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9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93화(93/353)
☆ 제94화 ☆
“저 새끼 말에 속을 필요 없어. 아까까지 쌩쌩하게 마기를 휘두르고 다녔으니까.”
“진짜?”
“저놈은 자꾸 네 앞에서만 약한 척하는 거야. 겉과 속이 다른 놈이지.”
“아레스가 할 말은 아닌데.”
“그건 조금 슬프네.”
아레스의 살짝 쳐진 눈이 나른하게 휘었다.
이제는 제법 청년티가 나기 시작하는 얼굴은 여전히 봄꽃처럼 아름다웠다.
“……진짜 아레스는 자기 얼굴을 잘 쓸 줄 알아.”
내 감탄에 아레스가 빙긋 웃었다.
“내 동생한테 나는 제국과 천국 혼혈이니까.”
“…….”
이제 그건 잊어주면 안 될까?
* * *
한바탕 소란 후에 우리는 다 같이 아빠의 집무실로 향했다.
때마침 휴식 중이셨는지 아빠는 차를 마시고 계셨다.
“아빠!”
“루루.”
아빠가 나를 달랑 들어 올려 무릎에 앉히곤 아들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바쁘지 않나? 허구한 날 동생 뒤만 졸졸 쫓아다니니.”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씀하시죠.”
“아무래도 사업체를 몇 개 더 넘겨야겠어.”
네?
상속이 이렇게 결정되어도 괜찮은 건가요?
“싫습니다요. 나는 저 약골 지키느라 바빠서.”
“제 동생과 노는 시간도 부족한지라 여기서 일을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 마기 안정화가 더 필요합니다. 지금 맡은 일로도 벅찹니다.”
“네 녀석이 제일 한가해. 일을 미친 듯이 끝내고 틈만 나면 루루한테 가니.”
“일을 끝냈으니 된 거 아닙니까. 안 끝내고 가면 막내가 혼내니 어쩔 수 없이 하고 가는 건데.”
“너 때문에 내 딸이 나한테 오려다가도 못 오니까 문제다.”
‘윽.’
나는 네 부자의 공방을 바라보며 이해를 포기했다.
보통은 이게 웬 횡재냐 하고 넙죽 받을 사업체를 저딴 이유로 거절하다니.
‘뭐,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아빠의 팔을 흔들었다.
“아빠, 저 제도에 가고 싶어요.”
“제도에는 왜?”
“가서 새벽 축제에 참여하려구요.”
그 말에 아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새벽 축제라……. 그래, 그런 것도 있었지.”
귀족뿐만 아니라 전 제국민이 주목하는 경연 대회를 저렇게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사람은 우리 아빠가 유일할 거야.
“우리 가문은 너무 오랫동안 아무런 외교 활동도 하지 않았잖아요. 마침 올해 새벽 축제가 열리니 좋은 기회지요.”
원래도 파에라톤 공작가는 폐쇄적인 분위기였다.
하물며 공작부인이 없는 지 이제 10년.
퀘스트창에서 나온 말대로 강대한 힘을 가진 자의 고립은 적을 만들 뿐이다.
이제 슬슬 그 고립을 풀어야 하는데, 이끌어줄 안주인이 없는 이상 내가 맨몸으로 제도 사교계에 뛰어들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아까 소규모 모임부터 참석할 생각을 한 거였고.
‘인맥의 물꼬를 틔워줄 샤프롱이 있으면 낫겠지만.’
저절로 머릿속에 샤프롱이 되어주겠다던 황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보류.’
황궁의 권력 구도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또래 영애들끼리 모여 경합하고 협력하는 새벽 축제가 딱이다.
‘다른 곳보다 수월하게 인맥을 쌓을 수 있고, 우승자가 되면 더더욱 좋고.’
“루루, 가문을 위해서 네가 희생할 필요 없다.”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돼.”
“응? 아니에요! 가문을 위한 것도 있지만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아빠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봤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아빠와 오빠들한테는 사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 듯했다.
“정말인가?”
“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 네가 재밌을 거 같으면 그걸로 됐다.”
아빠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퀘스트 〈이 몸 등장!(1)〉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2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제국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극소폭 증가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이 몸 등장!(2)〉
독자님!
그냥 참가해서 ‘아! 좋은 추억 만들었다!’하고 끝낼 생각은 아니시죠?
여주인공이 검을 뽑았으면 우승이라도 해야 하는 법!
로판 독자는 패배를 모릅니다!
로판 독자는 승리를 갈망합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독자님은 당연히 사교계의 중심에서야 합니다!
