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5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56화(56/353)
☆ 제56화 ☆
하지만 사람들은 피켓을 들었다.
“10억 4천!”
“12억!”
“12억 7천!”
“15억!”
주저 없이
“17억!”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천 단위는 나오지 않고 억 단위만 나왔다.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결국 피켓을 드는 것을 포기했다.
박스 석의 본격적인 돈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최 측이 아주 신났네.”
“지루해.”
눈앞에서 몇십 억 단위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아레스와 익시온은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저렇게 어린애인데.’
팔려가서 결코 좋은 꼴을 볼 수 없으리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만 해도 삶이 고달플 텐데 저런 특별한 능력마저 가지고 있으니.
‘평생 구속구를 찬 채 도구처럼 쓰이겠지.’
어쩌면 인체 실험을 당할지도 모른다.
다프네와 오빠가 당했던 인체 실험 내용이 아직도 생생했다.
사람에게 얼마나 끔찍하고 잔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꽈악.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독자님, 달콤한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이미 아레스에게 한 번 겪지 않았습니까?] [그럴싸한 겉껍데기 안에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 자는 위험해요! 위험하고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경고창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뭐래.
‘아레스한테 인정받으려고 한 사람은 너거든.’
울 오빠 욕하지 마.
나는 훠이훠이 창을 흩으며 입을 삐죽였다.
저 아이가 보여준 무위는 참으로 대단했다.
확실히 위험한 능력이라며 경계할 만하다.
하지만!
데려가서 따스하게 잘 대해주고 보살펴주면,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을까?
적어도 저 애가 불행한 삶을 살다 악역이 되진 않을 거야!
‘一라는 건 너무 평범한 생각이지.’
나는 로판 독자다.
그리고 악마의 경고를 무시할 정도로 바보도 아니다.
‘이 루트는 확실해! 집착남주 루트야!’
1. 최고의 상품이라고 나온 노예인데 지나치게 아름답고 잘생김.
2. 심지어 쩌는 특수 능력까지 있음.
이 두 가지 조건이라면 뻔하지 않은가!
‘쟤는 빼박 고귀한 핏줄이야.’
최소 망국의 왕자 정도?
북부 대공의 사생아일 수도 있는데 우리 아빠가 북부 공작이니 그건 아니겠고.
어쩌면 타 대륙에 있는 제국의 황자님일 수도 있다.
보통 여주라면 저 아이를 사고 정성껏 보살펴 주겠지.
노예에서 해방시켜준다고도 할 수 있어.
저 아이는 그걸 여주가 자길 버렸다고 생각할 거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 밝혀지는 정체!
으응? 알고 보니 황자였어? 나를 갖기 위해 황제가 됐다구?
내 노예가 집착 황제가 되어 돌아왔다.
흑막 노예가 폭군이 되어 내게 집착한다.
집착 노예 황제를 키워버렸다.
뭐 이런저런 제목의 로판 맛집 한 편 뚝딱이지.
수많은 변주가 있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어쨌거나 키우면 집착 당한다.’
단 며칠이라도 돌보면 집착 당해!
그럼 정답은?
‘안 키우고 사기만 하면 되지!’
그럼 저 애랑 얽히지 말라는 악마의 말도 지키고,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가서 악당으로 자라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좋아. 완벽해.’
내 로판 짬바가 얼마인데 이 정도쯤이야!
“37억!”
“40억!”
나는 척, 피켓을 들었다.
굳이 가격 경쟁을 해서 상한가를 높일 필요는 없겠지.
살 거면 압도적으로, 확실하게.
“100억.”
소란스럽던 장내가 일순 잠잠해졌다.
소년이 고개를 들어 내가 있는 박스석을 바라보았다.
아주 고요한 시선인데도 몸이 움츠러들 것만 같았다.
‘괜찮아. 가면에 로브까지 썼으니까.’
나는 가슴을 펴고 담담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그 애와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그런 시선이었다.
그 순간.
“100어억!!”
뒤집어진 사회자의 목소리가 침묵에 잠긴 경매장을 뒤흔들었다.
그게 신호탄이라도 된 듯 장 내가 지진이라도 난 듯 시끄러워졌다.
“배, 백억? 진짜 백억이야?”
“대체 누구지? 단번에 그런 거금을 부르다니.”
익시온이 나를 향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뭐야, 쟤 사고 싶어?”
“저런 게 왜 갖고 싶어? 내 동생한테는 내가 있는데.”
