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화(7/353)
☆ 제7화 ☆
내 동공이 거세게 지진을 일으켰다.
차가운 공작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하트가 수줍고 앙증맞게 자리잡혀 있었다.
‘아니, 좀 어울리는 것 같기도…….’
미남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저걸 소화해내다니.
‘一같은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
왜 힌트랍시고 공작의 뺨에 하트가 뿅뿅 솟아났느냐.
그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나의 수많은 로판 경력이 말한다.
저기 저 하트에다가 입술을 갖다 대라고.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一.
‘저 냉엄하디 냉엄한 공작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하란 거지!’
이딴 게 힌트냐! 어?
순진하고 어리숙하다면서 자나 깨나 뒤통수 조심하라던 악마 놈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역시 이 망할 악마 놈을 믿는 게 아니었어!’
나는 소리 없이 절규했다.
* * *
“흠?”
공작이 하얗게 굳어버린 나를 의아하게 내려다보았다.
“혈색이 이상한데. 목 졸린 개구리 같군.”
하. 뭔 개구리?
참나, 그 목 졸린 개구리랑 한 번 뽀뽀해 볼래요? 응?? 그럼 입 좀 조심하려나?!
“왜 그러지?”
공작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아효,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요. 제가 지금 댁한테 뽀뽀 쪽 하라는 아주 멋진 퀘스트를 받아서요.
근데 실패하면 죽는다네요, 하하하!
젠장.
이 별점 0점짜리 세상 같으니!
‘일단 진정하자.’
힌트는 힌트일 뿐, 조건은 뽀뽀랑 관계없다.
어떻게든 공작을 설득해서 저 책을 손에 넣으면 된다는 소리다.
‘공작도 인간인데 말은 통하겠지. 이 망할 힌트 따위 무시하자.’
나는 공작 뺨에 있는 핑크빛 하트를 애써 못 본 척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 아빠아…….”
한다, 나! 설득, 공작!
나는 공작의 옷자락을 꽈악 그러쥐었다.
“조심조심 만질게요. 한 번만, 따악 한 번만 꺼내 보면 안 돼요?”
깜빡깜빡.
하녀 언니들도 완벽히 속여넘긴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응?’
어째서인지 날 내려다보는 공작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심지어 눈빛이 더 날카로워진다.
‘윽…….’
안 된다고 했는데 감히 토를 달다니. 죽여버리겠다.
뭐 이런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흑흑.
나는 부들부들 거리는 입술을 움직여 최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천진하게 말했다.
“있지요, 아빠. 노래는 불리기 위해서, 책은 읽히기 위해서 있는 거래요.”
왜.
“지금까지 몇백 년간 아무한테도 안 읽힌 거면 저 책이 너무너무 불쌍해요.”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책이 아야 하지 않게 살살 쓰담쓰담 할게요, 네?”
표정이 더 날카로워지는 걸까.
그 시선을 받고 있으니 미간에 칼침이 꽂히는 것 같다. 으헝헝.
‘거, 거기다 손에도 힘이 들어간 거 같은데……!’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로 날 안고 있는 공작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대로 날 으스러트려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살려줘어, 흑!
공작의 눈빛은 곧 살인이라도 저지를 듯 예기를 더해가기만 하고, 나는 점점 웃고 있기 힘들어졌다.
이러다가 퀘스트가 아니라 공작의 손에 의해서 인생 하차하게 되는 거 아냐?
거기다,
‘하, 하트가 늘어났어?!’
뽀뽀를 안 했더니 작은 하트들이 퐁퐁 생겨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한다!
뾰롱 뾰로통.
쭈쭈해! 쭈쭈해! 쭈쭈해!
하트에서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으아아아아!’
이 망할 악마 놈아,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뽀뽀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부담스럽다.
“아, 아빠!”
설득은 포기다.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 공작을 향해 얼굴을 번쩍 치켜들었다.
막다른 절벽에서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수밖에!
에잇! 받아라!
나는 그대로 공작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퍽!
“아코!”
단단한 것에 부딪힌 코가 시큰시큰했다.
