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6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68화(68/353)
☆ 제69화 ☆
“항상 이렇게 귀여운 동생을 가지고 싶었거든.”
아, 그쪽이었구나.
난 또.
“아 참, 각하.”
신시아가 아빠에게 다가가며 애교 있게 두 손을 모았다.
“보호막 부탁드릴게요.”
보호막?
역시 오빠들이 뿜어내는 마기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너 정도 나이라면 짧게 며칠 머무는 건 아무 영향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 얼마나 있을지는 아직 모르잖아요?”
신시아가 생긋 미소 지었다.
“제 말은, 두 분의 이야기가 길어질지도 모르잖아요.”
아빠의 시선이 잠시 나를 향하더니 짧게 한숨을 쉬고 손가락을 튕겼다.
새까만 마기가 흘러나와 신시아를 훑고 사라졌다.
공격할 의사가 없어서인지 마기는 흉포한 기색 하나 없이 그저 담백했다.
하지만 나를 감쌀 때처럼 다정하거나 따스하지 않아서, 괜히 수줍어졌다.
“감사합니다, 각하.”
신시아가 들떠서 상기된 뺨을 한 채 인사했다.
“어머니, 제가 이 아이랑 놀아 주도록 할게요.”
나?
나는 딱히 언니랑 놀 생각 없는데.
“각하랑 좋은 시간 보내시구요.”
신시아가 제 어머니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어머, 얘는.”
레이디 아펠리아가 난감한 듯 손사래를 치며 아빠의 눈치를 봤다.
“자, 가자. 루아티샤 네 방을 안내해주렴!”
“난 여기 더 있고 싶은데.”
아빠랑 아줌마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단 말야.
진짜 결혼할 생각인지, 아닌지!
“못 써. 어른들의 대화를 방해하면. 심심하지 않게 언니가 놀아 줄게요.”
신시아가 끙차, 하며 날 안아 들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레이디 아펠리아가 “아이들이 참 잘 노네요.” 하고 말하는 게 들려왔다.
놀긴 뭘 놀아요!
아줌마 딸이 끌고 가는 거지!
* * *
“하아, 공작 각하께서 나를 보호해주시다니.”
신시아와 나란히 걷던 나는 의아해져서 고개를 들었다.
“그게 그렇게 기쁜 일이야?”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파에라톤 공작 각하의 보호를 받는 건 아주아주 특별한 일이야. 다들 날 부러워할 거라고!”
“그래?”
내 반응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시아가 날 빤히 바라보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넌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특권을 누리고 있으니까.”
응?
“여태까지 공작 각하의 마기를 받은 자들은 다 죽거나 다쳤어. 근데 나만 이렇게 보호받은 거야!”
“나도 있는데.”
“단 한 번이라도 각하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얼마나 난리인데, 나만 특별히!”
안 들리는구나.
이미 환상의 나라로 갔네, 갔어.
어쨌든 어떤 건지 알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파에라톤의 맹수.
그 맹수가 유일하게 보호해주는 나.
‘스테디셀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보호막까지 만들어주셨으니 이곳에 쭉 있어도 된다는 허락이나 다름없어.”
딱히 그런 것 같진 않던데.
하긴, 나도 아빠 생각을 잘 모르겠다.
레이디 아펠리아를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사무적이었는데, 또 모르는 거니까.
그러는 사이 내 방에 도착했다.
“와, 이게 네 방이야?”
신시아가 놀란 얼굴로 방을 둘러보았다.
“세상에, 이 비싼 걸 그냥 아이 장난감으로 쓴단 말야? 다른 집에서는 흠집 나지 않을까 모셔둘 텐데!”
저게 그렇게 비싼 거였어?
익시온이 “오다 주웠다”며 놓고 간 건데.
“와, 이 그림은 케르타의 작품 아냐? 웬만한 저택 하나 값인데, 이걸…….”
그건 아레스가 “그림은 아이에게 좋대.”하고 놓고 간 거고.
“근데 이건 좀 유치하다. 하긴, 넌 아직 어리니까.”
신시아가 가리비 의자와 분수 티테이블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아빠가 골라준 건데.’
그것도 엄청 진지한 얼굴로, 착석감까지 확인해 가며.
“그래도 이건 진짜 예쁘다. 어때?”
신시아가 내 머리 장식을 제 머리에 꽂더니 생긋 웃었다.
“아직 이런 걸 하기에 넌 너무 어리지 않니? 내가 하는 게 낫겠어. 그치?”
“아니?”
“어?”
신시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동안 내가 별말 안 해서 설마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 몰랐나 보다.
“그건 세계를 정복할 귀여움의 이 루루님께 젤루 잘 어울려!”