아니, 아레스가 있는 거랑 노예를 들이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불쌍하잖아. 팔려 가서 얼마나 힘들겠어. 놓아줄래.”
그 말에 둘 다 날카롭게 세웠던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뭐, 놓아준다면야.”
“내 동생은 상냥하기도 하지.”
그러는 동안 사회자는 홍분으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100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경매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피켓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자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혔다.
이윽고 다 접혔을 때.
“그럼 7번 박스, 토끼 가면의 숙녀분께 낙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땅땅땅!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좋아, 좋아.
‘근데 100억을 어떻게 내지?’
곧 오일 머니로 억만장자가 아니라 조만장자가 될 예정이라 막 질렀는데.
공작가에서 책정한 내 사재에 100억은 없을 거다.
‘뭐, 니콜라스 타렌카한테 삥 뜯은 것들을 전부 팔고 나머지는 사재로 채우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아 맞다.”
나는 빙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오빠들을 돌아봤다.
“아레스랑 익시온이 내가 갖고 싶은 거 사준댔지?”
내 말에 두 사람이 눈을 껌뻑이다가 곧 씨익 웃었다.
아주 여유로운 미소였다.
“당연히 내 동생 꺼는 오빠가 사줘야지.”
“이 녀석 돈은 필요 없어. 내가 사줄게.”
어?
이게 아닌데?
“진짜? 100억인데? 그것도 사서 갖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놓아주는 거야. 돈 버리는 건데.”
“무슨 상관이야? 그걸로 내 동생 마음이 편해지는 건데.”
“어쨌든 네가 원하는 거잖아.”
헐.
좀 감동이다.
“아레스, 익시온…….”
내가 손을 뻗자 두 사람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그냥 두 사람을 조금 놀릴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진짜로 돈을 내준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우애를 다지는 동안에도 아래에서는 사회자가 계속 진행을 했다.
“엄청난 입찰이었습니다. 항상 저희 아스탈에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아까와는 현저히 다른 종류의 웅성거림.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회자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늦게 이변을 깨달은 사회자가 제 인중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
“어?”
그게 사회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사회자가 풀썩 쓰러졌다.
사회자뿐만 아니었다.
경호원이나 진행 요원들이 전부 코피를 흘리거나 검붉은 피를 뿜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장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익시온이 나를 홱 들었다.
아레스에게서 뻗어나온 마기가 보호막처럼 내 주변을 감쌌다.
“공기에 독은 없어.”
“안심하긴 일러. 이대로 빠져 나간다.”
나는 익시온의 어깨에 매달린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경매장.
사람들은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어떻게든 빨리 경매장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단상 위에서 있는 소년만이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의 주변만 흔들림 없는 수면처럼 잔잔하다.
그는 고개를 든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와 유리된 듯한 시선.
얼핏 눈이 마주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기란 불가능하다.
내 입 모양도 잘 안 보이겠지.
그걸 알면서도,
‘잘 살아.’
나는 그에게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익시온이 밖으로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소년의 모습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게 나와 그 기묘한 소년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다.
* * *
“내 동생이랑 처음으로 한 외출인데 완전히 난리가 났네.”
탈출 후, 공작성으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아레스가 말했다.
“아니야. 오히려 잘 됐지. 그런 놈들한테 100억이나 주기 싫었는걸.”
경매품의 지불은 경매가 끝난 뒤 물건을 수령하며 이루어진다.
돈도 안 내고 애가 풀려났으니 잘 됐지.
‘창살은 파괴했고 그럼 알아서 잘 탈출했겠지.’
사회자의 시체에서 구속구 제어기를 찾고, 사무실 같은 데에서 열쇠까지 챙기면 완전히 자유였다.
“근데 왜 갑자기 피를 흘린 걸까.”
“그 반응은 독이었어. 하지만 뭔가…….”
아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경매장 앞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멀쩡한데 더 멀리 있던 진행 요원들이 쓰러진 것도 이상했지. 공기 중에 독도 없었고.”
“음식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데 아스탈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을 텐데.”
“아스탈의 경호원 중에는 독에 내성이 있는 애들도 있을 거고.”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으쓱했다.
“뭐 어쨌든 그딴 경매를 주도 하던 사람들은 죽어도 싸. 누구 소행인지 몰라도 잘 됐지!”
내 말에 두 사람이 픽 웃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마차는 공작성에 도착했다.
아레스의 손을 잡고 폴짝 뛰어내린 후 성안으로 들어가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루루.”
로비에는 아빠가 나와 있었다.
“암시장 경매에 갔다가 일이 있었다면서.”
