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5화(5/353)
☆ 제5화 ☆
하도 충격적인 일을 저질러서 헛것이 보이나?
슥삭슥삭 눈을 비볐지만 글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놀람이 가시자, 이게 환영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아프타네스.
그 이름을 어떻게 잊겠는가.
나를 사기 환생시킨 그 악마 놈의 이름인데.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특별히 환생시켜드리는 건데, 능력도 드릴 거예요.]그 짜증 나는 목소리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했다.
‘능력 준다더니, 그게 러시 앤 캐시 였냐!’
사채 끌어 쓰다 패가망신할 것 같은 이름의 능력이었다.
능력 안 준다고 사기꾼이라고 욕했는데, 이런 능력이라면 없는 게 낫다.
글자는 계속해서 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걸 읽을 수 없었다.
“애기처럼…… 보드랍다고?”
파에라톤 공작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 말 때문에.
호, 혹시 제가 그걸 소리 내서 말했었나요?
차마 묻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었다.
아, 그냥 여기서 혀 깨물고 죽을까.
공작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봤다. 흑.
“흠…….”
공작은 묘한 침음을 흘리고 나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
그대로 집어 던져서 이승 하직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긴 하지만……. 슬쩍 눈치를 보며 불안하게 콩콩 뛰는 심장을 부여잡는데一
말캉.
공작이 내 뺨을 꾹 찔렀다.
‘……뭐지?’
몰캉말캉.
계속 콕콕 찌른다.
나는 비쩍 마르긴 했지만, 아직 애기인지라 볼에는 젖살이 흔적이나마 남아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내 뺨을 만지작거리는 공작을 바라보다가 헉, 숨을 삼켰다.
‘혹시 이거, 폭군이 딸바보 되는 시동 거는 중?!’
내 오랜 로판 경력이 말한다.
애기 볼살을 조물조물할 때마다 호감이 상승한다고.
분명 조금이나마 나를 귀엽다고 생각一
“성난 복어 같군.”
一할 리가 없구나.
젠장, 헛된 기대를 품었구나.
독자로서의 내가 ‘이건 입덕 부정기 전조야!’하고 외쳤지만, 공작의 얼굴을 코앞에 둔 내 본능이 외쳤다.
저 살벌한 눈을 봐라. 그럴 리 없다. 까딱하면 죽을 수 있으니 명줄 단단히 붙잡아라.
복어는 독이라도 있지, 나는 뚱한 표정으로 얌전히 공작의 손길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곧 내쳐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작은 계속 날 무릎에 앉혀놓고 있었다.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공작과 함께 체할 것 같은 저녁을 먹은 후에야 나는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씻어라.”
내 방에 나를 내려놓은 공작은 그 말을 남기고 나갔다.
‘아니, 나 이제 깨끗한데?!’
팔을 들어 킁, 하고 냄새를 맡아봤지만 기분 좋은 과일 향기만 날 뿐이었다.
‘근데 왜 지금까지 데리고 다닌 거지?’
“낯설어서 그래요. 그동안 아빠를 못 만났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같이 있을래요. 낯설지 않으려면 꼬옥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는걸!”
혹시 내가 했던 말 때문인가.
‘설마.’
또 기대하다 체할라.
나는 픽 웃곤 하녀 언니들을 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지금 내겐 공작의 의중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Chapter 2. 로판 독자는 빠른 전개를 지향합니다
깨끗하게 목욕을 마치고 머리카락까지 보송보송 말린 후, 나는 낑낑 침대를 등반했다.
‘좋아.’
드디어 혼자가 됐다.
‘근데 하녀 언니들은 왜 우물 쭈물거렸던 거지?’
하녀 언니들한테 바이바이 인사를 할 때 보였던 행동이 신경 쓰였다.
평소라면 무슨 일인지 묻거나,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 주었겠지만一.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는걸!’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떠올랐던 글자들.
‘으으, 다 못 읽었는데.’
공작에게 신경 쓰기 시작하자 글자가 적혀 있던 알림창은 사라졌다.
‘공작이 뭐라 하든 일단 그때 전부 읽었어야 했나? 다시 못 불러오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시 알림 창이 떠올랐다.
[확인하지 않은 알림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어, 이거 그냥 대답하면 되나?
“응.”
그러자 창이 생겼다.
[특성 〈러시 앤 캐시〉*사용 불가*]독자님! 약속했던 능력입니다!
이렇게 조건을 충족하는 데 오래 걸릴 줄이야. 쉬운 조건이었는데 말입니다.
설마 그동안 사기 계약이라면서 선량한 〈아프타네스〉를 욕하진 않으셨겠죠?
매일매일 악마 놈을 사기꾼이라 욕했던 나로서는 참 뜨끔한 메시지였다.
‘아니, 애초에 쉬운 조건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아직도 정확히 무슨 조건인지 모르겠고.
설마 공작의 볼에 예쁜 짓을 하는 건 아닐 거 아냐.
