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2화(72/353)
☆ 제73화 ☆
* * *
뭐?!
‘우리 아빠를 덮치려구?!’
소리가 새어나갈 것만 같아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미쳤어, 미쳤어! 완전 도른 아줌마네!’
진짜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아니지.’
어떤 의미로는 다소 익숙한 전개였다.
‘전연령 로판만 참고한 게 아니었구나…….’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피폐물에서 악녀가 많이 저지르던, 그런…….
‘우리 아빠를 지켜줘야 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빠를 악녀의 밤노예가 되게 할 순 없어!
다짐에 다짐을 하는 나와 달리 저쪽은 완벽한 계획이라며 파티 분위기였다.
“역시 우리 엄마는 최고야! 제가 파에라톤 공녀가 될 날이 머지않았네요!”
신시아가 신나서 외치는데 노크와 함께 다나가 들어왔다.
“부르셨어요, 아가씨?”
“아, 별건 아니고. 몸 상태는 어때?”
“괜찮아요. 걱정一,”
“괜찮으면 안 되지! 좀 더 아픈 티를 내고 다니도록 해.”
“네…….”
“대답이 왜 그래? 불만이야? 네가 나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잖아! 그동안 항상 방해만 되었으면서!”
“부, 불만이라뇨. 당치도 않아요. 그냥, 저는, 별 뜻 없이…….”
다나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쟤는 항상 저런 식이라니까요? 답답하게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쟤가 저러는 게 처음이니? 어쨌든 이번엔 훌륭한 핑곗거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니. 마음 넓은 네가 한 번만 봐주렴.”
레이디 아펠리아의 말에 신시아가 침묵하더니 이내 다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나, 혹시 내 말이 서운했던 건 아니지? 어쨌거나 다행이야. 루아티샤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니?”
“네?”
“그 많은 장신구 중 딱 하나도 아깝다고 그 사달을 냈잖아. 동생이 언니한테 양보할 줄 알아야지, 욕심만 많아선! 곧 나랑 진짜 자매가 될 텐데.”
“걱정이구나. 욕심 많은 딸은 좀 별로인데. 각하께서 워낙 오냐오냐 키우신 모양이야. 내가 잘 교육해야지.”
“저도 언니로서 잘 보살펴 줘야겠어요.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도록!”
두 모녀가 마주 보며 싱긋 웃었다.
“아빠도 절 더 사랑하실 게 분명해요! 걔는 욕심만 많은 주제에 자기 아빠 생일도 몰랐잖아요!”
“그래, 여태 딸이 하나뿐이라 그런 애여도 괜찮았던 거지. 너처럼 살가운 애가 딸이 되면 걔랑 얼마나 비교되겠니?”
“당장 이번 생신 때부터 비교되겠죠. 걘 뒤늦게 선물 구하려고 전전긍긍하던데.”
“그러고 보니 그 후로도 딱히 뭘 구매했다는 소식이 없구나. 하긴, 그 짧은 사이에 뭘 구할 수 있겠어.”
“그에 비해 우리가 준비해온 선물은 참 대단하죠! 무려 황후 폐하께서 지원해주신 선물이니까요!”
“그걸 받으면 각하의 마음도 풀어지겠지. 술과 파티와 엄청난 선물. 당연히 기분 좋으실 거야.”
“그럼 그날 밤에?”
“그래. 후후, 정말 기대되네.”
레이디 아펠리아가 제 입술을 핥았다.
그때였다.
툭.
갑자기 들린 소음에 모녀의 대화가 뚝 멎었다.
“뭐지……?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책장 쪽 아니었나? 다나, 가서 확인해 봐. 설마 쥐는 아니겠지.”
“네, 아가씨.”
고개를 꾸벅인 다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 * *
‘헉……!’
툭, 소리가 나는 순간 나는 헛숨을 삼켰다.
‘아씨, 이놈의 알림창.’
숨죽이고 집중하고 있는데, 불시에 알림이 오는 바람에 책장을 건드려버렸다.
[퀘스트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를 완료했습니다.]굳이 이런 때 알려줄 필요는 없잖아!
‘보상이랑 기타 등등은 나중에, 나중에!’
그러자 알림 메시지가 흩어졌다.
나는 점점 다가오는 다나를 보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더 물러나다간 소리가 날까 봐 움직일 수 없었다.
