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7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79화(79/353)
☆ 제80화 ☆
“…….”
“…….”
“…….”
방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 고요한 침묵은 뭘까.
쪽팔려서 죽고 싶었지만 나는 꿋꿋이 자세를 유지했다.
여전히 두 주먹은 뺨에 찰싹.
두 눈은 울망울망.
“커헉……! 내 심장.”
“후우, 후……. 순간 숨 쉬는 것도 잊었네.”
가신 아저씨들 진짜 오버야.
그에 반해 아빠랑 오빠들은 조용했다.
이런 혀가 반토막 난 소리는 너무 갔나.
마기를 타고났으면 육체적, 정신적 성장도 빠르니까, 더 이상 하게 보였을지도.
그때였다.
콱! 우직! 쿠웅一!
아빠가 손을 얹고 있었던 집무 책생부터 시작해서, 아레스가 기대고 있던 책장, 익시온의 옆에 있던 협탁이 부서지고 무너지고 조각났다.
“…….”
아니, 이렇게?
“누가 내 동생을 무섭게 했어.”
아레스가.
“당장 그 귀신을 찢어발기고 오죠.”
익시온도.
“당장 계엄령을 선포해라. 귀신과의 싸움이다.”
“…….”
아빠가 제일 무섭게 하고 있어.
조금 떨떠름했지만 나는 본분을 다했다.
“히잉, 기싱이 사람들 검게 만들어서 죽여. 관리 제대루 안 하면 기싱 계속 루루 쫓아와아.”
“공녀님께서 흑사병이 정말 많이 무서우신가 봅니다.”
“이 땅에서 흑사병이란 말 자체를 말소시켜주지.”
“당장 새 기구를 설치해.”
“대(對) 흑사병 관리 기구다.”
“예, 알겠습니다!”
휴, 이걸로 파에라톤령 방역의 첫 단추는 끼웠다.
그럼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우리 루루, 귀신 꿈 꾸지 않게 아빠랑 같이 잘까?”
“내 손을 잡고 자면 그런 악몽따윈 꾸지 않을 거야. 내 꿈 꿔야지, 내 동생.”
“하여간 약골은 어쩔 수 없다니까. 내가 곁에 있어주는 수밖에.”
“오구, 울 아가씨 기싱 꿍꼬또요? 무또오또요? 오구오구.”
“…….”
역사는 알지 못하겠지.
흑사병의 전염을 막아낸 데에는 나의 이 숭고하고도 쪽팔린 희생이 있었다는 걸.
흑.
* * *
나는 지친 상태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침실로 직행해 철푸닥 침대에 누웠다.
한참을 ‘기싱꿍꼬또’에 시달렸던지라 그냥 한숨 자고 싶었다.
정신이 피로하다구!
‘하지만 흑사병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잘 순 없지.’
흑흑, 진짜 로판 여주들 엄청 부지런하게 살고 있었구나.
누워서 휙휙 소설 페이지 넘기면서 여주들 꿀 빤다고 해서 미안해.
나는 꽁, 하고 몸을 일으켜 협탁에서 아키투스를 꺼냈다.
‘어디 보자, 어떤 능력을 소환하지?’
로판에서 전염병을 막아낸 여주들은 정말 많았다.
그중 흑사병을 막아낸 여주는 내가 아는 것만 넷.
넷 중에서 둘은 엄청난 신성력을 가진 성녀라서 전염병을 막아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신성력을 마구마구 쓸 순 없잖아.’
신전에서도 찾아올 거고 신성력이 어쩌네 저쩌네 시끄러울 게 분명한데.
차라리 내가 그 여주 언니들처럼 신성력이 생기는 거면 나은데, 이건 뭐 일회용 능력이나 다름 없으니.
뒷감당이 힘들지.
‘그럼 신성력을 사용하는 여주들은 기각.’
다른 여주 언니는 회귀한 황제라서 사전적인 방역을 잘 펼쳤다.
원인을 제거하니 전염병이 돌지도 않았다.
‘이게 제일 좋은데…….’
문제는 파에라톤령만 가능하다는 거다.
지금 흑사병이라는 귀신을 없애기 위해 파에라톤령은 하천을 재정비하고 위생에 취약한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혹시라도 흑사병 귀신이 쳐들어오면 어쩌나 덜덜 떨고 있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아빠와 오빠들의 행동이었다.
‘…….’
좀 쪽팔리지만.
그래도 내가 애라고 하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좀 감동이다.
매일 저녁마다 ‘오늘은 이런 걸 시행했으니 귀신이 안 올 거야’라고 달래주는 걸 듣느라 괴롭지만.
