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4화(64/353)
☆ 제65화 ☆
“숨겨진 조건……?”
그건 또 뭐지?
[특수 아이템〈개척자의 의지〉가 지급됩니다!] [〈천계〉에서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영수계〉에서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마계〉에서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개척자의 등장에 그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이 독자님께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인지만 했을 뿐 그들은 아직 독자님을 주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심을 피하고 싶다면 앞으로 신중히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반면 관심을 받는 것 역시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운명은 오롯이 개척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떠오르는 무수한 메시지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천계니 마계니 영수계니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말이 많았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지금 내 결정이 무언가 커다란 변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아이템 확인부터.’
〈개척자의 의지〉
운명을 휘어잡는 의지가 구체화 되어 탄생한 보물입니다.
길잡이의 무수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길을 고수한 자만이 이 보물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그 길의 끝에는 어리석은 후회가 있을지, 충만한 환희가 있을지요.
개척자의 의지를 지닌 자는 랜덤 확률과 숫자놀음에 지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의지에 따라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애매모호한 말이라 긴가민가했지만, 이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랜덤으로 뽑혀 나오지 않고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야!’
즉, 10000캐시 뽑기권에서 랜덤으로 캐시가 뜨는 게 아니라 내가 고르는 캐시가 나온다는 뜻이다.
‘엄청난데?!’
그간 랜덤 뽑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5000캐시가 100캐시가 되기도 하고 피까지 왈칵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 사용하면 그런 일 따윈 없다!
‘이걸 캐시 뽑기권에 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기회는 한 번.
‘그렇다면…….’
어디에 쓸지 결정했다.
“우선은 추가 보상부터 확인할래.”
[추가 보상을 확인합니다.] [보상 확인에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개척자의 의지〉를 사용할 거냐는 물음이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추가 보상 계산 중…계산 완료.] [〈행운의 물약〉이 지급되었습니다.] [〈이만 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삼만 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이만 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에르메스 짹 같이 특이한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나에겐 오히려 이게 더 좋았다.
장착한 능력을 해제하고 새로운 소설을 소환할 거니까.
‘거기다 행운의 물약과 캐시 뽑기라니. 조합 상성이 좋은걸.’
운이 좋다.
우선 행운의 물약부터 사용해야지.
[〈행운의 물약〉을 사용합니다.]에르메스 짹과 행운의 물약이 그려져 있는 창이 나타났다.
행운의 물약에 손을 뻗자 물 약병이 현물화되며 내 손에 쥐어졌다.
초록색 물약!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단번에 물약을 마셨다.
달달한 입안을 상쾌하게 끝내 주는 이 맛!
역시 민트 초코다!
과연 영국 왕실이 탄생시킨 최고의 맛!
만족한 나는 지금 받은 캐시 뽑기권을 비롯해 남아 있는 캐시 뽑기권을 다 돌렸다.
그 후 보유 캐시를 확인해보니,
– 보유 캐시: 72800캐시
나는 엄청난 캐시 부자가 되어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능력 장착 해제.”
[해제하고 싶은 능력을 말씀해 주십시오.]“〈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5000캐시를 사용해 능력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를 장착해제합니다.]그러자 아키투스의 표지에 있는 하트에서 크리스탈 하트 하나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나는 그걸 능력 보관함에 보관했다.
좋아, 이걸로 빈 공간은 확보했고.
“소설 소환!”
[소환할 〈소설〉을 말씀해주십시오.]〈레이디 베이비〉!”
[캐시를 사용해 소설 〈레이디 베이비〉를 소환합니다.]아키투스의 페이지가 넘어가며 있었던 글자가 사라지며 새로운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특성 〈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 〈소설〉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합니다.] [능력 추출에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사용할래.”
[아이템 〈개척자의 의지〉를 사용합니다.] [랜덤 추출을 중지합니다.] [〈개척자의 의지〉의 효과로 원하는 능력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그 메시지와 함께 책에서부터 불빛이 일렁이며 떠올랐다.
평소와 달리 그 빛은 합쳐지며 크리스탈이 되지 않았다.
