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8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84화(84/353)
☆ 제85화 ☆
* * *
파에라톤 공작성의 문이 열렸다.
공작부인이 죽고 공작이 전쟁에 나가면서 굳게 닫혔던 성문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열린 것이다.
바로 막내 공녀인 루아티샤 파에라톤의 생일 파티를 위해서.
“와, 파에라톤에서 초대장을 보내다니요! 이게 얼마 만이죠?”
“심지어 그 파티의 주인공이 ‘그 파에라톤 공녀’라니!”
“흑사병 치료제를 만들었다는 그 아이지요! 너무 궁금해요!”
“소문으로는 마기를 타고 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어머, 파에라톤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그래도 치료제를 만든 것을 보면 파에라톤은 파에라톤인 것 같아요.”
“그거야 또 모르는 일이죠. 진짜 공녀가 만들었을지, 아니면 이름만 붙인 건지.”
“세상에! 흑사병 때 파에라톤에게 받은 도움이 얼마나 컸는 데 그런 말을 하시나요!”
“그 도움은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순식간에 사교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사람이 둘 이상 만나면 파에라톤 공녀의 생일 이야기를 했고, 셋 이상 모이면 혹시 어떻게든 초대장을 구할 수 없을지 상의했다.
당연히 초대받은 귀족들은 전부 다 참석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초대 받지 못한 귀족들도 파트너로나마 참석할 수 없을까 하며 다른 귀족들 사이를 기웃기웃거렸다.
그리하여 오늘, 그 소문이 무성하던 파에라톤 공녀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 * *
파에라톤 공작성의 인테그리타스 홀.
올해 초, 공작의 탄신연 때에도 열리지 않았던 홀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공작의 탄신연 때와 참석자의 숫자부터 차이가 크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 홀은 웬만한일이 아니고서야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감탄하며 홀 안으로 들어섰다.
“세상에, 이게 다섯 살 어린아이의 생일 파티라니요.”
“황녀의 생일이라고 해도 이렇진 않을 거예요.”
“과연 파에라톤. 마르지 않는 황금의 샘을 쥐고 있는 가문답군요.”
다이아몬드 주렴이 빛을 받아 꿈결처럼 반짝이고, 아르테산 융단이 구름처럼 펼쳐졌다.
거기에 감미로운 음악과 향기로운 술, 그리고 예술 작품 같은 핑거푸드까지.
“어머나? 와인의 년도가 5년 전이네요. 5년 전이면 파에라톤 공녀가 태어난 해 아닌가요?”
“세상에, 그해 샤프네 콩티는 단 200병밖에 생산하지 않았나요? 경매에 나올 법한 와인이 이렇게나……!”
난다 긴다 하는 귀족들이 참석했지만, 솔직히 그들도 어린아이의 생일 파티를 이렇게 성대하게 여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 중앙의 초상화는 누구의 작품일까요? 극사실주의 같은데 처음 보는 화풍이네요.”
“저런 초대형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화가라면 정말 유명할 텐데.”
“정말 아이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리네요. 저도 제 아들 초상화를 맡기고 싶을 정도로.”
“어머, 파에라톤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랑말랑 순둥순둥한 꼬마 아가씨네요.”
“그런데,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저런 초상화가 크게 걸려 있으면 아무래도 실물과…… 크흠, 비교되지 않겠습니까?”
“뷔아소 백작! 아이에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어험, 요즘 영애들이 하도 초상화로 사기 친 게 생각나서 그만. 실언이었습니다.”
“아이가 아니라 어느 여성에게 해도 실례인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는 뷔아소 백작이야말로 초상화와 실물이 가장 차이 나는 사람 아닌가요?”
“무,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초상화랑 똑같이 생겼는데!”
사람들은 피식, 하는 코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뷔아소 백작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악단의 음악이 멈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수다를 멈추고 문을 바라보았다.
“파에라톤 공작 각하와 아레스 공자님, 익시온 공자님 그리고 루아티샤 공녀님께서 드십니다!”
거대한 문이 활짝 열리며 파에라톤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사람들이 넋을 놓았다.
완벽하다는 말조차 그 앞에서는 무색했다.
넓은 어깨와 훤칠하니 쭉 뻗은 팔다리.
팽팽하게 조여진 대흉근.
모든 것의 완성인 얼굴.
그리고 품 안의 애기.
응?
애기?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그대로였다.
위압적이리 만치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파에라톤 공작의 품에 폭신폭신 솜사탕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애기가 답삭 안겨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근데 또 그게 보기 좋은 것 같기도……. 반전 매력이 있네.’
레이디들이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파에라톤 공작의 양옆으로 두 파에라톤 공자가 걸어 나왔다.
“와……. 아레스 님의 미모는 날이 갈수록 물이 오르네요.”
“그래도 아직 소년인데 무슨 ‘님’이라고까지……. 어머, 아레스 님.”
“세상에, 익시온 공자는 아직 어린데도 어쩜 저렇게 비율이 좋죠?”
