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1화(61/353)
☆ 제62화 ☆
아빠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었다.
“내려줘요. 아빠 무서워. 루루꽃을 태운댔어.”
“내, 내가 왜 루루꽃을 태우겠느냐. 아빠 안 무서워.”
아빠는 드물게 매우 동요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예 말까지 더듬었다.
“그치만 꽃이랑 풀 다 태운다구 했어요. 루루꽃도 풀인걸.”
“다른 잡풀들이랑 우리 루루꽃은 달라.”
“꽃이랑 풀이랑 나무는 모두 루루꽃의 친구들이에요. 아프게 하면 미워.”
“아빠가 루루꽃의 친구들을 괴롭힐 리가 없지.”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식물을 사랑했단다, 내 동생.”
“굳이 약골이랑 비슷한 걸 괴롭힐 생각은 없어.”
아빠와 오빠들이 다급하게 말하고는 애타는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그럼 안 미워요!”
그제야 세 사람이 어깨의 힘을 풀었다.
“나는 정원 좋아요. 맨날 온실에서 꽃구경하다가 이제 겨우 봄이 되려 하는데, 정원사 언니 오빠들이 없어서 엉망이면 슬플 거야.”
“……내 딸을 슬프게 할 순 없지.”
“내 동생은 꽃구경을 좋아하니까.”
“뭐, 비리비리한 게 잘 어울리긴 하네.”
“그럼 정원사 선생님들 때찌 하지 않을 거죠? 예쁜 거 가꾸는 귀한 사람들인데.”
“그래.”
휴, 이것으로 애먼 사람들이 피 보는 건 막았다.
“아가씨……!”
엎드려 있던 정원사들이 나를 불렀다. 울망울망한 눈이었다.
“공작성에서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 따위 감상해주시는 분은 아무도 없었는데……!”
“아가씨께서 온실을 자주 찾아주시는 걸 알고 얼마나 기쁘던지! 봄의 정원도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가씨께서 공작성에 돌아와 처음으로 맞는 봄이 아닙니까!”
“고마워, 다들! 항상 덕분에 눈이 행복해.”
고맙고 미안합니다.
내가 괜히 풀에 베였다고 해서.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진짜로 몰랐지.
‘이따 내 사재로 정원사들한테 보너스라도 챙겨주라고 해야겠다.’
“허억! 귀, 귀여워! 진짜 꽃이신가?”
“아냐, 그 어떤 꽃도 루루꽃님의 귀여움에는 따라갈 수 없어!”
“좋아, 오늘부터 교배종을 연구한다! 루루꽃님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꽃을 재배해야지!”
“루루꽃님의 발끝에라도 따라 오는 꽃을!”
“우오오오오!”
아니, 그건 정말로 됐어.
진심으로.
나는 갑자기 불타오르는 정원사들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Chapter 14. 정했어, 네 이름
최근 내 삶은 그 어떤 때보다 알찼다.
사업을 진행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또 여러가지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틈틈이 그 애에게 찾아갔다.
능력을 다섯 번 쓰는 동안 많다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꺼져.”
“무슨 개수작이지?”
“어디까지 날 농락할 셈이냐.”
찾아갈 때마다 날을 세웠던 그 애가 점차 내가 있을 때 앉아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멀찍이나마 떨어졌을지언정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 애의 이름조차 몰랐다.
“여전히 이 할미에게 이름을 가르쳐줄 생각은 없어?”
“그딴 거 없어.”
“그럼 할미가 짓는다? 언제까지고 이눔아하고 부를 수 없잖아.”
“그러든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구?
그럼 나도 방법이 있지.
“그럼 바둑이.”
“하, 노예에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군.”
“아니! 장난이야, 장난!”
하마터면 인간 말종이 될 뻔했다, 유.
얘는 왜 그렇게 바로 받아들인담?
……진짜로 나처럼 이름을 모르는 걸까.
아예 지어주는 사람조차 없었던 거면一.
‘이름이라…….’
사람 이름을 지어주는 건 처음인데.
끙끙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나중에 지어주어도 돼?”
“그럴 필요 있나.”
“이름이잖아. 중요한 거니까 그냥 막 지을 순 없어.”
“……고작 노예에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노예도 사람이야.”
“……언제는…….”
“응?”
뭐라 중얼거린 것 같아서 되물었지만, 그 애는 대답 않고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몇 살이야?”
“그딴 걸 왜 신경 쓰지? 이름처럼 부를 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딱히 중요하지도 않잖아.”
“사는 데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몇 살인지 아는 건 행복한 일이야.”
나는 내가 네 살이란 걸 알았을 때 무지 기뻤어.
