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4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49화(49/353)
☆ 제49화 ☆
디에르 자작이 나를 보며 만개한 잇몸을 애써 숨기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
“왜 디에르 아저씨가 여기 있는 거야?”
“그야 물론 우리 막내 아가씨를 보필하기 위해서지요!”
헤벌쭉해서 말하는 디에르 자작을 보니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제가 수석 보좌랍니다! 수석! 첫 번째! 제가 아가씨의 첫 번째 종이라는 거지요!”
“……아니, 보좌관은 종이 아니야…….”
“저는 아가씨의 종이 되고 싶습니다!”
“응, 사양할게.”
나는 상처 받았다고 훌쩍이는 디에르 자작을 내버려두고 다른 보좌관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디에르 자작이 갑자기 정상인의 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오늘부로 공녀님의 보좌단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앞으로 성심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공녀님.”
디에르 자작이 먼저 인사하자 나머지 사람까지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총 네 명.
과연 파에라톤의 규모는 엄청나다.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수준인데 4명까지 지원해 주는구나.
물론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은 각 행정 부처에 협력 권한을 부여받아 나를 보좌한다.
즉, 나는 공식적으로 파에라톤 공작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가문의 힘을 일정 수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사드립니다, 공녀님. 옐로체 벨카입니다.”
“그륀드 쇼킬입니다.”
“피안크 포에베입니다.”
보좌관들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눈이 마주치자 옐로체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륀드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고 피안크는 다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와아, 다들 정상인 같아…….’
나는 감동했다.
일단 이 세 명 중 충성을 받아낼 사람을 골라야겠다.
‘그러려면 내 스타일과 맞는지부터.’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서로를 알아가는 데 일의 합을 맞춰보는 것만큼 더 좋은 건 없겠지. 바로 업무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은데.”
“물론입니다, 공녀님.”
“좋아, 다들 내가 마나석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부잣집 자녀의 취미 생활마냥 하하호호 웃으며 이게 친목인지 일인지 모르게 지낼 생각은 없다.
‘이쪽은 진짜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열심히 사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렇습니다, 독자님!
‘일 안 하는 황제는 아무리 여주, 남주라 해도 용서할 수 없다’던 독자님의 댓글. 전 잊지 않았습니다!
또 얼마 전엔 〈찐. 폭보〉의 여주 보고 500편 동안 일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역시 임금을 갈아 넣던 조선 시스템의 계승자!
K-로판 독자다운 면모입니다!
보너스 캐시갑니다!
[500캐시가 지급되었습니다.]……이런 소통 채널 확장은 필요 없었는데.
그래도 500캐시는 좋았다.
나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보좌관들에게 말했다.
“마나가 텅텅 빈 마나석은 시장 가치가 없지. 여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는 게 첫걸음이 될 거야.”
나는 책상 위에 팔꿈치를 얹으며 보좌관을 쭉 돌아봤다.
“그래서, 뭘 준비해왔어?”
* * *
루아티샤의 세 보좌관은 당황했다.
설마하니 첫날부터 뭘 준비해 왔냐고 물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거, 만만치 않겠는데?’
현재 공작성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는 막내 공녀에 관한 것이었다.
엄청난 수완가라 벌써부터 원로원 수장의 옷을 벗겼더라.
텅 빈 마나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멋모르는 몽상가더라.
다 됐고 그냥 그 사랑스러움만으로 세상의 빛이시다.
어떤 게 맞는 말인지는 직접 겪어보면 알리라.
그리 생각하고 오늘 이 자리에 왔다.
그리고 핑글 의자를 돌리며 당찬 미소를 짓는 새 주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세 사람은 깨달았다.
‘아, 적어도 마지막의 사랑스러움만큼은 헛소문이 아니구나.’
그 흉흉한 파에라톤 공작가에 어떻게 이런 귀염뽀짝 말랑콩떡이 나왔지?
사실, 주인의 귀여움에 어느 정도 긴장이 풀어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금 그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뭐지? 아무리 파에라톤의 피를 타고나 보통 어린아이와 다르시더라도 실무 경험은 일절 없으실 텐데.’
