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8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80화(80/353)
☆ 제81화 ☆
“이상하군요. 보통 이런 약초는 수년에 걸쳐 연구해야 하는 법인데, 이 약초는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활용법이 떠오르는 기분입니다.”
“정말 신비롭군요. 이런 약초가 있다니. 공녀님께서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나도 몰라.
〈꽃.지.난〉을 쓴 작가가 여주한테 꽃길만 깔아주고 싶었다는데 내가 어케 알겠어.
심지어 개연성도 곱게 갈아 만든 꽃길인데.
‘감사합니다, 작가님.’
제가 덕분에 오일 머니도 벌고 이번에는 흑사병까지 고칩니다.
그리고 꽃길이 좀 질투 나서 틱틱거리고 있지만 솔직히 읽으면서 재밌었어요.
“내 생각에 이건 흑사병에 잘 듣는 약초야.”
“흑사병이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다시 양손을 허리에 얹고 배를 쑥 내밀었다.
“나 천재잖아. 잊었어?”
의사와 약제사, 술법사와 마법사, 학자들까지 그 약초를 보면서 신기해했다.
새로 발견한 식물이기 때문에 이름이 필요했다.
“공녀님께서 발견하셨으니 공녀님께서 지어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원래 이런 건 발견자가 짓는 겁니다.”
‘음, 최근 들어 이름 지을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건 또 뭐라고 하지?
마음 같아서는 ‘개연성 파괴 풀’이라고 하고 싶은데.
“고민되시면 공녀님 이름을 따시는 건 어떻습니까? 보통 그렇게들 많이 합니다. 풀이든 광물이든.”
“그럼 루루꽃은 어떠신一.”
“아니! 절대 싫어! 완전 최악이야!”
나도 모르게 정색해서 외쳤다.
하지만 정말 끔찍한 이름인걸.
“하하, 역시 마법사들의 센스란 저 정도지요. 루아꽃이나 아티꽃, 티샤꽃 아니면 음, 루샤꽃은 어떻습니까.”
그게 뭐야.
내 이름 가지고 지금 경우의 수 놀이해?
“……다들 공부만 하느라 창의력은 죽었구나.”
“무슨 말씀을! 연구에 얼마나 창의력이 많이 필요한데요!”
근데 네이밍 센스가 왜 그래.
‘차라리 내가 짓는 게 낫겠어.’
나는 가만히 약초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꽃지난.”
“오오, 꽃지난! 그러고 보니 난초와 비슷한 생김새가 과연!”
“곧바로 난초와 엮어서 이름을 지으시다니, 아가씨의 감각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니.
그냥 이게 나왔던 소설 제목 갖다 붙인 거야.
“아무튼간에 이걸로 어서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자구!”
“기싱을 쫓기 위해서요!”
“기싱이 우리 공녀님 무똡게 하면 안 되니까!”
“…….”
이 사람들, 그냥 다 해고하면 안 될까.
다들 핀트가 어긋나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염려했는데, 막상 연구에 들어가자 다들 진지해졌다.
“음,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마나를 주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요정 가루를 섞으면 좋을 것 같군요.”
“잘 모르겠지만 얼음 가시나무 수액을 넣어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지한 거…… 맞지?
내 의심 어린 눈초리를 느꼈는지 연구진들이 억울한 눈빛을 보냈다.
“평소에는 절대! 이런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짜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다뤄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라요!”
나는 흐린 눈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입니다!”
아니, 안 믿어서 흐린 눈 한 거 아니야.
‘왜 활용법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그런 거지.’
어떻게 하룻밤만에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었나 했더니 이런 개연성이 숨어 있었구나.
정말 만능 치트키 같은 약초였다.
〈꽃.지.난〉에서 하룻밤만에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들도 단시간에 치료제를 완성했다.
“정말 왜인지 모르겠지만, 흑사병에 효과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효과가요.”
“그러게요. 딱히 임상 실험 같은 거 안 해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나는 다시 흐린 눈이 됐다.
“고, 공녀님! 솔직히 오해하실 만하지만, 진짜입니다!”
“저희도 원래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연구하지 않아요!”
아니, 믿어.
믿는다구.
믿으니까 흐린 눈이 된 거야.
‘흑흑, 부러워 죽겠다!’
그래도 덕분에 흑사병의 치료제를 말도 안 되는 시간만에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럼 이제 대량 생산하는 것만 남았네.”
“대량 생산이요? 하지만 꽃지난이 부족할 텐데요.”
“흐흐흥! 연구하고 있을 동안 내가 다 알아 왔지!”
정확히는 나의 핑크, 옐로우, 그린에게 탐색을 맡긴 거지만.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구역을 나눠서 조사하라고 찍어 줬다.
그 결과 다들 단번에 약초를 찾아냈다.