“뭐……?”
“신시아가 나보다 귀엽진 않잖아.”
악의는 없어요.
깜빡깜빡
순수한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보세요.
신시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차마 다섯 살 응애와 귀여움을 두고 싸울 순 없었는지 씨근덕거리며 머리 장식을 뺐다.
“다시 보니 너무 어린애 용이네. 나한텐 안 맞아. 너랑 딱이겠다.”
그 말은 하지 않는 게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을 텐데.
신시아는 가만있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내 장신구 서랍을 열었다 닫으며 뒤적거렸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건 나쁜 아이랬어.”
“뭐 어떠니? 곧 가족이 될 텐데.”
오.
나는 눈을 반짝 떴다.
“가족이 된다구? 땅 때문에 왔다구 들었는데.”
“어머나, 그거야 다 핑계지.”
신시아가 멋모르는 어린애를 보듯 날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좋아.
나는 더더욱 눈을 순진하게 뜨며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근데 우리 집에 오는 가신 아찌들은 결혼 힘들 거라구 했어.”
“하, 고작 가신들의 의견 따위가 무슨 상관이니? 황후 폐하께서 이 혼사를 원하시는데.”
아하.
황후의 친척이라더니 역시 뒤에 황후가 있구나.
그럼 어디까지 얽혀 있을까?
“황제 폐하께서는 아니야?”
“그, 그거야……. 황제 폐하는 황후 폐하의 부군이신걸. 당연히 황후 폐하의 뜻을 지지하시겠지!”
황제까진 얽혀있지 않은가 보네.
그래서 더더욱 땅을 핑계로 간접적으로 접근한 거고.
좀 더 물으려는데 신시아가 황홀한 듯 손을 맞잡았다.
“너무 멋져! 공작 각하께서 내 아빠가 된다니!”
꿈꾸는 듯한 어조였다.
“남동생이랑 둘째 오빠도 빨리 만나고 싶다. 제도에서 얼마나 인기 많은지 몰라. 실제 만나면 어떨지 너무 궁금해!”
레이디 아펠리아는 꽤 담백해 보였는데 신시아는 이 혼사를 강력하게 원하는 모양이었다.
“첫째 오빠가 여기 없는 게 아쉽다. 예전에 멀리서나마 첫째 오빠를 본 적 있는데, 정말 멋졌어.”
‘대체 첫째는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별로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와 달리, 신시아는 기대가 가득한 채 계속 무어라 떠들었다.
“근데 아펠리아 아줌마는 별로 결혼 생각 없어 보였는데?”
“그건一.”
뭐라 말하려던 신시아가 입을 딱 다물었다.
“넌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남녀 간의 일은 모르는 거란다.”
무슨 소리야.
내가 읽은 로판만 수천 권인데.
거기 오만가지 남녀 이야기가 적혀 있어.
“근데 아줌마라니, 곧 너희 엄마가 될 텐데.”
얜 진짜 무슨 자신감이지?
“나도 이름 말고 언니라고 불러. 원래 가족이 합쳐지면 서열 정리를 바로 해야 하는 거야.”
“서열 정리?”
“잘 모르는구나. 이제껏 공작부인이 없었으니까 이해해. 걱정하지 마. 앞으로 이 언니가 많이 가르쳐줄게.”
신시아가 생긋 웃었다.
악의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상냥해 보이는 미소였다.
“지금 나 엄마 없어서 못 배웠다고 하는 거야?”
내 말에 신시아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 게 하니? 절대 그런 거 아니야~”
“…….”
“너는 내 동생인데 내가 왜 그런 못된 말을 하겠니? 오해야, 오해.”
내 머리를 삭삭 쓰다듬은 신시아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근데 이건 네 언니니까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어디 가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뭐?”
“다른 사람의 친절에 그렇게 모나게 반응하면 찔려서 그러는 줄 알아.”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 악의 하나 없이, 뭘 몰라서 이럴 수 있나?
“에구, 우리 루아티샤. 그런 표정 하면 무서워요. 화났어요? 삐졌어?”
신시아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과장스레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에구, 애기네, 애기! 귀여워.”
아…….
내 혈압.
[독자님! 애라고 너무 봐주고 있는 거 아닐까요?]‘애니까 봐줘야지!’
클라티에처럼 학대에 가담했던 것도 아니고, 이 정도 가지고 죽일 듯 반응하는 건 아니잖아.
[독자님도 애입니다!] [신시아는 독자님이 환생해서 산 날의 두 배보다도 더 오래 살았어요!] [아니면 패널티 강화가 필요하신가요?]패널티 강화라면
‘환생자로서의 이성을 더 잃게 하겠다는 건가?’
