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4화(74/353)
☆ 제75화 ☆
휘이이이잉一.
아까보다도 더한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 입을 조가비처럼 꾹 다문 채 이리저리 난감하게 시선을 옮기다 결국 아빠인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봤다.
파에라톤 공작은 아펠리아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샤워하는 중에 아펠리아의 기척을 느꼈지만, 여자에 무해한 기색이라 딸의 하녀인가 하고 넘겼다.
무엇보다 루아티샤에겐 지난번 노예 사건 때 걸어놓은 안전장치까지 있었다.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딴 식의 침입자였을 줄이야.
으드득.
살벌하게 이 가는 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아빠, 왜 아줌마가 여기 있어요? 그것도 천 쪼가리만 입구? 루루는 저런 옷차림은 처음 봐요. 저건 무슨 옷이에요?”
딸아이가 반짝이는 순진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파에라톤 공작은 난생처음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어떤 감각인지 깨달았다.
당혹스러운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살의가 피어올랐다.
순진하고 순수하며 천진난만하고 무구한 딸아이 앞에서 저, 딴 흉한 몰골을 하고 있는 여자를 당장 이 세상에서 말소시키고 싶었다.
그때였다.
“어머, 아가씨! 이런 거 보시면 안 돼요!”
“꺄악?! 지지에요! 숭해요!”
“우리 아가씨 눈 씻으셔야겠다!”
뒤늦게 도착한 루아티샤의 하녀들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우웅? 무슨 일인데 그래?”
그 말에 하녀들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설마하니 각하께서 오늘 아가씨와 함께 주무시는데 저 ……를 부르셨을 리도 없고.”
“아니, 애초에 각하께서는 여자를 들이시지 않지.”
“이걸 뭐라 말씀드리지? 미친 여자의, 아니지, 최대한 고운 말로…….”
루아티샤는 하一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 나 알아!”
“……!”
“……?!”
안다고?
사람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루아티샤의 입술을 바라봤다.
“이렇게 밤에 은밀하게 숨어서 몰래 침대에 들어오는 거!”
헐
“아, 아니, 아가씨. 그런 걸 어디서一.”
“교, 교육관, 교육관을 데려와! 아가씨께 뭘 가르친 거냐!”
혼비백산한 가운데 루아티샤가 해맑게 외쳤다.
“암살자야!”
“…….”
“…….”
“…….”
짧은 침묵.
빠른 상황 판단.
“그, 그게 맞습니다!”
“그거밖에 없지요!”
“과연 아가씨! 암살자를 한 번에 알아보시다니!”
물론 레이디 아펠리아의 옷차림 어디에도 암기나 날붙이를 숨길 수 있는 공간 따윈 없었다.
그 무엇도 숨길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차림.
하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누명을 씌웠다.
저 미친 여자의 인권보다 우리 아가씨의 순수함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
파에라톤 공작이 번뜩이는 눈으로 명했다.
“당장 저 암살자를 감옥에 처넣어라!”
“예, 각하!”
그렇게 아펠리아는 감옥에 갇혔다.
루아티샤가 “암살자를 잡았다!” 하며 기뻐했다.
다들 “오구오구, 우리 아가씨 암살자도 잘 잡으시네!” 하고 루아티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후우! 어린이의 동심을 지켰다!’
그들은 안심하며 환히 웃었다.
그 어린이 동심의 소유자가 아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 * *
‘바보, 내가 이대로 도망가게 둘 줄 알아?’
감옥에 안 가두면 아펠리아는 쪽팔려서라도 바로 짐 싸고 성을 나갈 것이다.
다나도 못 구했는데 이대로 내빼게 놔둘 순 없지!
그때, 알림창이 떴다.
[퀘스트 〈아빠를 구하자!〉를 완료했습니다.]일전에 아펠리아와 신시아의 대화를 엿듣고 퀘스트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를 완료한 뒤 받았던 퀘스트였다.
대강 레이디 아펠리아의 육탄 공격으로부터 아빠를 구하라는 내용이었다.
[보상으로 3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 고용인 무리가 우리 아가씨의 소중한 동심을 아껴주자고 다짐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 기사 무리가 우리 레이디의 순수함을 지켜주자고 다짐합니다.] [고용인과 기사의 충성심이 상승합니다!] [이벤트 발생!] [지금 공작성 내성은 가신들과 관료들, 기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으로 인해 빈방이 거의 없이 다 차 있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소문이 빠르게 번져갑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갑니다!] [이 사건이 제도까지 퍼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와, 이게 이렇게?’
