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06
모두 둘에게서 멀어졌다.
아니, 반대로 둘이 그들에게서 멀어진 것이었다.
시스코는 가만히 케일을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한 거야?”
그녀의 물음에 케일이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힘 다 꺼내봐.”
그는 더 이상 신경 쓸 거리가 없다는 걸 알고, 한결 더 손쉽게 삐딱해져 갔다.
‘용 혼혈이나 엘프들은, 에르하벤 님이 알아서 정리하겠지.’
조만간 먼지 나듯이 처맞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그러니 그 전에 정리하고 돌아가자.
“그래. 그럴게.”
그때, 시스코가 태연하게 답해왔다.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케일, 쟤 장난 아니다.
지배하는 아우라가 중후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해왔다.
-드래곤 피어, 마나, 특성. 모두를 섞었어!
그 말대로였다.
아지랑이는 변했다.
우르르르–
천둥이 치기 전, 벼락들이 구름 속에서 부딪치는 것처럼.
아지랑이들은 이제 연기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부딪치며 하늘을 닮은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스코는 그 부딪침에 가려져 모습이 잘 안 보여야 맞건만, 그 기운들은 그녀의 주위로 퍼져나갈 뿐. 그녀를 가리지 않았다.
케일은 손을 들어 올렸다.
손등에 소름이 더 돋아났다.
‘제대로네.’
제대로 된 드래곤 피어다.
그것도 마나와 특성이 결합된.
차악!
시스코는 한쪽 발을 뒤로 빼며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녀의 주위로 기운들이 휘감겼다.
마치 번개를 온몸에 두른 무투가와 같아 보였다.
우르르- 우르르-
천둥소리를 매단 그녀가 케일에게로 쏘아져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멀리.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3주교 혼스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사아아–
그때, 거대한 체구의 용 혼혈에게 백금빛 먼지가 닿았다.
아니. 백금빛 먼지를 휘감은 용이 혼스의 뒷덜미를 잡았다.
쾅!
그리고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인간, 너부터 처리하고 저 용하고 싸워야겠다.”
재밌는 싸움판.
시스코는 기대를 가지고 케일에게 달려들었다.
그 안에는 두려움도 걱정도 없었다.
‘이 인간에게는 안 져.’
저 나이 든 드래곤이면 몰라도.
이 인간에게는 패배할 수 없다.
처음 느껴본 인간의 기운은 저를 저릿하게 만들었지만.
그래 봤자였으니까.
우르르르-
그때였다.
주변을 잠식해 가는 천둥소리 사이로.
쏴아, 쏴아-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
시스코의 눈이 커졌다. 그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제가 밟고 있는 땅을 내려다봤다.
아니, 눈을 바라봤다.
너른 들판.
그 모든 곳을 뒤덮은 눈.
-케일, 그때 생각나지 않아?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말했다.
-나를 옭아매던 사슬 있잖아.
처음 케일이 하늘을 잡아먹는 물을 만났을 때. 그때, 심판하는 물로 봉인되어 있던 그녀는 사슬에 꽁꽁 묶여 있었다.
-그때, 사슬을 부수기 참 힘들었는데.
그녀는 웃음기를 매단 채 말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사슬을 쓰네?
콰아아—-!
땅이 솟구쳤다.
아니, 거대한 사슬이 땅에서부터 치솟아 올랐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총 8개의 사슬은 예전에 호수 아래에서 하늘을 잡아먹는 물을 묶어뒀던 사슬과 같은 크기였다.
-그 사슬은 신의 힘이었지. 전쟁의 신.
그녀를 묶어둔 힘은 전쟁의 신의 것.
-그 힘을 흉내 내봤어.
감히 신의 힘을 흉내 내봤다고 말할 수 있는 고대의 힘.
거기에 더하여.
-케일.
지배하는 아우라가 진중한 척을 하며 말했다.
-신 두 명도 아니고, 용 하나쯤은 우리의 허세를 못 이기지. 훗.
