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8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82화(82/353)
☆ 제83화 ☆
* * *
“귀하신 황비 전하께서 이런 곳까지 어인 일로 몸소 오셨습니까.”
황비는 미아렌 백작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릎 꿇은 백작을 그대로 지나쳐 내게 다가왔다.
“흐, 흐윽, 흐아앙!”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서럽게 울었다. 삼촌한테 맞았을 때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퐁퐁 솟았다.
“웃는 얼굴로 첫만남을 가지고 싶었건만. 귀여우신 우리 공녀님께서 왜 이리 서럽게 우실까.”
“흐, 흡, 히끅!”
“자아, 우는 걸 달래주고 싶은데 내가 우리 공녀님을 안아도 되겠니?”
나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힐끔 황비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황비가 나를 안아 제 무릎에 앉히고 엉덩이를 토닥였다.
“쉬이, 괜찮단다. 고운 얼굴이 다 엉망이 되었잖니. 뭐가 이리 서러웠을까.”
“아포요.”
나는 한쪽 뺨을 감싸쥐며 울상을 지었다.
“저 할부지가 나 아푸게 했어.”
“미아렌 백작!”
자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황비가 벼려진 검처럼 날카롭게 변해 호통을 쳤다.
“이렇게 어린아이를 때려? 백작이 그러고서도 제국의 귀족인가? 심지어 이 아이는 구국의 영웅일세!”
“오, 오해입니다, 전하!”
“내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네. 백작이 이 아이에게 손을 치켜드는 것을.”
“그, 그건…….”
납작 엎드린 미아렌 백작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야 억울하겠지.
억울해서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일 거야.
하지만 황비가 봤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미아렌 백작은 나에게 달려든 채 손을 휘두르고 있었고, 비대한 그의 몸에 가려 내 모습은 황비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터다.
‘황비 입장에서는 충분히 내가 맞고 있는 걸로 보였겠지. 쌤통이다!’
히죽 웃는데, 미아렌 백작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환히 웃었다.
‘그래, 맞아. 내가 짠 판이야.’
미아렌 백작을 만나기 전.
오르카는 내게 미아렌 백작이 왔다는 말과 함께 다른 소식도 전해주었다.
바로 황실의 사절단이 곧 공작성의 정문을 넘을 거라는 소식.
황비가 친히 사절단을 이끌고 공작령에 당도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요 며칠 사이에 성까지 도착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타이밍이 이렇게 기가 막힐 수가.
나는 ‘이건 로판의 신이 내려 준 타이밍이야!’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작전을 짰다.
오토마타 시계는 바깥에서도 조작할 수 있었다.
두 남녀가 입을 맞추는 것이 황비가 당도했다는 신호였다.
만약 미아렌 백작이 예의를 차린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무례하게 군다면一.
‘내 사이다가 더 시원해지는 거지, 이렇게.’
나는 보란 듯이 황비에게 꼬옥 안겨서 “너무너무 무서웠어요…….”하고 훌쩍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은 미아렌 백작의 입술에서 힘이 빠졌다.
곧 그의 눈가에 분노가 어리고 턱에는 아까보다 더 힘이 꽉 들어갔다.
“저, 저 요망한 것이 술수를 쓴 겁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술수?”
“예! 저 계집이 감히 황비 전하를 속이고 있는 겁니다! 다 저를 함정에一.”
“이 아이가 마법을 써서 백작의 손을 움직이게 했나?”
“그, 그건, 아니지만…….”
황비가 픽, 비웃음을 흘렸다.
미아렌 백작의 얼굴이 벌게졌다.
“거, 겁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파에라톤 공작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제가 정말로 때렸겠습니까?!”
바보.
완전 역효과라구.
영지 관리만 못 하는 게 아니라 처세도 못 하는구나? 종처럼 딸랑거릴 줄만 알고.