‘어쨌거나 황제도 아니고 제국 전체에 시행할 순 없잖아.’
발병지인 그 시골 마을이 어디인지만 알아도 참 좋을 텐데.
‘그럼 답은 마지막 하나인가.’
마지막 여주는 페스트균에 다 통하는 만능 약초를 발견했다.
다만 문제는一.
‘그 약초가 여기에도 있나?’
전혀 다른 세계인데?
‘여, 여기에도 사과, 딸기, 장미 이런 게 있잖아! 다른 세계여도 동식물은 얼마든지 겹칠 수 있어!’
심지어 이곳의 신은 세계를 만들면서 K-로판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그 소설을 참고해서 그런 만능 치트키 같은 식물을 만들어 놨을지도 몰라!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이건 새로운 소설을 소환할 필요도 없어!’
“내 작품 목록!”
[〈내 작품 목록〉을 불러옵니다.]처음 써보는 기능이라 조금 두근거렸다.
분명 그때 ‘구매한 소설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고 했지.
– 내 작품 목록:
1. 〈시한부 악녀는 사랑을 원치 않는다〉
2. 〈찐 폭군을 보좌하게 되었다〉
3. 〈꽃길이 지나쳐서 난감하다〉
4. 〈사람 잘못 보셨어요, 공작님!〉
5. 〈레이디 베이비〉
여기에서 이런 사기급 식물이 있는 소설은 뭐겠는가.
당연히 하나밖에 없지.
“〈꽃길이 지나쳐서 난감하다〉 소환!”
[〈내 작품 목록〉에서 〈꽃길이 지나쳐서 난감하다〉를 소환합니다.]파라라락一.
책장이 빛나며 넘어가고 새로운 글씨가 새겨지는 것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 번 구매한 걸 다시 보는 데에는 캐시가 안 드는구나.
나름 상도덕이 있다고 해야 할지.
[특성〈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 소환한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응.”
그러자 책에서부터 빛가루가 흘러나와 합쳐지더니 곧 세 개의 하트 크리스탈이 되었다.
능력 보관함에 두 개가 들어 있어서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은 세 개뿐이었다.
‘이 중에 하나는 그 약초를 찾는 능력이어야 할 텐데.’
나는 신중히 고민하다가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어째 이름부터가 최악인데.’
뭔진 몰라도 내가 원하는 능력은 절대 아니었다.
하트 크리스탈이 내 손에서 날아올라 표지의 세 하트 중 하나에 스며들었다.
[능력〈벽쿵♥〉]– 공감 글귀:
‘앗!’
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버렸다.
넘어진다!
눈을 꾹 감으며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넘어지는 대신 단단한 벽에 내 손이 닿았다.
‘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뜨는데
“……뭐 하는 거지?”
쭉 뻗은 내 두 팔 사이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꽃길이 지나쳐서 난감하다〉 속 여주인공이 넘어지다가 우연히 황태자에게 ‘벽쿵!’을 시도했을 때의 구절입니다.
자작 영애인 그녀는 이 일로 인해 황태자의 관심을 끌게 되지요.
이 능력은 패시브이므로 독자님의 재량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독자님의 걸크러시는 과연 어떨지! 두근두근♡
– 능력 효과: 벽쿵! 같은 걸크러시 행동을 합니다.
– 발동 횟수: 0/3
아니, 그딴 걸크러시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걸크러시는 검을 들고 적장의 목을 베는 거야!
‘하……. 30화만 소환해서 연애 관련 스킬은 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꽃.지.난〉의 전반 30화는 운 빨 꽃길.
그 후부터는 황태자와의 신분 차 연애가 주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연애는 솔직히…… 남이 하는 거 구경할 때나 재밌지 내가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유형이었다.
‘후, 패시브는 장착 해제도 못 하는데…….’
〈콜록콜록, 왈칵!〉때처럼 골 때리는 타이밍에 발동할 거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하나 잘못 뽑아서 아무것도 못 하던 예전 이랑은 다르다는 것.
그간 레벨 업을 엄청 했다구!
“다시!”
[특성 〈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 소환한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추출합니다.]이번에는 두 개의 하트 크리스탈이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하나를 움켜잡았다.
[능력〈전설의 풀 타입!〉을 선택하셨습니다.] [능력을 장착합니다.]헉! 이건 능력의 이름부터 느낌이 좋다!
[능력 〈전설의 풀 타입!〉]– 공감 글귀:
흑사병이라니, 정말 끔찍하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두 내가 대단 하다고들 말하지만, 착각인걸.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걷는데, 나무뿌리에 발이 걸렸다.
