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5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51화(51/353)
☆ 제51화 ☆
뭘 세금 징수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고 있어!
도둑놈 주제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차근히 재산 징수 목록을 바라봤다.
이 목록에 있는 걸 내가 언제든 소환해서 가져올 수 있다는 거지?
‘와, 정말 많이도 해 드셨다.’
그냥 이거 내가 다 가져오면 안 되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요젠하임 백작이 옥사에 갇혀 있는 동안 자산이 대량으로 사라진 게 알려진다면 골치 아플 터였다.
‘그래도 비자금은 괜찮잖아? 다른 사람은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없어진 줄도 모를 거 아냐.’
이제 이 비자금은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겁니다.
“근데 요젠하임 백작이 죽으면 어떻게 돼?”
[이미 과세된 세금입니다. 아렌트웰 제국은 죽었다고 해서 세금을 탕감해주지 않습니다.]‘와, 이러니까 황제가 찐 폭군이지.’
소설을 읽을 때에는 알지 못한 개연성의 완성이었다.
“그럼 소유권이 이전되어도?”
[이미 이 물건의 소유권은 세금 징수자에게 있습니다.]그치. 빨간 차압 딱지 붙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못 가져가지.
남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럼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내가 소환할 수 있다는 거네.
‘그럼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한데?’
일단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좋을 거 같지 않았다.
옥사에 있는 동안 요젠하임 백작의 사유재산에 문제가 생기면 파에라톤 공작가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치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가져가긴 아쉬운데.
일단 능력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마침 목록에 내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다프네의 목걸이?’
다프네.
이거 님프 이름 아닌가?
판타지에서는 님프의 이름을 따서 정령의 이름을 많이 짓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게 물의 정령인 나이아스고.
‘그렇다면 이것도 정령의 목걸이?’
그럼 너무 멋진데!
그야말로 로맨스 판타지 그 자체!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더 비싼 것도 많으니까 이거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반박은 안 듣는다.
나는 판타지 세계의 정령 목걸이를 꼭 갖고 싶으니까!
“이번엔 다프네의 목걸이만 징수할래.”
[다프네의 목걸이를 징수함.]스르륵.
빛이라도 번쩍번쩍할 줄 알았는데 아무 징조도 없이 내 손 안에 목걸이가 나타났다.
낡고 좀 변색된 게 앤티크한 매력이 있었다.
진짜 정령이 잠들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나는 콩콩 뛰는 심장을 누르며 목걸이를 살폈다.
“이건…….”
* * *
나는 동쪽 별관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동쪽 별관은 가신들이 주로 직무를 보는 곳으로, 오늘은 장로 회의가 있다고 했다.
‘장로쯤이면 봉신이니 내겐 딱 좋은 기회지.’
안타깝게도 원로원은 수장의 부재로 한동안 정무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했다.
‘흠, 그래서인지 장로뿐만 아니라 원로들도 많네?’
나는 별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까치발을 든 채 창턱 너머를 빼꼼 바라보았다.
저번 신년 대연회에서 봤던 할아버지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요젠하임 백작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무조건 나올 테니까. 원로원의 수장에 관한 이야기인데 안을 수 없었겠지.’
나는 정원 저편의 하녀 언니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언니가 환히 웃으며 내게 달려왔다.
“언니, 저 창문 살짝만 열어줘.”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안을 엿볼 수 있는지라 창문을 여는 건 무리였다.
“엿들으시려고요? 그럼 안 되세요.”
“잉, 그치만 궁금해. 요젠하임 할부지 나 때문에 큰일났어. 나 때문에 벌 받으면 어떡해?”
“그건 아가씨 탓이 아니에요. 다 죄에 대한 값을 치르는 거죠.”
“그치마안…….”
내가 말을 끌며 울먹한 눈으로 땅을 바라보자 결국 언니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럼 그것 두 장은 주셔야 해요.”
“두 장이나?”
“두 장 주시면 망도 봐 드릴게요.”
“알았어.”
나는 거래품을 품에서 스윽 꺼냈다.
언니는 비장한 눈으로 물품을 구석구석 확인하더니 활짝 웃었다.
“하아, 너무 귀여워요. 이건 아가씨죠? 이건…… 폭발……? 폭발을 그리신 건가요?”
“꽃인데.”
내가 뚱하게 말하자 언니가 “꽃이구나, 꽃. 귀여워…….”하고 중얼거렸다.
거참, 실례네!
“다음에도 또 시키실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품에 내 그림을 잘 갈무리한 언니가 슬쩍 창문을 열고 별관 모퉁이를 돌았다.
‘휴우, 혹시 몰라서 두 장 그려오길 잘했다.’
대체 고용인 언니, 오빠들은 왜 내 그림을 화폐로 쓰는 걸까.
“황궁에서 그런 서한이?”
