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화(6/353)
☆ 제6화 ☆
한 번도 날 찾아오지 않았던 공작이 함께 아침을 들자고 제안한 건 의외였다.
‘으음, 불편한데. 체하는 건 아닐까.’
일전에 식사하는 날 뚫어지게 노려보던 공작이 생각났다.
‘아냐! 이건 기회야!’
보면 볼수록 정이 붙을 테니까.
‘나도 공작에게 익숙해져야지!’
“좋은 아침이에요, 아빠!”
나는 식당 안으로 들어서며 힘차게 인사했다.
공작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내 자리로 갔다.
“와아, 맛있겠다!”
어색함을 날리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말했는데, 식탁 위에는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잘 먹을게요, 아빠. 아빠도 맛있게 드세요!”
흑흑. 되돌아오는 답이 없는데도 굴하지 않는 눈물겨운 나의 노력.
이 정도 무시는 간지럽지도 않다, 흥.
나는 포크를 들고 뽀득뽀득한 소시지와 스크램블드에그, 신선한 제철 과일과 샐러드를 콕콕 찍어 먹었다.
진짜 다 맛있다.
아주 기본적인 아침인데도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레벨이 다르다.
타렌카 후작저에서 못 먹고 자란 게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가장 맛있는 건 역시 후식으로 나온 커스터드 푸딩 이었다.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아쉬움에 선디 스푼을 쪽쪽 빨고 있는데, 내 앞에 무언가가 놓였다.
“먹어라.”
내가 그렇게나 아쉬워하던 커스터드 푸딩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공작을 바라보았다.
어, 그러니까一 내가 이거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준 거, 맞나?
언제 내게 푸딩을 양보했냐는 듯, 그는 진하게 우린 차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
언제는 사람 어색할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왜 지금은 신문을 보는 걸까?
‘나 무시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헤헤.”
나는 선디스푼으로 푸딩 한가운데를 폭, 떴다.
탱글탱글 물결치는 푸딩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에도 무언가가 물결치는 듯했다.
나는 공작을 힐끔 바라보았다.
스푼 내밀고 한입 먹어보라고 하는 건 좀 그런가…….
내가 진짜 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뭐래. 왜 고민해. 되든 안 되 든 한 번 해봐야지. 정 쌓는다며!’
마음 한구석에서 소리쳤지만 내 손은 미동도 안 하고 손가락만 꼼질꼼질거릴 뿐이다.
결국, 나는 공작에게 푸딩을 주지 못하고 내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뭐 아빠가 있어 봤어야 알지.’
“一잘 먹겠습니다.”
나는 푸딩 대신 그 말만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 * *
파에라톤 공작이 내게 양보해 준 푸딩까지 깨끗이 다 비운 지도 한참.
나는 아직도 식당을 못 벗어나고 있다.
공작이 일어나지 않고 나를 빤히 노려보고 있기 때문에.
혼자 일어나기도 그래서 멀뚱멀뚱 앉아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공작의 우아한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
“……왜 안 붙지?”
예?
붙다니요, 대체 뭐가……?
혼잣말 같은데 왜 날 보며 하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공작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날 달랑 들어 올렸다.
“……?!”
뭐, 뭐야.
나는 그대로 공작에게 들려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나?’
그래서 아침도 같이 먹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원래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공작은 이미 저택에 없었다.
오늘은 일부러 나가지 않고 날 기다린 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긴장감에 침이 꼴딱 넘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집무실에 도착한 공작은 나를 무릎 위에 앉혀놓곤…… 서류를 봤다.
그래, 서류를.
‘아니, 이게 아니잖아!’
나는 (내적으로) 붕붕방방 팔다리를 휘저었다.
내가 (속으로) 파닥파닥 댄스를 추든 말든 공작은 유려한 필치로 서류에 사인만 했다.
‘으음…….’
나도 그렇게 눈치가 없진 않다.
그간 내게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어제부터 껌딱지마냥 데리고 다니는데, 어떻게 모르겠는가.
설마설마했지만一.
‘진짜로 내가 낯선 거 싫다고, 앞으로 꼭 붙어 있을 거라고 해서 그런가……?’
아니, 내가 그간 수없이 뒤통수 맞긴 했지만 말야.
그거 외에 다른 이유는 딱히 없잖아?
데리고 다니면서 나한테 해코지하는 것도 아니고. (표정은 차갑지만.)
푸딩도 양보해주고. (표정은 차갑지만.)
왠지 가슴 속이 캐러멜 시럽을 잔뜩 뿌린 푸딩처럼 몰랑몰랑해졌다.
양 뺨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 뭔가, 좀.
괜히 어색해서 손끝을 만지작거렸다가 발끝을 오므렸다 폈다.
