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5화(75/353)
☆ 제76화 ☆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냐.
그동안 그냥 맞고만 있었냐.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나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말했다.
“알았으면 약도 가져올걸. 이따 나랑 같이 병동에 가자.”
나는 그냥 그렇게만 말하고 다나에게 가져온 것을 내밀었다.
다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노끈을 풀고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커다란 스케치북과 작은 무지 수첩, 오일 파스텔과 구아슈, 연필 세트.
다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 아가씨 저는 이런 건……. 너, 너무 비싸요.”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내가 시무룩하게 눈꼬리를 내리자 순진한 다나는 펄쩍 뛰었다.
“그, 그럴 리가요! 넘치도록 과분해서 그런 거예요. 마음에 안 들 리가 있나요?”
“그럼 받아줄 거지?”
“하지만一.”
“역시 마음에 안 드는구나.”
다시 눈꼬리를 내리자 순진한 다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해요, 아가씨. 정말 소중히 아낄게요.”
다나가 품에 스케치북을 안은 채 수줍게 웃었다.
상처 때문에 그 웃음은 다소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예쁜 미소였다.
“다나는 왜 그림을 그려?”
나는 다나가 그림을 그리고 있던 흙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 내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냥요. 별 의미는 없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림은 나뭇가지랑 흙 바닥만 있으면 그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거 많아. 꽃반지나 화관도 만들 수 있고 흙장난이나 공차기도 할 수 있는걸?”
잘 관리된 정원이 아니라 이런 흙바닥에도 바람에 날려온 씨앗이 내려앉아 꽃이 피었다.
이런 꽃은 얼마든지 다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신시아의 집에서도 마찬가지.
“그렇……네요.”
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림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리고 싶었어요.”
“그렇구나. 왜 그랬을까? 궁금하네에.”
나는 빤히 다나를 바라보았다.
다나는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궁금해하는 시선을 보내면 분명 최선을 다해 열심히 생각할 것이다.
지금 골몰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래, 생각해 봐.’
다나는 절대 눈앞에 있는 것을 그리지 않았다.
흙바닥에 핀 들꽃이나 저기 보이는 나무, 눈앞의 멋진 공작 성.
그릴 대상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절대 그런 건 그리지 않았다.
보았던 것, 생각한 것, 상상한 것.
다나가 그리는 건 전부 그런 것들이었다.
“……모르겠어요.”
한참의 고민 끝에 다나가 말했다.
“죄, 죄송해요. 저는 멍청해서 생각 같은 건 잘 못해서一.”
“아니야.”
나는 단호하게 다나의 말을 잘랐다.
“다나가 멍청하다는 신시아의 말은 틀렸어. 신시아보다 백배 아니, 999억 배는 똑똑한 내가 말하는 거니까 믿어 봐.”
다나는 빙그레 웃는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다나, 왜 나를 그렸어?”
“아,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요.”
“또?”
“따뜻해서…….”
“또?”
“가, 같이 부엌을 털었던 게 너무 즐거워서.”
“또?”
“……아가씨가 보고 싶었어요.”
“그래.”
다나가 입술을 벌렸다가 도로 닫았다.
“저는, 저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거였군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원하는 게 있어서.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원한다고一 하물며 엄마를 원한다고도 말해 본 적 없었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공포에 질려서,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매일매일 원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말이 아닌 그림으로.
갖고 싶고, 보고 싶고, 하고 싶다고.
나뭇가지가 닳도록 외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염원을 마주하자, 다나의 입술이 일렁였다.
“나, 그때 다나가 날 모르는 척해줘서 무척 기뻤어. 고마워.”
“벼, 별말씀을.”
다나는 굉장히 기뻐 보였다. 뿌듯해 보이기도 하고.
“다나가 나를 위해서 나서준 것처럼 다음에는 자신을 위해서 나섰으면 좋겠어.”
“저를…… 위해서?”
“응. 다나 안에는 이렇게나 멋진 의지가 가득한걸.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신시아가 짓밟고 꺼트리려고 해도 다나는 지지 않았다.