과연 황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내 두 눈으로 봤다고 분명히 말했네. 지금 내 눈도 잘못되었다 말하는 건가?”
그 말에 미아렌 백작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화, 황공합니다, 전하. 저는 그런 뜻이一.”
“많이 놀랐겠구나, 우리 공녀가.”
황비는 미아렌 백작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인 여성의 품에 이렇게 따스하게 안겨 있는 건 처음이었다.
하녀 언니들과 자주 꼭 껴안긴 했지만, 언니들은 이렇게 나를 품에 안고 어르진 않았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툭 내뱉었다.
“루아티샤예요.”
“어머나, 이름으로 불러도 되니?”
“황비 전하는 나를 구해주셨는걸요.”
“후후, 당연히 네 이름을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꼬마 숙녀님께 실례일까 봐 차마 부르지 못했지. 허락해줘서 무척 기쁘구나.”
“…….”
나는 시선을 내려 괜히 내 손끝만 바라봤다.
황실에 대한 내 감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빠를 전쟁에 내보내 나랑 떨어지게 만들었으니까.
그것만 아니었으면 내가 타렌카 후작저에 갈 일도 없었다.
거기다가 레이디 아펠리아를 보내 우리 가문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않았는가.
‘그건 황후의 단독 소행이라고 해도, 어쨌든.’
그런데 이렇게 다정하게 예의를 지켜주는 황비를 보니 마음이 조금 풀어지려 했다.
나는 미아렌 백작을 힐끔 본 후 물었다.
“황비 전하는 여기에 왜 오신 거예요?”
“우리 루아티샤를 만나러 온 거란다. 장한 일을 해낸 루아티샤에게 상을 주려고.”
“상이요?”
“그래.”
황비의 손짓에 그녀와 함께 온 시녀가 금박을 물린 비단에 감싸인 두루마리를 건네주었다.
내 손으로 펼치긴 너무 커서 황비가 손수 두루마리를 펼쳐주었다.
‘와…….’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목록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진짜 장난 아닌데?’
온갖 금은보화, 그리고 아이가 좋아할 법한 장난감부터 시작해 땅도 있었다.
탐욕스러운 미아렌 백작은 이 상황에서도 두루마리를 힐끔댔다.
그래, 그런 반응 안 하면 섭섭하지. 염장 지르려고 일부러 왜 왔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걸 불렀다.
“으음, 여신의 눈물……? 여신님이 눈물 흘리신 걸 주는 거예요?”
내 말에 황비가 아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아니라 보석의 이름이란다. 여신의 칭호가 붙을 만큼 아주 아름다운 보석이지. 꼭 네 눈 같은 파라이바 빛이란다.”
“여, 여신의 눈물은 황가의 보물 아닙니까. 그건 조금 과한 듯합니다. 황가의 체통도 생각해야…….”
“백작이 걱정해야 할 만큼 체통이 없진 않네.”
황비가 싸늘하게 말했다.
어휴, 추작아, 백하다.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질투라니.
물론 질투하라고 말한 거야.
“제,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돼요?”
나는 시커먼 속마음을 숨긴 채 순진하게 물었다.
“물론이지. 치료제를 만들어 이 나라를 구한 위대한 영웅이니까.”
“제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자 황비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근데 나는 그냥 귀염 떨려고 그렇게 답한 게 아니거든.
“미아렌 백작님은 제가 사람을 죽인다고 했어요. 근데 제가 영웅이에요?”
“뭐……?”
“제가 미아렌 영지 사람들을 다 죽였댔어요.”
울상을 짓자 황비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곧 칼날 같은 시선이 미아렌 백작을 향했다.
“미아렌 백작.”
“화, 황비 전하…….”
“평범한 어린아이한테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네!”
“…….”
“하물며 이 아이는 어떤가! 백작의 영지에 흑사병이 발병했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사절단을 보내 치료제를 건네려 했지. 틀린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 파에라톤의一.”
