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3화(63/353)
☆ 제64화 ☆
무수한 새빨간 선이 그 아이의 몸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모두 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피보다도 더 끔찍한 것.
보기만 해도 불길한 것.
배 속에 얼음을 품은 것처럼 식은땀이 나고 몸이 떨리는 무언가였다.
힘이 턱 빠져 무너지려는 몸을 익시온과 아레스가 잡아주었다.
“이게, 무슨…….”
“금제다.”
“금제?”
고개를 들자 아빠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 크고 따뜻한 손이 이마를 스치자 부들부들 떨리던 몸이 점차 가라앉았다.
“그래, 금하고 있는 것을 위반했을 시 발동하는 저주와 같은 힘이지.”
고독(蟲毒)과 비슷한 것이란 뜻이었다.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이 그 애의 주변에서 몇 걸음 떨어진 채 손을 뻗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 흘러나온 빛무리와 글자들이 아이의 곁에 다가갔다가, 파사삭하며 깨졌다.
“어떤가.”
“이렇게 강한 금제는 처음 봅니다.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군요.”
“금하고 있는 것은 뭐지?”
그 말에 늙은 마법사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나를 슬쩍 보더니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했다.
“……건강과 안정입니다.”
뭐?
“그 말은…… 건강하거나 안정이 되면 저런 고통을 받는다는 거야?”
“생명 활동이 정상화되면 될수록 고통이 가해집니다. 육체나 정서가 안정될수록 고통받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금제가 걸려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마 그간 계속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다 한계치를 넘어서서 터진 거지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건강해질수록, 안정을 느낄수록 고통받는 금제라고?
그런 걸 대체 왜……?
저렇게 작은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때였다.
“커헉! 큭……!”
그 애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튀어나왔다.
앞섶을 흠뻑 적실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깜짝 놀란 내가 다가가서 손을 뻗는 순간,
“건들지 마!”
정신을 잃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 애가 눈을 번쩍 뜨곤 사납게 외쳤다.
새하얀 얼굴에 입가는 피범벅이 되었으면서, 나를 노려보는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내가 다가가는 건 단 한 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거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사납고 날카로운 반응이었다.
그간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멀어진 기분이다.
‘그간 할미인 채로 얘를 봤잖아. 그러니까 서운해할 거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쳐진 것에 가슴이 아렸다.
그때, 새까만 마기가 날 감싸더니 들어 올렸다.
아빠가 나를 받아들며 미간을 찌푸렸다.
“다가가지 마라.”
“하지만…….”
“아가씨, 저 아이를 건드시면 안 됩니다. 금제가 아가씨께도 옮을 수 있어요.”
“그렇게 쉽게 옮는 거야?”
“쉽게 옮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불길한 기운이고 그 불길함이 옮아붙을 순 있습니다.”
그래서 마법사들과 술법사들도 거리를 유지한 채 조사하는 듯했다.
“금제를 푸는 방법은 없어?”
내 말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아주 난감한 기색이 가득한 침묵이었다.
“……금제는 직접 술법을 건 사람조차 해주(解呪)하기 어려운, 금단의 저주입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금제가 아닙니다. 이 아이의 살과 뼈, 영혼에 각인된 금제입니다.”
“금제를 거는 것부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술법사도 최소 열, 아마 산 제물은 그보다 비교할 수도 없게 많이 썼을 겁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짐작도 안 갑니다. 하지만 방법을 알아도 절대 시도하고 싶지 않을 만큼 위험할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금제의 내용이 건강과 안정이라니. 차라리 죽였으면 죽였지 불구대천의 원수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진 안 할 텐데…….”
마법사와 술법사의 말이 길게 이어졌지만,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뭐.
그럼 저 애는 평생 아픈 채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안심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거야?
그런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못해?”
내 물음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흠칫 몸을 굳혔다.
“죄송합니다, 공녀님. 사족을 많이 붙였군요.”
“당장으로서는 해주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주 긴 조사가 필요합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금제를 어길 시 죽는 게 아니라 고통을 받는 방식입니다.”
“건강해져서 금제가 발동하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병마가 깃들면 이내 금제가 멈출 테니, 금제로 인해 죽을 일은 없지요.”