“자, 그럼 병동에 가자!”
나는 일어나며 다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나는 조심히 내 손을 잡았다.
아주 따뜻한 손이었다.
* * *
신시아는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울다가 일어났다.
꼬르륵一.
배 속에서 소리가 났다.
밥 안 먹겠다고 있는 대로 집기를 집어 던지며 난장을 피웠던지라 그냥 굶은 것보다 더 배고팠다.
‘엄마는 설마 아직도 갇혀 계실까?’
설렁줄을 당기려던 신시아는 그냥 밖으로 나왔다.
혹시라도 자신이 데려온 고용인이 아니라 공작성의 하녀가 오면 무슨 낯으로 본단 말인가.
엄마 방으로 갔지만 여전히 안은 비어있었다.
‘유모를 찾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뭐지?’
설마 엄마 이야기를 하나? 아니면 내 이야기?
신시아는 발걸음을 죽이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무언가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건一.
‘루아티샤?’
커다란 수정안에서 루아티샤가 화환 리본을 달고 파에라톤 공작의 뺨에 뽀뽀를 하고 있었다.
‘저건……!’
어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신은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어 놓고 저 욕심 많은 계집애는 보란 듯이 행복해하기만 했다.
‘날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때, 저쪽에서 하녀가 뛰어왔다.
“새로운 영상 구해왔어요! 로라한테 어렵게 입수한 영상이에요!”
“새 영상? 하긴, 걘 아가씨에 관한 건 뭐든 가지고 있으니까.”
“잠깐 빌리는 건데도 그거 일곱 장이나 줬어.”
“아아, 그것 말인가. 일곱 장이나 쓰다니, 많이도 줬군!”
“하지만 미공개 새 영상에는 그럴 가치가 있지! 잘 구해왔다!”
고용인들뿐만 아니라 가신들까지 하나가 되어서 그 하녀를 칭찬했다.
특히 붉은 머리의 미남자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영상을 틀자 빛나는 새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는 루아티샤의 모습이 나왔다.
“이건 어제 파티 때 모습이 아닌데?”
“과연 일곱 장짜리!”
“서리꽃 망토는 추위뿐만이 아니라 몬스터의 독기까지 막아준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겨울엔 네가 요긴하게 입을 수 있겠지.”
“이건 아빠가 생일 선물로 받으신 거잖아요.”
“상관없어. 준 사람도 너한테 갈 거라고 생각했을걸?”
익시온의 말에 아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눈치 빠르고 각하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자들은 전부 내 동생이 쓸 만한 것들을 가져왔더구나.”
“하지만, 아빠 선물인데.”
“나를 기쁘게 하는 선물이지.”
파에라톤 공작이 딸아이에게 선물 받은 파파라챠 사파이어 브로치를 달아주며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인어의 눈물은 영 꽝이야.”
익시온이 주먹보다도 큰 진주를 집어 들며 말했다.
“예쁘긴 하지만 커서 내 동생이 하고 다니긴 힘들지.”
“그렇다고 당장 바다에 갈 일도 없잖아. 방안에 장식할까?”
“바다?”
루아티샤가 눈을 반짝 빛냈다.
“응, 이거 하나면 바다 위에서 신의 축복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해군이나 해적이 기를 쓰고 구하려 하지.”
루아티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아, 아빠아……. 이거 아빠 필요하세요?”
“딱히 필요 없는데. 몇 개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하나라도 나타났다 하면 난리가 나는 보물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는 말을 참 아무렇지 않게 했다.
파에라톤 공작은 발을 동동동 굴리며 인어의 눈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딸아이를 보며 입매를 느슨히 했다.
“갖고 싶다고 조르면 줄 수도 있는데.”
“갖고 싶어요!”
“잘 조르면.”
“잘?”
끙끙, 고민하던 루아티샤가 눈 앞에 다가온 뺨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술을 내밀었다.
쪽
“이쪽도.”
쪽.
