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6화(66/353)
☆ 제67화 ☆
* * *
크게 열린 보랏빛 눈동자가 뒤흔들렸다.
이건 꿈이다.
빌어먹을 금제가 다른 식으로 보여주는 악몽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이 움직였다.
쓰러지는 여자애를 품에 받아 내자 가물거리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피 묻은 입술이 파르르 경련하며 가날픈 목소리를 내뱉었다.
“괜찮……. 별거 아닌…….”
쓰러지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는말이나 하고 있다.
전처럼 못되게 말하지.
“신경 쓸…….”
푸른 눈동자가 눈꺼풀 안으로 사라지는 순간, 훅, 시야가 좁아졌다.
새파란 것이 배 속에서 화염처럼 날름거리며 모든 것을 불태웠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
뼈와 영혼에 금제가 새겨질 때에도, 약에 절여져 노예로 팔릴 때에도, 친모의 목을 받아들었을 때조차 느끼지 못했던一.
파삭.
바닥에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시드가 발을 디딘 부분에서부터 쩌적이는 얼음이 번져나갔다.
제어기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그 증거로 목의 구속구에서 새까만 전기가 파지직 튀어 올랐다.
본래라면 발현되지 못했을 이능이 고삐 풀린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극심한 통증이 목을 타고 흘렀다.
‘아, 안 돼.’
시드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힘을 갈무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힘을 억제하려 하는 건 제어기의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이 말랑말랑한 여자애는 이런 거에도 다쳐.’
품 안의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그 작고 연약하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자, 사방을 다 얼리고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냉기가 잦아들었다.
“…… 의사.”
시드는 아이를 안은 채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정해진 공간을 빠져나가려 하자 목의 구속구에서 충격이 일었다.
파지직 거리는 검은 전기가 튀어 오르며 온 신경을 불태우는듯했다.
하지만 시드는 신음 한 번 내지도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단 한 번의 멈칫거림도 없이.
‘의미 없는 일이야.’
알고 있다.
아마 지금 자신은 차디찬 돌바닥에 누워서 금제에 시달리고 있겠지.
이렇게 애써봐야 무의미하다.
하지만 목을 죄는 고통에도 멈출 수 없었다.
정말 지독한 악몽이다.
그전에는 그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척, 보이지 않는 척 견디면 되었는데.
이건 외면할 수조차 없었다.
알면서도 스스로 진창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꺄악! 아가씨!”
“어서 의사를……!”
회랑에서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손 떼.”
날카로운 눈매를 한 소년이 싸늘한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제야 시드는 자신이 여전히 여자애를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놓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여자애를 건네자 그제야 안아 들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무심코 따라서 걸음을 옮기는 데 그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너, 그러다가 죽어.”
곱슬머리에 살짝 처진 눈매를 한 소년이었다.
인상과 달리 무표정한 얼굴은 한없이 차가웠다.
“그 구속구는 내 동생의 안전을 위해 각하께서 손수 힘을 불어넣으신 거야. 지금도 마기가 온 신경을 마비시키고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참고 있지? 신기하네. 맷집이 좋은가 봐?”
“하지만 아픔을 참는다 해서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기껏 내 동생이 살려놨는데 죽으면 안 돼.”
“맞아. 나도 못 받아본 간호를 받은 주제에.”
“돌아가.”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소년에게서 뻗어 나온 새까만 마기가 시드를 밀쳤다.
부웅, 몸이 뜨며 원래 있었던 방에 퍽! 처박혔다.
방 안으로 돌아오자, 파지직거리던 검은 전기가 잠잠해졌다.
“…….”
시드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는 꽃다발과 열쇠, 제어기가 떨어져 있었다.
시드는 그것들을 주워들었다.
꽃다발은 여전히 향기로웠으며 열쇠와 제어기는 차갑고 단단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한 감각.
어쩌면, 이건 꿈이 아닌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제는?
“기껏 내 동생이 살려놨는데 죽으면 안 돼.”
그 여자애가 금제를 풀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풀어지는 것이었던가.
그 누구도 풀지 못할 영혼에 각인된 저주였다.
하나 보이는 팔다리는 깨끗했고, 어디에도 금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피를 토하고 쓰러지던 여자애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설마.’