일부러 가신들이 내성에 머무는지 확인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혹여 황후와 끈이 닿은 가신들이 있다면, 레이디 아펠리아의 일을 알려서 긴장하게 만들 생각에서였다.
아직 끈이 닿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으로 황후와 손을 잡는 걸 재고하게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제도까지 순식간에 소문이 돌 거라니.’
레이디 아펠리아도, 신시아도 앞으로 사교계에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 터였다.
‘그럼 남은 퀘스트는…….’
– 진행 중인 퀘스트:
1. 〈애기를 구하자!〉
2. 〈교육은 역시 인성 교육〉
〈교육은 역시 인성 교육〉도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를 완료하고 받은 퀘스트였다.
신시아는 그냥 눈치 없고 예의 없는 애가 아니니 어서 빨리 사이다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나는 로라를 바라봤다.
로라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때, 아빠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충격이 컸나? 내 딸이 아까부터 말이 없는데. 눈을 다시 씻어야 하나.”
아빠가 내 눈가를 살살 문질렀다.
괜찮아요, 아빠.
아빠 얼굴이 눈에 보약이야.
아빠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드니 아빠가 나를 꽈악 안아주셨다.
크고 따뜻했다.
안심이 되어서 저절로 하아암, 커다랗게 하품이 나왔다.
“어머, 아가씨 피곤하신가 봐요.”
“그러실 만하죠.”
고용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불을 끄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
아빠가 나를 안고 침대에 누웠다.
“아빠,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보내셨어요?”
“덕분에 무척.”
히히.
부모님의 생신을 축하드릴 수 있는 건 아주아주 행복한 일이었다.
아빠의 토닥토닥이는 손길을 받으며 나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 * *
신시아는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꾹 눌렀다.
‘엄마는 잘하고 계시겠지?’
오늘 일만 성공하면 파에라톤 공녀가 될 수 있다.
아까 파티장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울컥하며 화딱지가 났다.
어서 정식으로 입적되어서 확실하게 서열 정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오늘 이곳에 묵는 사람들이 많다곤 하지만 이렇게 시끄러 울 건 없지 않나?
더 놀고 싶다면 아직도 열리고 있는 파티를 즐기면 될 것이다.
신시아는 숄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이 방 저 방 들락날락거리거나 회랑 중간의 휴게 구역에서 모여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뭐야, 자기들만 있는 줄 아나…….’
신시아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유, 유트라 펠리아 남작님!”
그녀는 유트라 앞에 달려가 두 손을 모았다.
“와, 완전 팬이에요. 여태까지 발간하셨던 디자인집 전부 다 가지고 있어요. 하나같이 너무 멋져요! 남작님의 드레스를 입고 데뷔하는 게 꿈이에요!”
유트라가 빙긋 웃었다. 그녀는 꽤 많은 영애의 선망을 받는지라 이런 말이 익숙했다.
“고마워요, 영애. 곧 있으면 새로운 디자인집이 발간된답니다. 여태까지의 디자인은 우스울 정도로 새롭고 특별한 것들로 가득 채웠어요.”
“어머, 정말이에요?”
“아, 하지만 영애는 그렇게 관심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전부 다 4~5세 여아의 의상 디자인 이거든요.”
“……4~5세 여아……요?”
설마.
신시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영애가 커서 나중에 여자아이를 키우게 되면 참고가 될 지도요. 분명 그때 봐도 세련되고 대단할 거예요.”
“…….”
“다 이게 제게 영감을 주는 뮤즈 덕분이죠! 예술가에게 뮤즈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뮤즈라니. 남작님은 여태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자서전에…….”
“이전까지는 없었죠! 하지만 이젠 달라요. 그분을 보기만 해도 영감이 무한히 샘솟아요!”
신시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꿈이었다.
유트라 펠리아의 유일무이한 뮤즈가 되는 것.
그런데 이미 그런 존재가 있다니.
“……누, 구인데요?”
묻고 싶지 않으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당연히 귀염뽀…… 아니, 파에라톤 공녀님이시지요!”
또.
또 그 애다.