뭐야, 그게.
차라리 죽이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야.
구역질이 날 정도의 악의가 느껴졌다.
목숨만 붙여놓고 영원히 괴롭히겠다는 선명한 악의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무리 조사한다고 해도 이 정도 금제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조사만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성공할 거라 확신하지 못합니다.”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이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문득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이 애는 어쨌거나 감히 공작성을 습격한 대역죄인이다.
당장 사형시키려고 하던 것을 내가 내 노예라면서 살린 처지.
그런데 그런 애를 살리지 못하냐며 죄 없는 사람들을 몰아세우다니.
“다들 미안해. 내가 너무 감정이 앞서서 경들에게 날카롭게 굴었어.”
“저희는 본디 주인이 원하시는걸 이뤄드리기 위한 존재입니다.”
“아가씨께서 이 아이를 살리길 원하시니 그 방도를 찾아내는 것은 응당 저희의 역할.”
“그런데 이리 미안하다 하시며 저희의 마음을 신경 써주시다니……. 공작가에 봉사하며 처음 있는 일입니다, 크흡!”
“우리 아가씨는 날개를 떨어트리신 게 틀림없어!”
“아까 아가씨께서 그래서 못 하냐고 말씀하실 때 살짝 설렜는데, 지금 이리 미안해하시는 모습도 설레네요!”
됐다, 내가 말을 말자.
우리 성 사람들이 다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깜빡했네.
“저희의 능력이 일천해 죄송합니다, 공녀님.”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현실적으로 금제를 풀 수 없다는 걸 내가 납득했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조사를 계속해.”
“예? 하, 하지만 아가씨一.”
“성공할 거야.”
단호한 내 목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 금제를 풀 거야.”
나는 고개를 들어 정신을 잃은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기다려.
* * *
“금제에 관한 자료를 다 가져 와.”
나는 피안크, 그륀드, 옐로체를 호출해서 바로 명했다.
그들은 의문을 품지 않고 그대로 내 명을 따랐다.
검은 황금에 대해서 알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간 자잘한 일을 맡기며 합을 맞춘 덕이었다.
세 사람 모두 내 방식에 꽤 적응을 한 상태였다.
곧 내 집무실에는 금제에 관한 막대한 자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일단 성 내의 자료는 다가 져왔습니다. 정리를 시작할까요?”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 하나를 펼쳐 들었다.
‘내 능력을 쓰면 가능할 수 있어.’
다만 그러려면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소환할 능력을 고르기 위해선 그 애한테 건 금제가 뭔지 알아야 해.’
성녀였던 여주의 능력을 소환해서 아픈 것을 치료해봤자 금제가 풀리진 않는다.
모든 마법에 통달한 대마법사 여주여도 마찬가지다.
금제가 마법에 의한 제약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니 가장 먼저 그 금제가 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이쪽은 금서입니다. 저희는 접근 권한이 없어서 정리하지 못합니다.”
“응, 그럼 내가 그것부터 읽는 게 낫겠네. 고마워.”
“별말씀을.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몇 날 며칠 밤을 새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직 어린 몸은 평소 조금만 밤이 늦어도 졸리다고 아우성을 쳐댔다.
하지만 나는 피로한 줄도 몰랐다.
선잠을 들었다 깨길 반복하며 수많은 글자를 머릿속에 정리했다.
물론 책만 본 것은 아니었다.
성안의 학자들, 마법사들 그리고 술법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알아낸 사실은 절망적이었다.
그 애에게 쓰인 금제는 신성력으로 풀 수 있는 저주도 아니었고, 마법을 통한 제약도 아니었다.
그건 무어라 딱 정리할 수 없었다.
마법이기도 했으며, 저주이기도 하고 또 약물까지 들어간 술법이었다.
심지어 신성력까지 사용되었다.
영혼과 몸을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로 신성력이 쓰인 것이다.
본디 금제는 해주하기 까다로운 술법이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그 궤를 달리했다.
어떤 힘의 작용이라 정의할 수 없으니, 어떤 여주의 능력을 써도 불완전할 것이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마저 재생시킨다는 성녀의 능력을 써도.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강대한 마법사의 능력을 써도.