“유리탑 창고에 다 가져다 놓으라고 했어. 치료제로 가공하는 법은 쉽다고 했지?”
“네, 연금술의 기초만 알면 충분합니다.”
“좋아, 그럼 어서 공장 돌리자!”
인간을 부품으로 갈아넣는 공장!
나는 활짝 웃었다.
아니, 내가 딱히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구.
다 세계를 구하려고 이러는 거라니까?
진짜야!
* * *
나는 차곡차곡 쌓여있는 물약 병을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했다.
“아가씨 말씀대로 물약병의 중앙에 잘 보이도록 가문의 문장을 붙였습니다.”
“응, 마음에 들어.”
피안크의 말대로 반짝반짝한 푸른빛 물약병의 정중앙에는 파에라톤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약을 먹는 사람도, 나눠주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전부 이 문장을 볼 수밖에 없을 거다.
“좋아.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어디 와 보시지, 기싱!”
두 주먹을 불끈 쥐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기싱?
‘하씨, 이제는 나까지 기싱이라고 해버리잖아!’
주변에서 하도 기싱, 기싱 이러다 보니 옮아버렸다.
나는 머쓱한 얼굴로 피안크를 돌아보았다.
피안크는 언제나와 같이 다소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다, 곁에 있는 사람이 피안크라서.’
그륀드라면 ‘기싱이요? 우리 공녀님 기싱 무또오또요?’하고 빙글빙글 웃었을 거고, 디에르 자작이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괜찮습니다.”
“응?”
“기싱이 오면 제가 무찌르겠습니다.”
……댁까지 왜 그래.
진지한 얼굴로 ‘기싱’하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그때였다.
“아가씨!”
내 전담 집사, 오르카가 다급한 얼굴로 달려왔다.
“오르카? 무슨 일이야?”
“왔습니다!”
“왔다니?”
침착한 그녀가 이렇게 급하게 굴 때는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대체 뭐가 왔다는 거지?
황족이라도 왔나?
설마 레이디 아펠리아가 다시 온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최악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오르카를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기싱이요!”
……아, 기싱.
내 시선을 받은 오르카가 아차, 하고 헛기침을 했다.
“흑사병이 발병했다고 합니다, 아가씨.”
결국 예정되었던 비극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 * *
미아렌 백작령.
그곳은 지금 엄청난 비상사태에 돌입해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흑사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흑사병이 시작된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길목에 형성된 마을로, 미아렌 백작도 가신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곳.
해서 처음 발병에 대한 보고가 늦었다.
뒤늦게 마을을 봉쇄하고 소각 처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하필이면 도시 사이의 길목 역할을 하는 마을이라 유동 인구가 많았던 탓이다.
이미 인접 도시들에 퍼진 후였고, 이 전염력 강한 역병은 계속 번지고 있었다.
“……영지 전체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봉쇄령을 시행 중인 도시에도 번지지 않았습니까. 곧 이곳까지 닥칠 수 있습니다.”
“린드할 자작령과 아데르센 백작령에서도 발병이 시작됐다 합니다.”
두 영지 모두 미아렌 백작령과 인접해 있는 곳이었다.
“큰일이군요! 이러다 제국 전체에 흑사병이 번질 수 있습니다!”
“지금 그게 문제인가! 지금 내 문제만 해도 죽겠는데 나라 걱정을 하고 있을 땐가! 죽은 수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미아렌 백작의 노호가 울려 퍼졌다.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가신들을 노려본 그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아무 방법이 없나?”
“많이 번졌다고 해도 아직 영지의 삼분의 일 정도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봉쇄하고 이동을 금지해서一.”
“전면 봉쇄한 도시에서도 발병했다고 하지 않았나! 이미 늦었다고!”
“그, 그래도 성수가 있으니 백작님과 저희는 안전합니다. 일단 후일을 도모하시는 것이……
“나 빼고 다 죽으면 세금은 누가 내나!”
미아렌 백작이 영지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죽 훑었다.
“일단 여기를 다 태워.”
“예? 거길 다요? 아직 거기엔 역병이 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피난을 명해서一.”
“이거저거 기다려서 태우면 늦어! 그냥 입구 막고 전부 다 태워버려라!”
그때였다.
“백작님! 파에라톤 공작에게서 사절단이 왔습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집사가 들어왔다.
“파에라톤 공작에게서 사절이? 이런 시기에?”
옆 영지인 린드할과 아데르센에서도 항의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을 텐데도 사절단을 보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흑사병이 전염될까 봐.
“무슨 일이지?”
“그게, 흑사병의 약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뭐?”
미아렌 백작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곧 코웃음을 쳤다.
“죽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파에라톤에서 약이라고? 하! 차라리 신전에서 살육 파티를 벌였다는 걸 믿겠다!”
