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05
난 마음 넓은 위대한 드래곤이니까!
라쉴은 황급히 온과 홍의 앞에 섰다.
그리고 실드를 펼쳤다.
“멈추라고!”
하지만 시스코는 그 말을 무시했다.
승리의 신 드래곤 켄달.
그 녀석은 늘 승리만 해왔다.
그런 녀석이 졌다.
그 사실이 시스코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살아있으면 됐어.’
켄달은 아직 살아있는 듯했다. 그러면 상관없다.
딱히 그녀는 눈앞의 라쉴에게 복수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켄달을 이긴 상대와 겨뤄보고 싶을 뿐.
그러기 위해서 ‘복수’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그 수단도 기꺼이 사용할 작정이었다.
우우–
그사이 기묘한 울음을 매단 시스코가 라쉴의 아주 가까이에 도달했다.
마법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가공할 속도였다.
“제길!”
냐아아옹!
냐아옹!
라쉴과 온, 홍의 목소리가 라쉴의 실드 안을 채운 순간.
“야.”
나직한 음성이 시스코의 귓가에 닫았다.
찌릿.
그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등 뒤가 서늘해져 왔다.
시스코는 움직임을 멈췄다.
타닥. 그녀의 두 발이 땅에 내려섰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무심한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뒤돌아섰다. 꽤 먼 거리임에도 이상하게 저 목소리가 선명하게 잘 들렸다.
케일.
조금 전 자신을 케일이라고 소개한 인간이 시스코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싸우러 왔냐고.”
싸우러 왔지?
케일은 이렇게 그녀에게 묻고는 이어 말했다.
‘덤벼.’
그리고 케일은 지금 다시 말했다.
“다시 말하지.”
시스코는 제 손을 내려다봤다. 손바닥에 어느새 땀이 맺혔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녀를 덮쳤다.
“나한테 덤벼.”
싸우러 왔으면, 나한테 덤벼라.
우우–
케일의 주위에도 공기가 진동하며 기이한 소리를 뿜어냈다.
10신 드래곤 중 중간 정도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투쟁의 신 드래곤 시스코.
그녀라면 아주 좋은 척도가 될 것이다.
케일이 이 세계의 드래곤과 어느 정도로 싸울 수 있는지.
계산을 끝낸 케일의 시야에 잠시 온과 홍이 담겼다.
-인간아, 누나랑 형아 걱정은 하지 마라! 내가 실드 쓴다! 라쉴은 못 믿겠다!
그의 시선이 두 고양이에게서 떨어지며 시스코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그간 여기서는 지배하는 아우라만 거의 썼다.
그래서 그런지-
-힘이 남아돌지?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구구구–
눈이 진동했다.
“그래.”
좀 힘이 남아돈다.
-여기선 드래곤이 신 행세를 한다고?
참, 웃기지도 않아.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그녀만의 광기는 숨길 수 없었다.
-저것들이 전쟁의 신과 손을 잡았단 말이지?
에르하벤에게서 들은 또 다른 이야기.
이 멸망해 가는 세계와 사냥꾼 가문들. 그들과 손잡은 신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 신이 전쟁의 신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라던 고룡의 이야기를 케일이 들었고, 그의 고대의 힘들도 들었다.
-저것들부터 하나씩 잡아먹어야겠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말이 끝난 순간.
시스코가 웃음기를 담은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좋아.”
그녀의 발이, 그리고 빠르게 다가온 그녀의 주먹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시스코의 주먹을 가로막은 것은 물이었다.
녹아가는 눈을 머금어서 하얗게 반짝이는 물.
시스코는 물 벽 너머를 바라봤다.
케일이 무심한 눈동자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강함을 판단이라도 하듯.
콰아아아—
굉음이 조금의 틈도 없이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드래곤 시스코의 몸이 튕겨 나갔다. 휘릭,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그녀는 땅에 착지했다.
쿵!
가볍게 내려선 듯 싶었음에도, 땅이 크게 진동했다.
꼿꼿이 선 시스코가 정면을 응시했다.
촤르르르-
여전히 녹아가는 하얀 눈을 머금은 물이 커튼처럼 드리운 채, 케일의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
우우웅-
그녀의 손과 발 주위에는 아직도 잘게 공기가 떨고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진동 쪽으로 향했다.
-특이하구나.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를 오러처럼 사용하고 있어.
오러는 비단 검사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권사도, 창사도, 모두 오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오러는 한 분야의 극에 이른 자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라고 볼 수도 있었으니까.
때문에 자연의 기운인 마나와는 그 근원이 달랐다.
