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2화(62/353)
☆ 제63화 ☆
“근데 얘는 한 번 잠들면 절대 깨지 않는 타입인가?”
슬슬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캬르릉 털 세우는 게 분명 예민해 보였는데. 어쩜 한 번 뒤척이지도 않고 잘 자네.”
말간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슬금슬금 장난기가 발동했다.
콕.
“예쁜 짓.”
검지로 뺨을 찔러 보는데 우스꽝스럽긴커녕一.
“이것도 어울리네.”
심지어 아주 잘.
뺨도 말랑말랑하니 촉감이 좋았다.
‘……뭔가 재밌는데.’
양쪽 검지를 이용해서 더블 예쁜 짓도 해보고, 검지와 엄지로 브이를 만들어서 턱에도 척 대봤다.
“오.”
제법?
이번에는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뺨에 삶은 달걀을 만들었다.
“푸흡……!”
귀여워.
잠든 아이의 얼굴은 그야말로 천사 같아서.
그게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가슴이 아팠다.
완전 애기인데.
“이래도 안 깨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
이대로 두고 가려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진짜로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역시 애는 이렇게 그늘 한 점 없어야지. 앞으로는 깨어 있을 때도 이렇게 살아.”
마지막으로 한번 쓰다듬어주고 철창문을 열고 나오는데.
‘으응?’
왠지 뒤통수가 따끔따끔한데?
설마?
재빨리 뒤를 돌아봤는데 그 애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눈을 꾹 감은 채.
‘기분 탓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어깨를 좁혔다.
‘혹시 감옥 안의 유령?!’
으으,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하나두 안 무서워!
나는 다다다다 달려서 감옥을 빠져나왔다.
* * *
보름이 지나자 봄은 완연해졌다.
그리고 나를 기쁘게 하는 소식들이 속속히 들려 왔다.
우선 칸도르 백작이 원로원 수장 자리를 꿰어찬 것.
그가 자신 있게 단언한 대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검은 황금 사업도 순항 중이었다.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도 만들었고, 상단도 발족했다.
잠든 마나석을 깨워 검은 황금을 만드는 설비도 갖췄다.
건물을 처음부터 다시 지은 게 아니라 폐공장을 이용한지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거기다 생산 설비에서 일할 인력까지 고용 완료.
‘즉, 이제 본격적으로 생산 라인을 돌리면 된다는 거지.’
그리고 어느 정도 물량이 갖춰지면 바로 마케팅 돌입!
어떻게 팔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렜다.
‘그러고 보니 나 지금 공장주에, 광산주에, 상단주잖아?!’
니콜라스 타렌카에게 삥 뜯은 마장이나 별장 기타 등등을 합치지 않고, 온전히 내가 한 것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성공한 다섯 살 응애라니……!’
크으, 이세계 환생 라이프 최고다!
이 영광을 수많은 로판 여주 언니들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나의 베댓들에게도, 치얼스!
좀 웃기지만 베댓 제일 많이 해서 환생자로 뽑혔다고 했으니까.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그 애였다.
능력을 쓸 수 있는 횟수도 얼마 남지 않아서 나는 최근 그 애를 찾아가는 빈도를 줄였다.
대신 편지와 함께 바구니를 배달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애는 잘 먹었다는 한 줄 한 번 적지 않았다.
그래도 비어있는 바구니를 보면 마음이 푸근해졌다.
잘 먹구 있구나, 오구오구.
줄어드는 능력 사용 가능 횟수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그럴수록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사람 마음을 여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전처럼 억지로 먹지 않는 게 어디야.
‘이름도 정해줘야 하는데.’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 보였던 것도 또 조금 지나자 너무 별로라고 느껴져서 딱 정할 수 없었다.
엄마도 내 이름을 정했을 때 많이 고민하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따끈따끈하면서 찌잉해졌다.
코끝이 시큰해지면서도 슬플 때랑은 다른 감각.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칸도르 백작님께서 도착하셨어요, 아가씨.”
“벌써? 빨리 왔네!”
안나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로비로 달려갔다.
“어이쿠, 그렇게 뛰시다간 아주 넘어집니다, 아가씨!”
고용인들이 외쳤지만 듣지 않았다.
로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중앙 계단에 도착하자 칸도르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항상 보는 칸도르 백작이 왔다고 이렇게 반기는 건 아니었다.
내 시선이 칸도르 할아버지의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오빠!”
반짝이는 물빛 머리칼의 소년이 내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혈색이 도는 뺨, 반질반질 윤이 나는 피부, 또렷한 시선.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짙게 드리워 있던 인체 실험의 흔적이 사라진 얼굴.
