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9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98화(98/353)
☆ 제99화 ☆
“그, 그건…….”
“아, 모를 리가 없군요. 영애의 영지에서도 분명 제게 치료제를 달라며 조건을 들고 와 부탁했을 테니까.”
사실 어느 가문인지 몰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나한테 안 그런 귀족이 있기나 할까?
“뭐야, 브란테 영애는 선후 관계를 다 알면서 일부러 없는 트집을 잡은 거야?”
“원래 성격이 그렇잖아. 좀.”
“거기다 치료제를 공짜로 전국에 뿌렸어야 했다니. 황실도 안 할 짓을……. 아무리 염치없어도 정도가 있지.”
“그럼 세습 영주가 왜 있어? 옆 나라처럼 중앙에서 관료를 파견하지. 책임이 있기에 권리가 있는 건데. 그 책임을 파에라톤에 미루면 자기 권리 역시 파에라톤에 줘야지?”
쑥덕대는 소리에 가장 전면에 나서서 나를 욕하던 영애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 브란테 가문이었어?’
좋은 정보네.
“참, 저는 조건을 들고 치료제를 더 빨리, 더 많이 구하려고 하셨던 분들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나선 거겠죠.”
그 말에 영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대다수가 내게 딜을 걸었던 가문의 영양이니 은근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끔씩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조건을 거는 분들이 있더군요.”
나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브란테 영애와 눈을 맞췄다.
“가령, 사이 안 좋은 영지가 제시한 조건의 네 배를 줄 테니 그 영지로 가는 치료제까지 자기에게 달라던가.”
“……!”
경악에 찬 침묵.
그리고 그 후에 휘몰아치는 엄청난 파장.
“무, 무슨!”
“그건 타 영지를 흑사병으로 죽이겠다는 것 아닌가요?!”
“세상에,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그런 잔악하고 더러운 수를!”
“무고한 영지민들이 흑사병으로 죽는 건 상관없다는 건가? 이토록 반인륜적이고 미개한 짓거리를 벌이다니.”
나는 그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브란테 영애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말을 섞는데 영애가 누군지도 몰랐네요. 이런 실례를. 어느 가문의 분이시죠?”
내 질문에 브란테 영애가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었다.
날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마 브란테 영애는 브란테 백작이 내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몰랐겠지.’
알았으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내게 시비를 걸지 않았을 거다.
내가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
‘딜을 거절당한 브란테 백작이 날 엄청 씹어댔겠지. 그래서 딸인 저 아가씨는 내가 싫었을 테고. 알만 하다.’
“영애?”
내 재촉에 브란테 영애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브, 브란테 백작가의 리오나 입니다.”
“아, 기억나는군요. 브란테 백작가에서 저한테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
“고, 공녀님.”
“물론 저는 가문 간 오간 이야기를 밝힐 생각은 없답니다. 백작님께 안부 전해 주세요. 그때 사절단으로 오셨던 분들께도요.”
“네, 네…….”
브란테 영애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고만장했던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그리고 여기 계신 영애들께도 사과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사, 사과요?”
브란테 영애의 시선이 잠시 내 곁에 앉은 영애들을 향했다.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욕할 정도로 우습게 보던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자니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아양 떤다며 비굴하다고 말했잖아요. 그게 무슨 무례인가요?”
“그 말은 제가 아니라…….”
브란테 영애가 억울한 듯 옆을 바라봤다가 되돌아왔다.
‘걱정 마. 그 말한 당사자도 다 사과시킬 거니까.’
나는 생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기가 한 말이 아니어도 어쩔 건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영애들을 무시하고 조롱한 건 변하지 않는데.
내 눈치를 힐끔 살핀 브란테 영애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영애들. 제가 경솔했어요.”
정말로 사과를 들을 거라곤 예상도 하지 못했나 보다.
내 곁에 있던 영애들이 다소 놀란 눈으로 브란테 영애를 바라봤다가, 나를 쳐다봤다.
눈동자가 흥분과 기쁨으로 반짝거린다.
‘다른 영애들의 말도 그렇고 그간 브란테 영애 패거리가 어지간히 다른 영애들을 괴롭혔나 보네.’
좋아, 그럼 이제 상황을 수습해 볼까?
깽판 놓고 끝내는 것도 좋지만, 어쨌든 이건 경연이니까.
“이것 참, 본의 아니게 시선을 끌었네요. 물의를 일으켜서 즐거운 티타임을 방해한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는 주변을 향해 말했다.
“모두 아시겠지만 저는 사교계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답니다.”
영애들의 면면은 제각각이었다.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불안해하는 자들도, 소란을 일으킨 것 자체에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에도 여기 계신 분들의 가문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내 귀는 당연히 열려 있었다.
아데르센 영애 무리가 다가오기 전, 혼자 주변을 지켜보면서 구심점이 되는 몇몇 영애들의 이름은 파악했다.
