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9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94화(94/353)
☆ 제95화 ☆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클라티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대로 자랐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얼굴로 다정다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몇 년 안에 늘씬한 미인이 되어 제국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붉은 머리 영애와 직원들의 대치는 계속되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뭐지? 감히 포셰트 후작 영애인 나를 무시하는 건가?”
포셰트?
설마 저 꼬마 아가씨가 포셰트 후작의 손녀인가?
자연히 오래전 흑사병 사태 때 만났던 포셰트 후작이 떠올랐다.
“내 손자가 조금만 더 나이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연하는 싫으냐?”
“몇 살인데요?”
“너보다 네 살 어리단다.”
“…….”
“크면 네 살 차이 별거 아니란다.”
“한 살 응애를 남편감으로 들이미는 할부지가 있는 남자애는 무조건 별로야.”
“이것 참, 내가 내 손자의 앞길을 막아버렸구나. 그래도 손녀딸은 딱 너랑 동갑이란다. 나중에 만나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흥, 봐서요.”
까칠한 느낌이긴 했지만 점잖은 포셰트 후작에 비해 그 손녀는 아무래도 제멋대로인 말괄량이 아가씨인 듯했다.
면면 있는 직원들이 난처해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그래서 내가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포셰트 영애.”
클라티에가 부드럽게 포셰트 영애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건 파에라톤 공녀를 위해서 만든 옷이래요.”
“뭐?”
“저도 포셰트 영애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파에라톤 공녀 거라는데.”
“파에라톤? 또 파에라톤 공녀야?”
포셰트 영애가 쌍심지를 켰다.
‘어쩜, 여전하구나. 내 사촌 언니는.’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돌발 퀘스트 발생!]〈탄산 채워주세요!〉
독자님! 눈치 깠죠?
저는 독자님을 그렇게 눈치 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았습니다!
지금 클라티에가 은근슬쩍 독자님 엿 먹이려는 거 다 목격해놓고 그냥 돌아가실 거 아니죠?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를 원한다!
– 조건: 클라티에에게 사이다 먹이기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자기가 언제 나를 키웠다고.’
안 그래도 이런 상황에 뒤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클라티에?”
“어머.”
클라티에가 나를 보고 진짜 놀란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순간일 뿐, 곧 특유의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나 따위는 자신의 손바닥 안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오랜만이네, 루아티샤.”
루아티샤라니.
저 입술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 나쁘다.
클라티에가 살갑게 나를 맞으며 포셰트 영애에게 나를 소개했다.
“포셰트 영애, 이 아이가 제 사촌 동생인 루아티샤 파에라톤이에요.”
“파에라톤 공녀?”
“네, 그 옷의 주인이죠.”
잠깐 놀란 표정이었던 포셰트 영애는 그 말에 양 볼 가득 심통을 붙였다.
그녀는 드레스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
“이거 네 거야?”
“글쎄, 그건 유트라의 말을 들어봐야겠는데. 난 그 옷에 관해서 아무 말도 듣지 못해서.”
“뭐야, 그럼 파에라톤 공녀가 이 옷의 주인이라는 말은 잘못됐잖아.”
포셰트 영애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클라티에를 바라봤다.
클라티에는 난처하다는 듯 나를 힐끔거렸다.
“하지만, 유트라 펠리아가 파에라톤 공녀만을 위해 만든 옷이라고 하던데요.”
마치 내가 포셰트 영애를 상대하기 싫어서, 혹은 책임을 모면하고 싶어서 거짓말한다는 소리로 들렸다.
당연히 포셰트 영애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나는 생긋 웃었다.
“와, 신기하다, 클라티에!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이 옷에 관해서 유트라가 네게만 따로 말해 준 거야?”
“어?”
설마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클라티에는 눈에 띄게 평정을 잃었다.
“내가 유트라의 옷만 입는 건 맞아. 파에라톤 공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었거든. 그게 몇 년째 연장 중이야.”
“그, 그래. 전속 계약! 나도 들었어. 그것 때문에 다른 영애들의 옷은一.”
“아이참, 티에 언니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님 정말 모르는 거야?”
내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젓자 클라티에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 5년 전 학대 당하고 가스라이팅 당해서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벌벌 떨던 아이와는 다르지?
하지만 놀라긴 일러.
“전속 계약에 의해 파에라톤 가의 옷은 전부 유트라가 책임지고 있지. 하지만 유트라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옷을 만들어도 돼. 전속 계약은 그런 거잖아?”
유트라가 내 옷만 만드는 건 순전히 본인의 덕질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장갑 한 짝조차 빼놓지 말고 다 나한테 줘야 한다는 아빠의 팔불출과 재력 덕분에 현실적으로 가능했다.