“저 묘하게 장난기 있는 듯, 위험한 듯한 미소가 이모 마음을 미치게 한다니까요.”
눈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 명 모두 사교계에서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자들이었다.
“세 분이 저렇게 한자리에 있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그쵸. 특히 익시온 공자는 나타나질 않으니까.”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아레스 공자와 익시온 공자가 저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게 기적이라는 뜻이에요.”
“어쨌든 함께 있으니 더더욱 눈이 호강하네요.”
“막내 공녀는 아직 잘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보닛을 쓴 데다가 파에라톤 공작의 팔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오동통한 팔다리를 보고 다들 엄마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귀여운一 어머.”
그때, 파에라톤 공작이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며 가려져 있던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무어라 떠들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초상화가 실물을 다 못 담았는데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였다.
갑자기 마도 샹들리에의 불빛이 일시에 훅, 꺼졌다.
“꺄악!”
“무슨 일이죠?”
우왕좌왕하는데, 초상화가 기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어? 초, 초상화가 움직이는데요? 바, 방금 눈동자가 이쪽을 봤어요.”
“에, 에이, 이런 곳에 무슨 귀신이에요! 너무 겁주지 마세요…….”
사람들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불안감에 손을 꼬옥 잡은 채 초상화를 보는데一.
정말로 초상화가 움직였다.
* * *
“루루는 아빠가 젤루 좋아요!”
익시온, 어부바 해줘!”
“아레스, 아레스는 루루가 좋아, 푸딩이 좋아?”
“안나, 오늘은 해달 친구도 같이 목욕해?”
거대한 영상 패널 안에서 루아티샤가 움직였다.
파에라톤 공작이 당당히 어깨를 폈다.
보아라, 내 딸의 귀여움을!
아레스와 익시온이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찬양해라, 내 동생의 사랑스러움을!
파에라톤의 가신들과 관료, 고용인들이 엣헴, 헛기침했다.
숭배하라, 우리 아가씨의 깜찍함을!
“루루꽃이 피었어요!”
꽃받침을 한 채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곧이어 마도 샹들리에에 불빛이 다시 돌아왔다.
‘대체 내가 뭘 본 거지.’
사람들이 얼떨떨해하는 가운데.
파에라톤의 가솔들이 으쓱으쓱거렸다.
내 딸/내 동생/내 아가씨가 이렇게 완벽하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저, 저게 뭐야!’
* * *
루아티샤는 죽고 싶었다.
“루아티샤, 생일 축하한단다! 그간 너를 얼마나 만나보고 싶었는지 몰라.”
“치료제를 개발해줘서 고맙구나. 덕분에 우리 영지는 큰 화를 면했어. 다들 루아티샤를 은인으로 여기고 있지.”
“정말 멋진 생일 파티구나. 축하한다! 오늘 하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렴.”
사람들이 너도나도 축하를 건네며 내게 생일 선물을 안겨주었다.
왠지 뺨이 화끈거렸다.
이렇게 많은 축하는 생전 처음 받아봐…….
첫 생일 파티에서 지난 4년치의 축하를 다 채워 받은 기분이다.
익숙하고 친밀한 공작가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것도 기뻤지만,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북적북적한 생일 파티.
전생을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전생…….’
자연히 전생에서의 마지막 생일이 떠올랐다.
원래는 내 생일 같은 거 안 챙기고 넘어가는데, 그날따라 왜 그랬는지.
편의점에서 1+1 조각 케이크를 사 들고 내 반지하 방으로 돌아왔다.
플라스틱 포장지를 벗기고 한 입 떠먹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오, 편의점 케이크 대단하잖아! 케이크는 다 맛있는 건가?’
생각하며 한 입, 또 한 입.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지독하게 쓸쓸해졌다.
펴놓은 상에는 아직 뜯지도 않은 케이크가 하나 더 놓여 있었고.
나는 그걸 나눠 먹을 사람이 없었다.
비좁은 반지하 방이 왜 이리 넓게 느껴지는 걸까.
괜히 핸드폰을 쥐었다가 다시 놓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라면 아직도 가끔씩 연락한다.
하지만 생일이라면서 연락하기에는 아무래도 염치가 없었다.
성인이 되며 깨달았다.
친분을 유지하는 것에도 비용이 든다는 것을.
꼭 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생활이 갈리면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알바를 서너 개씩하며 돈을 벌 동안, 친구들은 대학교에 다녔다.
나도 바빴고 그들도 바빴다.
고등학생 때처럼 매일 학교에서 볼 수 없었다.
아주 가끔 만나면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마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렇게 서서히 연락이 줄어들었다.
어쩐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탄하면서 먹던 케이크가 맛이 없어졌다.
조용한 방안.
내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업무용 노트북을 켜서 괜히 아무 동영상이나 틀었다.
사람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던 방에 드디어 소음이 생겼다.
방송에서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한 입, 케이크를 또 떠먹었다.
조금 더 맛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사람과 나눠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루루, 생일 케이크를 잘라야지.”
아빠의 말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단 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내 키보다도 훨씬 큰 생일 케이크가 있었다.
