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7화(77/353)
☆ 제78화 ☆
‘뭐, 그때 가보면 알겠지.’
지금 생각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수잔을 일으켜 세우고 옐로체를 불렀다.
“이들을 영지민으로 받아주려고 해. 절차까지 책임지고 진행해 줘.”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옐로체가 옅게 미소 지으며 수잔과 다나를 안내했다.
‘옐로체는 내 보좌들 중 가장 부드럽고 친절하니 잘해주겠지!’
나는 손을 꼬옥 잡은 채 걷는 모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 * *
아펠리아와 신시아 모녀가 쫓겨난 후, 나는 모처럼 가족들과 아주 한가로운 티타임을 보내는 중이었다.
‘하아, 좋다. 이 평화로움.’
갑자기 저쪽에서 신시아가 튀어나와 속 터지는 소리할 일도, 뒤쪽에서 아펠리아가 튀어나와 아빠한테 작업 걸 일도 없다.
“자, 내 동생 이것도 먹어.”
“이것도.”
“루루, 아, 하렴.”
꼭 입안 가득 달콤한 게 있어서 행복하다는 건 아니고.
역시 밀가루와 설탕의 조합은 최고다!
나는 행복하게 딸기 케이크를 얌냠 먹었다.
“그러고 보니 아레스. 저번에 그 아줌마에 대해서 아레스가 신경 쓸 일 아니라고 했잖아.”
“그랬었지.”
“왜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만약에 아빠가 재혼하면 그 아줌마가 새엄마에 공작부인이 되는 건데.”
“그야 당연하잖아.”
당연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레스가 설명해주었다.
“각하께서 그 여자를 새로운 공작부인으로 들일 리 없으니까.”
“미쳤다고 황후의 명을 받고 온 여자랑 결혼하시겠어? 그럼 노망 난 거지.”
익시온까지 가세해서 나는 입을 벌렸다.
‘다들 그래서 그렇게 태평했구나.’
아펠리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이 상관없다며 너무 아무렇지 않아 해서 놀랐는데.
‘어쩐지 디에르 자작이랑 칸도르 백작도 너무 날 놀리더라.’
제길.
내가 발 동동하는 거 보면서 즐겼던 거야!
“에휴, 나 혼자 아빠가 그 아줌마랑 결혼할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투덜거리자 아빠가 빤히 날 쳐다봤다.
“내가 결혼하는 게 싫나?”
응?
“당연하지요!”
그런 이상한 아줌마랑 결혼하는건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허락 못해!
“내가 재혼하지 않으면 계속 엄마가 없는 건데?”
으응?
아빠의 말이 어딘가 미묘했다.
‘헉? 설마?’
나한테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셔서 싫은데 결혼하려고 하시나?
“아빠!”
나는 와락 아빠에게 안겼다.
날 생각하느라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 절대 안돼!
그건 불행의 지름길이야!
“나는 아빠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니까 결혼하지 말구 루루랑 살아요!”
“그래.”
아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휴, 다행이다.
이걸로 아빠를 불행에서 건져 냈어.
그때 아빠가 나를 꽉 끌어 안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평생.”
평생?
다시는 결혼할 생각 없으신가?
‘우리 엄마가 아빠의 트루럽이었나?’
아빠를 올려다보자 아빠가 희미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꾹 눌렀다.
뭐, 어쨌거나 아빠가 나 때문에 싫은 결정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어.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아빠가 떠주는 딸기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 * *
“이것 보게. 내 아들이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산을 다 챙겨주지 않나?”
“아드님이 아직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까?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군요.”
“자식이 사랑을 표현해줄 때만큼 기쁠 때는 없지. 우리 딸 아이는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물으면 바로 아빠라고 한다니까?”
“하하하, 부인이 속상해하시겠습니다.”
“아무렴. 속상해하지. 하지만 나는 행복하네.”
월례 대회의 중간의 휴식 시간.
가신들은 서로 자식, 손주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 가장 높은 상석에 앉아 있던 파에라톤 공작이 긴 다리를 나른하게 꼬았다.
웃고 떠들던 가신들이 움찔하며 소곤거렸다.
‘다리를 비딱하게 꼬는 것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요?’
‘그, 그러고 보니 지금 눈빛이……. 이쪽을 엄청나게 노려보시는데.’
살의 가득한 시선이 번뜩였다.
‘휴, 휴식 시간이 끝났나? 아닌데. 아직 한참 남았는데.’
‘대체 왜 저러시지?’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시게.’
‘예?’
‘신년 대연회 이후로 그간 너무 평화로웠지. 이제 반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상반기 결산을 하실 생각이야.’
‘상반기 결산……이라면?’
