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8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89화(89/353)
☆ 제90화 ☆
분수 티테이블 위에 푸딩이 놓여 있었다.
‘와, 푸딩! 간식 시간도 아닌데! 웬 거지?’
루아티샤는 신나서 가리비 의자 위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우렁차게 외친 후 스푼을 들다가 멈칫했다.
‘……이건 우리 파티셰가 만든 푸딩이 아닌데.’
공작성에서 지내는 내내 파티셰는 푸딩의 모양을 바꾼 적이 없었다.
‘색도 왠지 좀 다르고.’
겉모습은 파티셰의 푸딩보다는 일전에 파에라톤 공작이 만들어준 것과 비슷했다.
‘음…….’
루아티샤는 푸딩을 폭 떠서 냠, 하고 입에 넣었다.
맛있다.
저절로 뺨이 말랑말랑하게 풀리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제온은 나무 위에 걸터앉은 채 창을 통해 행복한 얼굴로 푸딩을 먹고 있는 루아티샤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파티셰가 만든 것보다 가치가 없는, 파에라톤 공작이 만든 푸딩이 망가졌을 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상한 감각이었다.
분명 섭식 행위에는 에너지원을 얻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을 텐데.
하지만 루아티샤를 바라보는 제온의 입매가 설핏 풀렸다.
두 사람은 남매라는 것을 증명하듯 제법 닮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고개를 들던 루아티샤가 제온을 발견했다.
“제온!”
루아티샤가 팔을 붕붕 흔들었다.
“들어와!”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까지도 도도 달려온다.
이대로라면 창밖까지 몸을 뺄 기세인지라 제온은 훌쩍 창문을 뛰어넘었다.
소리조차 안 나는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루아티샤는 곧장 제온을 끌고 분수 티테이블로 다가갔다.
“이 푸딩 혹시 제온이 직접 만들어준 거야?”
딱 보니 감이 왔다.
제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루아티샤를 바라보더니 슥 고개를 돌렸다.
“……그냥 거기 있던데. 먹든가 말든가.”
머리카락 사이로 얼핏 보이는 귓불이 붉었다.
“누가 제온한테 그런 말 가르쳤어?”
살짝 한물간 대사 같은데.
제온은 말없이 루아티샤를 빤히 바라봤다.
‘아, 나구나.’
깨달음을 얻은 루아티샤는 머쓱해져서 의자를 가리켰다.
“이, 일단 앉아!”
“…….”
제온은 한참 동안 핑크빛 가리비 의자를 바라보았다.
대체 이 흉측스러운 악취미는 누가 만들었고 누가 산 걸까.
“왜 멀뚱히 서 있어? 어서 앉아.”
결국 제온은 핑크 가리비 위에 앉았다.
루아티샤는 콧노래를 부르며 푸딩을 마저 먹었다.
제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기울였다.
‘이것도 안정화 효과인가? 정상적인 감각을 느껴야 하는데 왜 먹지도 않고 배가 부르지?’
알 수 없었다.
“제온, 이건 사과의 뜻으로 만들어 준 거야?”
“사과?”
“저번에 아빠가 만들어주신 푸딩 떨어트린 거.”
제온은 입을 다물었다.
사과의 뜻인가?
모르겠다.
그냥 정신을 차리니 주방을 점거해서 푸딩을 만들고 있었다.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루아티샤가 환하게 웃었다.
“난 착한 동생이니까 용서해 줄게.”
제온은 가만히 웃고 있는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하나도 건방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저를 용서해주겠다고 말하면 ‘감히’라는 생각이 들 텐데, 루아티샤에게는 마땅히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용서하고 용서받는다는 것.
그건 아주 신선한 감각이었다.
“꽤 쉽게 용서해 주는군. 불같이 화를 내더니.”
“원래 가족끼리는 그런 거야.”
“가족.”
“응, 죽일 듯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이렇게 먹을 거 하나 주면 또 슥 풀리거든.”
사실 루아티샤도 잘 알지 못했다.
항상 툴툴대면서 형제나 자매 욕을 하는 친구를 보고 부러워만 했으니까.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까 역시 응어리가 슥 풀리는걸.
제온이 푸딩 만드는 모습까지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군.”
“어때, 딱히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있으니 꽤 괜찮지?”