그저 나비가 날갯짓하며 날아다니듯 내 주변을 한가로이 유영했다.
하얀 나비, 검은 나비, 은빛
나비, 금빛 나비…….
무수한 빛의 무리.
어떤 능력인지 글귀가 쓰여 있진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어떤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원하던 것을 찾았을 때, 나는 주저 않고 손을 뻗었다.
내 손에 잡힌 빛의 나비가 스르르 하트 크리스탈로 변했다.
[능력 〈이런 노래 실력으로는 고작〉을 선택하셨습니다.]음.
아무리 봐도 네이밍 센스가 구려…….
[능력을 장착합니다.]〈이런 노래 실력으로는 고작〉
– 공감 글귀:
“어째서 칼리오페 루스티첼의 노래에서 에테르가 나오는 것이야!”
대신관의 말대로였다.
오러, 마나, 신성력의 모체이자 원류인 에테르.
모든 생명의 근원인 에테르가 칼리오페의 노래를 타고 흘러나왔다.
칼리오페의 목소리가 만들어 낸 파동이 사람들을 감쌌다.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 오러를 다루는 기사, 신성력을 다루는 신관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마저 느낄 수밖에 없는 거대한 힘.
그 힘을 담은 노래가 확실한 질량감을 가지고 성녀의 노래에 붙들린 사람들을 일깨웠다.
〈레이디 베이비〉의 여주인공이 능력을 각성한 순간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노래를 통해 에테르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런 노래 실력으로는 고작 기적밖에 못 만듭니다.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독자님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 능력 효과: 노래를 통해 막대한 에테르를 생성합니다.
– 사용 가능 횟수: 0/3
‘이걸로 됐어.’
추출할 수 있는 능력 개수가 딱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척자의 의지〉를 얻게 된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게 없었다면 선택할 기회도 없이 추출해준 대로 능력이 장착되었을 테니까.
나는 상태창을 소환해 살폈다.
– 추출 가능 능력: 5/5
지금 장착한 능력 셋에 보관함에 있는 능력 둘.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의 수가 다 찼다.
능력을 완전히 쓰거나 장착 해제한 능력을 버리지 않는 한, 새로운 능력을 뽑을 수 없다는 소리.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디 내 가설이 맞기를.’
* * *
끝없는 고통이 아이의 몸과 정신을 잠식했다.
마치 날카로운 이를 가진 벌레가 머릿속을 기어 다니며 뇌를 파먹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들끓는 고통 속에서 아이는 그보다 더 괴로운 기억을 마주해야 했다.
“이 아이를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절 살려주시고 부족함 없이 지내게 해주십시오! 조용히 지내겠습니다.”
“어디 보자. 과연, 과연. 이게 그 괴물인가.”
“네 어미의 목이다.”
“저 혼자 살겠다고 내게 달려와 널 팔아치운 어미인데 그래도 슬픈 게냐? 웃기지도 않는군.”
“흐음? 타고난 생명이 질기니 잘 버티는군요. 황후께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듯합니다.”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미천한 것이 제왕의 능력을 타고난 것은 죄악이다.”
“살려주세요! 혀, 혀엉, 나 살려줘!”
“버러지마냥 꿈틀대며 영원히 고통에 떨 네 모습이 기대되는구나.”
온갖 사람들이 나와서 아이에게 침을 뱉으며 비난했다.
사라지지 않는 기억.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다.
빌어먹을 금제가 계속해서 최악의 기억을 보여주니까.
이것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그저 환상일 뿐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영원한 악몽은 현실보다도 더 생생했으니까.
이 순간조차 금제가 보여주는 기억이 눈앞과 귀를 꽉 메웠다.
그냥, 이대로一.
‘죽고 싶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하늘거리는 분홍빛 머리카락이 시야 끝에 보였다.
도무지 닿을 수 없는 하늘 같아 보이는 푸른 눈동자.
그 여자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영을 몰아내고 눈앞에 나타났다.
‘꿈인가?’
이 여자애가 여기에 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금제가 발동될 때는 악몽 외에 다른 꿈은 꾸지 못했다.
고민하던 아이는 곧 납득했다.