즉, 유트라가 내 옷이라고 선언하거나 우리 아빠가 샀다고 말하기 전에는 엄밀히 말해 내 옷이 아니지.
할 말을 못 찾은 클라티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벌써 끝이야?
어쩌지?
난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건데.
어중간한 사이다로 패널티 받으면 큰일 나거든.
물론 패널티가 아니었어도 멈출 생각 따윈 없지만.
“앗!”
나는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가렸다.
“설마…… 언니, 전속 계약이 뭔지 몰랐던 건 아니지?”
“뭐?”
“괜찮아. 모르는 건 죄가 아니래.”
꾹 말아쥔 클라티에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여기서 안다고 말할 수도 없겠지.’
그럼 포셰트 영애에게 바람 넣은 걸 인정하게 되잖아?
몰랐다고 하기엔 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고.
이도 저도 못 한 채 분노로 떠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통쾌함이 밀려왔다.
나는 힘이 바짝 들어간 클라티에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치만 클라티에,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함부로라니?”
“사촌 동생인 나야 당연히 언니를 오해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오해할지도 모르잖아.”
나는 클라티에가 항상 짓곤 했던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악의도 느껴지지 않는 미소.
“언니가 일부러 나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린다고.”
나는 일부러 시선을 주변으로 던졌다.
클라티에의 시선 역시 나를 따라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향했다.
의상실 직원들은 프로답게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별 인연도 없는 클라티에를 위해서 계속 입을 다물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여자아이의 옷은 팔지 않지만, 유트라의 의상실은 5년 전보다도 훨씬 번창했다.
온갖 귀부인들이 제 옷과 남편의 옷을 사기 위해 드나들며 저택에까지 불러들인다.
“무, 무슨 소리를……! 난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내가 왜 그러겠니?”
클라티에가 사색이 된 채 외쳤다.
“나도 알아. 나는 언니를 오해하지 않는다니까?”
나는 클라티에의 손을 토닥이며 생긋 웃었다.
‘와, 진짜 표정 혼자 보기 아깝네.’
어찌나 분노했는지 볼살까지 푸들푸들 떨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클라티에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항상 아래로 까내려봤던 존재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당했다.
그 모멸감이 내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일부러 클라티에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가르치듯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말조심해, 클라티에.”
까득.
이 가는 소리 한 번 듣기 좋네.
근데 아직 끝이 아니야.
“아, 그리고 예법 말인데. 소개할 때는 양측 모두 소개하는 거야. 아까 포셰트 영애한테만 나를 소개했잖아?”
이건 아주 기본적인 예법이었다.
“그거 무례라는 거 알지? 아, 이것도 모르나…….”
애잔한 눈으로 쳐다보자 결국 참지 못한 클라티에가 빽 소리를 질렀다.
“내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옳거니.
나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어? 그럼…… 설마 일부러 그런 거야? 왜 나한테 그런…….”
당황한 클라티에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까, 깜빡한 거야. 설마 너를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라서.”
궁색한 변명이었다.
“그렇구나. 근데 클라티에, 하나 알려주자면 나한테 먼저 포셰트 영애를 소개하고 그다음에 포셰트 영애에게 나를 소개 해줘야 해.”
“그건一.”
“아, 이것도 혹시 알고 있었는데 깜빡한 거야?”
클라티에의 입술이 조개처럼 다물렸다.
“언니, 진짜 큰일 나. 언니 나이면 사교 모임도 나갈 텐데 사람들이 언니더러 기본적인 예의도 없다고 할 거야.”
너 진짜 예의도 모르는구나.
내 말에 담긴 완벽한 무시에 클라티에가 발끈했다.
“아니면, 언니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오해하거나.”
하지만 내 말에 도로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클라티에가 힐끗 의상실 직원들을 살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클라티에의 귓가에 속삭였다.
“잘하자, 언니. 응?”
화아악!
클라티에의 얼굴이 새빨갛다 못해 까맣게 변했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휙 돌렸다.
“이만 가요, 포셰트 영애.”
꼬리를 말고 도망가려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워라.’
아차, 표정 관리, 표정 관리.
너무 웃으면 불쌍하니까.
[퀘스트 〈탄산 채워주세요〉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의상실은 소문의 중심지!] [특히 유트라의 의상실은 독자님에 대한 호감도가 최대치인 상태입니다!] [독자님과 클라티에가 충돌할 시 이번 일은 독자님께 유리한 방향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것입니다!]“가자고? 아직 옷도 못 샀는데 안 돼.”
포셰트 영애가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 꼬마 아가씨는 뭐든 상관없나 보네.’
남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든 말든, 의도적으로 남을 무시했든 말든 제 일이 아니면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다.