눈앞이 하얗게 타올랐다.
“그분의 옷을 만드는 데에도 바빠서 솔직히 다른 건 만들고 싶지 않아요. 남성복이나 성인용 옷은 또 다른 영역이니 계속 만들고 있지만, 여자아이 옷은 특히나…….”
유트라 펠리아가 무어라 떠드는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대체, 걔가 뭐라고 다들!’
그 순간,
“홀딱 벗은 채 공작 각하의 침실에 숨어들었다고?!”
커다란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쉿, 쉿! 목소리가 너무 커요!”
“아니, 다들 이 얘기 중 아닌가? 뭘 그리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 전부 그 얘기 때문에 방에 있다 나온 거잖소.”
신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一.
“우와, 각하의 침실에 벗고 뛰어들다니.”
유트라 펠리아가 질색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떤 미친 여자인지 몰라도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멍청한 짓이네.”
신시아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존경하고 꿈꾸던 우상.
그런데 그런 상대에게 저런 말까지 듣다니!
신시아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꽝!
거칠게 닫히는 방문을 보고 유트라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내 뮤즈 이야기 안 끝났는데.”
* * *
부드러운 손길이 살살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기분 좋아.
나는 미소 지으며 그 손길을 만끽했다.
“일어났어?”
낮은 음성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깜빡깜빡, 졸음기를 털어내자 샤프하게 잘생긴 미남의 얼굴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후우, 이 귀중한 미남을 피폐 19금 로판의 늪에서 지켜냈다!
정말 다행이야!
“응.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빠.”
“그래.”
아빠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한 팔을 괴고 날 바라보고 계셨다.
내가 일어나기 위해 꾸물꾸물 거리자 아빠가 아쉬운 듯 내 볼을 쿡 찔렀다.
“좀 더 잘까?”
“아빠는 아까부터 일어나 계셨던 거 아니에요?”
“그래.”
“그런데 더 주무시게요?”
“아니.”
“……?”
“네가 자는 걸 지켜보게.”
남이 잠든 걸 보는 게 뭐가 재밌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일어났다.
“아빠는 더 주무세요. 나는 할 일이 잔뜩이에요.”
“딸이 똑똑하고 일 잘해서 바쁜 게 이렇게 슬픈 일이었다니.”
아빠가 투덜거렸다.
“아무리 바쁜 딸이어도 사랑 하는 아빠랑 함께 아침 식사할 시간은 있지요!”
그 말에 아빠가 픽 웃으며 일어났다.
“그거 아주 고마운 일이구나.”
그렇게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아빠가 직접 까 주신 오렌지는 무척 달고 맛있었다.
* * *
검은 황금의 제작 설비는 비밀리에 리모델링되어 아주 원활하게 돌아갔다.
덕분에 물량도 꽤 확보되어 당장 판매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출처를 세탁해줄 페이퍼 컴퍼니도 세웠고, 페이퍼 컴퍼니와 무역해줄 내 소유 상단도 설립 완료.
이제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 나는 정말 바빴다.
하지만 나는 열 일 제쳐두고 다나에게로 갔다.
“다나!”
“아, 아가씨…….”
다나가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다나! 얼굴이 왜 그래?!”
다나의 얼굴은 팅팅 부은 데다가 입술이 찢어져 있었다.
딱 봐도 이건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
범인이 누군지는 안 물어봐도 뻔했다. 아펠리아가 감옥에 갇혀 있으니 더더욱 확실하다.
‘말로만 괴롭힌 게 아니라 손까지 대고 있었어?’
지속적인 괴롭힘, 언어적, 신체적 폭행.
동급생 학폭이어도 심각한 문제다. 하물며 다나는 동갑이 아니라 신시아보다 훨씬 더 어렸다.
“별거 아니에요.”
다나는 웃었다.
웃는 것조차 아플 텐데, 그래도 웃었다.
“나한테는 말해줄 수 있잖아.”
다나는 고개를 수그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만날 때마다 아픈 데 없냐고 물었어. 근데 다나는 괜찮다고만 했지.”
“…….”
“그러다 코피 흘리면서 쓰러졌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아가씨…….”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줘.”
“……신시아 아가씨께서 기분이 안 좋으셔서요. 그냥, 그것뿐이에요.”
고작 자기 기분 안 좋다고 어린애를 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