“미첼로인 가는 쉐브론 아카데미를 통해 수많은 인재들을 교육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계시죠.”
미첼로인 영애가 힐끔 나를 바라보았다.
“파브넬 가는 기사 사관 학교를 경영해 제국의 국력을 강화하고 계시고요.”
파브넬 가의 방계인 타이셀 영애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향해 윙크했다.
앗, 좀 설레네.
“또, 에쉘타인 가는 마탑을 통해서만 전수되던 마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준히 마도서를 편찬하고 있고요.”
“마법에 재능 있는 사람이 그 재능을 발견하지 못해 평범하게 사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요. 개인에게도, 국가에도.”
에쉘타인 영애가 생긋 웃으며 말을 받았다.
나는 마주 미소 지은 후 주변을 둘러봤다.
“그 외에도 각 가문에서는 훌륭한 일을 많이 하시죠. 모두 제가 존경하는 가문의 자제분 들이라 오늘 황궁에 들어오며 무척 설렜답니다.”
아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의적인 시선이 늘어났다.
나는 표정을 바꿨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비난하니 참을 수 없었어요.”
네?”
“비난……이라뇨?”
내게 호응하고 있던 영애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공짜로 봉사하지 않았다. 대가를 받았다. 그러니 순수성이 의심되며 결국 장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
“이는 결국 저희 모두에 대한 모욕 아닌가요?”
“……!”
내 말의 저의를 깨달은 순간, 브란테 영애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영애들의 표정은 죽상이 되었다.
“쉐브론 아카데미의 학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죠. 저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무표정하던 미첼로인 영애의 얼굴에 실금이 갔다.
“하지만 저 말대로라면 미첼로인 가는 아카데미로 돈벌이나 하는 주제에 후학을 양성한다는 생색내는 곳이지요.”
“……과연 그렇군요.”
미첼로인 영애가 서늘한 눈으로 브란테 영애 무리를 노려봤다.
“파브넬 가의 기사 사관 학교는요? 돈을 받고 기사 훈련을 시키면서 제국에 이바지한다고 뻔뻔하게 구는 건가요?”
“당장이라도 결투를 신청하고 싶군요.”
“아쉘타인 가의 업적은요? 결국 책 장사를 하는 주제에 마법의 전파에 이바지했다고 콧대를 세우는 건가요?”
“그렇게 저희가 책장사 하는 게 마음에 안 들면 브란테 가와 셀란도 가, 이프렐 가, 칸센 가에는 마도서를 공급해 드리지 않을 수 있어요.”
아쉘타인 영애가 그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말씀하시지. 우리 가문이 마도서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실 줄 몰랐어요.”
좋아.
영애들이 이채를 띄며 내 말에 동조하자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셀란도 영애셨군요.”
나는 브란테 영애의 옆에서 썩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영애에게 말을 붙였다.
“궁금해요, 영애. 아까 제게 하셨던 말씀은 셀란도 백작님의 의견인가요, 아니면 영애 혼자만의 생각인가요?”
“그게 중요한가요?”
셀란도 영애는 아주 공격적으로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흔히 나오는 반응으로,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
‘하긴, 셀란도 백작은 브란테 백작처럼 이상한 딜을 걸진 않았지.’
아무래도 내가 셀란도 백작을 언급해서 그쪽으로 생각이 번진 모양이다.
그런데 완전 헛다리인데.
“셀란도 가는 제도의 가장 큰 병원인 셀란도 병원을 소유하고 있죠. 수많은 환자를 살리고 의료계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그로 인해 존경도 받고요.”
셀란도 영애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어린 아가씨는 이제야 내가 뭘 말하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궁금한 게, 왜 셀란도 병원은 공짜로 환자들을 받지 않나요? 그건 결국 영애와 브란테 영애와 말했듯, 받을 거 다 받으면서 생색을 내는 거 아닌가요?”
“그, 그건…….”
“그리고 셀란도 가문을 칭송하는 다른 영애들은 아양이나 떨며 비굴하게 구는 건가요? 친구들을 그런 식으로 보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영애들이 얼굴을 확 붉혔다.
저 테이블의 중심은 브란테 영애와 셀란도 영애였고, 나머지 영애들은 그들에게 동조하는 자들이었다.
내게 직접 말을 건 것도 그 두 사람이고.
“아휴, 제가 전혀 몰랐네요. 앞으로 셀란도의 의료 업적 같은 걸 절대 말하면 안 되겠어요. 비굴하게 아양 떤다고 할까 걱정되네요.”
아쉘타인 영애가 피식 웃으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무척 재밌는 듯했다.
꽤 별난 영애네.
“흠, 그럼 앞으로 셀란도 병원의 무료화를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요?”
미첼로인 영애까지 거들자 셀란도 영애는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하게 입을 놀렸습니다. 새벽 축제라 분위기에 들뜬 모양이에요.”
