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0화(70/353)
☆ 제71화 ☆
레이디 아펠리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지금 감히 파에라톤을 무시하는 건가.”
“네?”
레이디 아펠리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4년 만에 문을 연 파에라톤의 연회를 아무 연관도 없는 자가 주관할 정도로 이 가문은 가볍지 않아.”
그럼 그럼.
잘한다, 우리 아빠!
“죄송해요. 제국의 영웅이신 공작님의 탄신을 이대로 지나칠 순 없다는 마음이 앞서서 그만……. 결코 다른 뜻은 없었어요.”
“우웅, 그럼 더더욱 아줌마가 맡으면 안 되겠다.”
내 말에 레이디 아펠리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마음이 앞서서 끼어들면 안 되는 상황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연회 주최를 맡기겠어요.”
“루아티샤?”
나를 바라보는 레이디 아펠리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상식적으로, 아줌마가 울 아빠 생신에 호스트로 사람을 맞이하고 있으면 다들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무려 4년 만에 열리는 공작성의 파티에서.”
차기 공작부인이라고 생각하겠지.
물론 그걸 노리고 그랬겠지만.
“이거 다섯 살 응애인 루루도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일부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애기처럼 말하자 레이디 아펠리아가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아줌마, 아줌마가 슬슬 본색을 드러내니까 나도 이제 시동을 걸어야지.
설령 아줌마가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주최하겠다고 나선 거라도 상관없어.
그 나이 되면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긴가민가하다가 당하고서야 깨닫는 건 딱 내가 싫어하는 고구마거든.’
봐주는 건 애까지야.
아줌마는 딸 교육 제대로 못 한 죄도 있으니까, 그거까지 같이 받자.
“그리구 이제 고작 5일 남은 파티를 얼마나 잘 준비하려구. 동네잔치도 아니고 파에라톤의 파티인데,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에요?”
“하, 하하. 그렇지 않단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조촐하게나마 축하를 해드리고 싶어서一.”
“조촐? 4년 만에 문을 연 파에라톤의 연회가 구리면 사람들이 두고두고 욕할 텐데. 어떤 의미로는 울 아빠 생일이 두고두고 회자되긴 하겠네요.”
레이디 아펠리아의 눈가가 파득 경련했다. 하지만 이내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빠에게 말했다.
“어머나? 루아티샤가 무척 똑똑하네요!”
“다들 날 닮았다고 하더군.”
아빠가 턱을 까딱하며 자랑했다.
레이디 아펠리아의 입술이 꾹 다물렸다.
약간의 침묵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쉽네요. 외부 사람은 초대하지 않고 가족끼리라도 파티를 열면 좋을 텐데요.”
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
‘설마 그 가족에 아줌마도 낄 생각은 아니지?’
하지만 안 껴도 문제였다.
집안에서 파티를 여는데 공작성에 체류 중인 손님을 쏙 빼놓으면 그야말로 푸대접이 될 테니까.
무엇보다 레이디 아펠리아는 황궁에서 사절단까지 보내 소개한 손님이라, 그녀를 푸대접하면 황실의 위신을 상하게 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자 그녀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루아티샤도 아쉽지 않니? 아빠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지?”
아빠가 나를 바라보더니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신년 연회 때처럼 가족이나 가신들을 초대하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지.”
레이디 아펠리아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럼一.”
“루루가 준비할래?”
내가?
나는 힐끗 레이디 아펠리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헉.
무시무시한 시선에 흠칫할 정도였다.
그러나 언제 그런 시선을 보냈냐는 듯 레이디 아펠리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머, 그것도 좋겠구나. 경험을 쌓는 건 중요하지. 내가 많이 도와줄게. 아줌마는 파티를 주최해본 적이 많단다.”
‘우와…….’
이 정도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괜찮아요.”
“그래도 파티 주최는 처음이지 않니? 아직 루아티샤는 너무 어리고 또, 아무리 내부의 사람들만 초대한다고 해도一.”
“하아, 아줌마.”
나는 먹던 쿠키를 탁 내려놓으며 레이디 아펠리아를 바라봤다.
“꼭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해요?”
“어?”
“괜찮다는 건 돌려서 거절한 거구, 아줌마는 딱히 도움이 안 되니까 됐다는 거예요.”
레이디 아펠리아가 입술을 꾹 사려 물었다.
“우리 가문은 다른 곳이랑 달라요. 아줌마가 황궁 파티를 주최해본 경험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급이 안 되잖아요.
명확한 의미에 그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리구 채드윅이 워낙 유능한 집사라서요. 헤드윅한테 도움받으면 돼요.”
내 말에 공작성의 수석 집사인 헤드윅이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께서 저를 이렇게 인정해주시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당연히 잘 알지?! 저번 신년 대연회도 헤드윅이 도맡아서 준비했잖아?”