예선 정도는 껌으로 통과하세요!
– 조건:〈새벽 축제〉 예선 통과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 진행, 제국 내 영향력 증가
‘나도 이왕 참가할 거면 당연히 우승을 노리고 있긴 한데.’
새벽 축제의 우승자가 누리는 수많은 특혜는 분명 내게도, 파에라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파에라톤 공녀가 새벽 축제에 참여한다는 말이 돌면 온 사교계가 들썩이겠군.”
“내 동생의 다섯 살 생일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야.”
다섯 살 때 이후로 내 생일 파티에 외부 손님을 초대하지 않았다.
내 인간관계는 다 파에라톤 내부에 있으니 가문의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탓인지 사람들이 파에라톤을 언급할 때 아직까지도 종종 내 생일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우리 가족을 모두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기회였으니까.
“사교계는 딱히 재미없을 텐데. 심심한 거면 그냥 나랑 있지.”
“제온은 특히 더 싫어했지. 하지만 난 너무 설레!”
“설렌다고?”
“응!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다정한 쾌남인 남부 제독이랑 잘생긴 최연소 소드 마스터!”
응?”
“성스러운 빛을 지닌 교황, 멋지지만 어딘지 까칠한 황자님이랑!”
“……뭐라고?”
“기적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성녀님도!”
두근두근하는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는데, 어째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남부 제독, 최연소 소드 마스터, 교황, 황자라…….”
차디찬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아빠의 목소리가 어딘지 음산했다.
“아빠?”
“내 딸이 재밌을 것 같다니 새벽 축제엔 참가해야지. 다만 그전에一.”
“청소가 필요하겠습니다.”
“내 동생을 더러운 곳에 둘 순 없지.”
“안 그래도 거슬리는 것들 많았는데 잘됐어.”
응?
“나도 제도로 간다.”
아빠가 내 뺨을 쿡 찌르며 말했다.
“가, 각하께서요? 제도는 질색이시면서! 제가 그렇게나 설득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더니?”
뒤에 있던 에르켈 자작이 놀란 눈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내 딸이 가는데 내가 안 갈 순 없지.”
“……정말 잘된 일이고 다행 한일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죠.”
에르켈 자작이 흐린 얼굴로 말했다.
“내 동생이 가는 곳엔 당연히 제가 함께해야죠.”
“나도 이제 슬슬 제도 구경할 때가 됐지.”
“나는 막내가 없으면 안 돼서.”
“너희는 그다지 필요 없는데.”
“하, 이 기회에 솜뭉치를 독점하시려고?”
익시온이 이를 드러냈다.
아빠는 세 아들들을 쭉 훑어보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올 놈들도 아니고. 방역 인원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나는 힐끗 에르켈 자작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선 이제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나 역시 조금 불안했다.
“……그 청소라는 게 인간 청소는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있니, 내 동생.”
아레스가 그 어느 때보다 황홀한 빛을 뽐내며 사르르 웃었다.
혼혈이 아니라 순혈 천국 출신 같았다.
근데 저 얼굴을 보니 왜 더 불안해지지?!
“약속해.”
나는 새끼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제도에서 사고 치지 말기로.”
“당연한 말을.”
“애도 아니고 사고는 무슨 사고.”
‘익시온은 아직 애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익시온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도 얌전히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도장, 복사, 싸인까지 모두 다 하고 난 다음에 나는 안심했다.
‘좋아.’
영 못 미덥지만, 그래도 약속을 깨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렇게 온 가족의 제도행이 결정되었다.
Chapter 21.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파에라톤 공작가 제도 저택.
아빠는 가끔씩 제도에 들리긴 하셨지만 나는 몇 년 만에 다시 온 거였다.
위압적이리만치 장엄한 저택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하지만 위축되었던 그때와 달리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아주 당당하게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한겨울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봄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파릇파릇 돋아 있었다.
“제도 저택에는 아빠랑만 있었는데 오빠들까지 다 같이 있으니까 신기한 기분이야.”
“나도 신기해. 막내가 있으니 이곳도 꽤 괜찮게 보여서.”
제온이 옅게 웃었다.
제도로 오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사람의 기척이 그렇게까지 거슬리진 않는 모양이었다.
‘다행이야.’
“귀환을 환영합니다, 공작 각하. 어서오십시오, 도련님들, 아가씨.”
시립해 있던 고용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이야, 하인츠!”
제도 저택의 수석 집사인 하인츠가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시 뵙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아가씨. 많이 자라셨군요.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군요.”
“내 방은 어디야?”
