”
“그, 그러신가 보군요.”
“공녀님 우리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공녀님 사탕을 뺏어 먹은 나쁜 할아버지는 제가 아니에요.”
“아냐! 사탕이 아냐! 돈이야!”
돈 떼먹었다구 정확하게 말해 줬는데 왜 못 알아듣는 걸까?
“공녀님, 자꾸 그러시면 저도 웃어 넘어가 줄 수 없습니다.”
[뇌물 받음.] [돈 번 거 제대로 신고 안 함.]“뇌물 받았어!”
그 말에 애써 웃고 있던 할아버지의 안색이 변했다.
야차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가 내 팔을 거칠게 콱 잡았다.
“아무리 연치가 어리다고 하나 총명하시다 들었습니다.”
“아, 아파!”
“보좌단을 차려 사업까지 맡겠다고 하시는 분이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팔이 빠질 것처럼 아팠다.
나를 노려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본인이 하신 말씀은 책임지셔야 합니다. 가벼이 입을 놀려 함부로 원로원의 수장인 이 요젠하임을 모함한 죄. 어찌 치르실 겁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너무 무섭고, 아프고, 서러웠다.
“자, 대답하십시오.”
나를 때리던 삼촌의 얼굴과 할아버지의 얼굴이 겹쳤다.
이런 표정이었어.
잊고 있었다.
바로 이런 표정으로 나를 때렸었어.
“못하시겠으면 이제라도 잘못을 비시면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교육은 필요하겠지만.”
“우…….”
“우?”
“우에에에엥!”
너무 두렵고 겁이 나서 눈물이 퐁퐁 샘솟았다.
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커다랗게 외쳤다.
“아레스으!”
아레스가 놀라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더 서러워졌다.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일렀다.
“나쁜 놈이 나 아야 하게 했어!”
* * *
‘저 대책 없는 녀석이.’
아레스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루아티샤가 ‘나쁜 놈이야!’하고 외칠 때부터 그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루아티샤의 입에서 이어지는 말은 더더욱 가관이었으니까.
‘뭐? 나만 믿어? 뒷배가 누군지 조용히 알아낼 테니까?’
대체 어디가 조용히란 말인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도 이보다 효과적이진 못할 것이다.
아레스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루아티샤에게 다가갔다.
애가 저렇게 울고불고 난리 치는데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레스!”
루아티샤가 눈물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반겼다.
“너, 진짜…….”
“울 오빠 왔으니까 너네 다 디져써!”
루아티샤가 아레스의 옆구리에 찰싹 붙어선 원로들에게 외쳤다.
아레스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울 오빠 완전 멋지구, 완전 강하구, 완전 똑똑해! 그치?”
루아티샤가 아레스를 향해 물었다.
눈물이 주렁주렁 맺힌 데다가 코가 새빨갰다.
그런 주제에 아레스를 올려다보는 눈만큼은 환하니 반짝반짝 빛났다.
‘왜?’
아레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했던 것은 연기였고, 유괴당할 뻔한 것조차 방관했다.
배신자를 잡는 것에 협력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운 것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루아티샤를 끊임없이 떠보고 시험했다.
그건 제대로 된 협력이 아니다.
루아티샤가 아레스를 믿지 못할 이유만 많고, 믿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자신을 향해 눈을 빛낸다.
‘어째서?’
“그건 아레스의 방식이 아니잖아.”
이전에 루아티샤는 그리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잘 알 것 아닌가.
지금 이 상황에서 루아티샤를 위해 나서는 것은 아레스의 방식이 아니었다.
아무 이득도 없거니와 오히려 손해만 보게 될 게 뻔하니까.
“아레스 공자님, 설마 어린아이의 떼쓰기 때문에 저를 추궁하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요젠하임 백작이 아레스를 향해 물었다.
형식은 질문이었으나 아레스가 낄 리 없다고 확신하는 어조였다.
그러나 아레스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그의 눈빛에 경계심이 어렸다.
“공녀님께서 그러신 건 어린 애의 잘못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님은 다르시지요.”
그 말대로였다.
하지만…… 어딘가 걸렸다.
이상한 일이다.
아레스에게는 모든 이들이 적이었다.
피를 나눈 형제는 물론, 자신을 따르는 이들조차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엇이든지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본래라면 루아티샤가 어떻게 뇌물 받은 걸 알아내는지 전부 확인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터졌다.
그러니 이제라도 이 작은 꼬맹이한테 휩쓸리지 말고 발을 빼야 한다.
“이리 원로원을 핍박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원로원? 언제부터 백작 개인에 대한 의혹이 원로원을 핍박하는 게 되었지?”
하지만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저는 원로원의 수장입니다. 제게 뇌물 운운하는 것은 충분히 원로원의 투명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노회한 요젠하임 백작의 혀가 날카롭게 움직였다.
“공자님께선 아무런 증거도 없이 원로원의 부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원로원의 수장인 요젠하임을 추궁하다니 그건 미친 짓이다.
잃을 것만 가득하고 얻을 건 하나도 없다.
‘지금이라도 물러나서一.’
아레스는 시선을 내렸다.
루아티샤가 한결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레스가 내 편이니까! 더 이상 무서울 거 없어!’
그렇게 외치는 듯한 눈.
이 세상에서 이보다 든든할 게 없다는, 전적인 신뢰.
[-99] [-48] [-12]루아티샤의 눈동자에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가 비쳤다.
쉴새 없이 올라가던 숫자는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0]“아레스.”
[0]루아티샤가 아레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나쁜 할부지가 나 아프게 해써, 힝.”
[0]…
[1]멈췄던 숫자가 기어코 움직였다.
‘1’만큼의 상승.
여태까지 오르던 것과 비교해서는 정말 작디작은 상승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커다란 차이였다.
0과 1 사이에는 무한한 간극이 있다.
무에서 유.
무관심에서 관심.
루아티샤와 아레스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있었다.
아레스는 혹여라도 그 벽이 무너질까, 더 높이, 더 크게 계속해서 쉴새 없이 보강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되었다.
허물어진 벽 앞에서 아레스는 기어코 자신이 항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자님!”
요젠하임 백작의 다그침을 들으며 아레스는 루아티샤에게 손을 뻗었다.
“증거도 없이 백작이 뇌물을 받았다고 추궁하는 건 안 될 일이지.”
“역시! 그렇다면 당장 공녀님에게一.”
“근데 내 동생이 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