독자님께 딱 걸맞은 능력이니 잘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 특성 등급: F
– 특성 효과: 캐시를 사용해 읽었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한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추출은 랜덤으로 진행됩니다.
!주의: 현재 〈소환 매개체〉가 없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뭔…….”
그러니까, 내가 읽었던 소설을 소환해서, 여주인공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대박인데?”
내 머릿속에 수많은 로판 속 여주들의 능력이 스쳐 지나갔다.
그 능력을 다 쓸 수 있다면 더 이상 생존이 문제가 아니다. 세계도 정복할 수 있다!
“와아!”
그간의 시궁창 같았던 나날들이여, 이젠 안녕이다!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런데 캐시랑 소환 매개체는 뭐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이 능력의 이름은 ‘러시 앤 캐시’.
솔직히 즐겁고 아름다운 미래가 생각나는 작명은 아니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그때, 알림과 함께 또 새로운 창이 떴다.
〈가치 증명〉
독자님, 혹시 능력을 얻었다고 축배를 들고 계시나요?
너무 순진하고 어리숙하군요!
이 세상은, 로판의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로판 독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입니다. 실제로 그간 많이 실망하고 많이 낙담하지 않으셨나요?
자나 깨나 뒤통수 조심!
잊지 마십시오!
독자님의 능력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남이 떠먹여준 것은 독이 들었나 의심하는 것이 진정한 로판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능력을 완성해 가치를 증명하십시오.
– 조건: 〈소환 매개체〉 획득
– 보상: 500캐시
“아니, 이거 문구 대체 왜 이래?”
지금 나 저격하는 거야?
어이가 없었다.
특히 오늘 뺨 좀 콕콕 당했다고 폭군이 딸바보 되는 거 아니냐며 김칫국 마셨던 만큼 더더욱.
쳇.
“어쨌든 이건 못 먹어도 고 해야지!”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좋아. 근데 소환 매개체를 어디서 얻지.”
무언가를 소환할 수 있는, 연결점이 되어주는 물건.
‘보통 로판에서 이런 물건은 엄청엄청 귀한 거던데.’
제국의 국보.
신전의 성물.
마탑의 보물.
혹은, 귀족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흠, 일단 지금 내가 당장 찾아볼 수 있는 건 파에라톤 공작가의 가보인가.’
다른 곳은 아직 어린아이인 내가 찾기 힘드니 여기 있으면 좋겠는데.
‘……근데 진짜 있어도 문제잖아.’
과연 파에라톤 공작에게 이 집안의 보물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공작의 차갑고도 무감각한 얼굴이 나를 노려보던 게 떠올라서, 오들오들 몸이 떨렸다.
‘음음, 가보 증에 소환 매개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애써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쫀 건 아니다.
우선 공작가의 가보를 살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흐아아아암一.
입이 찢어질 것처럼 커다란 하품이 나왔다.
‘으음,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눈가를 비벼봤지만 눈앞이 가물가물했다.
타렌카 후작저에서는 잠도 쪼끔밖에 못 자고 일했는데.
지금은 목욕해서 몸은 따끈따끈하지, 침대는 포근하지, 배도 빵빵하지, 도저히 수마를 당해 낼 수 없었다.
나는 언제 잠든 지도 모르게 널따란 침대 한가운데에서 곯아떨어졌다.
* * *
짹짹.
새가 지저귄다.
‘아침인가.’
오늘도 놀랄 만큼 화려한 천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하품하며 누운 채 기지개를 쭉쭉 켜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하녀 언니들이 들어왔다.
“기침하셨습니까, 막내 아가씨.”
“네에.”
상체를 일으키는데 이불이 흘러내렸다.
‘응?’
어제 나 이불도 못 덮고 저기 저 가운데에서 잠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침대 머리맡이었다. 간 밤에 베개도 야무지게 베고 이불도 꼭꼭 덮고 잔 듯하고.
“안나가 이불 덮어준 거야?”
내 물음에 안나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순순히 답해 주었다.
“아니요. 저희는 막내 아가씨께서 주무실 때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각하나 다른 도련님이 주무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흠, 잠결에 내가 알아서 잘 기어들어 갔나 보다.
부끄럽지만 나는 잠버릇이 험한지라 당연히 하녀 언니들이 덮어준 줄 알았다.
나는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대로 드레스룸으로 가려다 멈칫했다.
“앗. 언니들 좋은 아침!”
하녀 언니들에게 외치자 언니들의 얼굴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진다.
“좋은 아침이에요, 막내 아가씨.”
“후후, 머리 빗겨 드릴게요.”
좋아, 좋아.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나는 낸시가 골라준 옷을 입고 안나에게 머리를 맡기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감탄했다.
“와아, 여기 달린 이거 너무 이쁘다! 반짝반짝해!”
드레스 가슴팍에 달린 브로치를 가리키며 말하자 하녀 언니들이 흐물흐물 웃었다.
