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8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83화(83/353)
☆ 제84화 ☆
그 말에 나는 당당하게 배를 쑥 내밀었다.
“아무래도 제가 황비 전하의 시험에 통과한 것 같네요! 황비 전하께서도 딱히 나쁘진 않으셨어요.”
황비가 웃곤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안아 들었다.
“아주 놀라운 성적으로 통과 했지. 어디, 알려주렴. 미아렌 백작이 정말 너를 때렸니?”
“황비 전하의 두 눈은 항상 진실만을 보지요.”
나는 멀쩡한 뺨을 뽐내며 생긋 웃었다.
“하! 정말 대단한 아이구나! 파에라톤이 날개를 달겠어!”
그녀가 “이리 정치력 좋은 파에라톤이라니.” 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빠도 정치 잘하시는데요.”
내가 뚱하게 말하자 황비가 웃었다.
“잘하지. 하지만 그건 강대한 힘에서 비롯된 거란다. 물론 그 힘을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잘 이용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 파에라톤 공작에겐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
“아레스도 잘해요. 아레스는 힘으로 누르는 스타일 아닌데.”
황비의 눈이 재밌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아니, 자꾸 애기가 자기 가족 자랑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사실을 말한 거뿐이라구!
“그래. 하지만 너는 또 다르지.”
황비가 나를 추슬려 안았다.
“루아티샤, 너는 똑똑한 아이니 알겠지. 네가 치료제를 개발하기 전까진 넌 파에라톤의 약점이었단다.”
이건 아빠랑 오빠들이 날 아껴서 약점이란 뜻이 아니었다.
만만하게 공격할 곳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공녀가 치료제를 개발한 게 맞느냐, 다른 이가 만든 것을 공녀에게 쥐여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지.”
“그건 예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너를 얕보는 게 너의 강력한 무기가 되겠구나.”
어…….
별거 아닌 말일 수 있는데, 그 말이 왜인지 내 가슴을 찡 울렸다.
가족들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으니까, 나는 마기가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내심 아주 조금, 아주 살짝.
가문 밖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기가 없는 나’는 부족 한 사람 취급당하니까.
그런데 내 ‘결핍’을 ‘무기’라고 말해주다니.
나를 바라보는 황비의 눈동자는 무척 다정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팔을 뻗는 순간이었다.
“루루.”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아빠가 문간에 기댄 채 어딘지 탐탁잖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아빠가 말없이 팔을 슬쩍 벌렸다.
“내려주세요.”
“……어쩔 수 없지.”
황비는 조금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내려주었다.
내가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가자 아빠가 번쩍 나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빠가 보란 듯이 황비에게 턱을 치켜들었다.
“제 딸입니다.”
알고 있네.”
황비가 흐음, 하고 턱을 쓸었다.
“신기하군. 아이를 안고 있는 파에라톤 공작이라니. 아니, 그 아이라면 신기할 것도 없나.”
황비가 아주 지긋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척 탐이나.”
그 말에 아빠의 눈빛이 어둡게 번뜩였다.
‘서, 설마 무슨 사달 나는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황비인데!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하는 데 아빠가 내게 물었다.
“루루, 세상에서 루루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뭐지?”
“…….”
진짜야?
이거 꼭 해야 해?
아빠의 눈빛이 번뜩이다 못해 불똥이 튈 것만 같았다.
하씨.
“아빵! 루루는 아빵이 젤루 좋아!”
나는 꺄르륵 웃으며 아빵의 목을 끌어안았다.
흑흑.
좋게 생각하자.
나의 숭고한 희생이 황실과의 전쟁을 막은 거야.
* * *
상황이 얼추 정리되고, 우리는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아빠는 황비 앞에서도 여전히 나른하면서도 방만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괜찮은가?’
슬쩍 눈치를 살피는데 황비 역시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이윽고 테이블 위에 다과가 세팅되었다.
“황제 폐하께선 지난 일에 굉장한 유감을 표하셨네. 설마 황후께서 그런 경망스러운 일을 저질렀을 줄이야.”
결국 황후가 아펠리아에게 아빠 침대에 숨어들라고 명했다는 소문이 돌았나 보다.
‘황후도 꽤 억울하겠는걸.’
쌤통이다.
“그 유감에 대한 표명은 이미 서한과 배상으로 보았습니다. 그 도둑一.”