“하, 하지만 백작님. 약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만나보심이…….”
“일단 만나는 주지. 사절단을 알현실로 안내해라.”
Chapter 18. 인생은 실전이야, 종만아!
“흑사병 치료제를 가져왔다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다리부터 꼬는 미아렌 백작을 보며 파에라톤의 사절단이 눈가를 꿈틀거렸다.
사절단을 무시하는 것은 곧 파에라톤을 무시하는 거다.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미아렌 백작, 우리는 파에라톤의 공식 사절단입니다. 그리고 들었겠지만 흑사병의 치료제를 가져왔습니다. 좀 더 예의를 지키시지요.”
“하! 역시 그게 목적이었군.”
“무슨 소리입니까?”
“치료제를 준다며 내게 고개를 숙이라 하지 않았는가!”
대체 어떻게 하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라는 말이 저렇게 곡해될 수 있단 말인가.
치료제를 언급한 건 호의를 가지고 왔다는 뜻이었다.
“흥, 흑사병을 고치는 약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시기 좋게 약을 만들어서 건네 준다고?”
미아렌 백작이 흥, 하고 코웃음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이 안 될 이유는 뭡니까?”
되받아치는 사절단의 태도에 미아렌 백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건방진 게 꼭 제 주인을 닮았군.’
“내가 굳이 설명해야 하나? 설명하는 순간 너희가 말한 그 ‘예의’를 못 지킨 게 될 텐데. 서한이나 보도록 하지.”
백작의 보좌가 사절단에게서 서한을 가져왔다.
파에라톤 공작답지 않게 서한이 길었지만,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흑사병 치료제를 몇몇 조건 하에 주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몇 줄 넘어가니一.
“……루아티샤?”
“우리 막내 공녀님이십니다.”
몰라서 물은 게 아니다.
“왜 막내 공녀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있는 거지?”
담담한 문체였지만 뜯어보면 다 자랑이었다.
“치료제를 어린애가 만들었다고?”
“그렇습니다! 우리 공녀님께선 어찌나 대단하신지一”
“웃기는 소리! 막내 공녀는 마기도 타고 나지 못했다 하지 않았나!”
“마기를 타고 나지 않으셨어도 파에라톤답게 무척 영민하시고 특별하십니다.”
“파에라톤의 특…… 크흠, 특색은 인정해주지. 도통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이니 말이야.”
미아렌 백작이 코를 씰룩이며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전부 마기에서 나오는 거 아니었나? 평범한 애와 다름없을 텐데, 그 어린애가 만든 약을 믿고 쓰라고?”
무례한 언사에 사절단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우선 치료제를 넘겨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공녀님께서도 그걸 원하실 터.
“평범한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의문이 갈 겁니다. 하지만 서한에도 자세히 적혀 있듯 우리 막내 아가씨께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네.”
미아렌 백작이 사절단 대표의 말을 툭 끊었다.
“애초에 나를 비웃으려고 온 것 아닌가? 내 모를 줄 알았나?”
“무슨.”
“파에라톤에서 치료제를 만들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네. 그런데 이걸 거의 그냥 준다고?”
물론 조건이 붙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비상 상황에서 아주 사소한 조건이었다.
“어린애가 만든 장난감도 허겁지겁 굽신굽신 받아 갔다며 날 조롱거리로 만들 생각인 게야.”
원래도 파에라톤 공작은 거만하고 재수가 없었다.
‘파에라톤 공작은 역시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러니 굳이 이런 수작질을 벌이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억측 부리지 마십시오!”
사절단 대표가 기어코 화를 냈다.
“공작 각하의 보증이 붙어있습니다! 서한에 인장과 함께 적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파에라톤 공작의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보증으로 충분한 것 아닙니까?”
“하.”
미아렌 백작이 입술을 뒤틀었다.
지가 뭔데 이름으로 충분해?
‘난 원래부터 그 새끼 마음에 안 들었어.’
한때는 그 정도라면 자신과 딱 어울리는 사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 줬더니.
“미아렌 영식은 왜 자꾸만 파에라톤 공자님을 따라다니는 거죠?”
“미아렌 영식이 입 열 때마다 분위기 싸해진다고요. 자기가 동급인 줄 알고 공자님을 같이 묶으려 하는데 어찌나 짜증 나던지.”
“동급인 줄 알면 다행이게요? 얼마 전에는 은근슬쩍 아래로 깔아보려 하더군요. 잘생겼다고 공자님을 칭찬하니 그렇게까진 아니라면서.”
“웬 주제 모르는 냄새 나는 돼지가 뒤뚱뒤뚱거리면서 쫓아다니는 게 재수 없어요.”
이십 년도 더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팔걸이를 붙잡은 미아렌 백작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필요 없어! 그딴 쓰레기, 당장 가지고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