완전히 다섯 살 응애 마인드가 되어서 상대하라고?
그건 진짜 아니다.
[뭐, 좋습니다. 일단은 독자님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알아낼 건 알아내셔야죠?]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하였습니다.]정말 오랜만에 온 퀘스트였다.
딱히 신시아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나는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1)〉
황후는 레이디 아펠리아와 파에라톤 공작을 결혼시켜서, 공작가를 자신의 영향 하에 두려 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아펠리아는 그런 언질을 받고 이곳에 오긴 했습니다만, 과연 무슨 생각일까요.
황후와 완전히 손을 잡은 걸까요?
아니면 결혼은 하되, 황후와 상관없이 본인의 목적이 있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결혼하고 싶지 않은데 황후의 명이라 억지로 온 걸까요?
그녀의 딸인 신시아는 이 결혼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상관없지만, 독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무래도 심상찮습니다.
로판 독자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 법!
고구마는 깨부숴야 합니다!
하지만 신시아가 그저 철없고 눈치 없는 아가씨일 뿐이라면 싸움을 걸어왔다 할 수 없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적절한 교육만 시켜주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싸움을 건 것이라면요?
모녀의 진의를 알아내 주세요!
– 조건:
1. 레이디 아펠리아의 목적 밝혀내기
2. 신시아의 진심을 확인하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진행
좋아.
레이디 아펠리아에 대한 건 안 그래도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일지 계산하는데 옆에서 정신 사나운 소리가 들렸다.
“루아티샤 아직도 삐진 거야? 응? 에이? 울 애기 알고 보니 삐순이였네, 삐순이.”
하.
진짜 삐진 게 뭔지 보여줘야 하나.
* * *
나는 먹을 것을 잔뜩 든 채 고용인들이 다니는 뒷문으로 갔다.
뒤뜰에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땅에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는 다나가 있었다.
“다나!”
어딘가 기죽어 보였던 다나가 나를 보고는 확 밝아졌다.
“아가씨!”
“뭐해? 그림 그려?”
기웃거리며 땅을 보니…….
‘피카소……!’
피카소가 있었다.
물론 입체파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잘 그렸다.
“이거 혹시 나야?”
“저, 저어, 기분 나쁘신가요?”
“아니! 진짜 잘 그렸다. 우와, 신기해! 이대로 보관하고 싶을 정도야!”
다나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나 옆에 주저앉아 싸 들고 온 먹을 것을 나눠 먹었다.
다나와는 꽤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다나는 신시아의 유모의 딸이었다.
레이디 아펠리아의 고용인들은 마차째 통과하는 본성 지하 쪽으로 들어와서 보지 못했던 거였다.
“그런데 또 밥도 못 먹고 혼자 놀고 있었던 거야?”
“어머니와 식사하려던 차에 신시아 아가씨께서 부르셔서…….”
“그래도…….”
다른 어른들은 애를 안 챙겨주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빵 하나는 주고 가지.
“어머니는 신시아 아가씨의 유모시니까요. 저보다 아가씨를 신경 쓰시는 건 당연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괜찮아요.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함께 먹으려고 했어요.”
해사하게 웃는 다나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애는 잘 먹어야 한대. 많이 먹어.”
“아가씨가 저보다 어리시면서.”
“사회에서 두 살 차이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 말에 다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진짜 건강은 괜찮아? 아픈 데는 없구?”
신시아에게 보호막을 친 걸 보니 걱정이었다.
다나는 신시아보다 훨씬 어린데.
기분 탓인지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기도 하고.
“네, 괜찮아요. 만날 때마다 물어보시네요. 걱정 마세요.”
따로 아빠에게 보호막을 받은 걸까?
하긴, 레이디 아펠리아가 부탁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공작성에 어린애를 데려오진 않았겠지.
다나가 먹을 걸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며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은근슬쩍 “아펠리아 아줌마는 우리 아빠랑 결혼할 생각이래?”라던가,
“신시아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다나도 은근 입이 무겁고 충성심이 강하다니까.’
하긴,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신시아의 유모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딱히 캐묻기 위해 다나한테 잘 대해준 건 아니어서 크게 아쉽진 않았다.
나는 다나와 헤어져서 정원을 걸었다.
바로 후문으로 들어가긴 날이 너무 좋아서, 산책 겸 밖에서 걷다 서쪽 문을 통해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때,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솜뭉치, 어딜 그렇게 가?”
돌아보자 익시온과 아레스가 있었다.
“익시온, 아레스!”
반가움에 손을 흔드는데 아레스의 뒤에서 하얀 손이 나왔다.
“어머, 루루!”
신시아가 아레스의 팔짱을 끼며 나를 향해 환히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