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92)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92화(92/353)
☆ 제93화 ☆
뭐?
입을 떡 벌린 바렌을 무시하고 에첸은 책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미스.”
그 부름에 책장이 열리며 외알 안경을 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투와 어조, 성량부터 시작해서 체형까지 다 체크했습니다. 지금 마차에도 눈을 붙였고요.”
바렌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진짜 모습이었나? 마법으로 바꾼 게 아니라?”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마법으로 바꾼 건 아닐 거다.”
“허어, 당연히 모습을 바꾸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허술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이걸로 안수르 상단 주의 정체를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네미스와 바렌의 눈동자가 떨렸다.
5년.
무려 5년이다.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던 에체시스 용병단이 단 하나 밝혀내지 못한 것.
안수르 상단주의 정체.
그걸 드디어 밝혀내게 된 거다.
하지만 서늘한 목소리가 그들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 냈다.
“조사할 필요 없다.”
“예?!”
“단장!”
불만 어린 목소리를 뒤로한 채 에첸은 손을 뻗어 찻잔을 집었다.
안수르의 상단주가 차를 마셨던 바로 그 찻잔이었다.
“누군지 아니까.”
“그, 그게 정말이오?!”
“누굽니까?”
“내 주인님.”
에첸이 온기조차 남지 않은 찻잔의 손잡이를 쓸며 낮게 미소 지었다.
* * *
“어때? 단장이 모습을 바꾸고 있었어?”
나는 마차에 타자마자 아즐에게 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저쪽에선? 내가 폴리모프한 걸 눈치챘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물로 완전히 덮고 있었으니 마나가 새어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생긋 웃는 아즐을 보니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역시 유능한 우리 블루!
“어쨌든 에체시스의 아지트 중 하나를 알아낸 건 꽤 커. 우리에게 위치를 알려줬으니 당장 이곳을 어떻게 활용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감시의 눈을 붙여놔.”
“네, 아가씨.”
아즐이 숙였던 고개를 들더니 잠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에체시스의 용병단장과 안면이 있으신가요?”
“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초면인 것 같아.”
“그렇군요.”
“왜?”
“아가씨께서 평소랑 조금 다르셨던 것 같아서요.”
“그래? 상단주로 직접 나서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거나 에첸과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만나게 될 거다.
지금 느끼는 의문점은 차차 풀어가면 되겠지.
그때, 불현듯 아즐이 고개를 바짝 치켜들었다.
“왜 그래?”
“붙었던 추격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 습격 당한 거야?”
“아뇨. 그냥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뭐지?”
추격이 붙을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그게 바보지.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데 추격을 멈추다니?
잠시 시야를 차단한 채 집중하던 아즐이 다시 눈을 떴다.
“역시 아무도 따라붙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귀환 루트는 예정대로 가자.”
“네,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요.”
달리는 마차 안에서 우리는 손을 잡은 채 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빈 마차는 계속해서 가짜 목적지까지 달릴 것이다.
미리 좌표를 설정해놓은 이동 스크롤을 몇 번 찢고 아즐이 마나 흔적을 지우길 반복한 후에야 우리는 공작성으로 귀환했다.
공작성 내에는 당연히 텔레포트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나는 비밀 통로를 통해 방으로 돌아왔다.
“후아!”
갑갑하게 온몸을 덮고 있던 로브를 벗으니 살 것 같았다.
방 안에 있는 커다란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짧은 단발머리와 일반적인 성인 여성의 키. 아무런 특징이 없는 얼굴.
길 가다 스쳐도 기억에 잘 남지 않을 만한 인상의 여자가 서 있었다.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차고 있던 팔찌를 벗자 조금씩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길쭉했던 팔다리가 짤따랗게 줄어들고 짧았던 머리가 스르륵 길어졌다.
볼살이 포동포동 붙기 시작하더니 눈동자 색과 머리카락 색이 변했다.
반짝반짝한 분홍빛 머리칼과 커다란 파라이바 빛 눈동자.
익숙하게 생긴 열 살 응애가 거울을 멀뚱히 보고 있다.
조금 전 여성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형상.
“마법을 쓴 것도 안 들켰으면 절대 내 진짜 모습을 짐작할 수 없겠지!”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팔찌를 함에 넣었다.
가운데에 검은 황금이 박힌 이 가느다란 팔찌는 칸도르 백작가의 가보였다.
에체시스에서 나와의 만남을 요구하자 칸도르 백작이 내어 준 것이다.
기존의 마나석을 검은 황금으로 대체하자 지속 시간도 늘어나고 좀 더 섬세하게 변형이 가능해졌다.
거기다 아즐이 정령의 물로 팔찌를 뒤덮으면 마나가 감지 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위장!
“으, 피곤하다.”
별거 안 했는데도 심력이 많이 소모되어서 그런가.