“아빠아, 인어의 눈물 주세요.”
두 손을 모아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자 파에라톤 공작과 공자들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내 생일은 언제였지?”
“무조건 파티를 열어야겠군. 선물로 솜뭉치한테 가장 어울리는 걸 가져오라고 해야겠어.”
파에라톤 공작이 인어의 눈물을 받고 좋아하는 루아티샤를 불렀다.
“루루.”
그가 내미는 물건을 보고 루아티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꽃?”
“환수의 알이다.”
파에라톤 공작이 루아티샤의 머리에 꽃을 꽂아주었다.
“부화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어떤 환수가 나올지도.”
파에라톤 공작이 딸아이의 머리를 꾹 눌렀다.
“부화할 수 있도록 네가 잘 보살펴보렴.”
“으윽! 아가씨가 나한테도 뭐 갖고 싶다고 조르셨으면 좋겠다!”
“역시 공녀님께 서리꽃 망토가 잘 어울릴 줄 알고 있었어요! 고민이 많았는데 저걸 선물하길 잘했군요!”
“와, 환수의 알이라니. 환수의 주인이 된 아가씨 보고 싶다.”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 뒤에서 신시아가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저게 뭐야…….’
저건 우리 엄마랑 내가 파에라톤 공작부인이랑 공녀가 되기 위해 아빠한테 준 거라고.
‘어떻게, 어떻게 저걸 쟤한테 줄 수 있어?!’
게다가 이 반응은 뭐야!
‘다들 저 영악하고 못된 계집애가 뭐가 좋다고!’
입술을 꽉 깨문 신시아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복도를 질주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다.
꼭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것만 같았다.
“우와, 각하의 침실에 벗고 뛰어들다니.”
“어떤 미친 여자인지 몰라도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멍청한 짓이네.”
“다 이게 제게 영감을 주는 뮤즈 덕분이죠! 예술가에게 뮤즈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야 당연히 귀염뽀…… 아니, 파에라톤 공녀님이시지요!”
싫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분명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파에라톤 공녀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게 전부 다 그 짜증 나는 계집애 때문이야!’
“아, 아가씨?”
그 목소리에 신시아가 우뚝 발을 멈췄다.
다나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길 바라보고 있었다.
신시아는 홀린 듯 물었다.
“칼 있어?”
“카, 칼이요? 아니요. 그런 건 왜…….”
“이 쓸모없는 것! 도움이 안 돼!”
신시아가 다나를 거칠게 밀치고 뛰었다.
다나는 넘어진 몸을 얼른 일으키고 그 뒤를 따랐다.
‘칼이라니, 대체 왜? 무슨 일을 벌이시려고.’
이 길로 가면 본관이다.
남향인 본관에는 당연히 파에라톤 공작과 그 직계들의 방이 있다.
‘설마……!’
다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나는 소중히 품고 있던 인어의 눈물을 칸도르 백작에게 주었다.
“이거 무역할 때 써. 알았지?”
“과연 상선이 바다를 건널 때 딱이겠군요.”
칸도르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 문이 열렸다.
“아가씨.”
로라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할부지 이따 봐!”
“이렇게 갑자기요? 아직 남은 일이 많은데.”
“나중에, 나중에! 나 급해!”
사이다 마시러 가야 해!
나는 서둘러 내 방으로 달려갔다.
벌컥!
방문을 열자, 신시아가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손에는 엉망으로 찢어진 천 쪼가리를 든 채.
‘그래, 내가 잘 보이라고 딱 문 열자마자 보이는 곳에 걸어 두라고 했지.’
신시아의 앞에는 내 옷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채 토르소에 겨우겨우 걸쳐져 있었다.
‘와, 맨손으로 저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한껏 당혹스러운 표정을 꾸며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내 잘못이 아니야!”
신시아가 버럭 외쳤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서 당황은 사라지고 악만 남았다.
“너한테 이런 건 과분해! 이것뿐만이 아니야! 모든 게 과분해! 난 친절하게 그걸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정말 기적의 논리였다.