[컨트롤에 실패하셨습니다.]〈발컨〉
독자님, 발컨이셨군요?
아니, 발로 컨트롤해도 그보다는 잘하겠습니다.
어떻게 표적까지 친절하게 표시해 주었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맞춥니까.
이건 위대한 〈아프타네스〉의 계약자답지 않은 행동입니다.
정말 실망입니다! 창피합니다! 부끄럽습니다!
‘……?’
아니 이 알림은 왜 온 거야.
나 놀리려고 온 거냐! 도움도 안 되는 게!
이 알림창을 보낸 놈이 지금 어디선가 낄낄대며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아씨, 쪽팔려.
“……뭘 하는 거지?”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공작의 어깨에 받아버린 얼굴을 들며 코를 문질렀다. 보지 않아도 빨개졌을 게 분명하다.
공작님, 어깨가 참 단단하시네요.
공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차가운 얼굴인데 뾰롱뾰롱 하트를 잔뜩 달고 있으니一 어, 그래도 잘생겼네. 저게 되네.
“아빠.”
이건 내가 발컨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공작이 키가 너무 커서 그런 거다.
공작을 향해 양팔을 쫙 뻗자 그가 기특하게도 얼굴을 숙였다.
뭐지? 하는 얼굴.
후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자의 얼굴을 보라.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나?’
새삼 내 처지가 서글펐다. 하트가 재촉하듯 더 늘어났다.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쪽!
아까와 달리 귀엽고 깜찍한 소리가 울리고一.
공작의 매끈한 뺨에는 내 입술 도장이 쾅 찍혔다.
어, 좀.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태어나서, 전생에도 현생에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뽀뽀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이 처음이었다.
“…….”
괜히 공작을 똑바로 볼 수 없어서 열 오른 뺨을 감추듯 고개를 돌리는데.
집사 아저씨, 하녀 언니들이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게 보였다.
음, 뭉크가 저런 표정 보고 〈절규〉라는 작품을 그렸구나. 난 그게 예술적 과장인지 알았지, 뭐야.
내가 열심히 현실 도피를 끝마치고 올 때까지, 내게 볼 뽀뽀를 당한 공작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마치 돌이 된 것처럼.
아니, 공작 아빠. 어쩜 돌이 된 것도 예술작품처럼 잘 생겼어요? 신이 손수 조각한 석상 같아.
하트 없어져서 다행이네. 예술품에 낙서한 줄 착각할 뻔했잖아.
내가 다시 한번 현실 도피를 시도하는 순간이었다.
파삭.
가느다란 소리가 적막에 휩싸인 석실 안에 울려 퍼졌다.
잘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때.
쩌적?!
이번에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책을 덮고 있던 유리관에 쩌적쩌적 금이 가고 있었다.
“어?”
무너진다? 하고 생각한 순간, 마치 충격파에 휩쓸린 것처럼 유리 조각…… 아니,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파스스스, 한때 유리였던 먼지가 흩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입을 헤 벌렸다.
유, 유리관이 폭발……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바스러지다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요?
그 순간, 내 앞에 불쑥 책이 나타났다.
나는 멍하니 내게 책을 내밀고 있는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가, 각하!”
보좌 아저씨의 기함한 외침이 들린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냉큼 손을 뻗었다. 그런데.
휙!
내 손이 닿기 직전, 공작이 책을 뒤로 물렸다.
뭐야, 나 놀리는 거야?
내가 볼을 부풀리든 말든 공작은 느긋하게 책을 쥔 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리고 위로 가볍게 휙 던진다.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내 책이……!’
저거 오래됐는데 책장 다 떨어지는 거 아냐?
‘애 놀리니까 재밌냐! 이 나쁜 놈!’
씨근씨근하며 공작을 노려보는데, 책이 허공에서 멈췄다.
두둥실 떠오른 책 주변으로 새까만 기운이 느릿한 소용돌이처럼 넘실거렸다.
“이상은 없군.”
공작의 말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검은 기운이 흩어지고 책이 그의 손으로 툭 떨어졌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갇혀 있지 않다고 해도 봉인서다. 어떤 찌꺼기가 남아 있을지 모르지.”