고개를 드니 그 애가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서 씩씩하게 외쳤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고 불행할 건 없지! 이 초콜릿 하나면 바로 행복해지는걸! 자, 할미가 초코 하나 주마.”
나는 품에서 초콜릿을 척! 꺼냈다.
“필요 없어.”
그 애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제 나이를 모르는 애한테 괜한 말을 했다 싶어서 나는 초콜릿 포장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자잘한 상처는 다 아문 게 보여서 뿌듯했다.
‘아직 마음을 연 것 같진 않지만.’
어흑.
여주 언니들 어떻게 그렇게 들짐승의 마음을 잘 열었던 건가요.
나는 이렇게나 멀었는데.
‘그래도 정말 나쁜 애는 아닌 거 같아.’
대화를 나눌수록 느껴졌다.
그런데 악마는 왜 위험하다고 했을까.
‘아차, 복수심.’
할미에게 호의를 받았다고 해도 파에라톤 공녀에게 복수심을 가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흠흠, 그러고 보니 말이야.”
나는 은근하게 말을 꺼냈다.
“이 집 아가씨가 너한테 조금 못되게 굴었다고 하던데.”
슬쩍 눈치 보니 그 애는 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살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무언가 알아챈 듯 씨익 미소 지었다.
‘와, 쟤가 웃는 거 처음 봐.’
근데 문제는 딱히 좋은 의미의 미소가 아니라는 거다.
저거 분명 어떻게 조질까 상상하며 짓는 미소인데.
“나를 살육 인형으로 만들겠다고 했지.”
“어, 어?”
“얼굴이 예쁘장하니 노리개 삼아도 되겠다고 했어.”
“아니, 노리개라곤…….”
그렇게까진 말 안 했잖아!
“그, 걔도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런 거 아닐까? 애가 뭣모르고 한 소리에 따악히 열 낼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당당히 협박하던 모습은 어린애가 뭣 모르고 지껄이는 소리 같지 않던데.”
“그, 그런 소리는 잊는 게 최고야! 이 할미가 오래 살다 보니 그래.”
“워낙 대단한 소리여야 잊혀 지지.”
“……만약에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 할 거야? 서, 설마 그 애한테 복수한다거나…….”
“글쎄, 어떨까.”
아니, 왜 말을 그렇게 끄세요.
복수하면 한다, 아니면 안 한다!
확실히 말해달라구요.
괜히 불안해서 더 무섭잖아요.
나는 오들오들 떨며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방법을 바꿔야 하나.
* * *
아이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제가 잠이 들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가 막혔다.
그날 이후 그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오로지 정신을 잃는 것만이 그가 취할 수 있는 휴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런 지하 감옥에서, 그것도 자신을 노예로 부리겠다고 하는 여자애의 집에서 이리 자주 잠이 들다니.
그 여자애.
말랑말랑한 얼굴에 유순한 눈매, 커다랗고 깨끗한 눈동자.
솜사탕같이 달콤한 핑크빛 머리카락은 손을 대면 녹아버릴 것처럼 보였다.
꿈, 별빛, 크림, 꽃잎, 설탕, 무지개.
그런 단어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살 것만 같은 아이.
그리고 도저히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아이.
“잘 살아.”
언제는 그리 말하더니,
“내가 100억 주고 낙찰받았잖아.”
“내 노예니까 처분도 내가 결정해야지. 노예는 온전히 주인의 소유니까.”
그다음 순간엔 자신을 입찰하려고 소리를 꽥꽥 지르던 인간들과 똑같은 말을 했다.
그게 단순히 자신을 살리기 위해 했던 말이라기엔一.
“어차피 네 생사여탈권은 나에게 있어. 네가 아니라.”
죽을 자유조차 없다고 말하던 얼굴이 선명했다.
“너무 작아서 안 맞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꺾어 신는 게 나을 거야.”
방금 전에 너에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없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친절을 베푸는가.
손바닥만한 신발이 너무나 조그맣고 조그매서…….
“기사 아저씨들이 독에 당했는데 죽지 않았어. 일부러 그런 거야?”
그 아이가 그렇게 물었을 때, 사실은 기뻤다.
알아주었구나.
기쁜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랐었다니.
하지만 그 마음은 곧장 짓밟혀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너는 내 노예야. 내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인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지?”
“넌 제법 쓸 만하니 살육 인형으로 만드는 것도 재밌겠지. 아님 예쁘장한 얼굴이니 남들이 부러워하도록 시중을 들게 해도 괜찮겠어.”
“죽지도 못하게 한 채 평생 너를 내 마음대로 부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야.”
결국, 그 애 역시 그를 가지려 했던 수많은 인간들과 다르지 않았다.
