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to 1st prize is the easiest RAW novel - chapter 199
“그렇잖아 1등 되면 다들 퇴사하던데…”
“…”
오과장이 말이 없었다.
퇴사 생각을 하는 건가?
“뭐야?”
“퇴사라뇨 대표님. 제가 감히 어떻게 퇴사를 생각하겠습니까. 전부 대표님 덕분인데요.”
“솔직히 고민은 좀 했지?”
“…정말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얘기해 봐.”
“1등 당첨된 걸 확인한 순간 정말 머리가 멍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솔직한 마음으론 잠수 탈까도 했거든요. 짧은 찰나예요.”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회사를 관둔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내하고 많이 상의했습니다. 모른 척하지 말고 대표님에게 얘기하자고요.”
“…”
“당첨금 절반은 대표님에게 드려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반을 나한테?”
“네. 받아주셔야 합니다. 저도, 아내도 대표님에게 받은 게 있는데요.”
그의 말을 한참 곱씹었다.
받은 게 있다니…
내가 해준 건 월급 준 것 말고는 없다.
마땅히 오과장이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과장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예전에 대표님이 저희 아내 우울증 걸렸을 때 정신 병원에서 면담 하셨잖아요? 그때 했던 말씀 기억하시나요?”
“내가 뭐라고 했지?”
“언젠가 저희 집이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겠다고…아내는 그걸 믿었대요.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 같았는데, 대표님 눈은 거짓말 같지가 않았대요.”
“…내가 그런 말을 했구나.”
“네. 아내가 정말 많이 고마워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꼭 내가 당첨 되게 해준 것 같잖아. 순전히 네 운이고 복이야.”
“…”
“오과장.”
“네. 대표님.”
“앞으로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거야.”
“…”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해서 네 인생이 끝난 건 아니잖아?”
“맞습니다.”
“20억, 한순간이야. 코인이나 주식에 넣어놨다가 폭락하면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돈이야. 그리고 절대 도박 같은 건 하지 말고.”
“…네.”
“그 돈으로 아파트나 사버려.”
“…”
“그리고 네가 무슨 투자를 하든 내가 말리진 못하겠지만, 돈은 지키려 할수록 불어나는 법이야.”
“알겠습니다.”
“편의점 알바도 그만두고.”
“네…”
오과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울고 그러냐.”
“…”
오과장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정장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가 등을 돌렸다.
짙은 한숨을 쉬었는데 그 목소리마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애써 웃으며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오과장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편의점 새벽알바 그 새끼 엿 한 번 맥이고 그만두겠습니다. 그 자식 땜빵 근무 때문에 잠도 못 잤거든요.”
“그래.”
* * *
아픈 손가락.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유달리 신경 쓰이고 그 아픔이 오래가는 손가락이 있다.
가족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성공하겠다고 외쳤지만, 실상은 개뿔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가질만한 감정이겠지.
성공에 목마르고 효도하고 싶은 마음일거다.
이제 20대 중반인 현준이를 보며 느끼고, 정주임을 보면서도 안타까움이 생긴다.
그런데 더 사무치는 건 부모님도 그런 자식들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출발선은 동등했는데 왜 나만 언덕이 있고 굽이진 비탈길이 많은 건가 싶다.
누군가 그 길은 순전히 본인이 만들어가는 거라며 듣기 좋은 소리를 해대지만, 길을 만드는 건 본인이 할 수가 없다.
길이 없는 길은 애초에 길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찾아갈 뿐이다.
그게 평범한 범인의 마음이다.
물론 나또한 과거에 그랬고.
그런데 난 지금 그 길 앞에 서 있었다.
누군가 닦아 놓지 않은 길 앞에서 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어디든 걸어가야만 했다.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올 길을 만들어야 했다.
한 발을 내딛고 두 발이 됐을 때, 비로소 길이 된다.
누군가 내 흔적을 보며 편한 마음으로 걸으며 따라오겠지.
로또는 기회다.
단순히 1등 당첨금을 받아서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실패도 두렵지 않게 된다.
무슨 일이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는다.
그래서 로또를 한다.
“대표님, 만원 어치만 사죠.”
“그래.”
정주임과 현준이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왔다.
최부장의 로또 사건 이후로 그들은 매주 만원어치 로또를 사기로 했다.
“언젠가 되겠죠.”
“그래, 꼭 될 거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한 주에 만원씩만 해.”
내 가정은 내가 지키고 살게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고 다시 주말이 왔다. 최부장의 로또 1등 사건도 조금은 잠잠해졌다.
