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4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47화(47/353)
☆ 제47화 ☆
나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구름처럼 하얀 머리칼.
황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은 눈.
새하얀 피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얼굴은 비인간적으로까지 보였다.
“어때요, 자라니까 확실히 잘 생겼죠?”
이전보다 꽤 자란 악마가 나를 보고 찡긋 윙크했다.
“…….”
모습이 변해도 경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구나.
“왜 그래요? 아앗! 혹시 저한테 설렜나요? 어쩌죠? 저는 아직 준비가一.”
딱콩!
“아얏! 왜 때려요!”
악마가 머리의 혹을 매만지며 내게 따졌다.
“설레긴 뭘 설레.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자기도 피도 안 말랐으면서! 거기다 제가 훨씬 더 크잖아요!”
“쓸데없는 메시지 좀 그만 보내.”
“말 돌리는 것 좀 봐! 거기다 쓸데없다뇨! 독자님 웃음도 챙겨주는 착한 천사인데!”
악마 놈이 서럽게 훌쩍훌쩍 울었다.
“신기하네.”
“뭐가요?”
“하나도 불쌍해 보이지 않아. 오히려 가증스러워.”
“너무햇!”
거짓 울음을 멈춘 악마 녀석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럼 만담은 여기까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내 질문에 악마 녀석 역시 진정했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나를 고요히 응시하는 얼굴은 확실히 천사 혹은 악마처럼 인외적인 위화감을 풍겼다.
“미래에 위험이 닥쳐올 거예요.”
“대체 무슨 위험인데?”
“말할 수 없어요.”
아니, 말할 수 없다니?
“무언가가 공격해오는 거야? 드래곤? 마족?”
“말할 수 없어요.”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이었다.
답답했지만 날 놀리려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말할 수 있는 게 뭔데?”
“독자님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저를 얽매고 있는 인과율이 느슨해지겠죠. 그러면 저도 조금 더 말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인과율.
그러고 보니 이전에 메시지에서도 그런 말을 했다.
“지금으로선 독자님이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요.”
“내가?”
“독자님은 인과 법칙의 한계에 닿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니까.”
음.
이 익숙한 흐름.
“결국 그런 건가…….”
“네, 그런 겁니다. 당신이一.”
“내가 바로 로판 여주구나!”
“예?”
“후후, 너희의 패턴은 모두 간파되었다. 이건 패턴 3.”
“패턴 3?”
“소설 빙의물 여주들이 항상 하는 착각이 있지. 원작 여주가 있으니까 본인은 여주인공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착각!”
“……아니, 독자님은 소설에 빙의한 게 아닌데요.”
“빙의한 순간, 본인이 바로 진정한 여주인공이 되는 것을! 그걸 못 알아채서 고구마만 산더미처럼 먹이지!”
“저기, 독자님은 환생했어요, 환생! 그것도 소설 속이 아니라 진짜 이세계에!”
“즉, 빙의든 환생이든 어쨌든 그걸 한 내가 바로 여주인공! 그리고!”
“틀렸어. 내 말을 듣질 않아…….”
“여자주인공이야말로 세계를 구한다! 그것이 여주의 역할! 여주의 숙명!”
나는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악마 녀석이 짜게 식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무슨 상관인가.
난 여주인데!
반짝!
나의 멋짐과 늠름함이 빛난다!
“……돌아도 360도 돌면 제자리라고 하던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지만 결론은 대강 맞네요.”
악마 녀석이 옅은 한숨과 함께 미소 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딱 한 가지 불안한 점은 이 녀석이 날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내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얘도 강해진다는 건 이제 알겠다. 모습이 자라니까.
‘아무래도 계약 때문이겠지.’
그럼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날 속이는 거라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그럼 이 녀석 꿀밤을 때리면서 참되고 올바른 교육을 시켜줘야지!’
뒤통수치면 악마…… 아니, 신이라 할지라도 사이다를 먹여 준다!
그것이 로판 여주!
“……계약자를 잘못 골랐나.”
양팔을 벌린 채 세상과 교감하는 나를 보더니 악마 녀석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말했어?”
“아, 아닙니다.”
이상하다?
나는 분명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는데 왜 악마 놈이 쪼는 걸까?
혹이 난 정수리를 매만진 악마가 큼큼, 헛기침하며 무게를 잡았다.
“아무튼 독자님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지만, 오늘은 이걸 보여드릴 수 있어요.”
악마가 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면이 요동치며 서서히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내 잠잠해진 수면에는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
태양보다도 더 눈부신 금발.