“와…….”
이게 케이크인지 아니면 설치 미술인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케이크였다.
‘이걸 잘라도 되는 거야?’
너무너무 아깝다.
내가 망설이고 있자 익시온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내가 도와줄까? 나는 자르는 건 잘하는데. 그게 뭐든.”
……대체 뭘 자르고 다녔던 거지.
“안아줄까? 그러면 자르기 편할 거야.”
아레스가 봄볕처럼 미소 지으며 팔을 벌렸다.
나는 케이크 나이프를 머리 위로 척, 치켜들었다.
“내 케이크니까 내가 자를래!”
아레스랑 익시온이 픽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이 단상 아래에서 미소 지은 채 나를 지켜봤다.
‘좋아.’
나는 까치발을 들고서 조심조심 케이크를 잘랐다.
쓰러지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그렇게 첫 번째 단의 끝까지
자르자, 사람들이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단상 위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아빠를 돌아봤다.
“케이크가 모자라면 어쩌죠? 나눠 먹고 싶은데.”
케이크는 내 키보다도 크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걸.
“괜찮아. 더 있으니까.”
아빠가 파티장 한쪽을 눈짓했다.
거기에는 손바닥만한 미니 케이크가 핑거푸드처럼 준비되어 있었다.
헉, 그럼.
“이, 이건 잘라서 먹는 게 아니에요?”
그냥 케이크 컷팅식할 때만 쓰는 거였구나.
하긴, 이 케이크를 언제 다 잘라서 나누고 있겠어.
조금 부끄러웠다.
고개를 숙이는데, 아빠가 단호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아니.”
어느새 단상에 올라온 헤드윅이 아빠에게 공손하게 흰 접시를 바쳤다.
“어서 자르렴. 아빠한테 케이크 나눠 줘야지.”
접시까지 들고 재촉하신다.
나는 손을 꼼지락거리다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드릴 거니까 예쁘게 잘라야…… 헉! 완전 삐뚤빼뚤인데?
“여, 역시 저기 있는 미니 케이크를 드시는 게一.”
“맛있구나.”
아빠가 케이크를 한 입 드시 곤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아.
“나도 내 동생이 잘라준 케이크가 먹고 싶네.”
“설마 내 몫을 안 잘라줄 생각은 아니겠지, 솜뭉치.”
“자, 잘라줄게!”
나는 열심히 오빠들의 케이크를 잘랐다.
“루아티샤, 나도 잘라주지 않겠니?”
“아가씨! 아가씨의 첫번째 종인 이 디에르에게도 하사해주십시오!”
아니, 디에르 아저씨는 종이 아니라 보좌관이라니까.
케이크를 나눠달라는 사람이 계속 있어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잘랐다.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
처음의 그 아름다운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케이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모습.
시트 안쪽에 들어있던 딸기는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느라 남은 조각은 빵과 크림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게 맛있어 보였다.
“자, 여기 루루 접시.”
아빠가 접시를 건네주셔서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옮겨 닮았다.
그리고 한 입.
맛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 케이크를 먹으며 웃고 있었다.
아빠가 내 접시에 딸기를 놓아주셨다.
아레스도, 익시온도 자기 접시에 있던 딸기를 내게 주었다.
나는 나눠 받은 딸기와 함께 케이크를 먹었다.
정말 맛있다.
치킨보다도 더 맛있는 거 같아.
이렇게 맛있는 걸 나눠먹을 수 있어서 기쁘다.
“……행복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단상 아래 저 먼 곳.
인테그리타스 홀의 입구.
그곳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알아채는 순간 이미 눈이 마주쳤다.
빛을 다 흡수한 것처럼 새까만 흑발.
흐르는 피보다도 붉은 눈.
소년은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내게 다가왔다.
아직 멀리 있는데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압박감이 느껴졌다.
위압적이리만치 강렬한 기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초식동물처럼 예민하게 몸을 돌렸다.
“파에라톤 공자?!”
“도, 동생의 생일이라고 돌아온 걸까요?”
그의 등장만으로 따뜻하게 풀어졌던 분위기가 단번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길을 터 주었다.
아니, 소년을 피해 물러났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덕분에 소년은 아무 방해도 없이 일직선으로 걸어 내게 다가왔다.
목 끝까지 잠근 단추.
틈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정갈함.
갑갑한 걸 싫어해서 항상 가슴팍까지 풀어헤치고 다니는 아빠와는 확연히 달랐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멈춰 섰다.
가까이에서 본 소년은 유리로 만든 섬세한 꽃 같았다.
아름답지만 무기질적이다.
그가 나를 내려다봤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뼛속까지 얼릴 것 같은 시린 눈동자.
붉은색이 저리도 차가울 수 있다는 걸 나는 처음 알았다.
“못 보던 강아지가 있네.”
그가 내게 손을 내미는 순간,
탁.
아레스가 새파랗게 날 선 눈으로 그 손길을 막아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소년의 손을 감싼 검은 장갑이 젖어 있다는 걸.
그건 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