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5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55화(55/353)
☆ 제55화 ☆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중학교 때 배웠던 시가 떠오른다.
커다란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빠와 아레스, 익시온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다만 세 사람의 등 뒤로 폭음 없는 폭발이 터지고 있었다.
쾅! 콰콰쾅!
누가 여기 폭탄을 던졌어!
아, 나구나.
이것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K-아이돌의 힘!
“루루꽃이 좋아, 텅 빈 마나석이 좋아?”
나는 꽃받침을 한 채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괜찮아, 난 다섯 살 응애야!
할 수 있다, 나 자신!
“루, 루루꽃…….”
익시온이 멍하니 말했다. 눈에 동공이 하트 모양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꽃은 처음 봤어. 정말 나 주는 거야?”
아레스가 나붓이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정원의 꽃을 다 뽑도록 하지.”
아빠가 새로운 법령이라도 내리듯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이 세상엔 루루꽃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냐. 그건 진짜 아니에요.
‘어쨌든 다행이야.’
이걸로 마나석 선물에 대한 건 일단락된 듯하다.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돈은 영원하다!
익시온이 내게 팬케이크 조각을 내밀어서, 나는 입을 짹 벌려서 받아먹었다.
그렇게 아빠가 한 입, 아레스가 한 입, 익시온이 한 입 먹여주는 것을 냠냠 받아먹고 있을 때였다.
노크와 함께 에르켈 자작이 들어왔다.
우리를 본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언제 봐도 참으로 단란한 풍경이군요. 핑크빛 조개 위의 각하와 도련님들이라니……. 참으로 편안해 보이십니다.”
“점점 까부는군.”
“보기 좋다는 말씀입니다. 다 막내 아가씨 덕이겠지요.”
음, 아빠랑 오빠들이 핑크 가리비 위에 앉은 건 나 때문이 맞긴 한데.
근데 가리비 의자는 내가 고른 게 아냐.
‘무려 아빠가 직접 고르신 거라구!’
“여긴 무슨 일이지?”
“일전에 말했던 그 물건 말입니다.”
일순 아빠의 눈이 빛났다.
“그게 경매에 나왔나?”
“예, 낙찰받았다고 합니다. 예상보다도 돈이 더 들어갔지만요.”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 그건 내一.”
말을 멈춘 아빠의 시선이 잠시 나를 향했다.
“집무실에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예, 각하.”
아빠가 가리비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천천히 많이 먹어라.”
“네!”
아빠는 내 머리에 쪽, 하고 키스를 해주곤 방을 나섰다.
‘엄청 중요한 물건을 사셨나 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 관심을 끄는 건 다른 거였다.
경매!
이 얼마나 가슴이 뛰는 단어인가.
“있지, 경매 같은 거 자주 열려?”
“꽤 자주 열리지. 대도시니까.”
“약골, 경매에 관심 있어?”
“응! 경매에서 이一렇게 화려한 가면 쓰고! 1억2천 현금이다! 이러고!”
신나서 손가면을 쓰며 말하자 아레스가 매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하, 내 동생은 가면 쓴 경매에 가고 싶구나.”
“응응!”
데려가 줄까 싶어서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익시온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내 뺨을 콕 찔렀다.
“흐응, 말랑푸딩 주제에 평범한 건 관심 없다는 거지?”
“당연하지! 평범한 물건은 재미없어!”
로판의 경매라니 대체 얼마나 특별한 물건이 나올까!
인어의 전설이 담긴 소라.
용사가 쓰던 성검.
드래곤의 마나하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마침 열흘 후에 열리는 게 하나 있어. 아스탈에서 주최하는 거니 가장 규모 있는 가면 경매야.”
“와! 갈래, 갈래!”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같이 가 주는 수밖에.”
“내 동생이랑 함께하는 첫 외출이네.”
“둘 다 같이 가는 거야? 재밌겠다!”
익시온과 아레스 둘 다 함께 가준다니 든든했다.
그러고 보니 이건 공작성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다.
‘그리고, 가족과 하는 첫 외출.’
히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너무 기대됐다.
* * *
나는 쓰고 있는 토끼 가면이 삐뚤어지진 않았나 슬쩍 매만 졌다.
아레스가 선물해준 가면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로브는 익시온이 선물해준 거고.
주변은 화려하고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바닥엔 붉은 비로드 천이 넓게 깔리고, 단상은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 윤이 났다.