불과 얼음이 섞인 듯 붉은빛과 푸른 빛이 뒤엉킨 보랏빛 눈동자.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위험한 힘을 가진 소년이에요.”
그 눈은 우주와도 같아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마성을 지닌 눈동자였다.
“인도하는 별의 흐름을 볼 때, 곧 독자님은 이 소년과 만나게 될 거예요.”
내 동갑 정도로 보이는데도 오뚝한 코와 도드라진 턱선이 돋보였다.
어리면서 이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니, 이것이 바로 완성형 얼굴일까?
“그러니 절대 이 소년과 엮이지 마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시하세요.”
아직 어린데도 이 정도라니 미래가 기대되기보다 두려웠다.
그야말로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미인이 되는 건 아닐까.
“저기요, 제 말 듣고 계신 거 맞죠?”
“야.”
나지막한 부름에 아까부터 뭐라 종알종알 떠들어대던 악마가 입을 딱 다물었다.
“너 잘생겼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네?”
“이 정도 미소년 앞에서 잘생겼다니, 염치가 있어야지!”
“너무해!”
악마가 눈물을 흩뿌리며 날아올랐다.
“두고 봐요, 두고 봐!”
저거 찔리니까 더 오버해서 반응하는 것 좀 봐.
“저의 광휘가 모두 다 돌아오면 독자님도 제 미모 앞에 무릎을 꿇을 거예요!”
뭐래.
“저를 제일 잘생겼다고 해줄 거라고요!”
“그래그래.”
쟤네 신도 그렇더니 쟤도 진짜 관종이다.
왜 나한테 잘생겼다는 걸 인정받으려고 한담.
“대답에 성의가 없잖아요!”
“우와. 너무 잘생겼다.”
“지금 책 읽어요?!”
성의를 넣어줘도 뭐라 그래.
그때였다.
돌을 던진 호수처럼 공간이 출렁이며 파동이 일었다.
쿠웅!
‘이제는 익숙하다.’
나는 심드렁하게 소용돌이치는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다 “앗!”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야! 근데 저 귀요미는 어디서 만나?”
사심 때문에 묻는 거 아니야.
알아야 피할 거 아냐.
큼큼.
“귀요미라니요! 저놈보다 제가 더一.”
“됐으니까 대답이나 해! 필요하다며!”
“확실치는 않지만 ……에서…….”
음, 안 들리는군.
시야가 벌써 반이나 사라졌어.
곧 암전이 오겠지.
이것도 익숙해.
그리고 정말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 * *
잠에서 깼다.
“아니, 그래서 어디서 만나는 건데?”
자기가 더 귀엽다고 따질 때 대답이나 할 것이지!
그래도 은근히 나한테 미모 어필을 하는 게 좀 귀엽……
아니, 내가 미쳤나.
‘악마의 저주인가.’
나는 양팔을 감싼 채 부르르 떨었다.
“근데 왜 위험한 거지?”
단순히 큰 힘을 지녔기에 위험한 거라면 그건 우리 아빠나 오빠들도 마찬가지인데.
흐음.
“진짜 꿈꿀 때마다 궁금함이 풀리긴커녕 의문만 늘어가고.”
이게 무슨 헨젤과 그레텔 빵 쪼가리도 아니고 지도를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전체까진 아니어도 일부라도!
“에휴, 따져서 뭐하냐.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캐시를 뽑아 능력을 얻는다.
이건 확실히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
‘거기다가 퀘스트를 깨면 영향력도 늘어나고.’
영향력이란 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악마 녀석이 내게 말해 줄 수 있는 것도 늘어난다니까.
‘특성 레벨을 올리는 것과도 연관 있는 듯하고.’
어쨌거나 퀘스트가 마련해놓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좋아.’
나는 기합을 넣었다.
[확인하지 않은 알림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응.”
[퀘스트 〈청소는 깨끗이!(2)〉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원로원의 2좌, 칸도르 백작이 독자님을 주목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 원로들이 독자님을 다시 봅니다!] [장로들이 독자님의 기량을 인정합니다!] [에르켈 자작이 독자님의 부정부패 척결에 박수를 보냅니다!] [파에라톤 공작가 가신들이 독자님의 기지에 감탄합니다!] [이제 독자님의 보좌 기구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이 사라집니다!]‘보좌단!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아빠와 장로들 사이에 오간 딜.
내가 스스로의 힘으로 배신자를 찾아내서 능력을 증명하면 보좌단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거래.
‘이걸로 나도 공식적으로 가문의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됐어.’