‘그런데 저 드래곤은 마나를 오러처럼 쓴다는 거지?’
그 이유야 뻔했다.
-무투가로서 싸우고 싶나 보구나.
투쟁의 신 드래곤 시스코.
그녀는 확실히 마법보다 무투술을 선호했다.
-색깔이 확실한 드래곤이구나.
짱돌의 평을 들으며 케일은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는 아니고.’
까딱.
케일은 이리로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뭐 해?”
무심한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왜냐면 처음 부딪쳐본 순간 깨달았으니까.
‘해볼 만하다.’
질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가만히 보고 있을 건가?”
휘이이.
케일의 발에 바람이 맴돌았다.
이제 고대의 힘 몇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내가 가고.”
탁!
가볍게 케일이 땅을 박찬 순간, 그의 몸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피식.
그때, 시스코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그녀 역시도 땅을 박찼다.
쾅!
케일과 달리, 그녀의 발걸음에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음?’
그리고 케일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우우우—
시스코를 감싼 기묘한 울음이 점점 더 커지더니, 그녀의 주변이 일렁였다.
마치 아지랑이와 같이, 그녀의 주변만 기묘하게 일그러져갔다.
-드래곤 피어와 특성이구나.
짱돌의 평이 들려왔다.
“윽!”
“으음!”
지켜보고 있던 몇몇이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리거나 삼켰다. 이는 적아를 두지 않고 일어난 일이었다.
‘찌릿하네.’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케일은 이 순간에도 제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스코, 그녀의 드래곤 피어는 그녀의 특성에 어울렸다.
투쟁.
결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는 자. 그에 맞게끔 한껏 날이 서 있었다. 맹한 표정은 거짓이라는 듯 지금 드러난 이 기운은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사방을 찔러댔다.
“으윽.”
고통을 참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했다.
‘로잘린.’
그녀의 신음이었다.
아무래도 붉은 단발 이단심문관과 싸우느라 기력을 많이 소진했는지, 시스코의 기운을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
하긴-
‘숨김이 없으니.’
평소 케일 주변 드래곤들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할 때 주변을 나름 배려하면서 적당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이 시스코는 적당히가 없었다.
그냥, 이 주위에 있는 모든 존재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적이라는 듯 거침없이 기운을 뿜어냈다.
그 덕에 케일은 느낄 수 있었다.
시스코는 기운으로 제 뜻을 전하고 있었다.
‘다 싸우자!’
이 투쟁의 신은 싸울 수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는 것처럼 보였다.
‘미친.’
미친놈이다.
그리고 자신은-
‘미친놈을 꽤 상대해 봤지.’
툰카나 클로페 세카. 이런 놈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놈들 상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케일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끌 필요 없이-
‘그냥-’
깔아뭉개면 된다.
우우우—우우—
시스코의 진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주변이 일렁였다.
‘어떠한 기운에도 영향을 안 받는다고 했던가?’
용 혼혈 기사 제뉴가 이 시스코의 특성을 이었다고 들었다.
확실히 제뉴와는 다른,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느껴졌다.
라쉴과 비슷하지만 다른 특성.
촤륵-
케일의 손이 앞으로 향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수창이 들려있었다.
-맡겨.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말했고, 케일은 그 수창을 손에서 놓았다.
“가라.”
촤아아아–
수창은 공기를 갈랐다.
그리고 시스코의 아지랑이에 닿는 순간, 케일의 눈이 커졌다.
‘!’
촤아아-
수창의 물살이 약해졌다.
물론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아지랑이 영역에 들어서는 수창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약해진 것은 틀림없었다.
‘설마 저 특성-’
용 혼혈 제뉴처럼 단순히 어떠한 기운에도 맞서는 그런 게 아니라-
‘적의 공격을 다 약하게 만드는 건가?’
조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케일은 몇 번 더 수창을 날렸다.
촤아아-
촤아아아–
한 번에 십여 개의 하얀 수창이 시스코에게로 향했다.
콰앙! 쾅, 쾅!
그리고 연달아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시스코는 아지랑이를 머금은 주먹과 발로 하나씩 수창을 없앴다.
쾅! 콰앙!
그러나 연달아 부서지는 하얀 수창 때문에 그녀의 시야는 하얀 눈을 머금은 물로 엉망이 되어갔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담담하게 모든 수창을 없앴다.
“…….”
그리고 제 두 손을 내려다봤다.
“내 영역을 뚫었어.”
투쟁.
자신이 가진 이 특성은 그 작동 원리가 기묘했다.