나는 박스석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가면을 쓴 채 샴페인을 마시며 이따금 피켓을 드는 사람들.
불붙는 가격 경쟁과 낙찰.
여기까지 보면 정말 내가 상상하던 로판 속 경매였다.
그런데.
“다음 상품은 ‘님프의 심장’입니다!”
새하얀 반 가면을 쓴 사회자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물건을 가리고 있던 천이 젖혀졌다.
붉디붉은 심장이 수조 속에 담겨 있었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가면 경매라는 게 이런 거였다니……!’
내가 상상했던 경매는 이런 게 아니었다.
아레스에게 말하니 그런 건 가면을 쓰지 않는 일반 경매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가면을 쓰고 하는 경매는 일반적인 경매가 아니란 뜻이다.
훔치거나 강탈해서 어둠의 경로로 입수한 물건, 모종의 이유로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물건, 혹은 방금 나온 님프의 심장처럼 불법적인 물건.
뭐가 됐든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물건만 나오는 경매.
즉, 암시장의 경매였던 것이다.
‘그래서 익시온이랑 아레스의 반응이 그랬던 거였어.’
하긴, 가면을 쓴다는 건 곧 신분을 숨긴 채 경매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뒤가 구리지 않으면 왜 굳이 신분을 숨기겠는가.
당연히 암시장이겠지.
‘나는 님프의 심장 따위 사고 싶지 않다고.’
아니, 아예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다 족치고 싶어.
다프네와 오빠가 생각나서 가슴이 아팠다.
물론 그런 이상한 것만 경매품으로 나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상상했던 신비한 물건도 많이 나왔다.
“다음은 ‘보물이 있는 곳을 보여주는 망원경’입니다!’
천이 걷히고 금장과 떡갈나무로 만든, 딱 봐도 판타지스러운 망원경이 나왔다.
“자아, 모험가 여러분들 혹은 모험가를 고용하신 분들께 제격인 물건입니다! 보물이 있는 곳을 딱 보여주다니! 개인적으로도 매우 탐이 납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레스한테 물었다.
“저거 진짜야?”
“한 번 들어봐.”
들어보라고?
나는 사회자가 이러쿵저러쿵 망원경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망원경을 소유했던 대해적의 이야기까지 나올 때는 박수가 절로 나왔다.
저 사람 약 팔아도 잘 팔겠어.
들으면 들을수록 꼭 사야 할 물건 같았다.
그런데.
“이망원경의가시거리는보물주변으로직경3미터까지이며보여주는보물이다른누군가가소유하고있는재산일가능성도있습니다보물을찾다가발생하는어떠한사건에도저희상회는아무책임도지지않습니다자세한사항은약관전문을확인해주세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속사포 안내였다.
왠지 보험을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랩인지 설명인지 모를 말을 듣고 있자니 기가 찼다.
“저걸 듣고도 사는 사람이 있어?”
“보물에 관한 여러 가지 단서가 있으면 저런 쓸모없는 것도 어쩌다 한 번은 도움이 되거든.”
“뭐, 대부분은 허탕이지만. 보물 사냥꾼들은 보통 그런 ‘만에 하나’에 거는 족속들이니까.”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누군가가 망원경을 낙찰했는지 사회자가 새로운 물건을 소개했다.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뱀으로 만든 피리입니다!”
왜 피리를 뱀으로 만들어.
어쨌거나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다.
신비한 것들도 많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할 마음이 드는 물건은 없었다.
“사고 싶은 건 없어? 아무것도 입찰하지 않네.”
“응, 딱히 마음에 드는 건…….”
돈은 많은데 지르지를 못하다니.
내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돈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내가 사줄게.”
“내가 있는데 왜 돈 걱정을 해. 내 돈 쓰면 되지.”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리고 너네만 부자냐.
나도 부자야.
하지만 솔직히 내 돈 쓰는 것 보다는 남의 돈을 쓰는 게 좋았다.
‘진짜 아무거나 사달라고 해 버려?’
소비요정의 매운맛을 보여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망의 마지막 상품입니다! 모두 놀랄 준비하시죠!”
사회자가 한껏 텐션이 올라간 목소리로 외쳤다.
이전과 달리 무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그때, 무대 한가운데의 바닥이 열리며 무언가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경매품이라 그런지 꽤 힘을 주는 듯했다.