나는 소파에 털썩 드러누우며 햄찌 인형을 끌어안았다.
“그래도 추가 보상은 확인해야지.”
[추가 보상을 확인합니다.] [추가 보상 계산중…계산 완료.] [〈환수의 온기〉가 지급되었습니다.]“이건 꽤 자주 나오는데 효과를 모르겠단 말이야.”
〈환수의 온기〉
아이는 따뜻한 사랑으로 키워주세요.
설명을 읽어봐도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환수의 알을 부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계속 먹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안 주는 것보단 낫겠지. 딱히 다른 데에 쓸 일도 없고.’
“지금 쓸래.”
그러자 눈앞에 아이템창이 나타났다.
나는 창 안에서 〈환수의 온기〉를 꺼냈다.
하트 모양의 물약병이 단단하게 내 손안에 잡혔다.
마개를 퐁, 하고 열면서 나는 침실로 갔다.
협탁 위 쿠션에 살포시 놓인 환수의 알을 집어 들어 물약병에 꽂았다.
‘알이 꽃처럼 생겨서인지 그냥 화병에 장식해놓은 거 같기도 하고.’
나는 꽃잎을 살살 매만졌다.
“아가야, 잘 먹고 잘 커야 한다. 알았지?”
환수를 부화시킨 역사가 없어서 그런지 아무도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태어난다면 다들 깜짝 놀라겠지.
나 역시 환수라는 신비로운 생명체를 보고 싶고.
크으, 상상만 해도 로판뽕 찬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환수의 알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나는 잠시 더 살펴보다가 상태창을 열었다.
[로딩중입니다…]루아티샤 L 파에라톤 – 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특성 〈러시 앤 캐시〉
특성 등급 C
소환 중인 소설 〈한 살에 황제가 되어버렸다〉
추출 중인 능력 4/10
적용 중인 능력 〈훗, 저는 천.재.아.기.라고요?〉, 〈벽쿵♥〉
패널티 〈김빠진 사이다〉
진행 중인 퀘스트 EMPTY
완료한 퀘스트 더보기 ▼
보유 캐시 193700캐시 / 8000캐시 뽑기권, 3000캐시 뽑기권x2
보유 아이템 〈에르메스HERMES 짹〉,〈행운의 물약〉,〈라면〉
능력 보관함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세금 폭탄을 맞아라!〉
20만캐시 가까이 쌓인 걸 보니 저절로 배가 불렀다.
‘좋아. 행운의 물약은 뽑기권을 더 모으고 난 다음에 한꺼번에 써야지!’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침실에서 거실로 나오는데 안나가 편지 트레이를 들고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편지를 보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 나한테 온 거야?”
“네. 역시 우리 아가씨께서는 인기 만점이시네요.”
“최근 들어서 많이 오네. 곧 사교 시즌이 시작되어서 그런가?”
다섯 살 생일 때 파티에 왔던 사람들에게서 지난 몇 년간 신년 연하장이나 생일 축하 메시지 같은 게 오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초대장이 오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그야 아가씨께서도 이제 열 살이시니까요.”
“많은 영애와 영식들이 이맘때부터 사교활동을 시작하잖아요.”
낸시가 옆에서 덧붙이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지. 오빠들이 사교활동은커녕 공작성에서 죽치고 있어서 깜빡했네.”
“아, 그건…….”
안나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대번에 그 의미를 깨달았다.
“아하, 아레스랑 익시온은 마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어린아이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그렇구나.”
한두 시간 보는 거면 모를까, 제도에 가서 생활하는 건 불가능할 거다.
“근데 이제 두 사람 모두 괜찮지 않아?”
아레스는 당연하고 익시온도 새어나가는 마기 한 자락 없이 컨트롤을 해냈다.
아주 이례적인 속도였다.
내가 놀라자 두 사람이 말했다.
“내 동생은 특별해서 마기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결론 나긴 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거니까. 내 동생을 위험하게 할 순 없잖아.”
“집에 약골 솜뭉치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나 보고 지켜달라며.”
“나 때문이야?”
“내 동생을 위해서지.”
“그다지 힘든 것도 아니니까 못생긴 얼굴 하지 마. 네가 곁에 있어서 오히려 컨트롤이 더 쉬우니까.”
익시온이 내 뺨을 꾹 꼬집고 아레스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그때 나는 꽤 감동 받았다.
“저쪽에서는 잘 모르니까요. 대략적인 나이를 보고 생각하겠죠. 아레스 도련님께는 올해부터 슬슬 초대장이 온다고 하더군요.”
“제온 도련님이 워낙 사교계에 안 나타나니 다들 몸이 달았죠.”
“그렇구나.”
“아가씨는 어떠세요? 파티에 가고 싶으세요?”
“그야 당연히 가고 싶지!”
모처럼 로판 세상에 왔는데!