‘어째서 사회생활을 한참 해 본 것 같은 관록이 느껴질까?’
이들이 제대로 봤다.
루아티샤는 전생에서 극한의 블랙 기업에서 구르고 또 굴렀으니까.
그게 딱히 엄청난 경력은 아니더라도, 일단 조직 생활을 경험해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이분은 명령을 잘 수행하는 보좌를 원하시는 게 아니야. 상황을 판단하고 직접 생각해서 도움이 되는 자를 원하시는 거다.’
세 사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만큼 보좌의 역할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에는 마땅한 권리가 따를 터.
무엇보다 이들은 안정적인 기존의 직무를 내려놓고, 위험할 수 있는 막내 공녀의 보좌관 자리에 지원한 자들이었으니.
혈기왕성한 보좌관들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일이었다.
‘하긴 그러니 ‘그’ 디에르 자작님이 수석 보좌로 온 것이겠지.’
파에라톤 행정부의 젊은 천재.
일찍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남작위를 수여받고 이제는 자작위에까지 오른 자.
그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가 고작 20대라는 게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잘생긴 얼굴과 탁월한 능력까지 더해서 여성 관료들에게 사내 연애에 대한 로망을 한 번쯤 불러일으키는 남자.
‘윗분들은 디에르 자작의 정신이 온전치 않으니 속지 말라고 하지만…….’
‘그 뛰어난 능력을 질투해서 하는 말이겠지.’
아까 루아티샤에게 첫 번째 종이라느니 했던 말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무시했다.
이들은 행정부의 전설인 디에르 자작을 존경했다.
“죄송합니다, 공녀님. 아직 그에 관한 준비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약간의 시간만 주시면 완벽하게 준비해 오겠습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루아티샤는 고개 숙이는 세 사람을 살폈다.
‘일단 솔직한 건 좋네.’
아무런 준비도 안 했으면서 마나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입 털면 당장 나가라 하려고 했는데.
그때였다.
“흠흠, 그럼 세 분은 아무런 준비도 안 해왔다는 거지요?”
디에르 자작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누르며 말했다.
“어떻게 완벽하시고 영민하시고 총명하시고 사랑스러우시고 귀여우시기까지 한! 우리 막내 아가씨를 모시며 아무런 준비도 안 해올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들은 보좌 실격입니다!”
삿대질까지 하며 열변을 토한 디에르 자작이 루아티샤를 보고 미소 지었다.
“역시 아가씨의 진정한 종에 어울리는 사람은 오로지 저! 이 디에르뿐입니다!”
아, 그렇구나.
이래서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거였어.
보좌관들은 경련하려는 안면 근육을 애써 진정시켰다.
“디에르 자작은 준비를 해왔단 거야?”
“물론입니다, 공녀님. 마나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시란 걸 알면서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좋아, 뭘 준비해왔지?”
“여기 필체르카 마나석 광산에 대한 기초 자료입니다. 니콜라스 타렌카가 채굴했던 진척 사항과 광산 내부에 대한 조사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궁금하실 예상 매장량은 제일 앞장에 있습니다.”
디에르가 건넨 보고서는 두 개였다.
하나는 간략화해 주요 사항만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요약 보고서였고, 나머지는 그에 대한 별첨 자료였다.
보고 양식도 준수하고 도표로 시각화도 잘해놓았다.
‘뭐, 뭐야. 변태 주제에 왤케 유능해.’
루아티샤는 내심 당황했지만 겉으론 평정을 유지했다.
“꽤 괜찮네.”
“영광입니다, 공녀님.”
매끈하게 고개를 숙이는 디에르 자작을 보고 루아티샤는 입술을 비죽였다.
“텅텅 빈 마나석을 상품화하기 위해선 실제로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예, 그러실 것 같아서 샘플을 가져왔습니다.”
아니, 어느 틈에?
“그, 그리고 빈 마나석이 발견되기 시작한 이후의 마나석 광산에 대한 개괄 자료를 보고 싶어. 300여 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해 어디서 어떻게 빈도수가 늘어나는지 살펴보면 활용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니까.”
