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7화(67/353)
☆ 제68화 ☆
내 외침에 두 사람이 푸스스 웃었다.
쓰읍!
내가 눈을 부라리자 그제야 진지한 표정을 짓곤 말했다.
“어쨌거나 공식적으로는 인계한 땅의 통치 문제로 오는 겁니다.”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지요.”
그 말에 나는 꾹 미간을 눌렀다.
하씨, 비겁한 황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티룸의 문이 열렸다.
“아레스, 익시온!”
“집무실에서 나와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길래. 나도 내 동생의 휴식에 합류해도 될까?”
“물론이지!”
나는 눈을 빛냈다.
마침 타르트를 다 먹어가는 타이밍이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건?
‘디저트가 새로 나온다는 거지!’
나는 티테이블에 놓이는 에끌레어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먹고 싶다……. 한 입만 달라고 할까?’
은빛 디저트 나이프가 에끌레어를 가르자, 그 안에서 고소한 크림이 가득 흘러나왔다.
포크로 콕 찍은 에끌레어가 허공으로 떠오르자 내 고개도 같이 올라갔다.
먹음직스러운 에끌레어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으응?!
좌로, 우로 따라가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너무해!”
빽 소리를 지르자 아레스가 눈매를 사르르 휘며 웃었다.
“내 동생이 너무 귀여운 탓이야.”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 나쁜 사람이랬어.”
그러자 아레스가 내 입에 에끌레어를 쏙 넣어 주었다.
“이래도?”
“아레스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난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더 줄까?”
“아레스, 아레스는 혼혈이야?”
“응?”
“천국과 제국 혼혈.”
“…….”
아레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옆에서 칸도르 백작과 디에르 자작이 “푸흡!” 하면서 차를 뿜었다.
으으, 너무 나갔나.
부끄러워.
“……어쩌지.”
아레스가 턱을 괸 손에 입술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하더니 그가 얼굴을 살짝 기울였다.
사르륵, 결 좋은 흑발이 흰 뺨 위에서 미끄러지고 다정한 눈매가 사르르 휜다.
“비밀을 들켜버렸네. 내 동생이 나 책임져야겠다.”
와.
우와.
진짜 천사인가 봐.
그런 설득력을 가진 미모였다.
“우욱!”
익시온이 헛구역질을 했다.
“진짜 소름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자식이 천사라니.”
“질투는 추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그딴 게 뭐가 부러워. 뇌물 바쳐서 얻어낸 칭찬인데.”
투덜댄 익시온이 날 향해 물었다.
“솜뭉치, 나는 어때?”
“음…….”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려니 익시온의 디저트 접시가 슬금슬금 내 쪽으로 움직였다.
“……익시온한테선 벽이 느껴져.”
“어?”
익시온은 드물게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가 곧 충격받은 얼굴로 “왜……?”하고 물었다.
“완벽!”
벌어졌던 익시온의 입술이 다물렸다.
“하, 참. 정말…….”
익시온은 기가 막힌 척, 기분 좋지 않은 척했지만.
‘뺨이 자꾸만 움찔거리며 올라가려고 하는데. 다 보여.’
어쨌든 나는 에끌레어 두 개를 손에 넣었다.
위대한 K-주접의 힘!
“아, 아가씨, 저는요? 저는? 저는 어때요?”
디에르 자작이 울망울망한 눈으로 물었다.
나는 디에르 자작 앞의 접시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비어있었다.
딸기 타르트가 나온 지는 꽤 시간이 지났으니까.
“진짜 솔직한 답을 원해?”
아니요.”
디에르 자작이 고개를 수그렸다.
미안, 나는 자본주의의 애기라서.
나는 행복하게 얌냠 에끌레어를 먹으며 아레스와 익시온에게 물었다.
“들었어? 새엄마가 되려는 사람이 공작성에 온다면서.”
“일주일 후에 도착한다고 했지.”
여상한 대답이었다.
“익시온은 아무 상관 없어?”
“딱히.”
“아레스는?”
“내 동생은 어떤데?”
물음이 되돌아왔다.
본인은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새엄마가 생기는 건 괜찮지만…….”
그게 황실에서 정해준 사람이면 문제 아냐?
왜 다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거지?
내가 모르는 정치 관계가 있나?
‘다들 반응이 괜찮은 걸 보면 그 레이디 아펠리아라는 분이 엄청 좋은 분일지도?!’
그래, 일단은 만나 보자.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이렇게 거부하면 안 돼!