그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잔디밭에 웅크려 앉은 채 귀를 바짝 세웠다.
“흠,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파에라톤 공작가가 어디 웬만한 크기의 가문입니까. 안 그래도 안주인의 부재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안주인?
‘그럼 새엄마를 들이겠다는 소리야?’
아니면 귀족 간의 외교 문제 인가?
서한이 파에라톤과 다른 귀족들 사이를 중재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단순히 외교가 주제다 보니 공작부인 이야기가 나온 걸지도.
여기선 보통 안주인이 외교를 맡으니까.
“크흠, 이 건은 차차 논하도록 하고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소.”
“요젠하임 백작에 관한 건 말씀이오?”
“그렇소. 어찌 원로원의 수장이라는 자가 다른 가문과 내통하여 직계 공녀의 안전을 위협한단 말이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물론 요젠하임 백작께서 상납을 받은 것은 잘못이오. 하지만 그 일에 백작께서 관련되었다고 하기엔……. 그들이 뭘 하는지 모르는 채 선물을 받은 것일 수 있지 않소!”
“어허! 그게 말이 되는가! 감사자가 3년이나 바뀌지 않았는데 윗선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거늘!”
“그게 그저 잘 봐달라는 말 때문에 넘어간 건지, 아니면 백작께서 직접 명하신 건지 모르는 일이지 않소!”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중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둘 있었다.
나는 다시 까치발을 들고 빼꼼 안을 바라보았다.
‘저 두 아저씨의 입김이 제일 센가 보네. 우와,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네.’
오히려 원로원보다 더 목소리를 크게 내니 저들이 장로들 중 실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실세 간의 싸움인가.’
과연 흥미로웠다.
하지만 나는 ‘차세대’엔 관심 없다.
‘이왕 내 편으로 만들 거면 지금 최고인 사람이 좋지!’
그때, 회의장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등장했다.
‘까칠 할아버지.’
멀끔한 낯과 꼿꼿한 허리, 단련된 풍채는 결코 노인이라 할 수 없었다.
그는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왔지만, 회의장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얼굴까지 붉히며 싸우던 차세대 실세들조차 말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저런 사람이라구.’
“황실에서 서한이 왔다 해서 어떤가 살펴보러 왔을 뿐이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다들 하던 이야기마저 하게나.”
뚜벅, 뚜벅.
정적 속에서 칸도르 백작이 회의장을 가로질렀다.
아무도 회의를 재개하지 않고 칸도르 백작이 착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보고 나는 감탄했다.
‘응?’
근데 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
나는 휙 몸을 웅크렸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내리누르며 숨을 죽이는데, 딱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안 들켰나?’
힐끔 고개를 드는 순간,
“……!”
날카로운 은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히익!
내가 입을 틀어막는 것과 동시에 칸도르 백작이 열려있던 창문을 밀었다.
탁.
거친 소리를 내며 창문이 닫혔다.
창문가에 있던 그림자가 서서히 멀어졌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쥐새끼.’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입모양이었다.
‘일어나야 해.’
그렇게 생각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 위로 길게 그림자가 졌다.
설마 칸도르 백작이 온 걸까? 그럼 보기 싫어.
고개를 더 푹 숙이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솜뭉치.”
고개를 드니 익시온의 얼굴이 보였다.
뚱한 얼굴이지만 날 바라보는 두 눈에는 온기가 스며있다.
“여기서 뭐해?”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목소리.
“익시오온?”
“뭐, 뭐야? 너 어디 아파?”
“업어줘.”
“……너 맛 들였지. 진짜 내가 무슨 탈 것이냐고.”
저기요,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는데요.
익시온은 투덜투덜하면서도 날 업어줬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기분 좋은 진동이 느껴졌다.
단단하고 넓은 등.
나는 몸에 힘을 빼고 푹 기댔다.
“너 그림 엄청 못 그리더라.”
“아냐. 나 잘 그려.”
“못 그린다니까? 크흠. …… 많이 그리다 보면 늘지도?”
“나 잘 그려. 다들 내 그림 갖고 싶어 해. 천재 5세 화가야.”
“뭔 천재야. 내가 발로 그려도 잘 그리겠더만. 더 많이 그려! 엄청 많이 그려! 그래서 나……!”
“나?”
“……그래도 나보다 잘 그리진 못하겠지만.”
“익시온 바보!”
익시온의 머리칼을 잡아당기자 그가 “악!”하고 소리 질렀다.
“역시 내 동생은 옳은 말만 하는구나.”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아레스가 부드럽게 웃었다.
“너 왜 왔냐?”
“바보는 입을 다물도록 해.”
곁으로 다가온 아레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의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림 참 잘 그리더라, 내 동생.”
반짝반짝. 나붓이 눈매를 휘며 웃는 얼굴이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뭐지? 왜 이러지?’