특히 그녀가 마나를 오러처럼 사용하게 되면서 더 달라졌다.
시스코가 본 마나와 오러의 다른 점은, 오러는 시전자의 성격이나 특징을 닮는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마나는 모두 똑같아도.
오러는 존재마다 다르리라.
그 덕에 시스코가 사용하는 마나는 오러처럼 그녀의 성격과 특성이 담기기 시작했다.
즉, 특성과 마나가 결합하였고 그 결과로 그녀의 투쟁은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원하는 만큼 사용해 어떤 영역을 만들었다.
그 증거가 이 아지랑이다.
이 영역 안에 들어서는 힘은 그녀가 사용한 힘보다 약하거나 대등할 경우 그 위력이 약해진다.
그 약해지는 정도는 그녀의 힘과 비교해 약할수록 더 약해졌다.
‘어떻게 보면, 네 힘은 저주와 같네.’
동료 드래곤이 했던 말처럼. 시스코의 특성은 일종의 적을 향한 저주와 같아졌다. 덕분에 전장에서 막 싸울 때, 시스코는 적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
그녀의 얼굴에 기대감이 어렸다.
케일.
이 인간은 싸울 맛이 있다.
적어도 그녀가 절반 정도의 힘을 사용했음에도 그걸 상대할 비등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혀로 입술을 축이는 시스코의 눈빛이 위험한 빛을 띠었다.
그녀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앞에는 케일이 없었으니까. 이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이미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시스코가 수창을 없애는 동안 케일은 그녀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촤아아아–
수많은 수창을 주위에 휘감은 채.
“가라.”
그는 시스코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저릿.
시스코는 손바닥이 저려 왔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다.
‘적이다.’
제대로 된 적이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나를 향해 적의를 내뿜는 존재!
“프흐-”
웃음이 흘러나온 시스코는 곧장 케일에게로 향했다.
‘저기 있는 나이 든 드래곤하고도 싸우고 싶지만!’
다른 싸우고 싶은 존재들이 많지만.
일단 이 인간부터 먼저 무너뜨리자!
‘재밌어!’
즐거움을 담은 시스코는 케일에게 닿고 싶었다.
그리고 패고 싶었다.
그 패는 맛에 무투술을 택한 그녀였으니까.
자신의 주먹질에 일그러지는 상대의 얼굴을 보는 것은 늘 짜릿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케일의 수창을 상대해야 했다.
쾅!
콰아앙!
그리고 시스코는 제 영역에 닿은 수창을 부수는 순간.
“!”
눈이 커졌다.
‘어?’
처음으로 그 눈동자에 의문이 서렸다.
‘…더-’
이 수창-
‘더 강해졌어?’
이전보다 강해졌다.
콰아앙!
뒤이어 오는 수창을 또 부쉈다.
‘이것도 더 강해졌어!’
점점 더 강해지는 수창의 힘.
그 때문인지, 그녀의 몸이 자꾸 뒤로 밀려났다.
“…….”
그녀는 점점 더 강해지는 수창을 마주하며 깨달았다.
적은, 저 인간은-.
드래곤과 싸우면서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가늠하듯이 점점 더 강한 수창을 쏘아 보냈다.
‘세상을 상대로 싸우는 게 재밌지 않겠니?’
드래곤 로드의 그 말에 공감해서, 그의 편에 선 시스코였다.
그녀는 강해질 수 있다면, 더 강한 적과 싸울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하든, 주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용이었다.
촤아아아-
마지막 수창이 그녀의 아지랑이를 뚫고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
수창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그 말은 그녀의 영역보다 강하다는 뜻.
콰아아앙—!
마지막 수창을 없앤 그녀의 몸이 뒤로 밀렸다.
그제야 그녀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얼음 장벽 근처에 있던 그녀는 어느새 꽤 멀리 떨어진 곳에 도달했다.
시스코는 고개를 들어 케일을 바라봤다.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케일 너머 다른 이들이 보였다.
아군과 적.
모두 그녀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즉, 이 싸움판의 영향에서 멀어졌다.
“하.”
시스코는 기가 찼다.
그녀는 케일과 자신이 서로의 강함을 가늠하는, 짧은 준비 단계를 거치는 중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케일.
이자가 관찰하듯이 봤던 것은 시스코의 힘을 포함해서 그녀와 싸울 경우 어느 정도 주변에 영향을 주는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사아아아—
바람이 불었다.
어느새 눈은 그쳤다.
드물게 흐린 구름이 걷히고 태양 빛이 내리쬐는 이때.
시스코 주위의 너른 하얀 들판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케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