[파에라톤 공녀로서 내부의 부정부패를 몰아내고 질서를 바로 세웠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가문의 위엄과 신망을 세우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올 한 해 파에라톤령 내의 청렴도가 올라갑니다! 뇌물 수수와 부정 청탁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부정부패 척결과 청렴도 상승은 곧 영지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입니다!] [파에라톤령 곳곳에 독자님에 대한 명성이 울려 퍼집니다!] [타락한 봉신을 몰아낸 우리의 날개 없는 천사 막내 공녀님 만세!]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내 명성이 울려 퍼지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날개 없는 천사는 대체 뭐지?
설마 내가 한 말 때문 아니겠지? 응?
쪽팔려…….
이것이 바로 스스로가 불러온 재앙인가.
부끄러움에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데굴데굴 굴렀다.
‘확인 안 했던 퀘스트나 읽자.’
〈집안을 먼저 다스려야(3)〉
독자님
파에라톤 공작가의 까다로운 직계들에게 인정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첫째가 남았지만, 아직 그는 미친 듯한 살육의 나날을 보내는 중이군요.
안타깝게도 연소자인 독자님을 그 피 튀기는 곳으로 보낼 순 없으니…….
‘아니, 잠깐.’
내가 어리지만 않으면 그 살육의 현장으로 가서 인정받으라고 했을 거란 뜻이야?
그보다 나 어리다고 봐주고 있었어?
전혀 애기용 퀘스트가 아니었는데?!
……보낼 순 없으니 그다음 순서부터 진행하도록 하죠.
가문의 직계로서 가신의 충성을 받아내십시오!
그리고 가문의 봉신을 휘어잡으십시오!
봉신들은 역대 가주에게 봉토를 하사받은 가신.
파에라톤에 깊게 봉사한 만큼 다른 가신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가문 내부의 장악력 역시 높습니다.
지금 독자님보다 더요.
머리 위에 있는 가신이라니!
로판 독자로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어서 독자님의 권위를 세워 저 건방진 머리를 조아리게 하십시오!
– 조건:
1. 봉신에게 인정받기 (0/1)
2. 가신에게 충성 맹세 받기 (0/1)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파에라톤 공작가 내 영향력 증가
‘……다섯 살 응애보다 봉신의 장악력이 낮으면 그 가문은 문제 있는 곳 아닐까.’
어쨌든 이 거대한 땅덩어리를 통치할 만한 조직이라면, 가주 혼자 모든 권한을 가질 수 없는 법이다.
당연히 부사장도, 전무도, 상무도 있어야지.
‘아무튼 이사들 중 한 명에게 인정받고 수족 같은 직원을 하나 만들라는 거네.’
수족으로 부릴 가신 하니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디에르 자작.
‘바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꽤 유능하다고 했었지.’
“한번만, 따악 한번만, 머리칼을 땋게 해주십시오! 여섯 갈래 땋아 올려서 빙빙 돌린 후 꽃 리본 만들기를 연구해왔단 말입니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이게 얼마나 고난도 기술인지 아십니까? 저나 되니까 가능한 겁니다! 분명 엄청 귀여우실 거예요!”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으음, 그래도 그 아저씨는 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변태는…….’
후보에서 제외하자.
이렇게 많은 가신들이 있는데 설마하니 내 마음에 드는 사람 하나 없을까.
어쨌거나 좋아.
‘우선은 마나석 사업인가.’
나는 퀘스트 목록을 확인했다.
〈내 재산은 멈추지 않아!(1)〉
– 조건: 마나석 사업으로 돈방석에 앉자!
– 보상: 10000캐시
꽤 오래전에 받았는데 이제야 겨우 물꼬를 텄다.
그래서 보상이 저렇게 센 걸까?
곧 내게도 보좌단이 생길 테니 진짜로 시작할 일만 남았다.
‘내가 사업을 맡다니……!’
세상에.
학벌 없다고 무시당하고, 밤새 일하고서도 정규직 전환도 못 했던 내게 이런 날이!
설렌다.
나는 일하는 거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그전에.’
나는 상태창을 떠올렸다.
– 특성: 〈러시 앤 캐시〉
– 특성 등급: E
‘우선 특성부터 승급해야지.’
[특성을 레벨 업합니다.] [〈아키투스〉에 손을 얹어주십시오.]나는 침대 옆 협탁 서랍에 있는 아키투스를 꺼내들었다.
E등급의 모래시계 모양의 크리스탈.
‘생각보다 빨리 렙업하게 됐어.’
나는 그 위에 손을 얹었다.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이전과 같이 뽀글뽀글한 온기가 내 몸 안으로 퍼지고, 빛 가운데 글자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