“역시 공녀님이십니다. 때로는 모두 아는 상식을 전문적인 자료와 함께 되짚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왔습니다.”
“……텅 빈 마나석 세공이나 조각에 대한 시도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자료도.”
“예, 여깄습니다.”
그건 이미 실패한 사업인데 왜 자료를 들고 온 거야!
“에잇! 꿀 넣은 따뜻한 우유랑 쿠키도!”
“물론입니다. 여기 드시지요. 저번에 청귤 잼 쿠키를 드셔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걸로 준비해 왔습니다.”
달그락, 탁.
루아티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머그잔과 쿠키를 보며 기겁했다.
‘뭐, 뭐야. 어떻게?’
하지만 쿠키는 맛있어 보였고
우유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바삭.
‘……맛있어.’
입에 넣으니 겉은 바삭하고 속에서는 달콤새콤한 청귤 잼이 흘러나왔다.
“입에 맞으시나요? 빅데이터로 분석했을 때 아가씨 입맛에 맞을 거라고 예상합니다만.”
고개를 들어 디에르 자작을 보니 ‘칭찬해주세요.’ 하는 얼굴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강아지 귀가 바짝 선 데다가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붕붕 흔들리고 있는 착시 현상이…….
탁. 머그잔을 내려놓은 루아티샤가 진지한 얼굴로 보좌관을 살폈다.
옐로체, 그륀드, 피안크,
무언가가 생각 나는 조합이다.
색색깔 쫄쫄이를 맞춰 입은 다섯 명 헬멧 남녀의 조합이…….
루아티샤의 시선이 디에르 자작의 머리카락을 향했다.
붉디붉은 적발.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호, 혹시 디에르 아저씨 이름이 뭐야?”
“허억……! 아가씨께서 제 이름을 물으시다니! 이건 바로 제가 아가씨의一.”
“빨리 말해. 보좌관에서 해임 하기 전에.”
“레디안입니다.”
“합격!”
루아티샤는 번쩍 일어나 두 팔을 치켜들었다.
“예?”
“내 수족으로 합격!”
당신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정신이 좀 이상하면 어떤가.
일하는 데 일만 잘하면 됐지.
무엇보다 레드잖아.
* * *
“아, 아가씨의 수족으로 합격이라니. 그럼 이제 저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으응.”
나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디에르 자작을 보고 당황했다.
그게 뭐라고 다 큰 어른이 운단 말인가.
조금 미안한걸.
“그러면 제게도 하게 해주십시오!
“뭐를?”
“각하와만 나눴다던 맹세 말 입니다! 서로의 손바닥에 새겨 나눠 가지는, 절대 어길 수 없는 맹세!”
설마…….
“그, 그게 뭔지 알고 하는 말이야?”
“그럼요! 저도 아가씨 쪼꼬미 손이랑 싸인, 복사, 도장 쾅! 하고 싶어요!”
디에르 자작이 콧김을 뿜으며 열변을 토했다.
‘역시 이상한 놈이었잖아…….’
한순간이나마 미안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
하지만 디에르 자작은 물러설 기미가 안 보였다.
“하아, 일단 나머지는 다 나가.”
“……예, 공녀님.”
세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렸다.
“보여주지도 않으시고 대체 뭐길래 저렇게?”
“뭔지 몰라도 엄청난 모양이야. 원래는 오직 각하만이 하셨다잖아.”
“부러워. 나도 인정받아서 언젠가는 꼭!”
아냐, 그거 아냐.
고작해야 손가락 걸고 약속일 뿐이라구!
“자아, 아가씨. 저는 준비 되었사옵니다.”
디에르 자작이 공손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펜대를 잡는 학사라는 말에 어울리게 길쭉하니 유려한 손이었다.
“아효, 진짜 이게 뭐라구.”
“뭐라니요. 대단히 숭고한 의식 아니겠습니까. 저의 충성을 맹세하는.”
“됐고, 빨리하자.”
“물론입니다.”