대충 봐서는 그냥 책이 잔뜩 꽂힌 책장이니까 못 보고 가길 바라는 수밖에.
하지만 내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그림을 잘 그릴 때부터 알아봤지만, 다나는 눈썰미가 정말 좋은 아이였다.
책과 책이 만들어낸 비좁은 틈, 그림자가 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 작은 틈새 사이로 다나와 눈이 마주쳤다.
다나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
아.
‘틀렸다.’
다나는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신시아에게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고 싶어도, 말하지 않는 게 무섭고 두렵고 공포스러워서 참을 수 없을 테니까.
그건 다나의 잘못이 아니다.
이 작은 어린애를 그렇게 만든 저 모녀의 잘못이지.
“뭐야? 거기 뭐 있어?”
다나가 책장 앞에 우뚝 서 있자 신시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침착하게 다음 상황을 생각했다.
‘소설을 소환해 버려?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한 번에 뽑을 수 있을까?’
그때였다.
타악, 탁.
다나가 책장 사이에서 책을 정리했다.
“책이 기울어지면서 난 소리였어요.”
“어휴, 난 또 쥐인 줄 알았네.”
“얘는, 끔찍한 소리 하지 말렴. 공작성인데 그런 관리는 철저히 하겠지.”
다나는 여전히 두 모녀를 등진 채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을 붙잡은 다나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만 가득했고,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 어디에도 신시아를 속이고 거스른 데 대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나, 너는 정말 용기 있는 아이야.’
나는 책을 집어넣는 그 아이의 손위에 내 손끝을 살짝 얹었다.
다나가 흠칫하더니 나를 바라봤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손에 내 온기가 옮아붙어 미지근해졌다.
마찬가지로 그 아이 눈에 가득했던 공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멋진 아이야.’
다나가 신시아를 거역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정작 자신을 위해 소리를 내야 했을 때, 다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신시아가 두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이를 위해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네가 날 도와주었듯 내가 널 도와줄게.’
떨리는 다나의 눈을 보며 나는 다짐하듯 생각했다.
‘앞으로는 너 자신을 위해서도 맞설 수 있도록.’
다만 문제는 정서가 불안정한 다나가 독자님이 내민 손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거겠지요.
퀘스트는 그렇게 말했지.
‘내가 보기에 다나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
이 아이 안에는 아직 신시아가 꺼트리지 못한 의지가 있는 걸.
그때, 방문이 열리며 중년의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제가 만든 레몬 파이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죠? 만들어 왔어요.”
“유모!”
신시아가 활짝 웃는 얼굴로 유모를 반겼다.
“역시 우리 유모가 최고야!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 유모밖에 없다니까안? 유모도 나밖에 없지?”
“어머, 얘는. 엄마를 앞에 두고 이러는 것 좀 봐.”
“그치마안, 유모는 내 유모잖아. 그치? 유모도 나뿐이지?”
“그럼요, 아가씨.”
신시아에게 레몬 파이를 준 유모의 시선이 슬쩍 다나를 향했다.
찰나라고 할 정도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시아는 유모의 시선을 따라 휙 고개를 돌려 다나를 노려봤다.
“뭘 봐?”
채찍으로 후려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예? 아, 아무것도…….”
“넌 그래서 안 돼. 아닌 척하지만 다 티가 난다고. 주제를 모르고 항상 남의 것을 넘보는 게 문제야.”
“저, 저는 정말로一.”
“아니라고? 아니라면서 내 것을 항상 뺏어가지? 유모가 널 임신한 바람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한창 날 돌봐야 할 때 널 출산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그래, 신시아가 많이 고생하긴 했지. 그때 유모가 없어서 어찌나 울던지. 난 그때 이러다 애 숨넘어가는 건 아닌가 했다니까?”
“그런데도 유모가 하도 사정하길래 날 돌보면서도 널 키울 수 있게 해줬어. 그런데도 넌!”
“아, 아가씨, 딱히 다나가 뭘 바라서 쳐다본 건 아닐 겁니다. 그냥 눈이 간 거지요.”
그 말에 신시아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유모는 왜 저 애 편을 들어? 유모는 내 유모잖아!”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거 봐. 지금 나한테 소홀한 거지? 이럴 줄 알고 싫다 했던 거야. 유모는 원래 나만 돌봐야 하는데 애가 생겨서 거기에 신경 쏟느라 자꾸 난 뒷전이잖아!”
나는 벙쪘다.