어라?
의외의 말에 나는 눈을 끔뻑였다.
설마 아까 망설인 것도 저 책에 손상이 갈까 봐 그런 게 아니라一.
‘내가 위험할까 봐?’
내가 너무 좋게 해석하나?
공작과 오랜 시간 함께 한 보좌 아저씨가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각하, 아무리 그래도 파에라톤 공작가의 역사를 함께해온 가보이자 초대 공작님의 지보입니다. 혹여 막내 아가씨께서 만지시다가一.”
“이거 네 거냐?”
보좌 아저씨의 말은 공작의 한마디에 막혔다.
그야 공작님…… 아니, 우리 아빠 꺼지!
주인이 괜찮다는데 산통 깨지 마쇼, 아저씨!
“와아! 아빠 최고!”
나는 활짝 웃으며 책을 향해 짤따란 두 팔을 쫙 뻗었다.
어서 빨리 주세요.
“최고라고?”
공작이 섬뜩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봤다.
아니, 최고라는 거 좋은 말 아냐?
잘 나가다가 왜 그러세요. 무섭게.
“네에, 최고…….”
슬쩍 책을 손에 쥐었는데 공작이 놓질 않는다.
아, 진짜 책 한 번 손에 넣기 더럽게 힘드네.
‘다시 석상으로 만들어 버릴까…….’
아까 보니 내 뽀뽀가 메두사의 키스 뭐 그런 거 같았다.
농담처럼 했던 생각인데, 공작의 뺨 위에 뾰롱 하고 무언가가 생겨났다.
설마.
깨끗해졌던 냉미남의 뺨에 새로 생겨난 하트를 보며 나는 허허허,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진짜 이 악마 놈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
나는 어째서인지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은 공작의 뺨에 입술을 가져갔다.
쪽.
한 번 더 뽀쪽하고 나니 책을 잡고 있던 공작의 손에 스르르 힘이 풀렸다.
어쩐지 공작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거 같은데.
‘오?’
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딸의 뽀뽀에 기뻐한다.
이건 전형적인 딸바보의 전조 증상이 아닌가.
지금 보니 입매도 좀 풀려…… 아니, 풀리긴커녕 더 딱딱해졌는데.
기분이 엄청 나빠 보이시는데요?
웬 목 졸린 개구리가 내 신성한 뺨에 닿았냐는 듯한…….
어깨에 힘들어간 것도 빡쳐서였나!
‘에휴, 그럼 그렇지.’
어쨌거나 책은 손에 넣었다.
나는 흐뭇하게 낡디낡은 책의 표지를 쓸었다.
그때였다.
[〈소환 매개체〉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가치 증명〉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500캐시가 지급됩니다.] [퀘스트 〈최고의 효도(1)〉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알림이 떠올랐다.
‘휴, 인생 하차 위기에서 벗어났구나. 거기다一.’
5000캐시 뽑기권.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로판 애독자 중에 캐시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알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에라톤 공작의 수석 보좌관 에르켈 자작이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수석 집사 하인츠가 당신에게 존경을 느낍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상급 하녀 무리가 당신에게 존경을 느낍니다.] [파에라톤 가문 내 당신의 영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500캐시가 지급됩니다.]오?
퀘스트 보상은 원래 5000캐시 뽑기권 하나였는데 500캐시를 더 벌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서 반응이 오면 캐시를 더 주는 건가?’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내겐 좋은 일이었다.
‘근데 왜 나한테 감탄하고 존경을 느끼는 거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아래 뜬 알림이었다.
[설득 대상 파에라톤 공작의 만족도가 최상이므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으응?’
나는 눈가를 부비고 다시 알림창을 확인했다.
[설득 대상 파에라톤 공작의 만족도가 최상이므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알림 내용은 여전했다.
‘공작의 만족도가 최상이라고?’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
지금도 이 개구리를 납작 눌러 죽일까, 고민하는 거 같은데.
“그럼 구경은 다 했나?”
“네, 네!”