오과장은 여전히 로또 1등 당첨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최부장과 오과장의 로또 1등 당첨 이후로 몇 가지 변화했던 점이 있다면, 사내 직원들의 퇴사율이 줄었고 업무 효율도 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반대로 생각했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퇴사율이 더 상승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로또 1등? 게다가 같은 회사 상사가?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나?
그런데 예상외의 결과였다.
어째서 그런 걸까.
생각해보건대 최부장의 태도 변화라고 봤다.
부하 직원들에 대한 포용력이 늘어났다고 봐야 할까?
과거에 비해 더 관대해졌고 미소가 많아지고 부하들에게 말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부하들의 사내 생활 만족도가 더 상승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도 놀랐다.
최부장의 저 인자한 미소, 그리고 여유로운 걸음걸이.
하긴, 예전부터 최부장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항상 뛰어다녔다.
사무실 내에서도 현장에서도 말이다.
상사가 바쁘게 뛰어다닌다?
부하 직원들이 얼마나 숨이 갑갑했을까 싶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은 회사의 업무 효율은 상사의 태도로부터 나온다는 것이었다.
부하 직원들을 탓할 게 아니다.
상사의 태도부터 바꿔야 했다.
이번 로또 1등 사건으로 그 믿음이 확고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휴먼매니저의 사원들이 매주 구매하는 로또 금액이 늘었다는 것.
심지어 로또를 하지 않는 사원들도 매주 한 번씩 로또를 구매한다고 했다.
본인도 1등이 될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어떤 회사원은 현실의 벽이 도무지 가망이 없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주에 사는 로또 희망 회로로 간신히 버틴다고 했다.
하아…
그렇다면 앞으로 로또 이벤트는 매주 해야 할 것 같았다.
많은 사원들에게 너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휴먼매니저에서 계속 1등이 나온다면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질 게 분명했다.
1등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번 달은 2등 정도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로또 1등 당첨자의 심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당첨된 찰나의 순간.
벼락을 두 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을 뚫고 당첨된 그 짜릿한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한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다른 대체제로도 경험 불가능한 수준이다.
비슷한 기분이라고 꼽자면, 마치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내리막에 꽂힐 때, 그 짜릿한 순간이라고 보면 될까.
찰나라면 그랬다.
순간적으로 뇌의 호르몬이 엄청나게 과다분비 되기 때문이다.
선민의식도 생긴다.
우쭐거리기도 하고,
그저 일확천금을 얻은 운 좋은 사람 수준으로 그치는 게 아닌, 본인은 세상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비단 로또뿐만 아니라 미국의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같은 1조 단위의 당첨금을 받고도, 몇 해 가지 못해 파산하는 이유가 그러했다.
특별하다는 것.
본인이 무슨 일을 해도 다 잘 풀릴 거라는 신적인 믿음.
선택받은 인간이라는 착각,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1등 당첨자는 무리하게 투자를 하거나, 지나치게 소비하여 돈을 탕진하게 만든다.
주식, 코인, 부동산, 사업, 예술, 등.
세상에 투자할 게 얼마나 많은가.
주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평소 연락 없던 지인 또는 친구들에게 연락이 빗발친다.
대체로 목적이 다분하다.
유흥이 목적이거나 돈을 빌리는 경우 투자 권유 등의 목적이다.
로또 당첨자가 만약 거절을 쉽게 못 하는 성질이라면 절망적 비극이 시작될 때였다.
누군가의 권유로 재단에 투자하거나, 누군가의 권유로 주식에 투자하다 보니 서서히 투자 금액이 늘어난다.
본전은 둘째 치고 마이너스가 시작된다.
이성을 차리면 된다고?
로또 당첨으로 이미 잃은 이성은 서서히 더 잃어가게 된다.
본전은 찾자는 마음으로 투자에 더 열을 올린다.
비로소 파산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아지게 된다.
그리고 본인 주머니가 빈털터리가 됐을 때야 깨닫게 된다.
차라리 1등이 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며 후회도 한다.
파산을 하는 1등 당첨자들의 대체적인 과정이자 결말이다.
인간관계는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정 반대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고 간혹 뒤통수를 가격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했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어렵다.
아니, 애초에 내 뜻대로 바라는 것 자체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조를 받든 10억을 받든 로또 당첨자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판도를 결정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파산을 겪은 당첨자들은 인간관계가 엄청 복잡해서 풀어내기 힘들 정도로 꼬여버렸다고 했다.
가족 관계가 파탄 나거나, 친인척끼리 욕설과 고성이 오가거나, 친구끼리 의가 상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걸!
나 혼자만 알고 있을걸!