아빠의 시선이 내게로 잠시 기울었다.
“……에 대해선 딱히 얘기하고 싶지 않군요.”
아빠가 테이블 위에 놓인 두루마리를 툭, 건드렸다.
“이걸 위해 직접 발걸음하진 않으셨을 텐데요.”
황비가 미소 지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이군.”
아빠가 눈썹을 까딱였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황비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드디어 황비가 이곳까지 온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인가!
꽤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온 사람이니 분명 대단한 것을一.
“공작의 딸을 내게 주게.”
예?
저요?
* * *
딸을 달라는 거, 그거 분명 청혼 멘트 아닌가?
갑자기 청혼이라니!
심지어 유부녀가!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나, 나는 아직 애기인데!’
“……딸을 달라?”
아빠의 목소리가 낮고 탁하게 갈라졌다.
“죽은 딸 대신으로 데려가 키울 속셈인가?”
결혼하자는 말이 아니라 입양 쪽이었어?!
“감히 내 딸을.”
황비를 바라보는 아빠의 눈이 완전 살벌하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싶어서 나는 찰싹 아빠를 꽉 끌어안았다.
“루, 루루는 아빠 딸인데요!”
우뚝.
사납던 기세가 일순간에 멈췄다.
“루루는 아빠 딸이라서 아빠랑 살 거예요.”
아빠가 나를 내려다봤다.
“……나랑 평생 산다고 했지.”
“네!”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루아티샤를 입양해 딸로 키우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네.”
황비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내게 말했다.
“루아티샤, 본비가 네 샤프롱이 되어주고 싶구나. 어떠니?”
샤프롱이라고?
보통 K-로판 세계에서 샤프롱이란 사교계에서 어린 영애를 이끌어주는 존재다.
후견인, 후원자, 대모 등등 샤프롱 말고 다른 이름으로도 많이 불린다.
보통 샤프롱을 통해 인맥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사교계에서 위치마저 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황비가 내 샤프롱을?!
엄청난 일이었다.
‘동시에 아주 위험한 일이지.’
유혹적인 향기를 풍길수록 독이 있는 법.
황비가 내 샤프롱이 되는 순간, 나는 완전히 그녀의 세력이라고 점 찍히는 거다.
“내 딸아이를 황실 권력 다툼의 도구로 쓸 생각입니까.”
“루아티샤는 영민하네. 단순히 도구가 될 리 없지.”
“권력 다툼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군요. 내가 내 딸아이를 그런 지저분한 싸움에 끼게 할 것 같습니까?”
“더 많은 권력을 쥔 자일수록 다툼은 피할 수 없네. 파에라톤도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전쟁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나?”
“내 딸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강제로 내 딸을 링 위에 세울 수 없습니다.”
“다른 자들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주머니 속의 송곳은 숨길 수 없지. 이 아이는 파에라톤인데다가 영민하기까지 해. 그리고.”
황비는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낮게 말했다.
“다른 파에라톤과 달리…… 어울리기 쉽지.”
좋게 말을 골랐지만 다루기 쉽다는 뜻이다.
내가 화내면 그냥 소리치는 게 다일 거다. 아주 심해봐야 물건을 던지고 끝이겠지.
하지만 아빠랑 오빠가 화냐면?
으, 상상하기 싫다.
“지금은 다들 이 아이를 보지 못해 긴가민가하고 있지만 시간문제일세.”
“내가 말씀드렸을 텐데요. 내 딸이 원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一 라고.”
아빠가 천천히 얼굴을 기울였다.
변화하는 각도에 따라 음영이 그의 얼굴에 느릿하게 드리웠다.
나는 문득 황비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 등장했던 때처럼 여전히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침착한 어조로 아빠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레스 자락 위에 놓인 손은 새하얗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제야 나는 황비가 단 한 번도 차에 입을 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여 찻잔을 잡은 손이 떨릴까 그런 것이다.
“황비 전하, 제 샤프롱이 되고 싶어하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황비가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리 총명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누구든 샤프롱이 되고 싶어 했을 거란다.”
나는 빙긋 웃었다.
그 이유보단 다른 이유가 더 클 텐데.
“황비 전하의 말씀대로예요. 많은 사람들이 절 이용하고 싶어 할 거예요. 딱히 제가 똑똑하지 않아도 ‘어울리기 쉬운 저’를 이용해 파에라톤과 연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니까.”