공작의 물음에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새로운 알림이 오는 게 보였지만 이따 확인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알림창이 눈앞에서 흩어졌다.
공작은 그대로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대로…… 그러니까, 날 안아 든 채 말이다.
아까와 달리, 공작의 집무실 옆에 꾸며진 오픈룸에는 가신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고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그들은 공작에게 안겨 있는 날 보고 흡, 흡,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단체로 천식이라도 있는 걸까.’
저번에도 그러더니.
공작의 시선을 받은 그들이 애써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집무실로 따라 들어왔다.
그 와중에 누군가 내가 품에
들고 있는 책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 저 책은 설마……!”
“책? 무슨 책이길래. 헉!”
다른 가신들조차 덩달아 놀란다.
‘어, 생각보다 더 귀한 거였나?’
그래도.
‘내 책이야!’
책을 더 꼬옥 껴안는데, 가신들이 그런 날 보고 허허 웃었다. 마치 귀엽다는 듯이.
‘어라?’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애기가 그러면 귀엽지.’
나도 초콜릿을 뒤로 쏘옥 숨기는 애기를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 귀여움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난 애기 때도 그런 귀여움 따위 받아본 적 없으니까.’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나는 책을 붙든 손을 꼼지락거렸다.
왠지 가신들을 마주 보기가 부끄러웠다.
* * *
공작은 나를 무릎 위에 앉힌 채 가신들의 보고를 들었다.
‘끄응, 방에 돌아가서 캐시 뽑기권이랑 추가 보상 확인하고 싶은데. 책도 살펴보고 능력도 진짜인지 써보고 싶고.’
어색해서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는데, 내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들려왔다.
“타렌카 후작이 진행하는 마나석 채굴 사업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한데 기묘한 것이…… 우리 파에라톤 공작가가 투자했다는 말도 있더군요. 물론 소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입니다만.”
타렌카 후작.
“이 밥값도 못하는 버러지 같은 년! 너 같은 년은 맞아야 정신 차리지!”
나를 채찍질하던 타렌카 후작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나는 고개를 들고 발언한 가신을 바라보았다.
“각하께서 타렌카 후작가를 주시하라고 지시하지 않으셨으면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술취한 쉐로델 후작 입에서 딱 한 번 나온 말이라서요. 다음날 술이 깨고 난 다음에는 부정했다고 합니다.”
공작이 타렌카 후작가를 주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나는 공작을 힐끔 바라보았다.
“다만 걸리는 점이…… 마나석 채굴은 변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가 몰렸더군요. 지나치게. 여기 투자자 명단입니다.”
공작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덕택에 나는 명단을 볼 수 있었다.
델바트렌 공작가, 이스카밀 공작가, 쉐로델 후작가…….
쭉 이어진 명단은 페이지를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못 배운 나라도 거물들이 속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엉덩이 무거운 자들이 움직였군.”
“이상하지 않습니까? 채굴한 마나석에 마나가 텅텅 비어 있으면 돈만 날리는 건데.”
“마나석에 마나가 꽉 차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줄 수 있는 건一.”
“파에라톤 공작가가 마나석 채굴 사업에 투자한다는 정보지.”
공작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쉐로델 후작이 술김에 허언을 한 건 아닌가 보군.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들은 거지.”
“쉐로델 후작이 취해서 헛나온 것이라 하고 있어 출처가 불명확합니다. 하지만 델바트렌 공작이나 이스카밀 공작의 행적을 추적해볼 때, 세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쉐로델 후작은 활발히 파티나 클럽에 다녔지만 델바트렌 공작과 이스카밀 공작은 조용히 했습니다. 세 사람이 사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습니다.”
‘오? 그렇다면 둘 중 하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데 공작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나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 하나겠군.”
어, 우리 같은 생각한 건가?
“두 사람은 파에라톤이 투자했다는 헛소리와 상관없이 그냥 투자했거나 아니면一.”
맞아, 아니면.
“타렌카 후작이 그자들에게 직접 말을 흘렸거나.”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헉!
나 방금 소리 내서 말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