티파티! 황궁의 연회! 사교 클럽! 살롱!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우리 아빠가 북부대공 포지션이니까 북부대공은 없어도 다른 것들도 많잖아?
마탑주나 최연소 소드마스터! 남부제독, 타대륙의 황족!
기적을 일으키는 성녀와 황녀님까지!
‘아, 이 나라에 황녀님은 없구나, 참.’
아니면 하녀의 딸과 바꿔치기 된 귀족 영애가 있을지도 몰라!
두근두근.
진성 로판 덕후로서 심장이 뛴다.
“가고 싶다고 하면 아빠가 반대할까?”
“각하께서는 아가씨께서 원하는걸 막지 않으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솔직히 의외였어요. 품에 끼고 위험하다고 밖으로 안 내보내고 과보호하실 줄 알았는데.”
“우리 아빠는 내 의견을 존중하니까!”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자랑스레 배를 내밀었다.
한 사람의 파에라톤으로 대해 주신다.
“그래도 과보호가 아니진 않죠. 내 딸은 원하는 걸 해라. 다만 내 딸을 위험하게 하는 것은 내가 알아서 싹 다 정리 하겠다一같은 느낌이니까.”
“그렇게까진…….”
“저번에 아가씨께서 가족분들과 피크닉 나갔다가 독사한테 물릴 뻔했을 때 어땠는지 기억 안 나세요?”
그 말에 자연스럽게 지난 일이 떠올랐다.
“한낱 미물 주제에 감히 내 딸을 노리다니. 이 산에서 뱀을 다 멸종시켜라.”
아빠가 뱀 머리를 우지끈 부수며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막내는 호기심이 많으니 독초, 독버섯 같은 것도 싹 절멸시키죠.”
“내 동생은 참나무 알러지가 있으니 참나무도 다 뿌리째 뽑아야 합니다.”
“그냥 이 일대 전부를 쓸어버리죠. 아니다. 이왕 하는 거 한 번에 처리하는 게 편하지. 피크닉 명소라고 소문난 곳은 싹 다 정리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수많은 피크닉 명소의 생태계가 바뀌었다.
아이들도 많이 가는 곳이니 안전해져서 다행이긴 한데.
음…….
할 말이 없었다.
“아, 아무튼! 난 사교계 구경하고 싶으니까 어떤지 봐봐야겠다.”
나는 초대장을 살폈다.
‘처음엔 큰 곳보다 소소한 모임에 참석하는 게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때였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이 몸 등장!(1)〉
독자님!
파에라톤 공작가는 강대한 힘과 재력, 역사까지 가지고 있는 대 가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곳저곳에서 견제를 많이 받고 있지요.
여기에는 파에라톤이 정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타 가문과 손을 잡지 않으니 적만 늘어나는 것이지요.
사교활동이나 외교 활동이 필요합니다!
마침 독자님은 열 살, 〈새벽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지요.
그간 영지에서만 있었던 만큼
등장은 화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조건:〈새벽 축제〉 참여
– 보상: 2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 진행, 제국 내 영향력 증가
“새벽 축제라…….”
“어머? 새벽 축제에 참여하시게요?”
“아가씨라면 분명 우승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녀 언니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새벽 축제는 이름만 들으면 새벽에 열리는 축제 같지만, 실제로는 경연 대회 같은 거다.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십 대 초반의 어린 귀족들이 참여할 수 있다.
남녀 각각 우승자를 가리고 우승자에게는 엄청난 특혜가 쏟아진다.
또래에 단 한 커플 나올 뿐이니 얼마나 주목받겠는가.
그야말로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데에 정석적인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4년 뒤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까 그때 하려고 했는데.’
퀘스트가 이렇게 나왔으니 지금 해야겠다.
[퀘스트 〈이 몸 등장!(1)〉을 수락하였습니다.]“응, 재밌어 보이니까! 아빠한테 말하고 와야겠다.”
내 방에서 나와 아빠의 집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꺅?!”
갑자기 커다란 손이 내 허리를 감고 달랑 안아 들었다.
“제온!”
“내 막냇동생이 없어서 죽는 줄 알았어.”
제온이 나를 꽉 끌어안은 채 어리광을 피웠다. 나는 단번에 안쓰러워졌다.
“힘들었어?”
토닥토닥 제온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어째 안정화가 가면 갈수록 제대로 되지 않는 거 같아.’
나도 내 힘을 잘 모르니 어떻게 해줄 수 없었다.
“이러고 있으면 더 빨리 안정돼?”
“응. 좀 더 쓰다듬어줘.”
나는 제온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뭔가 애니멀 테라피라도 해 주고 있는 느낌인데.’
내가 강아지가 된 기분.
그때였다.
“저 새끼 저거!”
“내 동생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는 짓거리는 그만두라고 경고했을 텐데.”
익시온과 아레스가 새빨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