그 말에 제온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것이 가족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어.”
알고 나선 이전의 삶으론 돌아갈 수 없다.
“뭐라고?!”
루아티샤가 심통 난 얼굴로 씩씩거렸다.
제온은 그 얼굴을 보고 설핏 웃었다.
‘잃어버리면 어쩌지?’
벌써부터 그 생각으로 가슴이 선득했다.
“이 푸딩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루아티샤가 푸딩을 폭 떠서 내밀었다.
“우리 오빠가 사과의 뜻으로 만들어준 아주아주 소중한 푸딩이지만, 제온한테도 나눠줄게.”
언제 심통이 났냐는 듯 생글생글 장난기 어린 웃음이 아이의 얼굴에 가득했다.
“난 제온의 동생이니까.”
제온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아이의 뺨이 닿았다. 토실토실한 게 아주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래, 넌 내 막냇동생이지.”
내 동생.
내 루아티샤.
잃어버린 뒤가 걱정이라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으면 된다.
손안의 온기를 느끼며 제온은 결심했다.
[퀘스트 〈집안을 먼저 다스려야(4)〉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7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중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성을 레벨 업하실 수 있습니다!]‘익시온이나 아레스 때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완료했네.’
하기야, 제온은 그간 제대로 잠도 못 잤고 단 한 명의 타인도 제 근처에 두지 않았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수면은 중요하지.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이제라도 제온이 잘 잘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루아티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제온이 조용히 폭탄을 던졌다.
“익시온에게는 벽이 있다고 했댔지.”
“어?”
“완벽이라는 벽.”
그, 그걸 들었어?!
루아티샤의 이마에서 또르륵 땀이 굴러떨어졌다.
“아레스는 혼혈이라며. 천국과 제국 혼혈.”
“…….”
“각하는 경마장에 가면 안 되고. 말이 안 나오니까.”
이건 또 어디서 들은 거지?
얼마나 소문이 난 거야?
“그럼 나는?”
“…….”
“응?”
제온이 답을 재촉했다.
루아티샤는 골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제온 앞에서 쪽팔린 짓을 많이 했다.
그런데 거기에 주접까지 얹으라고?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제온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냥 입을 다물고 있을 순 없었다.
무표정한데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잖아.
‘윽, 그래. 이제 와서 제온한테 지킬 이미지가 뭐가 있다고.’
이미 짧아서 벽쿵을 실패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전에 기억나?”
“뭐를?”
“나랑 제온이랑 전시실 갔었을 때 나 제온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
제온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 루아티샤를 바라봤다.
루아티샤는 수치를 무릅쓰고 꿋꿋하게 주접을 완성했다.
“제온이 조각상인 줄 알아서.”
“…….”
“…….”
“…….”
뭐지, 이 침묵.
“취, 취소야! 방금 말 취소!”
그때, 제온이 벌떡 일어났다.
“다 먹었지, 푸딩.”
성큼 다가온 그가 루아티샤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어, 어? 어디 가?”
설마 주접이 너무 구리다고 내쫓는 건 아니겠지!
루아티샤가 기겁하며 제온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전시실.”
“응?”
거긴 왜……?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루아티샤는 제온에게 안긴 채로一
“으응? 제온 어디 갔지? 왜 조각상밖에 없지?”
一따위의 말을 지껄여야 했다.
이 일은 파다하게 소문이 났고, 다른 세 명의 파에라톤이 눈을 밝히고 달려온 것은 두말할 것 없었다.
‘흑흑, 죽고 싶어.’
오늘도 흑역사를 축적하는 알찬 하루였다.
* * *
겨우겨우 아빠와 오빠들에게서 빠져나와 나는 혼자가 되었다.
‘어서 레벨 업 해야지!’
[특성을 레벨 업합니다.] [〈아키투스〉에 손을 얹어주십시오.]나는 꺼내두었던 아키투스 위에 손을 얹었다.
커다란 하트가 작은 하트를 품고, 그 위에 날개 달린 하트가 맞물려 있는 D등급의 표지.
‘레벨 업하게 되면 또 바뀌겠지.’