어떤 의미로 이 여자애는 여태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지독한 악몽이었다.
여자애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
머리칼을 스르륵 쓸어 넘겨주더니 입을 연다.
고통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그 여자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제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노랫소리였다.
가슴을 토닥토닥하는 것으로 박자를 맞추며 열심히 옹알옹알 멜로디 비슷한 것을 훙얼거리고 있었다.
‘……노래 되게 못 부르네.’
하지만 어째서일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꽉 막혔던 가슴이 편안해졌다.
숨통이 트이며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게 점점 사라진다.
열이 나는 곳에 시원한 수건을 문지르듯, 그렇게 서서히.
조금이나마 정신에 여유가 돌아오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열망이 일었다.
그 열망이 버석거리는 입술을 움직이게 했다.
“죽여……줘.”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죽음에 대한 열망.
의식조차 없었을 땐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드디어 생각할 자유를 얻었다.
그 자유는 죽음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대로 숨을 끊어내고 싶다.
이왕이면 이 여자애의 손으로.
눈앞의 여자애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절절한 음성으로 애원했다.
여자애가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봤다.
얼굴에 완전히 그림자가 지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차가운 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뺨에 닿았다.
여자애의 얼굴에서 내리는 빗방울이었다.
“죽지 않아도 돼.”
그 말은 결코 구원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스르륵 눈이 감겼다.
“살아.”
아이는 자각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쁜 악몽이 아이의 안식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그마한 노랫소리가 그 곁을 지켰다.
* * *
‘효과가 있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이의 몸에서 선명하게 꿈틀거리던 붉은 선의 개수가 줄었다.
아직 남아 있는 선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변화였다.
‘그 애가 타고난 힘이 금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정답이야.’
그러려면 옆에서 에테르를 생성해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
나는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그 애의 방으로 갔다.
쓰러진 이후로 감옥에서 빈방으로 그 애를 옮긴 터였다.
‘아빠, 오빠들 미안.’
그 애 곁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쩔 수 없는걸.
거기다 참 놀랍게도 비밀 통로까지 발견해버렸지 뭐야?
발견했다기보다는 아빠 집무실을 몰래 뒤져 지도 일부를 찾아낸 거지만.
아무튼 비밀 통로가 있으면 이용해줘야 하지 않겠어?
나는 통로의 횟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소리 없이 벽이 열렸다.
침대에서 끙끙 앓고 있는 그 애의 모습이 보였다.
“할미 왔다. 맘마 먹자.”
일부러 쾌활하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열과 고통으로 주변을 의식할 만한 정신이 없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애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가 왈칵 인상을 구겼다.
“오지 마.”
“괜찮아.”
“건들지一.”
“괜찮아. 하나도 안 옮아.”
나는 그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붉은 선이 그 애의 손등 위에서 꿈틀대고 있었지만, 내게는 하나도 번지지 않았다.
그 애는 제 손을 꽉 잡은 내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묘한 생물체를 보듯 이상했다.
“너, 이런 걸 만지고 싶어?”
“못 만질 게 뭐야. 그리고 할미한테 너라니. 그게 더 문제다, 이눔아.”
“……역시 꿈인가.”
아니, 꿈이 아닌데.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다.
현실이라고 자각하면 다시 밀어내려고 용을 쓸 거 같아서 나는 부정하지 않고 의자를 끌어왔다.
바구니에서 뜨거운 수프를 꺼내 그 애에게 내밀었다.
“조금이라도 먹자. 그래야 낫지.”
“그딴 거 먹는다고一.”
“역시 혼자선 먹기 힘들구나. 할미가 먹여줄게.”
“싫, 윽…….”
몸을 일으키려던 그 애가 허리를 굽혔다.
“마, 많이 아파?”
나는 깜짝 놀라 그 애를 부축했다.
크게 아픈 건 아닌지 살짝 비틀거리는 것으로 끝이었다.
‘휴, 다행이다.’
그때, 내 머리카락 위로 색색거리는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고개를 드니 그 애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리깐 속눈썹이 그 애의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워 묘한 색채를 빚었다.
예쁘다는 생각을 한 순간에는 이미,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