황실이 밀어주는 새엄마라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는 보장은 없잖아?
파에라톤에 몸담고 완전히 이곳 사람이 될 수도 있어!
‘오, 그럼 오히려 이중첩자로 역이용 가능하네?’
좋아, 좋아.
입안에 가득한 크림을 느끼며 나는 히히 웃었다.
기다려라, 황실!
* * *
일주일 사이,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황실에서 새 공작부인을 붙여 주려고 했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아니, 정작 결혼 상대인 아빠가 전쟁 나가서 없는데 대체 어떻게 새 공작부인을 맞아.’
황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레이디 아펠리아는 황후의 친척으로, 슬하에는 딸아이가 있다고 했다.
일전에 초혼인 사람은 부담스럽다고 에둘러 거절했던 적이 있어서 전 남편과 이혼한 레이디를 보내는 것이다.
“아가씨, 레이디 아펠리아의 마차가 중문에 도착했대요.”
로라의 말에 나는 벌떡 일어나 로비로 내려왔다.
“아가씨?”
공작성의 수석 집사인 헤드윅이 나를 보고 놀란 눈을 했다.
“손님 온다며. 나도 궁금해.”
“예, 이쪽으로 오시지요. 파에라톤이 한 명이라도 맞아주시면 그쪽에서도 고마워하겠지요.”
“아빠는?”
“각하께서는 공무로 바쁘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부인 후보가 오는데?
‘어떤 의미로는 로판 남주 같군.’
일하느라 정략혼 상대인 여주를 홀대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포지션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마차가 성 앞에 도착했다.
금장으로 장식된 새하얀 마차는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 안에서 황갈색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나는 귀부인이 내렸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똑같은 황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도 모습을 드러냈다.
저 소녀가 레이디 아펠리아의 딸인 신시아일 것이다.
‘그런데 어린애는 마기에 취약해서 공작성에서 지낼 수 없을 텐데.’
괜찮은 걸까?
신시아는 나보다 키가 훌쩍 컸다.
딱 봐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인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라도 저 정도 나이면 괜찮을지도?’
“어서 오십시오, 레이디 아펠리아.”
“환대에 감사드리네.”
고용인들만 나온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레이디 아펠리아는 싫은 내색 없이 환히 웃었다.
“안녕하세요, 레이디 아펠리아.”
내가 치맛자락을 붙잡고 인사하자 레이디 아펠리아가 “어머, 귀여우셔라.” 하고 싱긋 웃었다.
그녀가 자세를 낮춰 나와 눈높이를 마주했다.
“고마워요, 꼬마 숙녀님. 이렇게 맞아주시고.”
미소 짓는 상냥한 얼굴을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너무 사람을 정치적으로만 본 걸까.
“오늘은 우선 여독을 푸시고 내일 각하와 오찬을 함께하시죠. 오찬 후에 칸자인에 관한 회의를 하시는 일정으로 괜찮겠습니까?”
“괜찮네. 그럼 방으로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는 멀어지는 레이디 아펠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칸자인이 바로 레이디 아펠리아가 관할하다가 이번에 아빠가 황실로부터 하사받은 땅이었다.
‘일정이 진짜 비즈니스 상대를 맞는 느낌인데.’
뭐, 그런 이유로 공작성에 온 거긴 하지만.
그래도 레이디 아펠리아는 분명 공작부인이 되라는 황후의 명을 받았을 텐데.
‘본인 의사가 아니었나?’
여러모로 내 예상과 다른 만남이었다.
* * *
“내가 오찬 자리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레이디 아펠리아가?”
“네, 아가씨.”
내 전담 집사인 오르카가 차분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왜?”
아빠랑 단둘이 식사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에 대한 대답은 오르카가 아니라 다른 데에서 나왔다.
“음, 그야 아가씨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어제 친히 마중 나가 주셨다면서요. 저라도 아가씨랑 함께 식사하고 싶을 거예요.”
“우리 아가씨를 한 번 봤으니 또 보고 싶은 건 당연하지요!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
틀렸어.
이 언니들은 루루깍지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어.
“아무튼 거절할 이유는 없지. 맛있는 것도 많을 테고.”
“그럼 참석하신다고 전하겠습니다.”
“응, 그럼 일단 오늘 회의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해야겠다. 보좌단한테 연락해줘.”
“네, 아가씨.”
오르카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시려구요?”
“걸으러!”
언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쯧쯧.
아직 뭘 모르는구만.
“이따 많이 먹으려면 아침밥 다 소화시켜 놔야 해!”