그때, 열린 방문 틈으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오는 소리에 신시아의 얼굴에 다시 당황이 올라왔다.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손안의 천을 홱 집어 던졌다.
이윽고 사람들이 내 방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지?”
아빠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빠가 왜 오셨지? 거기에 오빠들까지?’
올려다보는데 칸도르 백작과 눈이 마주쳤다.
‘아하. 갑자기 나가는 게 이상해서 아빠랑 오빠들을 불러왔구나.’
그때였다.
“다나, 대체 왜 그런 거야?”
신시아가 가련한 표정으로 외쳤다.
“저번에는 루루의 머리 장식을 훔치더니 이번엔……! 설마 저번에 훔쳤던 게 들켜서 복수하려고 이런 짓을 벌인 거야?”
와.
진짜 쟤는 어쩜 저리 한결같지?
“아, 아가씨, 저는…….”
당황한 다나가 벌벌 떨며 신시아의 눈치를 봤다.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다나, 네가 했니?”
신시아는 끔찍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기세가 사뭇 의기양양했다.
저번처럼 당연히 다나가 이 상황에 순응할 거라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다나는 몇 번 말하려 하다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애는 나와 눈을 맞춘 채 부들부들 떨었다. 땀이 비 오듯 솟고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그 아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 아, 아니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신시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니, 에요. 저는, 저는 아가씨를 말리려고 해, 했어요.”
다나는 순응하지 않았다.
그 애의 안에는 도저히 남이 꺾을 수 없는 의지와 염원이 가득하니까.
다나는 울먹이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제가, 아니에요. 제가 안 그랬어요.”
공포심은 점점 걷히고 해방감이 아이의 앳된 얼굴에 깃들기 시작한다.
“신시아 아가씨께서?”
“거짓말!”
신시아가 날카롭게 외쳤다.
“얘가 나를 모함하는 거야! 쟤랑 짜고!”
신시아가 나를 가리켰다.
그러곤 다나가 소중히 안고 있는 스케치북과 화도구를 뺏었다.
“이게 그 증거야! 루아티샤가 이걸 다나에게 주며 날 모함하라고 했어!”
씩씩거리던 신시아는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표정을 바꿨다.
상처받은 처연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루루,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해?”
“저는 루아티샤 아가씨의 부탁을 받고 그런 게 아니에요!”
다나가 비명 지르듯 외쳤지만 신시아는 흔들림 없이 나만 바라봤다.
“네가 날 질투하는 건 알고 있었어.”
“내가 널 질투해? 왜?”
“나도 그게 궁금해. 너는 부족한 게 없을 텐데. 오히려 분에 넘치도록 누리고 있는데 왜 나를……. 아!”
신시아가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너한테 엄마 없다고 내 엄마까지 뺏어가려는 거야?”
“뭐?”
“그렇잖아. 나도 엄마 없는 애로 만들려고 우리 엄마를 감옥에 넣었잖아. 일부러 아빠랑 엄마 사이를 방해하고, 나랑 오빠랑 익시온 사이를 이간질하고.”
신시아가 끔찍하다는 듯 입술을 틀어막았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한 가족이 되자고 한 건데……. 네게 좋은 언니가 되려고 했어. 그리고 우리 엄마도 네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셨을 거야. 그런데 너는 왜……!”
“야.”
듣자 듣자 하니 기가 막혀서 나는 비딱하게 짝다리를 짚었다.
“니네 엄마 공짜로 줘도 안 가져.”
“줘, 줘도 안 가진다니!”
“너 같은 언니는 돈 주고 제발 받아달라고 해도 안 가지고.”
“……!”
신시아의 얼굴이 수치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알겠다는 듯 미소 지었다.
“엄마랑 언니 갖고 싶은데 못 가지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우리 엄마랑 내가 네 가족이 되어줄 리 없으니까.”
진짜 어이가 없어서.
“넌 먹을 게 없다고 똥을 먹냐?”
“또, 똥? 내가 똥이라는 거야?!”
신시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