시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애가 쓰러진 게一.’
나를 위해서.
내 금제를 푸느라.
“이제 자유롭게 살아.”
뭐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의문을 가졌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자애의 시선이 기묘했다.
이제야 그 시선의 의미를 깨달았다.
‘금제로부터. 그리고…… 나로부터.’
시드가 열쇠와 제어기를 꽉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열쇠의 끝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부를 찢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못된 여자애.
멋대로 주인이 되고, 멋대로 살리고, 이제는 멋대로 버리다니.
“살아.”
“시드, 씨앗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선택해.”
그래.
네 말대로 살겠다.
살아서 내가 선택한 삶을 살겠다.
“그러니까 다시는, 누군가가 네 삶을 마음대로 하게 두지 마.”
결코, 다른 누군가의 뜻대로는 살지 않겠다.
“나한테 집착하지 말 것.”
“나한테 갚을 필요는 없어.”
주인님, 네 뜻마저도.
* * *
“하.”
기가 막힌 한숨이 흘렀다.
“진짜 이놈의 능력.”
왜 하필 거기서 발동한단 말인가.
[피로가 완전히 풀렸습니다.] [다크서클이 사라졌습니다.] [까칠해졌던 피부가 매끈해졌습니다.]나는 떠 있는 알람을 밀어냈다.
금제를 조사하랴, 그 애를 간호하랴 몇 날 며칠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상했던 몸이 건강해졌다.
‘이걸 보면 그렇게까지 나쁜 능력은 아닌데.’
타이밍이 문제다, 타이밍이.
‘혼자 있을 때 피 토하면 오죽 좋아?’
그래도 이걸로 세 번 다 발동했다.
지긋지긋한 〈콜록콜록, 왈칵!〉도 끝이야!
실감을 위해 나는 상태창을 열어 능력을 확인했다.
– 장착 중인 능력: X
〈이런 노래 실력으로는 고작〉과 〈나를 잊으세요〉도 지난번 시드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구속구 열쇠와 제어기를 줄 때를 마지막으로 다 썼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은 능력 보관함에 넣어놓은 두 가지였다.
– 추출 가능 능력: 2/5
상태창에도 그렇게 표시된 걸 확인하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셨어요, 아가씨?”
하녀 언니들이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자꾸만 쓰러지세요. 속상하게.”
“미안해.”
“사과를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아가씨가 건강하기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나 건강해.”
알통을 만들어 보이자 안나가 미소 지으며 나를 안았다.
“의사들 말로는 그렇긴 한데, 믿을 수 있어야지요.”
“그놈들 돌팔이가 아닌가.”
“우리 아가씨의 옥체를 진맥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주제에…….”
궁시렁거리는 언니들을 보니 불안해졌다.
“의, 의사 선생님들은?”
무사해?
“끌고 올까요?”
“역시 어디가 불편하세요?”
“당장 그 새끼들을 족쳐야…….”
아니, 진정해.
“아냐! 건강해! 튼튼해진 거 같아서 고맙다구 하려는 거야!”
“아가씨가 토혈하시는 건 튼튼해지면서 몸 안의 탁기를 몰아내기 때문이라고 하긴 했죠.”
“흐음, 그럼 돌팔이는 아닌가.”
“의사 선생님들이셨네!”
한순간에 이 새끼들이 선생님들로 바뀌었다.
어쨌거나 의사들이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一
“튼튼해지셨다니 각하께 의사들을 감옥에서 풀어달라고 해야겠네요.”
一은 무슨.
“아빠랑 오빠들은?”
“조금 전까지는 아가씨 곁에 계셨어요. 갑자기 불청객이 와서 나가셨지만.”
불청객?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드에게 가볼 생각이었다.
나름 멋지게 헤어지려고 했는데 피 토하느라 망해버렸다.
‘이제 더 이상 할미가 되지도 못하는데.’
진짜 내 모습으로 가봤자 캬르릉 털을 세우기만 할지도 모르지만.
뒤를 따르며 내가 가는 방향을 살핀 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노예에게 가시려고요?”
“응.”
기껏 열쇠까지 줬는데 흐지부지됐으니 노예 해방이라고 땅땅 박아줘야지.
“저어, 아가씨.”