‘응, 보기 좋아.’
칸도르 할아버지가 까칠하긴 해도 좋은 아빠가 되어줄 줄 알았어.
그때였다.
“오빠?”
“오빠아?”
아레스와 익시온이 내게 다가오며 기가 막히단 얼굴을 했다.
“저 녀석이 왜 네 오빠지?”
“루루는 내 동생인 줄 알았는데.”
둘 다 엄청난 시선이었다.
익시온은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고, 아레스는 생글생글 웃는데 그게 더 무섭다.
“아니, 우리 오빠라는 뜻이 아니라……. 저 오빠가 나보다 나이가 많一.”
“또 오빠라고 하네? 저 녀석이 감히 네 오빠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나로는 부족했던 거니?”
아니, 사람 말을 좀 들어!
가족 중에 오빠가 아니라 그냥 나보다 나이 많은 오빠라고!
‘그리고 난 아직 오빠의 이름을 모른단 말야! 다르게 부르기도 난감해!’
일전에 칸도르 할아버지에게 오빠의 이름을 물었었지만,
“그건 제 아들에게 직접 들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응?”
“딱히 내색하진 않지만 직접 알려드리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그 마음은 잘 알고 있었다.
내 이름과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온갖 사람에게 “루아티샤예요. 네 살이에요.”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부르는 거야.”
나는 입을 비죽거리며 계단을 마저 내려왔다.
로비에 도착하자 오빠가 가슴에 손을 얹고 내게 허리를 숙였다.
물의 요정과 혼혈이라 그런가, 별것 아닌데도 물처럼 유려한 움직임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아가씨.”
“응,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덕분에요.”
수줍게 미소 지은 오빠가 잔뜩 털을 세우고 있는 익시온과 아레스를 향해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아가씨의 오라버니가 될 수 있겠습니까.”
“알긴 아네.”
“아가씨께서는 제 이름을 모르셔서 그리 부르신 것뿐입니다.”
“그럼 이름을 알게 되면 다시는 그리 부를 일 없겠군.”
아레스는 입가에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빛이 서늘했다.
“물론입니다.”
오빠가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바라봤다.
“아가씨, 제 이름은…… 아즐 입니다.”
오빠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상기된 뺨이 그가 얼마나 벅찬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구나, 아즐. 아즐 칸도르. 좋은 이름이네!”
내가 활짝 웃자 오빠…… 아니, 아즐도 옅게 미소 지었다.
“아가씨께 이름으로 불리니 좋네요.”
“응!”
나도 이름 알게 되었을 때 그랬어.
엄청 엄청 좋았어.
하루 종일 이름만 불려도 좋을 정도로.
“그럼 아즐! 동쪽 정원으로 가자. 지금은 봄꽃이 가득 펴서 그때랑 또 달라!”
아무래도 두 부자가 재회한 추억의 장소다 보니 거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아즐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응? 익시온이랑 아레스는 왜 와?”
“나는 동쪽 정원에 볼일이 있어서.”
“나는 내 동생에게 디저트 하나 얻어먹으려고. 함께 해도 되지?”
음, 좀 불안한데.
그래도 여기서 싫다고 하면 시무룩해지겠지?
예전에 내가 아레스에게 ‘분발하라,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 바람에 아레스에겐 옅은 트라우마가 생겼다.
내 거절에 굉장히 약해진다는 것.
나는 일부러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레스는 언제든 환영이야!”
“뭐야, 나도 줘.”
“익시온은 볼일 있다며.”
“그 볼일이 너한테 너처럼 생긴 걸 얻어먹는 거야.”
대체 나처럼 생긴 게 뭐람?
어쨌거나 나는 칸도르 부자와 아레스와 익시온까지 주렁주렁 매단 채 동쪽 정원으로 향했다.
가제보에는 근사한 티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삼단 트레이는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디저트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봄꽃이 소담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아레스와 익시온이 합류하기로 한 것은 방금 전인데도, 두 사람 몫의 의자와 다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우리 고용인들이 일은 참 잘해.
다들 정상인이 아니어서 문제지.
티타임은 무척 평화로웠다.
디저트는 달콤했고,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은 차는 향긋했다.
정원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꾸며놓은 정원은 무척 아름다웠다.
가만히 있으면 꽃내음이 솔솔 밀려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에 반가운 사람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익시온과 아레스가 가끔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즐거움이었다.
“아버지께서 옛날에 어머니와 주고받았던 말이 있으신가 보더라고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이름을 정하자, 하고.”