이내 아키투스에서부터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맞닿은 손바닥부터 뽀글뽀글 한 온기가 내 몸 안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환한 빛 가운데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원 확인 중…〈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확인 완료.]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이 이 땅에 떨칩니다!] [세계가 독자님과 공명합니다!] [특성〈러시 앤 캐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등급…C] [축하합니다!] [제한되었던 기능 일부가 개방됩니다!] [능력창이 하나 더 개방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네 개로 증가했습니다!]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다섯 개 늘어납니다!] [현재 등급에서 추출 가능한 능력은 총 열 개입니다!]‘오! 드디어 추출 가능한 능력이 늘어났구나!’
아주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간 다섯 개밖에 소환하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던가.
사용 가능한 능력이 한두 개였을 땐 괜찮았지만, 네 개가 되자 빡빡하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능력을 장착 해제까지 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더더욱 그랬다.
‘좋아, 이제 능력 쪽은 빠방해졌으니 캐시만 따라주면 금상첨화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능력을 퍼주겠어?
쓸데없이 악마 놈과 소통 채널이나 확장되었다고 하겠지.
[〈아프타네스〉와의 소통 채널이 확장됩니다!]흥, 거 봐.
[뽑기에서 획득하는 캐시가 상향 보정됩니다!] [랜덤한 확률로 뽑은 캐시에서 잭팟이 터집니다!]응?
진짜로?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획득 캐시 상향 보정’이 여덟 글자는 그대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잭팟? 내가 아는 그 잭팟이야?
대체 어떤 식으로 잭팟이 터지는지 몰라도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였다.
‘슬슬 탄력이 붙는 느낌인데.’
기존 능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강화되었다.
이윽고 글자가 사라지며 눈앞의 채우던 빛도 잦아들었다.
불티처럼 내 주변을 휘돌던 빛가루가 슈르륵 책에 깃들었다.
빛이 잦아들고 나자 네 개의 하트 크리스탈이 모여 클로버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중 세 개는 투명했고 하나는 붉은빛으로 물든 채였다.
‘행운의 클로버.’
부디 행운이 함께해서 잭팟이 빵빵 터지길!
나는 아키투스를 툭 건드리고는 협탁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쭉쭉 켜며 거실로 나왔다.
‘안나한테 코코아 만들어달라고 해서 마시고 자야지.’
흥흐응, 콧노래를 부르는데 문이 열렸다.
“데리러 왔어.”
제온이었다.
“제온? 무슨 일이야?”
“이제 자야지.”
제온이 내게 다가와 나를 안아 들었다.
순간 감격이 밀려왔다.
그렇다.
제온이 나를 ‘집어’든 게 아니라 ‘안아 ’든 것이다.
“오늘은 충분히 많이 같이 있지 않았어?”
“부족해.”
안정화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려니 제온이 나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줬다.
“네가 없으면 안 돼.”
“그래, 그럼 뭐.”
같이 자야지 잠들 수 있다는 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제온이 나를 안고서 자신의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냥 내 방에서 자도 되지 않아?”
“내 방에 네가 있는 게 좋아.”
“……?”
이해 못 할 말이었지만 제온은 워낙 특이하니까.
그때였다.
“뭐야? 왜 솜뭉치를 안고 있어? 약골은 지금 자야 해.”
건너편에서 내 방으로 오고 있던 익시온이 우리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나랑 잘 거야.”
“뭐?”
제온의 말에 익시온이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네가 뭔데?”
“막내의 결정이다. 나랑 자기로 했어.”
대놓고 날을 세우는 익시온과 조용하게 기세를 끌어올리는 제온.
“이런, 오늘은 내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생각이었는데.”
거기에 막 합류한 아레스까지.
어쩐지 쉽게 잠자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 모여 있는 거지?”
아빠가 제온에게 답삭 안겨 있는 나를 보더니 한쪽 눈썹을 휙 치켜올렸다.
“루루.”
내게로 손을 뻗는데 제온이 한걸음 물러났다.
“저는 막내와 자야 잘 수 있습니다.”
“……오늘치 안정화는 충분히 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아니, 아빠.
애들이 이러고 있으면 말려요, 좀.
왜 가세하고 있어.
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네 명의 파에라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겠어.
다 내가 귀여운 탓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안 그러면 머리 아프니까.
하.
일단 집 부수기 전에 말려야겠다.
“그러지 말구 다 같이 자면 되잖아!”
내 외침에 네 사람이 움직임이 뚝 멎은 채 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