“그걸 거절하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미아렌령을 그 지경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백작이야!”
“하, 하지만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저런 어린아이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린드할 자작과 아데르센 백작은 바로 치료제를 받아들였지. 파에라톤 공작의 보증이 부족했던 건가?”
잘한다, 황비님!
“영주로서 그 책임을 지진 못할망정 이 아이에게 전가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게!”
맞아, 맞아!
“이번 흑사병 사태가 완전히 소강되면 황제 폐하께서 백작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네. 각오 하고 있는 게 좋아.”
그 말에 미아렌 백작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여, 역병은 어찌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한계가一.”
“아니.”
황비가 툭 말을 끊었다.
“이번만은 다르지. 린드할이 수복된 걸 생각하게.”
“…….”
“모두 이 아이 덕분이지.”
황비가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최대한 가녀리고 불쌍하고 울망울망한 눈으로 물었다.
“그, 그럼 저는 사람들 죽이는 못된 아이가 아니에요?”
황비가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내게 상냥하게 대답해준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미아렌 백작을 돌아봤다.
“미아렌 백작, 지난 실수를 인정하고 뉘우친다면 내 폐하께 선처를 고해볼 생각이었네.”
“저는 충분히一.”
“하나 오늘 백작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알겠어. 선처는커녕, 어떻게 책임을 지워도 백작에겐 가볍다는 것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의문이야. 과연 백작에게 그 넓은 땅의 통치를 맡겨도 되는지.”
미아렌 백작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 그 말씀은 저를 미아렌 백작 위에서 끌어내리시겠다는 뜻입니까?!”
황비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게 곧 대답이었다.
“아무리 황비 전하라 하시더라도, 아니, 황제 폐하라 하시 더라도 그렇게는 못 하십니다! 이는 제국의 질서를 뒤흔드는 일입니다!”
“그저 의문일 뿐이라 했네.”
“…….”
“하지만 과연 나만 의문을 느낄까?”
황비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백작씩이나 되는 가문의 수장을 끌어내리려 하면 온 귀족이 들썩이며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당장 흑사병으로 피해를 입은 귀족들부터 미아렌 백작의 멱살을 잡고 싶을 거다.
“그대의 아들은 아직 어리군. 하지만 그대에겐 마침 문무 모두 출중한 여동생이 있지 않은가?”
“그, 그 녀석은 저보다 훨씬 못합니다!”
“그래? 난 전부터 그녀를 꽤 좋은 인재라고 생각해왔네.”
미아렌 백작의 두 눈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흑사병에 대한 책임을 질지 통감한 것이다.
그가 다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전하! 제가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까 저 아이가 제게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지금 황비 전하의 앞이라고 요망을 떠는 겁니다!”
미아렌 백작이 핏발 선 눈으로 나를 삿대질했다.
“너! 아까 네년이 한 말을 내가 다시 똑똑히 읊어一.”
“할부지라구 불러서 죄송해요…….”
나는 미아렌 백작이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일러바치기 전에 냉큼 말했다.
기죽은 얼굴과 시무룩한 몸짓은 덤이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우리 아빠랑 동갑이셨다니……. 저는 할부지인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침묵.
“허……. 지금 고작 아이가 할아버지라고 불렀다고 그러는 건가?”
“아, 아니, 그것만이一.”
“그러게 관리 좀 잘하지 그랬나.”
황비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미아렌 백작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더 이상의 추태를 보고 싶지 않군. 이제는 이런 자가 제국의 귀족이라는 게 슬퍼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황비가 턱짓으로 미아렌 백작을 가리켰다.
“끌고 가라.”
그 말에 황비와 함께 왔던 황실 기사들이 미아렌 백작의 양 팔을 붙잡았다.
“이, 이거 놔라! 내가 누군 줄 알고! 황비 전하! 저는 미아렌 백작입니다! 제게 이러실 순 없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알면, 컥!”