“예쁘지요. 막내 아가씨의 눈동자 색과 참 잘 어울려요.”
“머리의 핀도 비슷한 거로 하실래요? 분명 귀여우실 거예요.”
“으응……. 그치만 너무 비싸 보이는걸.”
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손을 꼼지락거렸다.
“어머나…….”
안나는 난처한 얼굴로 입을 가렸다. 그러자 낸시가 주먹을 꽉 쥐고 분한 듯 외쳤다.
“무슨 말씀이세요. 막내 아가씨께서는 파에라톤 공작가의 유일하신 공녀님이신걸요! 이런 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으세요.”
“더 귀한 것도 마음껏 하셔도 돼요. 하지만 그런 건 무거우니까…….”
나를 다독여주는 하녀 언니들을 슥 보고 은근슬쩍 물었다.
“있지이, 그럼 공작저에도 이렇게 반짝반짝한 거 모아놓는 방이 있을까?”
가보를 노리는 도둑놈처럼 안 보이도록一사실 맞지만一 최대한 순진하게.
“물론이지요. 그런 방이 얼마나 많은데요. 영지의 공작성에는 더 많고요.”
아씨, 많구나.
그러고 보니 공작님 부자였지.
한번 구경해보고 싶다고 조르려 했는데 어쩐다? 다른 사치품 말고 가보가 있는 방에 가야 하는데…….
“한번 구경해보실래요?”
“우웅, 티에 언니네 있을 때는 그 근처에만 가도 매 맞아서……. 내가 그런 예쁜 거 봐도 되는 걸까.”
나는 웅얼웅얼하며 언니들을 힐끔 살폈다.
이렇게 어필하면 제일 좋은 방을 보여주지 않을까.
뭐,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 더러운 도둑년이……! 여기어 왜 기웃거리고 있는 게냐! 또 뭘 훔쳐 가려고! 너 같이 손버릇 나쁜 년은 맞아야 정신 차리지!”
복도를 청소하다가 후작저의 보물방 가까이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자리에서 후작에게 혁대로 등을 채찍질 당했다.
내게 그 복도를 청소하라 명한 건 후작 본인이었고, 나는 거기에 보물방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냐아냐, 우울한 생각은 하지 마. 후작저에서 빠져나왔고, 여기에는 나를 때리는 사람도 없는걸!’
고개를 드는데 언니들이 울 것 같은 얼굴 반, 폭발할 것 같은 얼굴 반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런 표정이지?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아니, 내 표정이 어땠길래? 언니들 표정이 더 이상한데요…….
안나가 내게로 손을 뻗었다가 멈칫하며 거둬들였다.
뭐지, 하는데 낸시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낸시, 무슨 무례를一.”
“우리 막내 아가씨, 이렇게 작고 어리신데……. 아직 애기인데…….”
안나가 기겁하며 외친 말은 낸시의 울먹임에 가로막혔다.
나는 낸시를 토닥토닥 해줬다.
“난 괜찮아! 이렇게 날 걱정해 주는 언니들이 있는걸!”
활짝 웃으며 말하자 다른 하녀 언니들도 “막내 아가씨!” 하며 날 껴안았다.
이런 건 모든 생을 통틀어 처음인데……. 음, 나쁜 기분은 아닌걸?
헤헤.
안나가 언니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날 보더니 멈칫했다.
그리고 결심한 듯 내게로 손을 뻗었다.
온기 있는 손바닥이 내 머리칼을 차분히 쓸어내린다.
음, 기분 좋다.
안나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져나갔다.
* * *
“아가씨가 처음 보는 건 공작저에서도 가장 좋은 거여야죠! 이왕 구경할 거면 성전(聖戰)의 방에 가도록 해요.”
낸시의 외침에 다른 언니들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렌카 후작저보다 훨씬 값진 게 많으니까요! 공작저에 비하면 후작저의 보물방 따위 시시하다고요.”
“그냥 가도 돼?”
“네, 공작가의 가보를 보관하는 방인데 막내 아가씨께서는 공작가의 직계로서 당연히 출입 권한을 가지고 계셔요.”
“가보를 반출하는 건 공작 각하의 허락을 받으셔야 하겠지만요.”
윽. 그야 그렇겠지. 마음대로 가져오면 안 되겠지.
‘뭐, 그래도 좋아.’
파에라톤 공작저에 있는 가보 중에 소환 매개체가 있나 확인할 순 있을 테니까.
‘그럼 지체할 필요 없이 아침만 빠르게 먹고 바로 가볼까.’
그때였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집사가 들어왔다.
집사 아저씨가 내 방에 온 것은 이 집에 온 첫날뿐이라 나는 조금 놀랐다.
무슨 일이지?
“막내 아가씨, 공작 각하께서 함께 조찬을 들자고 전하셨습니다.”
같이 아침 먹자고?
갑자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