고작 말 한마디에 한순간에 돌변해서 미친 사람처럼 구는 걸 보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내 유모를 쟤한테 빌려준 건데! 유모도 날 더 좋아해. 그렇지?”
“그럼요, 그럼요, 아가씨. 다나, 너도 어서 아가씨께 사과드리렴!”
“자, 잘못했어요, 아가씨. 다시는 아가씨 것을 탐내지 않을게요. 제 어머니이기 전에 아가씨 유모인데 제가 너무 주제넘었어요.”
다나가 납작 엎드려서 빌기 시작했다.
다나는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 나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이 나이대 아이들이 한 살 차이에도 완전히 다른 걸 보면 얼마나 다나가 작은지 알 수 있다.
‘나도 또래보다 작은 편인데.’
그런 아이가 저렇게 싹싹 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릿했다.
신시아는 팔짱을 낀 채 한참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호의가 권리인 줄 안다고. 네가 딱 그 짝이구나.”
비뚤어진 우월감이 그녀의 눈에 가득했다.
“후우, 나니까 너를 이렇게 봐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얄짤 없었어. 알지?”
“네, 네, 아가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도 못 든 채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다나.
그런 그 아이를 내려다보며 우월감에 도취되어 있는 신시아.
저 모습이 꼭 나와 클라티에 같아서.
‘그래도 나는 환생자로서 전생의 기억이라도 있었지, 다나는…….’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반드시, 반드시 다나를 행복하게 해줄 거다.
* * *
나는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헤드윅의 소매를 꾹 붙잡았다.
“우리 막내 아가씨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바쁜 와중에도 헤드윅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일 파티가 늦게까지 하면 손님들은 어떻게 해?”
“돌아가실 분들은 늦더라도 돌아가시겠지만, 편히 머무실 수 있도록 서관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별관에 상주하는 가신들은 원래 배정된 방에서 묵을 테지요.”
“그렇구나.”
그럼 구경꾼들은 충분하겠고.
내가 칼춤만 잘 추면 되겠네.
“그나저나 각하의 선물은 고르셨습니까?
“고르긴 했는데…….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아.”
“어떤 것을 드려도 각하께서는 좋아하실 겁니다.”
“알아.”
내가 돌멩이를 주워가도 아빠는 좋아하시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걸.”
헤드윅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선물은 너무 난이도가 높아. 아무리 비싸 봤자 다 아빠가 살 수 있는 거고, 아무리 희귀해 봤자 다 아빠가 구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리 아가씨께서는 각하께 특별한 걸 드리고 싶으신 거군요.”
“응, 엄청 특별한 거! 근데 내가 준비한 건……. 잘 모르겠어.”
“어떤 걸지 궁금한데요.”
“세상에서 하나뿐이긴 한데, 만약 내가 받는다면 따악히……. 아니, 오히려 거절하고 싶달까, 왜 저래 싶달까.”
“흐음?”
“하, 하지만 아빠는 좋아하실 것도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가씨께서 준비한 선물이 뭘지 너무 궁금하네요. 제게만 귀띔해주시는 건?”
“그건 안 돼. 아빠 선물이니까 아빠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해.”
헤드윅이 갑자기 미간을 짚은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왜 그래?”
“아닙니다. 다만…… 딸을 갖고 싶군요.”
“그건 센느(헤드윅의 부인)한테 못 할 짓이야.”
“……그럼 손녀라도.”
“아들이랑 며느리 자식 계획에 참견하는 건 좀 별로야.”
“크흑, 기도나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다른 집사들이 헤드윅 주변에서 기웃거리는 게 보여서 나는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만 가볼게! 다들 준비 힘내!”
집사들이 흐물흐물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Chapter 16. 피폐 19금으로부터 아빠를 구하자!
화려한 다이아몬드 샹들리에.
최고급 실크 벽지와 새하얀 대리석, 황금 부조와 반짝이는 보석.
‘세상에…….’
레이디 아펠리아는 체신도 잊고 입을 쩍 벌렸다.
이곳은 별세계였다.
황후의 친척으로서 몇 번 황궁 연회에 드나들 기회가 있었기에 그녀는 본인의 안목이 높다 자부하고 있었다.
감히 집사 나부랭이가 준비하는 파티가 얼마나 대단한지 두고 보자 했는데.
‘이게 고작 닷새 만에 준비한 파티라고?!’