어, 으음, 아니, 내 계획이 잘 먹힌 거잖아.
자주 봐서 기른 정이라도 들게 하겠다는 거.
그러니까 나한테 잘된 거고, 이 기세를 몰아가는 게 좋은데, 어…….
아一 왜 이렇게 부끄럽지.
‘아니아니, 나는 오늘 할 일이 많은데!’
매개체 찾아야 하는데!
할 일을 생각한 것뿐인데 왠지 도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도망은 무슨! 진짜로 찾아야 해!’
그때, 서늘한 음성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들자 나를 내려다보는 공작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꼼지락거린 바람에 신경 쓰였나 보다.
음, 여기서는 뭐라 할지 좀 생각을一.
“예쁜 거 구경하고 싶어요.”
아니, 생각을 좀 하자고!
냉큼 대답해버린 내 입술, 요놈!
공작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시선이 안나를 향했다.
집무실 구석에 정물처럼 서 있던 안나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공손하게 답했다.
“오늘 막내 아가씨께선 성전의 방을 구경하실 예정이었습니다.”
으악. 그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해!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왜 하필이면 가보를 보관한 방에 가냐고 하면 어쩌지.
“이 더러운 도둑년!”
타렌카 후작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천둥처럼 내리쳤다.
설마 후작처럼 날 때리진 않겠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지가 움츠러들었다.
공작은 아무 반응 없이 무릎에 있던 나를 휙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
공작의 품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길 세 번, 나는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챘다.
파에라톤 공작은 날 데리고 성전의 방으로 가려는 것이다.
‘응?’
진짜 가? 그냥 이렇게 보여줘?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가 보기를 이렇게 막 보여줘도 되는 거야?
게다가 서류가 저렇게 쌓여 있는데?
나는 공작의 어깨너머로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호구…… 아니아니, 좋은 사람일지도.’
겉은 그렇게 날카로우면서 순 맹탕이잖아.
‘이게 바로 겉바속촉?’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공작의 어깨에 기대 힐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얼굴.
‘그래도…….’
타렌카 후작 같은 1번 악당이 아니라 2번, ‘사실은 좋은 사람인 악당’일지도.
너무 순진하고 어리숙하군요!
이 세상은, 로판의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간 많이 실망하고 많이 낙담하지 않으셨나요?
자나 깨나 뒤통수 조심!
잊지 마십시오!
퀘스트창에 떴던 글자가 눈앞에 아른아른하긴 했지만.
나는 긴장했던 어깨의 힘을 빼고 단단한 그의 팔에 몸을 맡겼다.
* * *
“우와아……!”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어두운 방 안.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빛.
빛은 수정에 반사된 것처럼
바닥에 옅고 깨끗한 살을 새겼다.
짙은 먹빛의 휘장에는 금사와 은사로 공작가의 문양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고, 세월이 쌓인 곳 특유의 장엄하고 중후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숨조차 조심 내쉬게 된다.
이곳의 시간은 멈춰 있는 것만 같다.
‘성전(聖戰)의 방이라더니…….’
그 이름에 걸맞게 어두운데도 고결하고 신성한 느낌이었다.
그저 값비싼 물건을 모아놓기만 한 방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과 역사가 담겨 있는 곳 같은…….
그냥 보물이 아니라 전리품을까?
실제로 명화나 조각상 같은 예술품보다는 검과 방패, 갑옷, 성배와 로사리오 등등 딱 봐도 전설이 붙어 있을 것 같은 귀물들이 많았다.
압도적인 광경에 목적도 잊은 채 둥근 방의 벽면을 따라 전시된 보화를 멍하니 둘러보는 곳인데, 한 곳에서 시선이 절로 멈췄다.
방 한가운데 홀로 자리 잡은, 상아와 금으로 만든 화려한 콘솔.
그 위에는 유리로 된 둥근 관이 씌워져 있었다.
배치로 보나 취급으로 보나 딱 봐도 저기 있는 게 가장 귀한 물건 같았다.
‘대체 저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함에 고개를 쭉 빼는데 공작이 뚜벅뚜벅 걸어 그 앞으로 다가갔다.
‘오……!’
점점 가까워지는 유리관을 보며 두근두근 기대감도 높아져 갔다.
드래곤의 심장이라는 마나하트?
일곱 바다에 사는 인어의 눈물?
신의 힘을 담아둔 구원의 열매?
아니면, 용사의 검에 박혀 있던, 검의 혼이 담긴 신석?
온갖 판타지스러운 보물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뭔진 몰라도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운 보물이겠지!
놓아둔 콘솔조차 저렇게 호화로운걸.
그리고 콘솔 앞에 도착한 나는?
“에계……?”