의미심장한 말인 듯한데.
‘……가문의 일에 너무 손대지 말고 그림이나 그리라는 건가?’
아레스가 날 받아들인데다가 꽤 좋아하는 건 알지만, 가주가 되려는 그에게 지금 내 행보는 걸림돌일 뿐일 터.
나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말귀를 단번에 알아들은 내 모습에 만족한 것인지, 아레스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같이 간식 먹을래? 내 동생이 좋아하는 푸딩도 있어.”
“뭐어? 이 녀석은 나랑 같이 그림을 구경할 예정이었다고.”
익시온이 몸을 휙 돌리며 아레스의 손이 내게 닿지 못하게 했다.
“흐응, 그림을 구경해서, 뭐 어쩌려고?”
“구경하면 자연히 따라서 영감이 떠오르고, 뭐…….”
“직접적으로 말만 안 했을 뿐이지 구걸이나 다름없군. 하긴 네 녀석은 구걸해야지만 그걸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헤에, 능구렁이 같은 자식이 간식으로 꼬셔서 데리고 가서 거기 또 뭘 준비해놨으려고? 도구를 다 쥐여주는 건 구걸이 아닌가?”
아레스와 익시온이 갑자기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며 투지를 피워올렸다.
‘아니, 또 왜 이래.’
그때였다.
슈르륵.
마기가 부드럽게 내 몸을 덮어 허공으로 띄웠다.
“내 딸은 나한테 약 발라줄 예정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아빠가 나를 품에 딱 안고 있었다.
“업고 있는데 뺏어가는 게 어딨습니까!”
“내 딸이 물건이냐? 뺏어가게.”
아빠가 피식 웃더니 내 머리를 가슴에 폭 기대도록 눌렀다.
“루아티샤도 너희처럼 작은 것들보단 나에게 안겨 있는 게 편할 거다.”
“그보단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더욱 편한 데다가 좋기까지 하겠군.”
“…….”
뭐지, 이 유치한 말싸움.
* * *
유비는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가서 삼고초려하게 만들었다지.
하지만 나는 나를 찾아오게 할 거야!
나는 까칠한 칸도르 백작에게 황금으로 만든 화살과 납으로 만든 화살 그림을 선물했다.
“나는 자본주의의 정령이다 짹! 대가를 내놓아라!”
물론 전달책은 에르메스 짹이 었다.
나는 초코칩과 마카다미아가 잔뜩 박힌 쿠키를 통째로 주었다.
칸도르 백작에게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다음으로 월계수 나무를 그려 선물했다.
“세, 세 번째니까 애칭으로 불러도 조, 좋아 짹!”
“세 번 더 만나면 허락해주는 거 아니었어? 한 번 더 남았잖아.”
“너, 너어는 정령의 순수한 마음을 짓밟았다 짹!”
“……언제는 자본주의의 정령이라며.”
나는 그날 화가 나 우는 에르메스 짹에게 모든 간식을 바쳐야 했다.
어쨌거나 에르메스 짹은 정말 유능한 전령이었다.
‘그러니 슬슬 입질이 올 때지.’
나는 온실 화단에 앉아 꽃을 구경했다.
‘앗, 봉숭아꽃이다!’
봉숭아 물들여야지.
콧노래를 부르며 꽃잎을 따는 데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은안.
곧게 뻗은 콧마루.
고집스러운 입매.
노인임에도 넓은 어깨와 곧은 허리, 단련된 몸.
까칠 할아버지, 칸도르 백작이었다.
“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누군가의 개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나직하지만 아주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확실히 길들이지 못한 늑대라는 별명에 어울리는걸.’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듣고 이, 딴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으나 당장 그만두시는 편이一.”
“정말? 진짜로 할부지는 내가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빤히 바라보며 묻자 칸도르 백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소리를.”
“진짜?”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펼쳤다.
거기에는 빛바랜 은빛 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날카롭기만 했던 칸도르 백작의 눈빛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그걸, 어떻게…….”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다급하게 내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가 로켓을 열었다.
로켓 한쪽엔 젊은 여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고, 나머지 한쪽엔…….
날카로운 은안, 곧게 뻗은 콧마루, 고집스러운 입매를 지닌 그래, 칸도르 백작이 젊었을 때 꼭 이렇게 생겼을 것 같은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걸 대체 어디서 구했습니까!”
칸도르 백작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로켓을 꽉 쥔 채 내게 외쳤다.
“공녀!”
그는 매섭게 나를 닦달했지만, 나는 무섭지 않았다.
절박하리만치 초조한 그의 심정이 느껴졌으니까.
“할부지, 나 다리 아파. 할부지 기다리느라 오래 쭈그려 앉아 있었어요.”
“……거래입니까. 제가 뭘 하면 좋겠습니까.”
“업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