아즐이 자기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차분한 태도였지만 살짝 붉어진 뺨이 그가 얼마나 설레고 신난 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럼 아즐 네 어머니도 함께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네. 아즐이 오기 전부터 부모님이 아즐을 기다리면서 정한 소중한 이름이야.”
아즐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께서는 언제나 따뜻한 말씀만 해주시네요.”
“사실이 그런걸.”
으음, 나도 그 애한테 좋은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텐데.
“칸도르 할부지는 아즐 이름 지어줄 때 무슨 생각 했어?”
“별걸 다 물으십니다.”
“그게 왜 별거야. 어떻게 지었어, 응?”
“그냥 뭐, 평범합니다.”
“에이, 평범이라니.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봐. 아즐도 궁금하지? 그치?”
아즐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칸도르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이기진 못 하겠는 지 칸도르 백작이 입을 열었다.
“다프네를 똑 닮은 아이면 분명 하늘을 담은 이름이 어울릴 테니까요. 굳이 그 아름다운 푸른 머리칼과 푸른 눈을 쏙 빼지 않았더라도.”
아즐을 바라보는 칸도르 백작의 시선이 애틋했다.
“그녀의 아이라면 그 이름이 어울릴 게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대로 잘 어울리는군요.”
음, 감동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어쩐지 염통이 쫄깃한 기분이…….
난 전생에서도 모쏠이었다.
살기 바쁜데 연애할 틈이 있었어야지.
“크흠.”
줄줄 말하던 칸도르 백작이 헛기침과 함께 말을 멈췄다.
아들 앞에서 연애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운가 보다.
그건 좀 재밌는데.
“저, 저어, 아가씨.”
차를 꿀꺽 마신 아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허락하신다면, 저도 아가씨의 보좌가 되어도 될까요?”
내 보좌?
“무, 물론! 아직은 부족해서 한참 더 배워야겠지만, 나중에라도 제 능력이 되면…….”
“아즐이 합류해준다면 나야 환영이야!”
나는 활짝 웃으며 아즐의 손을 잡았다.
“저, 저 같은 사람을 받아들이시겠다고 이렇게 바로 정해도 괜찮나요?”
“아즐이 어디가 어때서? 엄청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
아즐은 님프와 인간의 혼혈.
당연히 물을 다루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칸도르 할아버지 밑에서 배우면 행정 업무도 잘 보게 될 테고.”
무엇보다一.
‘블루잖아!’
이름도 머리 색도 완벽해!
이건 서류조차 안 보고 무조건 합격이야!
레드, 그린, 핑크, 옐로우 그리고 블루까지.
‘다 모였다, 내 쫄쫄이 헬멧 부대!’
내가 흐뭇하게 컬렉션을 상상하고 있을 때였다.
“아가씨!”
정원 저편에서부터 사색인 집사가 달려왔다.
내 전담 집사인 오르카였다.
항상 조용하게 있던 그녀가 이렇게 다급하게 뛰어오는 건 처음 본다.
나는 즉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오르카는 그렇게 달려왔으면서 정작 도착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망설였다.
혹시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일인가?
그럼 이런 식으로 달려오지도 않았을 텐데?
내 의문 어린 시선을 느낀 건지 오르카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노예가 쓰러졌습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 같습니다.”
“뭐?”
“죄송합니다. 감옥에서 벌 받고 있는 죄인의 건강은 특별히 보고할 일은 아니지만, 아가씨께선 중요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응, 잘했어. 고마워.”
나는 그 말만 남기고 본성을 향해 달려갔다.
손님으로 온 아즐에게 구해야 한다거나 하는 하지도 못했다.
‘쓰러졌다니, 목숨이 정도라니?’
아무리 빈도를 줄였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일주일 전이었다.
그때는 쌩쌩하니 건강했는데.
몸은 계속 회복 중이었잖아.
어째서?
왜?
“하아, 하아, 하아…….”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입구 앞에 도착했을 때엔, 폐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 때문에 멈춰 선 것은 아니었다.
불안했다.
이 너머에 보고 싶지 않은 게 있을까 봐.
“솜뭉치.”
익시온이 내 어깨를 잡았다.
“익시온…….”
“내 동생 이러다 데굴데굴 구르는 게 아닌가 했네.”
“아레스.”
아레스가 싱긋 웃었다.
두 사람이 내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럼 갈까.”
“응!”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 안에는 내 생각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아빠까지 있었다.
왜?
그런 의문은 더 가까이 다가가며 저절로 사라졌다.
사람들 틈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자그마한 아이의 모습이 내 두 눈에 들어온 것이다.
“……!”
순간,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