“아야!”
이렇게 넘어지기까지 하다니, 이제 운도 다 떨어졌나 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절뚝거리며 정원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가씨!”
방문이 벌컥 열렸다.
“흑사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발견했어요!”
“저, 정말? 어디서?”
“아가씨 치맛자락에 묻었던 풀이요! 그 풀이 흑사병을 치료할 수 있대요!”
“뭐?”
“그런데 이상하네요. 우리가문 정원에 그런 약초가 자라 있다니? 그전까진 아무도 못 봤대요.”
〈꽃.지.난〉의 여주가 슬픔에 잠겼던 때의 구절입니다.
그녀는 없었던 약초마저 발견해 내는 놀라운 쾌거를 달성합니다.
과연 작가가 공인한 개연성마저 사라지는 여주의 꽃길!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독자님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 능력 효과: 원하는 만능 약초를 찾아준다.
– 발동 횟수: 0/1
‘와, 다시 봐도 진짜 대단하다.’
설명을 보니 감이 왔다.
이건 세계가 달라도 통하는 능력이다.
‘드레스 자락에 묻어온 약초의 효능을 어떻게 하룻밤만에 알아 온 걸까.’
어쨌거나 이 개연성 파괴된 꽃길은 지금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흑사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약초를 찾아줘!”
[능력〈전설의 풀 타입!〉을 발동합니다.] [약초 탐색 중…탐색 완료.] [현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탐색합니다…탐색 완료.] [자연스럽게 현 세계에 이식합니다…이식 완료.] [위치를 표시합니다.]내 눈앞에 지도가 나타나더니 약초의 군락지가 표시되었다.
우리 집 정원부터 시작해서 다 파에라톤령이었다.
정확히는 공작성 근처.
쉽게 공수해 올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모양이다.
‘……이 여주 언니가 사실은 최강 아냐?’
무슨 능력이 이래?
하긴, 소설에서부터 오직 여주의 꽃길을 위해 없던 약초가 갑자기 생기고 하룻밤만에 치료제까지 개발되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정도 능력인 것도 납득……은 무슨!
꽃길도 적당히 깔아야 할 거 아냐!
‘왜 나는 이런 능력 안 준 거야!’
흑흑, 부러워 죽겠네.
‘어쨌거나 같은 약초면 하룻 밤만에 치료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어!’
나는 정원으로 뛰어갔다.
표시되었던 장소로 가자, 과연 못 보던 풀이 자라 있었다.
‘정원사 언니 오빠들이 놀라기 전에 다 뽑자.’
한 번 넘어졌다고 드레스 자락에 잔뜩 묻었던 풀인 만큼, 쑥쑥 잘 뽑혔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하다가 본성 북쪽 유리탑에 있는 마법부를 찾아갔다.
* * *
“다들 내가 천재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
양손을 허리에 얹고 배를 뽈록 내밀며 말하자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공녀님!”
“저번에 에테르를 이용해 그 지독한 금제를 풀 수 있다고 하셨을 땐, 얼마나 감동했는지!”
“드디어 마법사가 되실 결심이 서신 겁니까! 자, 이쪽으로 오시죠!”
“그게 아니라 술법사가 되고 싶으신 거겠죠. 공녀님께서 오실 거라 생각해서 매일매일 푸딩을 새로 준비해놨답니다.”
음.
생각보다 더 격한 반응이었다.
“요즘 내가 흑사병으로 신경이 좀 날카로워.”
잔뜩 무게 잡고 말하는데 어째서인지 마법사들과 술법사들의 얼굴에 흐물흐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아, 그 기싱 말씀입니까?”
“후후, 저희도 영상을 봤습니다.”
하.
죽고 싶네.
“영상석을 만든 건 가히 저희의 최고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니야.
“이렇게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다니!”
윤택은 얼어죽을! 불행하기만 한데!
“아무튼 그거 때문에 나도 좀 조사를 해봤거든. 아빠랑 오빠들한테만 맡기긴 미안하니까.”
“오구, 울 아가씨께서 직접 기싱 퇴치를 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도와드릴 게 있나요?”
하나하나 대꾸하기도 지쳐서 나는 품에서 약초를 내밀었다.
“응, 이 약초 말이야.”
“이건…….”
내가 내민 약초를 받아든 마법부 수장이 외알 안경을 치켜올렸다.
“굉장히 신비한 힘이 흐르는 약초군요. 마나의 파동이 느껴집니다.”
“이런 약초는 어떤 도감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어떻게 찾아내신 겁니까?”
개연성 파괴로.
“오다 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