一김빠진 탄식을 내뱉었다.
유리관 안에는 건드리면 바스러질 것 같은 낡은 책이 놓여 있었다.
원래 색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아니, 물론 오래된 책도 귀하긴 하지. 응.
역사적으로 중요한 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방 안에 있는 다른 귀물들과 비교하니 푸시식했다.
‘구경은 됐으니 이제 이 중에 소환 매개체가 있는지…… 헉!’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숨을 삼켰다.
알림창이 나를 뭐라고 불렀던가.
독자님, 이라고 했지.
그리고 〈러시앤캐시〉를 설명하며 뭐라고 했던가.
독자님께 딱 걸맞은 능력, 이라고 했고.
그렇다면一.
‘저거다.’
이상하게도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데, 저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얻지?’
유리관 안에 있으니 한 번 만져보기도 힘든데……. 흠.
“아빠, 이 책은 뭐예요?”
“봉인서다.”
봉인서라니. 악마라도 봉인되어 있는 거 아냐?
그 악마 놈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때, 갑자기 공작이 날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자연스레 나는 그의 널따란 가슴에 폭 감싸였다.
“……?”
의아하게 그를 올려다보는데, 뒤에 있던 보좌 아저씨가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봉인서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봉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썩어들어가는 내 표정을 오해한 듯하다.
‘……설마 공작도?’
그래서 나를 더 꼭 안아준 걸까?
‘어쨌거나 악마가 봉인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무것도 없으면 왜 여기에 보관해요?”
“초대 공작의 지보라서 그렇다.”
공작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을 흘렸다.
“와아, 엄청 오래된 거네요. 신기하다아.”
도둑놈 심보를 꽁꽁 감추고 순진한 척 양 뺨을 착 감쌌다.
“한 번 만져봐도 돼요?”
“그건…….”
파에라톤 공작이 드물게 말을 흐렸다.
“안 되나요?”
초롱초롱 눈빛 공격을 하는데 공작의 차가운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쳇. 안 먹힐 줄 나도 알고 있었어. 그냥 한 번 해본 거야.
“하하, 아가씨. 아무래도 보존 상태가 안 좋다 보니 그러시는 겁니다.”
보좌 아저씨, 그렇게 위로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쩐다?
쉽게 주진 않을 거 같고 일단 여기선 작전상 후퇴를一
[돌발 퀘스트 발생!]一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알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서 퀘스트창이 떠오른다.
〈최고의 효도(1)〉
독자님, 의외로 감이 좋으시군요! 아니면 위대한 〈아프타네스〉의 계약자이기 때문일까요?
〈소환 매개체〉 발견을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그것을 진정으로 손에 넣으려면 크나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군요.
하지만 산은 오르라고 있고, 바라는 건너라고 있는 것!
설마 작전상 후퇴라든가, 조금 생각해본 뒤에 시도하자 같이 무른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요?
빠른 진행! 로판 독자라면 응당 빠른 전개를 지향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십시오. 정복하고 쟁취하십시오!
로판 독자는 이런 상황에서 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 조건: 파에라톤 공작을 설득해 〈소환 매개체〉를 획득.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 퀘스트 거절 패널티: 인생 하차
– 퀘스트 실패 패널티: 인생 하차
‘이 미친……!’
빠른 전개는 무슨! 그딴 것보다 내 목숨이 더 소중해! 사람이 신중해야지!
‘솔직히 방법도 모르겠는걸.’
그냥 거절하려는데 ‘거절 패널티’가 눈에 들어왔다.
‘인생 하차?’
소설에서 하차는 몇 번 해봤는데, 인생 하차라면…….
‘설마 인생에서 하차한다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응.’
부정하고 싶은데 그게 맞는 거 같다.
안 한다고 해도 죽음, 실패해도 죽음이라니!
‘이 악마 놈!’
역시 믿는 게 아니었다.
속으로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 아래 적힌 말을 읽었다.
– 퀘스트 수락 혜택: 힌트가 활성화됩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버럭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저 차가운 공작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는 지금 한 줄기 실마리도 절실했으니까.
‘그런데 힌트가 활성화된다니. 뭐 선택지 같은 게 뜨는 건가? 아니면 호감도라거나?’
어쨌든 다행이다.
‘힌트가 있다면야 나도 지금 책을 손에 넣는 게 좋지!’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혜택으로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힌트가 활성화됩니다.]‘좋아! 힌트를 다오! 이왕이면 선택지로!’
두근두근하며 공작을 바라보는데一.
“……?!”
나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기, 공작님……. 공작님 얼굴이 이상한데요. 정확히는 이상한 게 붙어 있는데요…….
‘왜, 공작님 볼따구에 하, 하트가 그려져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