흑마법이나 저주에 능통한, 아니, 아예 마족의 능력을 써도.
그 애에게 박힌 금제를 풀 수 없다.
술법사가 말했던 대로 수십 년에 걸쳐 엉킨 실을 한을, 한을 풀 듯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다.
“저도 여러 금제를 봤지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아가씨, 아가씨께서는 충분히 하셨습니다.”
충분하다고?
나는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야. 분명 방법이 있어.’
그야 그렇잖아.
이름도, 나이도, 삶의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고통만 받다 죽는 건.
그렇게 불행한 일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어.
내가 로판을 읽으며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는걸.
현실과 달리 해피엔딩인 게 좋았다.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게 좋았다.
그러니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애는 어때?”
“이상할 정도로 고통을 잘 참고 있습니다. 참는다고 참아지는 고통이 아닐 텐데, 그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합니다.”
그 애는 원래 그랬다.
고통을 견디는 데에 아주 익숙한 듯, 소독약을 퍼부어도 한 번 움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그렇다고 넘어가면 되는 걸까?’
“그 금제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렇습니다.”
“그게 단순히 아픔을 잘 참는다고 납득할 정도인 거야?”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다른 이였다면 마약성 진통제를 줄줄이 투입해야 했을 겁니다.”
“어쩌면一.”
새로운 가설과 가능성이 기존의 지식과 합쳐지며 내 안에서 자라났다.
“그 애에게는 금제의 압박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있는지도 몰라.”
이상할 정도로 잘 참는다며 인내심이 강하다고 말하는 것 보다는 이쪽이 설득력 있다.
그리고 그 애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지 않은가.
“에테르.”
툭 내뱉어진 내 말에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 듣고 보니!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동시에 두 가지 이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능자인데도 에테르 수치가 지나치게 낮지 않습니까!”
에테르는 생명의 근원.
몸과 뼈와 영혼을 제약하는, 생명을 갉아먹는 금제.
“에테르가 금제를 상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론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황을 보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에테르 수치가 그렇게 낮게 검출되는 것도 설명 가능합니다!”
모두가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
자가 면역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하지만 자가 면역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같은 병이라도 면역 체계가 활발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고, 걸리더라도 증상이 훨씬 약하게 나타난다.
“밖에서 해주하지 못 한다면…….”
“예, 안쪽에서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공녀님.”
학자 한 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불렀다.
“에테르는 날 때부터 타고난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에 이능 사용자는 초월자가 아니라 권능자입니다.”
“인간을 초월해 이능을 얻은 게 아니라, 날 때부터 부여받은 권능이라는 의미지요.”
“다시 말해 에테르를 강제로 늘릴 순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선 그렇겠지.
하지만 노래로 에테르를 생성해내는,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나는 그런 여주인공을 확실히 알고 있다.
‘해볼 가치가 있어.’
나는 벌떡 일어나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숨 고를 새도 없이 아키투스를 꺼냈다.
그 순간이었다.
[경고!] [위험인물〈■■■■〉과의 카르마가 지나치게 깊어집니다!] [더 이상 깊어질 시, 해당 인물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습니다!]눈앞을 어지럽히는 경고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악마의 메시지가 주르륵 뜨기 시작했다.
[독자님, 결정을 잘하셔야 합니다.] [지금 독자님은 운명의 새로운 분기점에서 있습니다.] [이는 예비되어 있는 독자님의 길을 송두리째 뒤흔들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예비되어 있는 내 길이 뭔데?”
언제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라며.
“가족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 죽을 수 있는 미래?”
나한테 말한 미래는 그것뿐이잖아.
“그 미래를 막기 위해서 나보고 대비하라고 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악마는 답이 없었다.
“나는 인과율이 정한 한계선을 걸을 수 있다고 했지.”
인과 법칙의 한계에 닿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
그렇게 나를 불렀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인과율이 정한 운명을 거스르고, 내가 원하는 삶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 아니야?”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는 없었다.
‘항상 이럴 때만 침묵하지.’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아키투스를 열려는 순간이었다.
[히든!]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