“예, 아가씨가 맛있게 드신 생딸기 우유를 지시한 것도 접니다. 보통 공작성의 파티에 그런 건 없었거든요.”
채드윅이 은근슬쩍 어필했다.
언뜻 본 레이디 아펠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집사보다도 능력 없는 사람 취급당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럼 마무리 라스트 팡!
“그럼 아빠, 역시 헤드윅한테 맡겨요. 루루는 아빠 생신 선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바쁜걸.”
“그러도록 하지. 어차피 가문 내부의 파티라면 호스트가 필요 없을 테니.”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나 원하던 파티 주최를 집사에게 빼앗긴 레이디 아펠리아의 표정이 볼만했다.
* * *
“우리 공녀님께선 어찌나 똑부러지신지!”
“언감생심 감히 공작부인의 역할을 자처했을 때 얼마나 속이 터졌는데!”
“타 가문의 일에 간섭하는 건 너무 무례한 일 아닌가요?”
“그런데 아가씨께서 단번에 나서서 싹 정리해주시고!”
“가신들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고소해할까요?”
하녀 언니들이 콧노래를 흥흥 불렀다.
그간 레이디 아펠리아의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아빠와 거의 업무적으로만 엮인데다가 스스로도 선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무리수로 그간 유지했던 평판도 다 와장창되었지.’
시간은 자꾸자꾸 가는데 아빠와의 관계에 아무런 진전도 없이 초조했던 모양이다.
‘살짝 선 넘어보고 안 되면 치고 빠질 생각이었겠지만 어쩌나. 내가 생각대로 안 움직여 준 탓에 완전 망해버렸네.’
재잘재잘거리는 다른 언니들과 달리 안나는 내 방 곳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안나, 뭐 찾아?”
“아가씨의 머리 장식이 안 보여서요. 커다란 사파이어가 달린 거요.”
아, 그거.
“나 어딨는지 알아.”
“그래요? 어딨어요?”
“지금은 나한테 없어. 하지만 걱정 마.”
좀 지켜보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럴 필요도 없겠다.
“내가 찾아줄게!”
나는 씩씩하게 외치며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곧 내 전담 집사인 오르카가 방 안에 들어왔다.
“오르카, 손님들이 생각보다 오래 계시잖아. 아무래도 한 번은 대청소가 필요하지 않겠어? 대접을 잘 해드려야지.”
내 말에 오르카가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조용히 할까요, 다 같이 할까요?”
“음, 다 같이 하는 게 좋겠어.”
나는 물고기를 그물에 몰아넣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알겠습니다, 아가씨.”
차분히 고개를 숙인 오르카가 방을 나갔다.
나는 씨익 웃곤 소파에 기댔다.
* * *
“갑자기 대청소라고? 왜?”
신시아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날카롭게 따졌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르카는 한결같은 태도를 고수하며 말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동안 정원의 정취를 즐기시거나 게임룸에서 게임을 하시는 게 어떨지요. 아니면 퀸텟이 준비되어 있으니 음악을 감상하셔도 괜찮으실 겁니다.”
“그럼 나는 중정에서 다과를 즐기도록 하지.”
중정은 공작의 집무실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의도가 뻔했지만 오르카는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시아 영애께서도 동석하시겠습니까?”
“난 됐어!”
신시아가 팩 고개를 돌리며 팔짱을 꼈다.
“신시아.”
레이디 아펠리아가 신시아의 팔을 잡고
“지금 상황이 별로 안 좋아. 칸자인에 대한 논의는 이미 다 끝났어. 더 이상 공작성에 있을 핑계는 없다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물만 삼키고 돌아가는 수가 있어.”
그 말에 신시아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파에라톤 공녀가 되길 얼마나 고대했는데!
“손님이 체류하는 중에 대청소를 한다는 건 드문 일이긴 하지만, 딱히 화를 낼 건 없지 않니?”
거기다가 청소 시간 동안 즐길 거리도 마련해주지 않는가.
이건 무시해서 청소한다며 내쫓는 게 아니었다.
신시아는 입을 삐죽였다.
“……전 그럼 오빠한테 가볼게요.”
“그러렴.”
레이디 아펠리아의 방에서 나온 신시아는 곧바로 제 방으로 향했다.
드레스룸에 걸려 있는 드레스 중 가장 안쪽 것으로 갔다.
꽤 예쁘다고 생각하며 가져왔지만, 막상 공작성에 와보니 볼품없어 보여 안 입는 옷이었다.
신시아는 그 드레스의 안쪽 치맛자락에 고정해 놓았던 무언가를 꺼냈다.
‘설마 청소하면서 드레스 안쪽을 살펴보겠나 싶지만.’
드레스를 옮기다가 고정해 놓은 게 풀려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난 준비성이 철저하다니까?’
스스로의 계책에 만족한 것도 잠시, 짜증이 올라왔다.