아빠의 시선이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었다.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듯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데리고 갔지?”
아빠가 나를 안아 들며 오빠들에게 싸늘하게 물었다.
그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익시온이 뒤통수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뭐가 걱정이십니까. 저와 같이 있으면 다 괜찮을 텐데.”
“제 동생이 가고 싶어 했으니까요. 그깟 위험 따위야 제가 막으면 그만입니다.”
“아니.”
아빠가 매섭게 아레스의 말을 부정했다.
“너희만으로는 부족하다.”
붉은 눈동자가 오만하게 익시온과 아레스를 내려다보더니 내게로 향했다.
“루루,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도록 해라.”
아빠가 통통한 내 뺨을 쓸며 나와 눈을 맞췄다.
“저놈들이랑만 같이 가니 몸이 상하지 않았느냐.”
내 몸 어디가 상했는데요?
“속눈썹이 한 가닥 빠졌어.”
“…….”
아니, 속눈썹이 빠지는 건 정상인데요.
원래 몇 개월마다 빠지고 새로 난다구.
근데 한 가닥 빠진 건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거 다 새어놓기라도 한 거야?
“내 딸의 속눈썹은 황금으로 만든 것보다 귀하거늘.”
아빠가 스윽 눈만 움직여 오빠들을 내려다봤다.
기가 막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빠들은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까 너무 빠르게 달린 모양이네. 제 실수입니다.”
“다음부턴 속눈썹까지 마기로 보호해야겠군. 저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아냐, 그거 아냐.
이 집안에서 정상인은 나뿐인가.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다음부터 나와 함께 갈 테니까.”
“각하께선 일이 바쁘실 텐데요.”
“저와 함께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루루가 경매장에서 100억짜리 물건을 사달라 했다면서.”
아빠가 피식 웃으며 오빠들을 내려다봤다.
“너네 현금으로 100억 있나?”
“…….”
오빠들이 분하다는 듯이를 사리물었다.
“루루, 아빠는 현금으로 있다.”
즉시 완납 가능.
현금 상시 대기.
아빠의 눈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 예……. 좋으시겠어요.
아빠는 나를 안은 채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방에 도착해서 아빠는 내가 외투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는 것을 도와주셨다.
나는 슬쩍 눈치를 보다 물었다.
“아빠 나 안 혼내요?”
일반적인 경매가 아니라 암시장 경매에 갔는데.
“경매장에 간 걸 왜 혼내야 하지?”
“어쨌든 위험한 곳에 간 거잖아요. 거기다 불법적인 경매였고.”
“암시장에 한 번도 가지 않은 파에라톤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네게는 가고 싶은 곳에 갈 자유가 있지.”
“…….”
“혼자 몰래 간 것도 아니고 외출을 알리고 나갔는데 내가 혼내야 할 이유는?”
“그럼 괜찮아요?”
“그래, 어쨌거나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간 것도 잘했다.”
아빠가 내 머리를 풀어주는 오빠들을 눈짓하며 말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미안하구나.”
“네?”
갑작스러운 사과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이 녀석들 없이 너만 가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은데.”
나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깨달았다.
마기가 없는 나는 다른 파에라톤의 직계와 달리 위험에 취약하다.
아이를 거의 방목하다시피 키우는 파에라톤의 가풍은 아마 이 강대한 힘에서 비롯된 거겠지.
애들한테 가문의 사업을 맡기는 것도 좀 특이하고.
“괜찮아요! 없이 태어나면 없이 태어난 대로 사는 거죠!”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마기가 없는 게 슬펐던 건 아빠랑 오빠랑 가족이 아닐까 봐 그랬던 거인걸!”
“그런 생각 따위 절대 하지 마라. 너는 내 하나뿐인 딸이다.”
“응! 이제는 아빠랑 오빠들이 내 진짜 가족이라는 걸 아니까 마기는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래.”
아빠가 미소 지어서 나는 굉장히 마음이 따끈해졌다.
그때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각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집사가 내 방에 뛰어들어오며 외쳤다.
공작성에 와서 고용인들이 이렇게 당황한 건 처음 본다.
대체 무슨 일이지?
“습격입니다!”
습격?
전혀 상상치 못한 소식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공작성에 습격이라고? 그럼 침입을 허용한 건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공작성의 방비가 그리 약하진 않을 텐데. 얼마나 되는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이냐.”
“그게…….”
집사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망설이더니 실토하듯 말했다.
“어린아이 한 명입니다.”
어린애?
“아가씨 나이 또래로 보이는 소년입니다.”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