‘상반기 동안 한 짓을 보고 살릴 놈은 살리고 죽일 놈은 죽이시려는 게지.’
‘히익!’
가신들이 오들오들 떨었다.
‘하……. 아들 녀석이 우산을 챙겨준 날 돌아가지 못하다니. 이건 복선이었는가.’
‘저는 오늘 딸아이와 싸우고 나왔는데, 그것이 복선이었군요. 화만 내지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걸.’
‘크흑, 우리 손주 녀석이 내일 돌인데, 이것이 복선이었군. 하루 앞두고. 하아…….’
모두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가족들을 떠올렸다.
이윽고 파에라톤 공작의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딸이 결혼하지 말라는 경우가 뭐, 많은가?”
“예……?”
“아니, 그게 흔한지 궁금해서. 경들은 들어봤나?”
“그, 그게…….”
가신들이 눈을 도록도록 굴렸다.
혹 이 대답 여하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건가!
“없나 보군.”
파에라톤 공작의 입가에 호선이 걸렸다.
그때 한 가신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각하께서는 들으신 적 있으십니까?”
파에라톤 공작이 오만하게 턱을 까딱였다.
“내 딸이 그러더군. 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그러니 결혼하지 말고 저와 살자고.”
“…….”
“심지어 그 전엔 아빠는 나랑 평생 같이 살아야 한다며 떼를 쓰더군.”
“…….”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물을 필요조차 없지.”
“…….”
아니, 이 각하께서 지금?
딸자랑할 거면 그냥 자랑할 것이지, 왜 그렇게까지 무게를 잡는단 말인가!
안 그래도 부러워서 배 아프구만 사람 간까지 떨어지게!
그때,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가 대회의장 안을 갈랐다.
“글쎄요. 그 애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좀 두고 볼 문제죠.”
아레스의 말에 파에라톤 공작의 눈빛이 번뜩였다.
“무슨 뜻이지?”
“얼마 전 내 동생이 내게 혼혈이냐고 묻더군요.”
“혼혈?”
“천국과 제국 혼혈.”
“…….”
아, 그건 좀.
숨죽인 채 지켜보던 가신들이 아연해졌다.
“딱히 대단한 말 같지도 않은데? 그 솜뭉치가 나한텐 벽이 느껴진다고 했어.”
벽이라고?
그건 안 좋은 거 아닌가?
가신들의 의아한 시선을 한껏 즐긴 후에야 익시온이 입을 열었다.
“완.벽.”
“…….”
으음, 음, 음.
우리 막내 공녀님이 하시는 말씀은 무조건 다 옳긴 하지만.
으음, 그래도 이건 좀.
모두 난감한 기색을 표하는 가운데 디에르 자작이 울분에 찬 얼굴로 외쳤다.
“왜! 아가씨의 최측근은 바로 이 레디안 디에르인데! 어째서! 왜! 제게는 그런 말씀을 안 해 주신 거지!”
“크흡, 저는 아가씨의 보좌로도 뽑히지 못했습니다!”
곳곳에서 저런 주접을 듣지 못했다며 우는 가신들이 속출했다.
“각하께서는 뭐 들으신 말 없습니까?”
아레스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파에라톤 공작에게 물었다.
익시온이 등받이에 방만하게 기대며 거들었다.
“그냥 아빠면 충분하다는 말 따위는 이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한데.”
“…….”
파에라톤 공작은 말이 없었다.
다만 한없이 가라앉은 눈으로 딸아이를 바라볼 뿐.
그렇다.
이 자리에는 루아티샤도 있었다.
보좌단을 출범해 정식으로 가문의 일에 관여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월례 대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있었다.
아빠와 오빠들이 저 난리를 치는 동안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그만해.’
‘제발 그만해, 다들.’
‘제발 좀 닥쳐!’
따위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내가 진짜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다!’
하지만 푹 수그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콕콕 찌르는 시선이 느껴졌다.
힐끔 눈을 드니 파에라톤 공작이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 회, 회의 안 해요?”
“아직 시간 남았다.”
시간은 왜 이리 안 가는 거야.
일 분, 일 초가 더디게 가는 가운데, 대회의장은 점점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파에라톤 공작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가신들은 모두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제발! 아가씨 제발! 뭐라고 한 마디만!’
‘숨 막혀요. 이대로 질식사하겠어요! 살려주세요!’
결국 루아티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빠는…… 경마장에 가시면 절대 안 돼요.”
파에라톤 공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지? 내가 돈을 잃을 것 같나?”
“왜냐하면, 아빠를 보면 말이 안 나오니까요!”
쪽팔려.
쪽팔려.
쪽팔려!
이 많은 가신들 앞에서!
다들 입을 헤벌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댁들이 살려달라면서요!