신시아는 주머니 안에 물건을 쑤셔 넣으며 쿵쾅쿵쾅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아레스는 참 친절하고 다정하니까.’
심지어 꿀에 절인 것처럼 달콤하게 생겼다.
그런 사람이 내 오빠가 된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익시온은…….’
아직 어린데도 어쩜 그렇게 잘 생겼는지,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가슴이 설렐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 너무 무서웠어.’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기대가 피어올랐다.
그런 위험한 남자의 가족이 되면 또 얼마나 특별할까?
화내기 전의 익시온은 틱틱거리면서 장난을 치곤 했다.
‘그거 다 나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잖아.’
역시 결국엔 익시온도 아레스처럼 나한테 잘 대해 줄 거야.
그 계집애한테 하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그런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신시아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뛸 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모퉁이를 도는데一.
퍽!
“아야!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一.”
신시아의 목소리가 뚝 멎었다.
“어머.”
그녀는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작은 아이를 보며 입술을 가렸다.
직계가 이쪽으로 오는 일은 없어서 설마 루아티샤와 부딪쳤을 줄은 몰랐다.
“내 동생, 괜찮아?”
“너야말로 눈깔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아레스와 익시온의 모습까지 확인한 신시아가 친절한 웃음을 지었다.
“루루인 줄 몰랐어. 알았다면 그런 말 하지 않았을 거야.”
진짜였다.
“루루, 괜찮니?”
신시아가 무릎을 굽혀 루아티샤와 눈높이를 맞췄다.
“에구, 울 애기는 정말 칠칠치 못하다니까안? 자, 일으켜줄게.”
신시아가 루아티샤를 향해 팔을 뻗는 순간이었다.
“신시아.”
루아티샤가 새파란 눈으로 신시아를 바라봤다.
“이거 뭐야?”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푸른빛을 뿜어내는 보석이 떨어져 있었다.
신시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거?”
“이거 내 거야. 왜 신시아한테서 나와?”
아레스와 익시온 역시 바닥을 확인했다.
“이거 내 동생 머리 장식인데.”
“항상 옷을 보내는 그 재단사가 선물해준 거잖아. 3월 7일에 하고 있었던 거.”
“3월 7일 오후에 하고 있었지. 오전에는 머리를 그냥 풀고 있었고.”
“……둘 다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는 거야? 나도 언제 한 지 모르는데.”
잠시 흐린 눈으로 오빠들을 바라보던 루아티샤가 정신을 차리고 신시아에게 말했다.
“안나가 이거 찾느라 오늘 하루종일 고생했어. 저녁이 될 때까지 못 찾았으면 다른 하녀들까지 큰 벌을 받았을 거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이걸 왜 신시아가 가지고 있어?”
* * *
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술만 질겅질겅 물어뜯는 신시아를 바라봤다.
설마 내 드레스룸에서 몰래 훔치는 걸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거기 같이 있었는데?
“하, 진짜 가지가지하네.”
“더 이상 참아줄 필요는 없겠지.”
익시온과 아레스의 말에 신시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그녀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무슨 변명을 하려구?
숨을 크게 들이켠 신시아가 내게 팍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해, 루루!”
응?
설마 이렇게 진솔하게 사과할 줄은 몰라서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으음, 좀 못되게 굴긴 해도 역시 애니까 몰라서一.’
“사실은 함께 온 유모한테 딸이 있거든.”
“유모의 딸……?”
“응, 태어날 때부터 그 애를 봐왔기도 하고, 손버릇이 나쁜 걸 알면서도 혼자 두기 짠해서 데려왔어.”
신시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로 듣기 싫은 말이었다.
“실은, 그 애가 네 방에 몰래 들어갔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나 봐. 어린 마음에 그만…….”
머리가 차가웠다.
“그런데 왜 신시아가 이걸 가지고 있어? 그 유모의 딸이 아니라.”
“나는 이걸 다시 가져다 놓으려고 가는 길이었어.”
“하.”
“미안, 나도 잘못했지. 너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그 애와 함께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신시아가 가련하게 눈을 내리깔며 입술을 가렸다.
“아무래도 그 애는 신분도 낮고……. 혹시라도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받게 될까 봐.”
와.
진짜 얘는 대단하다.
지금 자기가 훔친 걸 다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것으로도 모자라서一.
‘넓은 아량으로 다나를 감싸 주는 착한 아이 행세라니!’
거기다가 왜 내가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내린다는 건데?!
자기는 착한 성녀.
나는 나쁜 XX.
임기응변으로 이렇게까지 스토리를 짜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누구든 내 동생의 물건에 손을 댔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게 어떤 벌이든.”
아레스의 말에 익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유모의 딸을 불러와.”
“하, 하지만, 그 애는 못 배우고 뭘 몰라서 그래. 아직 어리고…….”
“데려와.”
아레스의 눈동자가 붉게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