그런데 깨달음은 너무 늦다.
빈털터리가 됐을 때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후의 결말을 맞이한 복권 당첨자들의 교훈을 벗 삼아 복권 당첨자들 대부분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로또는 확률이라도 있지만, 인간관계는 확률이 없다.
언젠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내 사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로또는 결코 인생 역전이 아니다.
네 인생이 풍족해질 기회임과 동시에 보험일 뿐이라고 말이다.
* * *
지영씨와의 결혼을 일주일 남겨두고 있었다.
결혼 전 마지막 한 달 주말은 서로에게 자유를 주기로 했었다.
지영씨는 참 알차게 보냈다.
친구와 여행을 떠났고, 고등학교 은사 선생님을 만나 식사를 했고, 어느 날은 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영화를 세 편씩이나 보거나, 드라마를 몰아서 봤다.
나의 주말도 제법 괜찮았다.
강남역으로 향했다.
주말 토요일, 강남역 인근의 유흥가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오랜만에 명석이를 만났다.
이자카야 술집으로 들어갔다.
명석이가 소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결혼식도 이제 일주일 남았네? 떨리냐?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 별거 없다. 그냥 멍하니 있으면 시간 금방 가. 그러니까 긴장하지 말고.”
“멍하니 있을 생각 없는데?”
“말이 그렇단 거지, 한 잔 받아.”
명석이는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로 했는데, 명석이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친구가 적지 않느냐며 걱정했다.
“대학교 동창들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어. 아무도. 청첩장 안 뿌렸어.”
“그러면 몇 명이나 오는 거야?”
“너.”
“나? 나 혼자라고?”
“어. 친구는 너 혼자야.”
남들은 20명에서 50명 사이 정도로 친구들이 오던데 나는 단 한 명, 명석이밖에 없었다.
현재 내가 청첩장을 돌린 친구는 명석이가 유일했다.
축의금 생각하면 부르고 싶었으나, 굳이 내키지 않아 말았다.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닐까? 지영씨는 내가 듣기론 백 명 가까이 온다고 들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친구가 너 말고 없는 게 부끄러운 일이야?”
“아니, 뭐 딱히 그렇다는 건 아니고…”
한 명이든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아무 의미 없다.
결혼식은 철저하게 기브 앤 테이크다.
앞으로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친하지 않은 친구, 결혼식 최근 1년간 얼굴 본 적 없는 친구는, 초대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룰로 정해줬으면 싶다.
앞으로 내 인생 경조사는 진심으로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명석이 한 명이면 충분타.
아니지, 중학교 동창 조순형 기자 합하면 두 명이다.
명석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한 뒤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그런지 취기가 가득 올라왔다.
홀로 귀가하는 길 명석이의 말을 곱씹었다.
인생에 한 번만 있을 수도 있는 결혼식인데, 수많은 하객들이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누군가는 하객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하객 품앗이 카페에 들어가서 서로들 돕는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나마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단다.
사랑 하는 연인이 만나 결혼을 하는 게 주 목적인데, 주위 시선에 대단히 민감하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
지영씨의 지인만 백 명이 넘게 온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맞으나, 꼭 하객 알바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한 명이든 백 명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면 그만이지 뭐.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과거 흙수저 집안답게 친척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네 친가 집안은 옛날부터 콩가루 집안이었기 때문에 명절 때 모였던 적은 내 유치원 다녔을 적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엄마네 집안이 그나마 서로 왕래하긴 했었으나, 과거 우리 집안이 어려운 사정으로 나와 도현이가 이모네 집에 얹혀살 때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를 주식 투자금으로 유용한 걸 알게 됐고 엄마는 눈이 뒤집혀 이모와 대판 싸웠다.
그때 이후로 연락은 안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친척들도 거의 오지 않을 것 같다.
지인이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
* * *
지영씨는 결혼 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짧은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
나 또한 오랜만에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부모님 댁은 우리 집에서 삼십 분이면 도착했다.
정원 딸린 아담한 주택이었는데,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과거 아버지가 정원 관리사로 일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정원 관리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다. 정원 관리하는 재미로 산다.”
집에도 마찬가지 식물이 많았다.
흙으로 담은 식물부터 수경재배로 하는 식물까지 다양했다.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식물을 많이 길렀다.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정화된다고 했다.
그래서 죽어가는 식물들도 어떻게든 살린다고 했다.
“요즘 엄마랑은 어때? 20년이 넘도록 따로 살았는데…”
“하나하나씩 맞춰나가는 중이다.”
“연애하는 기분이겠어?”
“크흠.”
“옛날하고 많이 다르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