“예전에 쓰시던 방 위치 그대로입니다. 아가씨의 취향을 고려해서 인테리어는 새로 해놨습니다.”
“그래? 구경해야지!”
나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내 취향을 고려했다니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그때는 딱딱한 가구뿐이었는데.
내 키에 맞지도 않아서 침대를 뽈뽈 기어올라야 했었다.
나는 두근두근 기대하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게 내 취향이라고?”
샤랄라 공주님 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 가리비 의자는 또 왜 있는 거야.’
“마음에 드십니까? 아가씨께서는 조개 모양 의자를 특히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각하께서 언질을 주셨습니다.”
아니, 그건 내 취향이 아니라 아빠 취향이야.
“그래서 의자도, 침대도, 쿠션도 다 가리비야?”
“예!”
아주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하인츠를 보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이런 것도 어릴 때나 누릴 수 있지. 현재를 즐기자.’
“……고마워, 하인츠. 무척 마음에 들어. 저걸 다…… 맞추려면 고생했겠네.”
“제 기쁨입니다.”
하인츠가 씩 웃고는 방을 나갔다.
나는 일단 목욕부터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욕실에 들어서는 순간 또다시 멈칫했다.
욕조까지 가리비 모양이라니!
이러다 인어 공주 되겠네!
* * *
제도에 온 지도 이제 이틀째.
나는 에르메스 짹이 물고 온 편지를 열었다.
에체시스 용병 단장인 에첸에게서 온 편지였다.
에르메스 짹은 정령인지라 모습을 완전히 숨길 수 있어서 추적당하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는 데 탁월했다.
나는 에르메스 짹에게 과자를 나눠주며 편지를 읽어내렸다.
‘벌써 샤리안 꽃을 다 구했다고? 정말 빠르잖아.’
내 생각보다도 훨씬 능력 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영수 악트셰라켄과 단 한 번도 충돌하지 않았다.
언제 만날 수 있어?
마지막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을 적었다.
에르메스 짹의 목깃을 살짝 긁어주곤 편지를 매달아 날려 보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솜뭉치, 나가자.”
“익시온, 노크는 하랬잖아.”
“나는 괜찮잖아. 리카텔 거리의 애플파이가 맛있대.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애플파이?”
꽤 솔깃했다.
우리 파티셰도 수준급이지만 새로운 가게도 궁금한걸.
“빨리 나가자. 다른 놈들 오기 전에.”
익시온은 무슨 첩보 작전을 하는 사람처럼 주변을 살피며 一기척을 지우는 용도로 마기까지 썼다一 공작저에서 나갔다.
“와……!”
이렇게 상점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처음이라서 나는 단번에 신났다.
화려한 거리, 고풍스러운 건물, 활기찬 사람들.
그리고 애플파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왜 유명한지 알 거 같아!”
행복으로 볼을 부풀린 채 말하자 익시온이 피식 웃었다.
“그거 다행이네.”
“이제 뭐 하지?”
“모처럼이니 유트라한테 가보든가. 이 거리에 의상실이 있잖아.”
익시온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익시온이 유트라를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먼저 찾을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그래, 좋아!”
어쨌든 나도 대찬성이었다.
* * *
“꺄아! 공녀님!”
유트라는 날 보자마자 끌어안고 얼굴을 비볐다.
“저를 찾아오시다니, 정말 영광에 영광에 영광이에요!”
“으응, 그래……. 근데 우리 저번 달에도 만나지 않았어?”
“부족해요! 그리고 제 의상실에 오시는 건 처음이잖아요! 새벽 축제 때 공녀님께서 입으실 옷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어요.”
“고마워.”
“참여하실 예정이었으면 미리 말씀해주시지.”
나를 놓아준 유트라가 익시온과 시선을 교환했다.
“공녀님은 잠시 기다리시겠어요? 익시온 공자님의 옷을 수선해드리기로 해서.”
“응, 알았어. 카탈로그 보고 있지, 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았다.
우유와 쿠키를 먹으며 조금 시간을 보냈을 때였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앳된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여기 딱 나한테 맞는 옷이 있잖아! 나는 이 옷이 마음에 든다고!”
“죄송합니다, 영애. 그건 이미 주인이 있는 옷이라…….”
“유트라 펠리아가 그렇게 잘 났어? 여자아이 옷은 팔지 않겠다고 하더니 뒤에선 이렇게 많이 만들고! 감히 나를 속인 거야?”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지?’
호기심이 동해 나는 발소리를 죽여 그쪽으로 다가갔다.
붉은 곱슬머리의 꼬마 아가씨가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클라티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 머리의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소녀가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