셀란도 영애는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였다.
“파에라톤 공녀님께도, 다른 영애들께도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영애들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생긋 미소 지었다.
“진솔한 사과를 하셨으니 앞으로 분명 다르실 거라 믿어요. 오늘 일이 서로의 가슴에 앙금으로 남지 않았으면 해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마무리.
장내를 쭉 둘러보다가 클라티에와 눈이 마주쳤다.
아닌 척하고 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 불똥이 튀려 했다.
아구, 무셔라.
나는 피식 웃었다.
‘알겠어? 착한 척, 가련한 척하면서 동정심이나 사는 건 능력 없는 하수나 하는 짓이지.’
정치 사교는, 특히 지켜보고 평가하는 눈이 많은 경연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내가 로판 많이 읽어서 잘 아는데 너 같은 애들이 꼭 자기 이미지에 발목 잡히더라.
그때였다.
[새벽 축제에 참가한 영애들이 독자님의 사교술에 감탄합니다!] [대다수의 영애가 브란테 패거리를 향한 사이다에 통쾌해합니다!] [〈조용한 천재, 미첼로인 영애〉가 독자님을 인정합니다!] [〈영애들의 우상, 타이셀 영애〉가 독자님에게 감탄합니다!] [〈연금술계의 이단아, 아쉘타인 영애〉가 독자님에게 흥미를 갖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차세대 루키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새벽 축제에 참가한 영애들의 뇌리에 독자님이 새로이 각인되었습니다!]떠오르는 알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자 영애들의 구심점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저 타이틀은 뭐지? 내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들인가 봐.’
새벽 축제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클라티에였다.
‘저런 영애들이 있는데 왜 클라티에가?’
하긴, 연금술을 잘하느냐 마느냐는 새벽 축제의 우승과 전혀 상관없겠지.
거기에 살짝 별나 보였으니 약간의 선망을 받을지언정 사교계를 규합하고 중심이 되는 재능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큰 도움이 될 거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런 사람의 환심을 산 것은 의외의 소득이었다.
‘타이셀 영애는 아무래도 멋진 기사님이라서 영애들의 선망을 받는 것 같고.’
이쪽도 사교계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다.
‘미첼로인 영애가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데…….’
조용한 천재라고 했으니 딱히 사교계에서 종횡무진하며 나서는 타입은 아닌 듯했다.
이런 타입은 잠잠하다가 능력을 드러낼 상황에서 두각을 보이는 법이지.
만약 미첼로인 영애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아주 강력한 라이벌이 될 거다.
클라티에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알림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켜보고 있던 궁내부 장관 체시아 백작이 독자님의 정치 사교술에 찬사를 보냅니다!] [황제가 파에라톤 가에 대한 계산을 달리합니다!] [황후와 황태후가 독자님을 탐내기 시작합니다!] [독자님을 향한 황비의 열망이 강해집니다!] [축하합니다!] [새벽 축제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했습니다!] [영향력이 폭발한 독자님에게 특전☆최대 3만캐시의 행운을 누리세요!]‘역시 지켜보고 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다.
‘이 정도 활약이면 신고식은 제대로 했지.’
이제 좀 쉴까.
또래 영애들이랑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수다 떨고 싶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영애들은 수줍은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하고 싶어요.
그렇게 쓰여 있는 얼굴.
귀여워. 완전 로판 세계야. 완전 설레.
그때였다.
창밖에서 무언가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파에라톤 공녀님?”
당황한 린드할 영애가 나를 불렀다.
“아, 죄송해요. 잠시…… 휴게실에 다녀올게요.”
상냥한 영애들의 얼굴에 순식간에 수심이 어렸다.
“혹시 어디 안 좋으신가요? 같이 가드릴까요?”
“아니에요. 사교 모임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나 봐요. 잠시 쉬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처음이라 긴장하셨을 텐데 저희를 위해…….”
“괜히 저희가 공녀님께 와서 폐가 된 건 아닌지.”
아무래도 브란테 패거리와의 공방 때문이라고 오해한 듯했다.
“그렇지 않아요. 좋은 친구들을 사귄 것 같아서 무척 설레는걸요?”
내 말에 영애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전 잠시 자리 좀 비울게요.”
“네, 네. 다녀오세요.”
나는 그 길로 복도로 나갔다.
* * *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군. 마기가 없다고 해도 파에라톤은 파에라톤인 모양이야?”
“마기가 없는 파에라톤은 처음이라 공녀가 공작의 친자가 아닐 거라는 추측이 많았죠.”
“합리적인 추측이지.”
“하지만 오늘 일을 보니 의심할 필요가 없었군요.”
그 말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에라톤 공작의 친자가 확실하군. 저리 똘똘한 아이일 줄 알았으면 진작 황궁으로 불러들이는 건데.”
그 말에 체시아 백작이 눈을 빛냈다.
어느 황자의 짝으로 생각하고 하는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