“루루.”
아빠가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자학이 아니다.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나는 아빠의 손을 꽉 잡았다.
“선택권은 저한테 있어요.”
“그래, 그렇구나.”
황비가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공작도 ‘내 딸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했지. 바꿔 말하면 네가 원한다면 공작조차 막지 못한다는 뜻이구나.”
황비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보통 가문의 일원은 정치 행동에 가주의 명을 따라야 할 텐데. 네 아비는 표현이 부족할지언정 너를 무척 존중하고 아끼는구나.”
그 말에 나는 당당하게 배를 쑥 내밀었다.
“그으럼요! 아빠는 나한테 ‘맛이 좋으셨습니까.’하고 존중해 준 적도 있으신걸요!”
“……그건 좀 무섭구나.”
응, 나도 무서워했지.
“그리고 충분히 표현해주세요.”
조금 부끄러워서 나는 괜히 아래를 바라봤다.
“내가 안심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손을 잡고 있는 아빠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가 황비 전하를 선택해서 얻는 이점은요?”
“이것 참, 많은 고민을 해봐야겠구나. 루아티샤처럼 영리하고 사리에 밝은 아이가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하려면.”
황비가 찻잔에 손을 뻗었다.
“아직은 시간이 좀 있지. 다시 만날 날까지 고민해보마.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나는 한결 여유를 되찾은 황비를 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그리고…… 아까 아빠가 돌아가신 황녀님을 입에 담은 건, 결코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신 게 아니에요.”
내 말에 황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푸훗……!”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아니. 왜 웃지?
내가 웃긴 말을 했나?
당황해서 보는데 황비는 아예 눈물까지 훔쳐 가며 웃었다.
“세상에, 이렇게 상냥한 말을 들을 줄이야.”
아, 아니, 그게 왜?
내가 그렇게 사회성 없어 보였어?
“네 아빠가 다른 의도 없이 말했다는 건 잘 알고 있단다.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모욕으로 들었겠지만, 내가 이해해야지. 파에라톤의 감각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까.”
황비의 시선이 아빠를 향했다.
“……그래도 널 대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비슷한 점이 생기는 것 같구나.”
중얼거린 그녀가 날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애초에 내가 말을 오해하게 한 것도 있으니 신경쓰지 말렴. 생각해줘서 고맙구나.”
“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일에 왠지 나 혼자 나서서 아빠를 변호한 기분이라 좀 민망했다.
그, 그치만 사실인걸……!
힐끔 아빠를 보니 곧장 눈이 마주쳤다.
괜히 더 민망해져서 황비를 보니 우후후, 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으으……!’
나는 괜히 우유만 벌컥벌컥 마셨다.
* * *
파에라톤의 문장이 찍힌 물약 병이 퐁, 하고 소리를 내며 열렸다.
손끝부터 새까맣게 변해가던 사내의 입에 약병을 물려 먹인 후 조금 기다리자, 놀랍게도 변색된 부분이 살살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열에 시달리던 사내가 멀쩡해져 가는 제 손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것으로, 우리 영지에서는 더 이상 감염자가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긴장을 풀지 마라. 아직 병증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니.”
그렇게 말하는 관료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빈 물약병을 바라보았다.
“정말 치료제가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을 거다.”
“예, 파에라톤에서 정말 큰일을 했습니다.”
이 일로 일반 백성들의 뇌리에도 파에라톤 공작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강렬하게 박혔다.
“파에라톤 공작님은 무섭고 두렵다고 들었는데.”
“공자들은 피를 갈구하는 흉악한 자들이라고 했고요.”
“그런 말을 한 자들이 대체 누군가! 이렇게 치료제를 내려주셨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피를 흘리고 다닌 것도 다 우리를 위해서 아닌가? 몬스터와 전쟁을 치르면서!”
각 영지의 귀족들 중에는 은근슬쩍 파에라톤의 공적을 감추려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물약병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파에라톤의 문장이 찍혀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거 들었나? 이 치료제를 만드신 게 파에라톤의 막내 공녀님이라고 하네!”
“막내 공녀님이? 아직 어린 분 아닌가! 허기야, 파에라톤은 워낙 괴…… 아니지, 특별하니까!”