비대한 몸을 뒤뚱거리며 발버둥치던 미아렌 백작이 기사의 수도를 맞고 기절했다.
슬쩍 올려다 본 황비의 눈이 불을 삼킨 얼음 같았다.
‘흐응, 황후랑 정말 사이가 안 좋나 보네.’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그때,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인생은 실전이야, 종만아!〉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독자님을 무시한 결과, 미아렌 백작은 크나큰 곤경에 처했습니다.] [이런 일은 가십에서 빠질 수 없죠!] [제국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소폭 증가합니다.]역시 소문이 퍼지는 데에는 가십이 최고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미아렌 백작도 완전히 끌려 나갔다.
나는 황비의 품에서 내려와서 치맛자락을 펼치며 무릎을 깡총했다.
“파에라톤의 딸이 황비 전하를 뵙습니다.”
“어머나, 아주 깜찍한 레이디시구나.”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황비를 바라봤다.
“그럼 황비 전하, 저를 찾아오신 연유가 무엇인가요?”
“이유는 아까 말해주었을 텐데? 네게 선물을 주기 위해 왔다고.”
“그건 황제 폐하의 사절단이 저를 찾아온 이유지요.”
황비의 손이 멈칫했다.
“제가 여쭤보는 것은 황비 전하께서 이곳까지 걸음하신 이유입니다.”
자자, 선수끼리 모르는 척하지 맙시다.
아까의 대화로 나는 황비님에 대해서 대강 다 파악했거든요.
자애롭고 상냥하고 불의를 못 참는, 그냥 사람 좋은 호인이 아니라는걸.
황비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어린 사자도 사자이거늘. 네 사랑스러움에 깜빡 눈이 가렸구나.”
나는 마주 미소 지었다.
황비가 굳이 사절단으로 왔다는 것부터가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네가 맞춰보렴.”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지금 사교계에선 레이디 아펠리아 때문에 황후 폐하의 평판이 내려간 상황이죠.”
“그래.”
“저는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어 한창 주가가 올라가고 있구요.”
“참 덤덤하게 말하는구나.”
사실이니까.
“모두 저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흑사병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동을 꺼리고 있어요.”
“그렇지.”
“위험을 무릅쓰고 친히 저를 찾아와 치하하고, 북돋아 주시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황후 폐하와 달리 황비 전하는 개인의 영달보다 나라를 위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사실 제도에서 파에라톤령까지는 그리 위험하지도 않은데.
“역시 파에라톤답게 똑똑하구나.”
황비는 미소 지었지만, 딱히 크게 감탄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겠지.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죠.”
나는 씨익 미소 지었다.
“이런 정치적 계산을 하고 오셨으면서, 굳이 맨 처음 하는 일이 저를 달래주며 호감을 사는 거라니요? 그건 낭비죠.”
“너무하네. 사랑스러운 아이가 울고 있는 게 안쓰러워서 달래 준 것인데.”
“제 환심을 사려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다들 저한테서 치료제를 원하죠. 하지만 저는 이미 황실의 요청에 응했어요.”
황실 차원에서도 흑사병을 구제하고 있으니 당연히 치료제가 필요했다.
“굳이 황비 전하께서 따로 치료제를 요청할 것 같진 않군요. 하지만 제게는 치료제 말고 딱히 황비님이 원하실 게 없어요.”
내가 검은 황금의 소유주라는 걸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죠.”
“그게 뭐지?”
“저를 시험하신 것.”
내가 황비의 품에 안긴 채 그녀를 파악했던 것처럼, 황비 역시 나를 파악하고 있던 거다.
“그럼 굳이 내게 본색을 보여 준 것도 내 시험을 알아서렷다?”
황비의 눈이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반짝였다.
“귀엽고 순진한 아이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속에 능구렁이 열 마리쯤은 키우고 있었구나.”
“황공하오나 황비 전하께서도 마찬가지 아니신가요?”
“그래, 그래서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