“괜찮다는 건 돌려서 거절한 거구, 아줌마는 딱히 도움이 안 되니까 됐다는 거예요.”
“우리 가문은 다른 곳이랑 달라요. 아줌마가 황궁 파티를 주최해본 경험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머릿속에 따박따박 말대꾸하던 건방진 계집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솔직히 이 연회를 보니 동의 할 수밖에 없는一.
‘아니지, 아니야. 나도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어.’
아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뿐.
‘내가 공작부인이 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와아……. 정말 이렇게 화려한 파티는 처음이에요. 너무 멋져요.”
옆에서 신시아가 꿈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파에라톤이 되면 이런 연회를 매일매일 열 수 있겠죠? 딱 저한테 잘 어울리는 곳 아닌가요?”
신사아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빙그르르 돌았다.
“그래, 무척 잘 어울리는구나.”
“헤헤, 황후 폐하께서 이날을 위해 선물해주신 드레스까지 입었으니까요!”
공작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며
황후는 두 모녀에게 값비싼 드레스를 선물했었다.
“그 계집애가 아무리 좋은 옷을 갖고 있다 해도 황후 폐하의 하사품만 하겠어요? 오늘은 제가 가장 돋보일 거예요!”
“그럼, 우리 딸이 제일 예쁘지. 넌 나를 쏙 닮지 않았니!”
“……유트라 펠리아가 디자인한 드레스가 아닌 건 좀 아쉽지만.”
“갑자기 여자아이용 드레스는 만들지 않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대체 왜 그러는지 의문이었다.
“슬슬 사람들이 차는구나.”
레이디 아펠리아의 말에 신시아가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가신들뿐이잖아요. 아빠는 아직이신 거예요?”
“신시아, 말조심하렴. 아빠라고 부르지 말고 각하라고 불러야지.”
“어차피 곧 아빠가 될 텐데요.”
“하지만 절차는 중요한 법이란다. 괜히 책잡힐 필요는 없어.”
“……알았어요.”
“그리고 가신이라고 무시하면 안 돼. 특히 파에라톤의 봉신들은 중앙 귀족들조차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니까.”
공작부인이 되기 위해선 가신들의 지지 역시 필요한 법.
레이디 아펠리아는 부채를 살랑이며 가신들의 옆으로 다가갔다.
“각하께서 탄신연을 여실 줄 이야. 대체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으신 건지.”
“꽤 갑자기 연 듯합니다. 나흘 전에 초대장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저도 놀랐어요. 설마 이리 급하게 여실 줄이야.”
레이디 아펠리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신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눈웃음을 쳤다.
“그저 지나가듯 탄신연도 없는 건 너무 안타깝다고 말씀드린 것뿐이었는데.”
그 말에 가신들이 눈을 번쩍 떴다.
“그럼 레이디 아펠리아의 말씀을 듣고 파티 준비를 명하셨다는 겁니까?”
“글쎄요. 제국 영웅의 탄신일을 이대로 지나치기엔 아쉽다는 말씀은 드렸어요.”
“오…….”
“시일이 촉박하니 외부의 귀족들을 초대하진 못하더라도 가족끼리라도 파티를 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아펠리아가 부채를 살랑이며 시선을 화려한 연회장으로 던졌다.
“그렇다면 진짜로 레이디 아펠리아의 뜻을 따라서…….”
“하지만 각하께선 그럴 분이 아니신데. 감정이 없는 분 아니십니까.”
“오히려 화를 냈으면 화를 내셨겠죠. 어떻게 반응하셨을지 절로 그려집니다. 고요히 저를 바라보고 계신 시선을 생각하면, 어휴.”
그리 말한 가신이 진저리를 쳤다.
다들 레이디 아펠리아의 말을 말도 안 되는 소리 취급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각하께서 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막내 공녀님께 하시는 걸 보면…….”
“아아, 막내 공녀님께 하시는 걸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축하연을 열고 싶다고 하신 분이 막내 공녀님도 아니고…….”
사람들의 시선이 레이디 아펠리아를 향했다.
“그다지, 음.”
“물론 굉장히 아름다우시긴 하지만, 음.”
“우리 각하께서, 음.”
레이디 아펠리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부채 속에 얼굴을 감춘 채 뒤를 돌았다.
‘두고 봐. 내가 공작부인이 되면 너희를 전부 파면할 테니!’
레이디 아펠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