클라티에의 상황도 딱히 신경 쓰는 거 같지 않고.
“그래서 나한테 이 옷을 팔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저렇게 자신이 갖고 싶은 옷만 확인하는 걸 보면 더더욱 확실했다.
‘진짜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인 꼬마 아가씨구나. 어찌 보면 전형적이네.’
나이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클라티에는 어이가 없다 못해 짜증이 나는지 포셰트 영애를 노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영애. 말씀드렸듯 이 옷은 구매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그건…….”
의상실 직원이 난감해하는 순간이었다.
“하, 여기 있었군.”
제온이 서늘한 미소를 지은 채 등장했다.
아레스와 함께.
* * *
클라티에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온과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처음 봤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우리 고모부랑 닮았는걸.’
제도에 올라와서 잘생겼다고 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봤지만, 지금 눈앞의 두 남자는 차원이 달랐다.
힐끗 옆을 보니 포셰트 영애는 아예 몽롱한 얼굴로 두 손까지 모으고 있었다.
두 남자는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막내에게 치대는 중이었다.
“내 동생이 나를 떼놓고 가다니, 충격이었어.”
“일부러 떼놓고 간 건 아냐. 그냥 급하게 나가다 보니.”
“급하게?”
“익시온이 애플파이가 맛있다고 하길래.”
“나 애플파이한테 진 거야?”
“아니, 뭘 또 그걸 그렇게까지…….”
루아티샤는 조금은 귀찮다는 듯 아레스와 제온을 바라보다가 달래주기 시작했다.
“애플파이, 아레스랑 제온이랑 아빠 몫까지 샀어. 생각해서 일부러 산 거야.”
“그걸로는 안 돼.”
“그럼?”
“나랑 꽃놀이하는 걸로 용서해 줄까. 우리 단둘이서만.”
“나는 하루종일 껴안고 머리 쓰다듬어줘.”
아레스가 루아티샤를 안아 들고 제온이 아이의 머리에 뺨을 부볐다.
“…….”
그 모습을 바라보는 클라티에의 얼굴이 굳었다.
‘쟤가 뭔데……!’
왜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전부 저 애가 가지고 있는 거지?
원래 쟤는 자신의 신발이나 닦던 모지리였다.
‘쟨 사생아라구! 우리 아빠가 사생아랬어!’
진짜 가족도 아닌 주제에 왜!
그때였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익시온이 인상을 찌푸린 채 내실에서 나왔다.
그는 서로 루아티샤를 끌어안겠다고 난리 치는 제온과 아레스를 보더니 이를 드러냈다.
“하, 빨리도 오셨군. 한가하신가 봐?”
“몹쓸 도둑고양이가 내 동생을 훔쳐 가니 바빠도 움직일 수밖에.”
“아무래도 가까운 곳부터 청소해야 했던 모양이야.”
세 남자의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루아티샤는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싸우면 나는 한 달간 식사도, 티타임도 아빠랑 단둘이서만 할래.”
“뭐?!”
“그건 안 돼!”
“난 막내랑 붙어있어야 해. 알잖아.”
“아빠랑 둘이서 여행도 갈 거야. 오빠들은 떼놓고.”
“……!”
세 남자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일촉즉발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꼬리를 살랑이며 “안 싸울게, 응?”, “우리가 왜 싸워. 처음부터 싸울 생각 없었어.” 따위의 말을 했다.
“근데 무슨 상황이야? 큰소리가 오갔던 거 같은데.”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는지 아레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따라서 주변을 둘러보던 익시온이 “아.” 하고 포셰트 영애를 쳐다봤다.
포셰트 영애의 얼굴이 꽃처럼 붉어졌다.
“저게 유트라가 말한 새 옷인가?”
하지만 익시온이 본 것은 포셰트 영애가 아니라 그녀가 잡고 있던 드레스였다.
“새 옷? 흠, 내 동생의 귀여움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다른 데보단 낫군.”
“근데 왜 쟤가 들고 있어? 아, 입는 거 도와주려고? 헤에, 솜뭉치 대단한데.”
익시온이 벌써 따까리를 만들었냐는 눈으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루아티샤가 대답하려는 순간, 클라티에가 나섰다.
“아, 그런 건 아니고. 포셰트 영애가 자기가 그 옷을 입고 싶다고 해서…….”
클라티에는 난처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루아티샤의 옷이라고 말했는데도 계속……. 그런데 역시 루아티샤의 옷이었군요? 어? 그럼 아까 루아티샤는 왜 그랬을까…….”
말을 흐리며 곤란한 듯 눈썹을 늘어트린다.
여전히 상냥하고 사분사분한 얼굴을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