그 말을 마친 디에르 자작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꾹 다문 입술과 정결하게 내리깐 시선.
그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 레디안 디에르, 제 주인, 루아티샤 파에라톤 님께 생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이 목숨이 끝나더라도 주인의 충복으로 존재할 겁니다.”
엄숙한 선언.
그리고 내밀어지는 새끼손가락.
“…….”
웃어야 하는지, 아니면 나 역시 진지하게 분위기를 맞춰줘야 하는지 모르겠네.
어쨌거나 나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약속입니다.”
“도장!”
새끼손가락을 건 채 엄지를 꼬물꼬물거리자 디에르 자작 역시 엄지를 내밀었다.
우리는 엄지를 꾹 마주 붙여 도장을 찍었다.
“응힉힉!”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싸인!”
내가 디에르 자작의 손바닥에 ‘루아티샤 파에라톤’이라고 슥삭슥삭 쓸 때마다 “응힉힉!” 소리가 들렸다.
자꾸 듣다 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웃음소리인데. 어디였지?
어쨌거나 이번엔 ‘파에라톤’이 아니라 ‘루아티샤 파에라톤’이라고 쓸 수 있는 게 뿌듯했다.
디에르 자작 역시 신중한 얼굴로 내 손바닥에 싸인을 했다.
“작아……. 소중해…….”
싸인 중에 하는 중얼거림은 무시하기로 했다.
“마지막 복사!”
손바닥끼리 스윽 긁고 나자 모든 충성 맹세의 절차가 끝났다.
아니, 충성 맹세가 아니지, 참.
나도 옮아버렸네.
“으흐흑, 흑…….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죽으면 안 돼!”
“허억! 아가씨께서 제 죽음을 걱정하시다니! 감격!”
“일해야지!”
“…….”
디에르 자작이 감격이 다 날아간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도 기쁩니다.”
“그거 다행이네.”
나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진지하게 대답할수록 심력만 소모될 뿐이니까.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제가 꿈에 염원하던 아가씨께 충성을 바친 날이니까요.”
“응, 그래그래.”
“이 날을 그냥 지나갈 순 없습니다! 무조건 남겨야 합니다!”
“응, 남겨.”
“그럼 허락하신 겁니다?”
“응?”
“자아, 그림 그려주세요! 아가씨께 충성 맹세하는 저!”
디에르 자작이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내며 외쳤다.
아니, 근데 아까부터 그런 건 어디서 나오는 거야?
* * *
“왜 각하의 옆방인 거지? 내 옆 방으로 충분했을 텐데.”
익시온이 루아티샤의 집무실 벽에 기대며 투덜거렸다.
“네 옆 방인 것보다는 내 옆 방인 게 훨씬 안전하지.”
회랑 모퉁이에서 아레스가 나타나며 말했다.
“흐응? 솜뭉치가 직접 나보고 지켜달라고 했어. 오빠가 되어달라고 했다고. 당연히 내 옆 방인 걸 그 녀석도 좋아할 거야.”
“그래? 그런데 정작 대연회에서 위험할 때 내 동생이 찾은 사람은 누구였지?”
맞부딪치는 두 소년의 시선에서 파지직 스파크가 튀었다.
“둘 다 시끄럽다. 내 딸 일하는 데 방해돼.”
파에라톤 공작이 합류하며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각자 맡은 일이 있을 텐데? 한가한가 보군.”
세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달칵.
문이 열리며 디에르 자작이 나왔다.
온천이라도 하고 나온 것처럼 얼굴이 핀 데다가 땅에서 붕 뜬 것 같은 걸음걸이.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모습이었다.
두 공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이고, 각하, 도련님들. 여기어 무엇 하십니까?”
“네 녀석이 상관할 바 아니지.”
“한낱 보좌에 불과한 너와 달리 우리는 그 애의 가족이다.”
그러나 정작 파에라톤 공작은 아무 말이 없었다.
디에르 자작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고야 만 것이다.
북 찢은 스케치북.
그리고 그 위의一.
“……내 딸의 손을 잡았나?”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지옥의 유황불보다도 거세게 끓었다.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