“처음 미아렌에서 흑사병이 돌았을 때 공녀님이 곧장 치료제를 보냈다고 하네.”
“이 귀한 걸! 그런데 왜 그렇게 역병이 퍼졌지?”
“미아렌 백작이 어린애가 만든 장난감이라 무시하며 사절단을 문전박대했다고 하네.”
“미친 것 아닌가! 그때 받았다면 흑사병이 우리한테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야!”
“들리는 소문으론 노망난 노인이라고 하던데!”
“망할 영감탱이!”
“그래도 막내 공녀님께서 미아렌에 치료제를 다시 보내주셨다고 하네.”
“세상에, 어린 공녀님이 정말 상냥하시기도 하시지.”
“귀족들은 자존심을 하늘보다 더 높게 여기지 않나? 그런데도 자길 모욕한 영감탱이에게 다시 치료제를 주다니.”
“다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겠지. 미아렌령이 정리되지 않으면 계속 흑사병이 퍼져나갈 테니까. 또 그곳에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겠나.”
“정말 천사 같은 분이시네.”
“그래서 파에라톤령 사람들은 막내 공녀님을 이렇게 부른다네. 날개 없는 천사.”
“과연, 과연. 날개 없는 천사라. 딱이군.”
“그리고 치느님의 전파자라고.”
“……그건 뭔가? 치느님?”
“그리고 치킨교의 성녀라고.”
“그건 또 무슨 종교지?”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 *
[퀘스트 〈구해주세요, 독자님!〉를 완료했습니다.]떠오르는 퀘스트 완료를 보고 나는 두 손을 꽉 붙잡았다.
‘드디어……!’
흑사병에 대한 그 어떤 보고 보다도 빠르고 정확한 알림.
퀘스트 완료.
즉, 흑사병이 종결되었다는 뜻이었다.
[보상으로 50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파에라톤령 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에서 흑사병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수십만 명의 죽음을 막아내셨습니다!] [제국민들이 희망 속에서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제국 곳곳에 독자님의 명성이 울려 퍼집니다!] [치느님을 전파하신 치킨교의 성녀, 날개 없는 천사 우리 파에라톤 공녀님 만세!]“…….”
아니, 다 좋은데 왜 저런 수식되기 붙는 거야?
로판에서는 보통 좀 있어 보이는, 그럴듯한 간지나는 수식어가 붙는 거 아니었어?!
심지어 이번 일은 치킨이랑 상관도 없잖아!
저놈의 날개 없는 천사는 언제 친 드립인데 아직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거야!
딱 한 번의 말실수의 대가가 너무나 참혹하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명성이 올라갑니다!] [제국민들이 파에라톤령을 선망합니다!] [살고 싶은 곳, 파에라톤령!] [추가보상이 지급됩니다!]뭐,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흑사병을 막아내다니.
가슴이 갓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올랐다.
‘히히, 치료제 만드느라 고생한 사람들에게 말해주어야겠다!’
오늘 밤엔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아빠랑 아레스랑 익시온이랑 케이크도 먹을 거야!
행복한 밤이 될 거다.
Chapter 19. 네가 내 막내 동생이구나
나는 크레파스를 꽉 붙든 채 심각한 얼굴로 달력에 엑스표를 쳤다.
별표를 쳐놓은 날 전까지 모두 엑스표를 쳤다!
드디어 내일!
두근두근.
“있지이, 내 생일에 뭐할 거야?”
“글쎄요.”
안나가 후후, 웃으며 내 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조금만 알려주라, 응?”
초롱초롱.
필살 눈빛 공격!
“오늘 밤만 주무시고 일어냐면 다아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안나는 내 침대 캐노피를 젖히며 말했다.
“자, 이제 주무셔야죠? 그래야 내일도 빨리 와요.”
“응!”
나는 서둘러 침대로 폴짝 뛰어올라 이불을 덮었다.
10월 11일.
내 생일.
언제인지 알게 되고 난 다음 처음으로 맞는 생일이었다.
‘어서 내일이 와야 해. 빨리 잠들고 눈을 뜨면 내일이 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계속 감고 있는데.
‘잠이 안 와!’
눈이 절로 번쩍 떠졌다.
사실 저번 주부터 가슴이 콩닥거려서 잠이 안 왔다.
그래도 좋았다.
손꼽아 기다릴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