안나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왜?”
“그 노예는 이미 떠났습니다.”
“어?”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열쇠와 제어기도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각하께서도 허락하셨어요.”
뭐라고?
“아가씨?”
뒤에서 놀란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깨닫기도 전에 나는 달음박질을 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애의 방 앞에 도착해서야 나는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떠났다고?
그야 당연해.
열쇠랑 제어기까지 다 줬잖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이곳에 있겠어.
금제가 풀린 이상, 그 애는 죽으려고 할 필요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문고리를 잡은 내 손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나는 셋을 세고, 방문을 벌컥 열었다.
환기를 시키는 중인지 방안의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봄의 훈풍이 들어와 커튼이 휘날리고, 깨끗이 정리된 방은 가지런했다.
그래.
그 애의 흔적은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꼭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Chapter 15. 새엄마도 새엄마 나름이지!
여름 복숭아를 가득 올린 근사한 타르트.
고소하고 신선한 우유.
거기에 중앙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
이 완벽한 낙원을 단번에 박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칸도르 할부지에게 되물었다.
“뭐라구?”
“레이디 아펠리아가 일주일 안으로 공작성에 도착할 거라 말씀드렸습니다.”
“아니, 아니. 그러니까 그 레이디 아펠리아란 분이 왜 온다고?”
“일단 대외적인 이유는 각하께서 지난번에 전공을 세우고 받은 땅에 대해 논의하러 오는 거지요.”
“원래 레이디 아펠리아가 맡고 있던 땅이었거든요. 황실 소유였지만.”
“장난치지 말고.”
“진짜 이유는 공작성의 새 안 주인이 되려고 오는 겁니다.”
“그래, 그거!”
칸도르 백작이 나를 보며 웃었다.
“재밌어? 난 속 터지는데!”
“그렇게까지 반응할 게 뭐 있습니까? 원래 공작부인의 자리는 오래 비워두기 힘듭니다.”
“새로운 공작부인이 생기는 게 문제가 아냐.”
“그러면요?”
“황실에서 맺어주려고 하는 거잖아!”
나는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황궁에서 그런 서한이?”
“안 그래도 안주인의 부재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지난번, 장로 회의를 엿들었을 때 나눴던 말을 생각하면 확실하다.
“오, 중앙 정치 상황은 가르쳐 드린 적 없는데 그걸 아시다니. 대단하시군요.”
“놀리지 말구! 왜 그런 중요한 문제를 난 이제야 알게 된 거야?”
“황실에서 정식으로 사신을 보냈을 땐 아가씨께서 쓰러져 계셨습니다.”
설마 그 ‘불청객’이 황궁의 사신이었을 줄이야.
“깨어난 후에도 그 탈주한 노예 때문에 정신이 없으셨고요.”
“탈주한 거 아니랬지. 내가 놓아준 거야.”
“그런데 왜 그리 충격받으셨습니까.”
칸도르 백작이 마치 ‘내가 차인 게 아니라 내가 찬 거야’하며 자존심 세우는 사람 보듯 날 바라봤다.
으으, 아니라구!
“적어도 인사는 하고 갈 줄 알았지.”
뭐,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열쇠랑 제어기를 준 거긴 하지만.
그래도 피까지 토했는데 그냥 가냐!
이 할미가 그간 얼마나 정성껏 널 돌봤는데.
노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아무튼! 큰 문제잖아! 황실의 끈이 닿은 공작부인이면 우리 가문을 사사건건 감시하려 할 텐데!”
황실도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황제의 명으로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단 말인가.
물론 아빠는 아직 젊고 당연히 새 아내를 맞을 수 있다.
솔직히 이 대가문을 통치하는 데에 공작부인의 빈자리는 꽤 크다.
‘그럼 우리 가문이랑 아빠가 선별해야지!’
왜 황실에서 골라주는 여자랑 결혼해야 한단 말인가!
전쟁까지 나갔으면 됐지 얼마나 우리 가문에 간섭하려고?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공녀님.”
“예, 각하께서 보통 분도 아니시고 만나보고 별로면 혼담을 거절하시겠지요.”
“허허, 엄마가 생기는 걸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요.”
“새엄마도 새엄마 나름이지!”
황실의 끄나풀은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