‘대체 뭐길래?’
이윽고 거대한 묵빛 철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철창의 크기에 비해 한없이 작은 아이가 구속당한 채 서 있었다.
“마지막 경매품은 이 소년입니다!”
사회자가 외쳤다.
사람이 경매품으로 나온 경우는 앞서도 몇 번 있었다.
즉, 새삼 노예가 경매품이라고 해서 놀랄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술렁이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쟤는 분명……!’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애였으니까.
태양보다도 더 찬란히 빛나는 금발.
신이 손수 섬세하게 깎아 만든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
무엇보다 보는 사람을 그대로 홀릴 것 같은 보랏빛 눈동자.
그야말로 마성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는 눈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보면 결코 잊힐 수 없는 모습.
꿈에서 악마가 보여줬던 소년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인도하는 별의 흐름을 볼 때, 곧 독자님은 이 소년과 만나게 될 거예요.”
그 말대로였다.
설마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날 줄은 전혀 몰랐지만.
동시에 나는 악마의 경고를 기억했다.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위험한 힘을 가진 소년이에요.”
“그러니 절대 이 소년과 엮이지 마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시하세요.”
하지만 양손과 목에 구속구를 차고 있는 소년은 위험한 존재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타깝고 불쌍해 보였다.
‘뭐, 보는 것만으로는 모르는 일이니까.’
“정말 아름다운 소년이지요?”
사회자가 장내의 소란을 즐기며 미소 지었다.
“보석은 그 아름다움과 희소성 때문에 그리 비싼 값을 지녔지요.”
그가 철창 가까이로 다가가 검은 지휘봉으로 아이의 턱을 들어 올렸다.
환한 불빛 아래에서 빛나는 소년의 얼굴에,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다면 보석보다도 더 아름다우며 세상에서 단 하나라는 희소성을 가진 이 소년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정말 기분 나쁜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아래에 있는 구매자들의 욕망에는 불을 지핀 모양이다.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썩대며 피켓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아직 판단하긴 이릅니다. 물론 겉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죠. 하나 이 상품의 진면목은 그 이상입니다!”
사회자가 철창에서 떨어져 나와 거리를 벌렸다.
아이가 목에 찬 구속구에는 붉게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사회자가 손에 든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그 빛이 꺼졌다.
처음에는 무슨 변화가 일어난 지 몰랐다.
파사삭.
살얼음을 밟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순간.
쩌적, 쩌정!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커다랗게 장내를 울렸다.
그리고 소년을 가두고 있던 두꺼운 묵빛 철창 일부가 깨져 나갔다.
“보십시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철창은 보통 철창이 아닙니다! 카라투케라의 뼈를 사용해 만든 철창입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경악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카라투케라의 뼈라고?”
“세상에……! 오러를 사용해야 겨우 벨 수 있는 걸 저렇게?!”
사회자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더 열변을 토했다.
“어떻습니까! 이 놀라운 이능! 이런 상품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
사회자가 말을 멈추고 황급히 더 뒤로 물러났다.
소년의 발아래서부터 시작된 눈꽃이 새까만 철창을 넘어 사회자의 발치에까지 닿았던 것이다.
“어이쿠야! 하마터면 동상 때문에 발을 잘라버릴 뻔했습니다! 구매하시는 분께서는 이 상품을 조심히 다루셔야겠습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소년의 목에 걸린 구속구에 다시 빨간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 구속구가 능력을 확실히 제어하니까요. 주인분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교육 가능합니다!”
저만한 힘을 가진 아이가 물건 취급당하며 모욕받는데, 정작 본인은 딱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으르렁거리며 적개심을 드러내지도 않고,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분개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없이 차분하고 고요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뿐.
“위험하고 아름다운 생물만큼 매혹적인 건 없겠지요. 이 상품은 독을 품고 있는 꽃처럼 치명적입니다!”
사회자가 뽐내듯이 소년을 가리켰다.
“비록 길들이는 게 힘들겠지만, 거기서 오는 즐거움도 있겠죠. 만약 길들이는 데 성공하신다면 그 어떤 상품보다도 더 만족하실 겁니다!”
타앙!
사회자가 양손으로 단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 가운데, 그가 외쳤다.
“그럼 경매가 10억부터 시작 하겠습니다!”
여태까지 나왔던 그 어떤 물 것은보다 최고가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