루아티샤는 그대로 얼굴을 푹 가렸다.
‘괜찮아. 사람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아. 언젠가 잊혀져. 쪽팔림은 한순간이야.’
그때, 파에라톤 공작이 벼락처럼 외쳤다.
“찍었나?”
“예! 찍었습니다!”
에르켈 자작이 영상석一지난 번 시제품보다 확연히 업그레이드된一을 든 채 외쳤다.
“…….”
루아티샤가 이마를 감쌌다.
아, 다음부터 대회의 참석하지 말까.
Chapter 17. 오다 주웠어
새까맣고 매끄러운 돌.
마치 흑요석처럼 생겼지만 경도는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가장 다른 점은,
“이게 신종 마나석이라고?”
마나를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기존의 마나석보다 훨씬 고순도의 마나를.
제대로 된 마나석의 채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가는 이때, 이것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물건은 없다.
“마나석이 아니라 ‘검은 황금’이라 합니다, 황후 폐하.”
“흥, 마나가 담겨 있는 돌이 마나석이지.”
짤그락一.
황후의 손에서 검은 황금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새 이름을 붙이다니. 마나석에 걸린 제한을 피하려고 머리를 썼구나.”
“편법을 써서 법망을 피해 갔다는 이유로 잡아들일까요?”
“아니.”
황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자다. 아주 뛰어난 자야.”
황후의 고운 얼굴에 매끄러운 미소가 걸렸다.
“검은 황금이라. 그래, 확실히 그 이름에 걸맞은 물건이구나. 이 물건의 가치를 잘 알아야 지을 수 있는 이름이야.”
“그렇다면…….”
“당장의 이득을 위해 그자와의 관계를 망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
황후가 손안의 검은 황금을 꽉 쥐었다.
“물론, 이 검은 황금 광산을 알아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타대륙이라고 했나?”
“예, 아직까지는 그것만 알아냈습니다. 외국에 거점을 둔 신생 상단이라 정확한 이동루트를 알아내기 힘듭니다.”
“힘들다고?”
황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행 루트가 말이 안 됩니다. 온갖 곳에 들리고, 무역선 역시 매번 목적지가 바뀝니다. 마치 일부러 못 알아내게 하려는 것처럼요.”
“……일부러겠지. 이만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남에게 빼앗기고 싶겠느냐?”
“하기야 어딘지 알아내는 순간, 다른 상단도 전부 검은 황금 광산에 몰려가서 너도나도 거래하자고 하겠지요.”
“상단주는 어떤 인물이지?”
“죄송합니다. 백방으로 조사해 보았지만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또?”
“상단 내에서도 주인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상단주뿐만 아니라 상단 자체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듯했습니다. 주어진 직무만 알뿐.”
“흐음, 신중한 자군.”
툭, 툭.
침묵하며 테이블을 두드리던 황후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조사한답시고 들쑤시다간 그런 신중한 자의 경계만 사게 될 거야. 일단 조사를 멈추고 이 상단과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물론입니다, 폐하.”
“거래를 트면서 별 필요도 없는 걸 팔아도 좋은 값에 잘 사 주고.”
“권유하는 건 일단 다 구매하겠습니다.”
“그래, 우리가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반드시 우리 편으로 포섭해야 한다!”
“맡겨주십시오!”
사내가 부복하자 황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상단의 이름이 뭐라고?”
* * *
1황비가 거하는 백은장미궁 안.
“검은 황금이라고?”
“예, 폐하. 일부러 법망을 피해 가려고 그리 이름을 지은 듯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알면 화를 내시겠군요.”
사람들의 말에 황비가 미소 지었다.
“과연 그러실까?”
“예?”
“하지만 마나석이 아니라며 황궁에 납품하지 않을 텐데요. 당연히 노하시지 않겠습니까?”
“노하시겠지.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겠지.”
황비가 눈을 빛냈다.
“우리 중 누구보다 탐욕스럽게 그자를 원하실 거다.”
“……!”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지. 이 상단이 어느 곳과 연이 닿아있는지 알아내. 그리고 아직 아무하고도 손을 잡지 않았다면一.”
탁.
황비가 검은 황금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무조건 내 편으로 포섭해라.”
* * *
“이미 황태후께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계십니다.”
“늙은이가 아직도 정정하군.”
“각 공작가와 후작가, 변경백은 물론, 마탑과 대형 길드에서도 이 상단을 포섭하려고 혈안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 상단을 폐하의 품에 안겨드리겠습니다.”
황궁의 가장 깊은 심처.
높고 높은 황궁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
머리가 하늘에 닿아있다는 황제의 침실.
“이 안수르 상단을 말입니다.”
그 안에서 안수르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