아펠리아 아줌마도 차암!
오찬에 초대할 거면 아침 먹기 전에 알려줬어야지!
나는 고기파이가 아직 빵빵하게 남아 있는 배를 잡고 방을 나섰다.
‘후원으로 가야지! 거기서 물장구도 칠 거야!’
히히, 신난다!
환생자의 이성이 반쯤 사라진 것을 느꼈지만, 나는 마음껏 어린애의 마음을 발산했다.
물놀이는 즐겁다구!
어른도 즐거워해!
후원은 고용인들이 다니는 뒷문으로 가는 게 훨씬 더 빠르다.
나는 복도를 달리다가 멈칫했다.
‘어린애?’
시동조차 없는 공작성에서 어린애라니.
신시아가 아니었다.
나보다 한 뼘 정도밖에 안 큰 작은 여자아이였다.
“얘, 여기서 뭐 하니?”
내 목소리를 들은 그 아이는 화들짝 놀라더니 나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납작 엎드릴 기세로 하는 사과에 내가 더 놀랐다.
“잠깐만, 잠깐만. 진짜 괜찮으니까.”
자꾸 허리를 굽히려는 그 애의 팔을 잡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픈 데는 없어?”
마기 때문에 애가 아플까 봐 걱정이었다.
“어, 없습니다.”
없다니 다행인데, 왜 괜찮지?
어쨌거나 나를 불편해하는 거 같으니 빨리 보내주자.
“다행이네. 그럼一.”
꼬르르륵!
아이의 배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프진 않고 배가 고프구나.
아이가 배를 움켜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름이 뭐야?”
“다나라고 합니다.”
“다나, 나는 루아티샤야.”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자 그 애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나와 계약해서 주방 털러가지 않을래?”
“네?”
나는 다나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뛰었다.
다 털러 가자!
오찬 준비하느라 맛있는 게 많을 거야!
* * *
기대하던 오찬 시간이 됐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배, 배가 불러…….’
이 맛난 음식들을 앞에 두고 먹질 못하다니.
억울해!
“루루, 입맛이 없니?”
아빠가 깨작깨작거리는 나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아니야. 아까 너무 많이 먹었어요.”
아빠는 대답 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진짠데.”
정말 주방을 점거하고 다 털어 버렸는데.
주방의 지배자 루루님이 주방을 뒤흔드셨다, 이 말씀이야.
아빠는 식사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안아 들었다.
“조금이라도 먹자. 지금 안 먹으면 이따 배고파.”
아빠가 나를 무릎 위에 앉힌 채 고기를 작게 썰어 주셨다.
“아~ 하렴.”
“진짜 배부른데.”
“잘 먹으면 네 주먹만한 다이아를 사주마.”
아니, 왜 애를 다이아로 꼬셔요.
그러면서도 나는 입을 짹 벌렸다.
주먹만한 다이아라니, 너무 로판 세계 같잖아!
“채소도 먹어야 해. 셀러리 먹으면 황금 브로치.”
차암나.
내가 그런다고…… 잘 먹지.
또 뭘 먹으면 될까요?
“설마하니 각하께서 친히 무릎에 앉히고 공녀님께 손수 음식을 먹여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레이디 아펠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녀의 딸인 신시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더라도 믿지 않을 거예요.”
“보기 좋으십니다. 각하께서는 따님을 참 아끼시나 봐요.”
“이 아이가 나를 너무 좋아할 뿐이다.”
아빠가 오만하게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래봐야 애기용 숟가락을 든 채였지만.)
“나 보고 최고라던가.”
“어머나.”
“난 괜찮다는데도 자꾸만 약도 발라주지.”
“어쩜.”
“보면 자꾸만 안아달라질 않나…….”
“세상에.”
이제 그만해!
아줌마 눈에서 영혼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오찬 자리는 그렇게 아빠의 자랑질로 끝났다.
아빠의 손을 잡고 식당을 나서는데 신시아가 말을 걸었다.
“안녕, 네가 루아티샤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에휴, 그래.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에 애가 뭔 죄냐. 친절히 대해 주자.
“안녕! 내가 루아티샤야.”
“어머, 귀여워라. 몇 살이니?”
“다섯 살이야.”
신시아가 반가운 얼굴로 손뼉을 짝, 마주쳤다.
“어머나, 나이 차가 나랑 딱 좋네!”
응?
언니 나랑 결혼하고 싶어?
조금 빠른데.
세계를 정복할 이 루루님의 귀여움이 소녀의 심장마저 사로잡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