무언가를 기대했다는 것조차 우스웠다.
이 상황에서조차 자신은 사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는가.
이 얼마나 미련하고 멍청한 짓인가.
다시는 기대하지 않으리라.
이 여자애는 그 어떤 존재보다 더 지독하다.
그런데.
“할미 왔다.”
무슨 생각인지 그 애가 낑낑대며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왔다.
자신을 할미라고 부르면서.
처음에는 무슨 질 나쁜 장난 인가 했다.
하지만.
“이눔아, 할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자자, 할미가 돌봐주려 하는 거야. 무섭지 않아요. 착하지?”
“아유, 잘 참네. 뉘 집 손주인지 장군감이야~”
“원래 할미는 아픈 애를 보면 보살펴 주고 싶어지는 법이야.”
그 애는 진짜로 본인이 나이 지긋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믿는 듯했다.
그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심안.’
그에게는 진실을 꿰뚫는 눈이 있었다.
아마 폴리모프나 둔갑술 같은 걸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겠지.
원래의 모습 그대로 훤히 보이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채 대범하게 구는 게 우스웠다.
하지만 우습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 아이가 강제로 제 몸을 닦을 때는 정말 기겁했다.
걔는 어찌 된 애가 부끄러움도 없는지 다 큰 어른이 애를 돌보듯 행동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또래 여자애가 딱 붙어서 팔다리를 닦아준 것이다.
작고 말랑말랑한 손.
부드러운 손길.
좋은 향기와 가끔씩 살결을 스치는 그 애의 긴 머리카락.
그때는 진짜 사지가 마비되지만 않았어도 감옥을 부수고 탈출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여자애는 무릎을 베게 한 채 얼굴까지 닦아줬다.
그때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도…….
오밀조밀한 생김새와 봄의 꽃잎 같은 입술.
햇살처럼 뻗은 속눈썹.
보송보송 매끄러운 흰 뺨.
무엇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단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드넓은 하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국의 바다.
그토록 선명하게 푸른 눈동자가一.
너무나 싫어서.
끔찍해서.
가슴을 태워버릴 듯 잔인해서.
차라리 그 조그마한 아이의 손에 죽고 싶었다.
* * *
“앗, 잠들었네.”
나는 누운 채 눈을 감고 있는 그 애의 모습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능력을 썼잖아.’
아까운 내 능력!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보통은 애가 깨 있는지 확인하고 쓰는데 오늘은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
“어쩔 수 없지.”
깨우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이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그래서 나는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베개와 모포를 가져다줬는데도 그 애는 맨땅에 누워 있었다.
나는 조심히 그 애의 머리를 들어 내 무릎 위에 얹었다.
그리고 살살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아빠랑 아레스가 자주 해주는 데 이러면 잠이 잘 온다.
‘와…….’
잠든 그 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여전히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먹여서 전보다는 살이 조금이나마 붙었다. 얼굴에 피딱지도 다 사라졌고.
“야, 내가 이렇게 보살펴 주는 데 나중에 커서 나쁜 놈 되면 안 된다?”
나는 잠 든 그 애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굳이 착한 놈이 될 필요는 없어. 원하는 대로 살아. 근데 날 죽이면 안 된다, 알지?”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거 옆에서 중얼거리면 무의식중에 기억나는 거 아냐? 세뇌처럼.’
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
나는 그 애의 귓가에 속삭였다.
“루아티샤 파에라톤을 죽이면 안 돼. 파에라톤 공작가를 해치면 안 돼. 루아티샤 파에라톤을 죽이면…….”
그걸 한 다섯 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 나는 만족했다.
“에구, 삐쩍 말라가지곤. 원래 애들은 통통해야 하는데.”
아무리 살이 붙었다고 해도 여전히 말랐다.
아직 젖살이 남아 있는 모습이 앳되어서, 나는 더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잘 커야 할 텐데.”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쩌나.
잘 커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왕이면 이 미모도 유지하고.
이왕이 아니라 꼭, 반드시 이 미모는 지켜야 한다.
나는 그 애의 앞머리를 흐트러트리며 속삭였다.
“너 진짜 좋은 여자 만나서 꼭 애를 열둘은 낳아야 해.”
움찔.
그 애의 미간이 꿈틀했다.
‘깨, 깬 건가?’
나는 당황해서 숨도 죽인 채 그 애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한참을 지켜봐도 그 애는 고른 숨만 내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나는 다시 세뇌를 재개했다.
“최소가 열둘이야. 할 수 있는 한 많이 낳아. 그게 네가 인류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흠. 좋아.
세상에 미인이 많아질수록 복지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