그 순간, 바람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드래곤 시스코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일순간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녀가 이전과 달랐다.
우르르르-
벼락을 휘감은 듯 거친 기운을 감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8개의 거대한 사슬.
눈을 머금은 물은 마치 8마리의 뱀과 같았다. 그리고 그 사슬들은 태양을 가리고 그녀의 위에 어둠을 내렸다.
“허억-”
숨이 가빠졌다.
세상이 여전히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랜만에, 아니 살면서 세 번째로 느껴보는 감정.
‘공포.’
그리고 자신보다 강한 것을 넘어 압도하는 자가 뿜어내는 힘.
그것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다.
“…신-!”
얼어붙어 있던 신체가 겨우 내뱉은 그 말에 케일은 태연하게 응수했다.
“신은 얼어 죽을.”
이제 신 소리만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는구만.
케일은 가볍게 손짓했다.
“잡아.”
8마리의 뱀. 하얀 사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스코는 그 광경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하얀 뱀들이 만든 그림자가, 어둠이 가까워져 온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영역을 감싼 주변.
그 너른 들판.
그곳이 모두 섬뜩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배.’
케일이라는 인간이 지배하는 영역.
저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자신은 저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고 지배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공포감이 그녀를 감쌌다.
이건 드래곤 피어보다 위험하다!
그 진실에 도달한 순간.
우르르르-
시스코의 영역 안으로 사슬이 하나 들어섰다.
거대한 사슬의 크기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
사슬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르르르-
부딪치는 그녀의 기운들을 관심도 없다는 듯 밀어냈다.
거침없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신은 얼어 죽을. 신 발끝도 안되는 힘이네. 나는 하늘을 잡아먹을 물이라고!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닿은 순간.
콰아앙!
8마리의 뱀, 거대한 사슬은 시스코의 영역을 부쉈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몸을, 모조리 묶어두기 위해.
케일은 이를 보며 생각했다.
‘쓰읍.’
나 너무 강해졌는데?
이래도 되나?
10신 드래곤 중 중간 정도 한다고 들은 용인데, 상대하기가 쉽다.
‘하긴 그간 내가 그나마 싸운 게 혈마고, 쫄았던 상대는 신이었지?’
다른 일행들은 이곳에서 성장하며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케일은 그간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느끼지 못하다가 새삼 깨달아 가고 있다는 점이 동료들과 달랐다.
“이러면-”
드래곤 로드.
보라 피 가문 우두머리, 그놈도-
“할 만하겠는데?”
-앗.
짱돌이 침음을 흘렸다.
-케일,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꼭 피를 흘리지 않았나?
무서운 짱돌의 목소리를 케일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러게, 피 흘리거나 기절하잖아!
뒤이어 파괴하는 불이 짱돌의 말에 맞장구를 쳐왔지만, 케일은 다시 한번 깔끔하게 무시했다.
대신 자신이 그간 힘을 사용했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샤올렌에서는 그래도 꽤 싸웠지.’
일선에 몇 번 나섰다.
그리고 중원에서도-
‘싸우긴 싸웠지.’
그런데 케일은 그간 자신의 힘이 어디에 더 집중되어 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은 마나!’
여태껏 샤올렌과 중원을 거쳐 오며 케일이 집중적으로 나섰던 부분은 죽은 마나를 정화하거나 막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힘을 썼던 때는-
‘해남을 덮치려고 했던 바다.’
보라 피 가문 드래곤들의 수작으로 인해, 혈교를 제압한 후 혈교를 비롯해 섬 전체를 향해 왔던 거대한 해일.
그것을 막아낼 때, 케일은 막대한 힘을 사용해야 했다.
물론 그 덕에 아피토유의 세계수 씨앗을 얻을 수 있었지만.
‘…딱히 제대로 각 잡고 싸운 적은 별로 없네?’
하얀 별과 싸울 때는 일선에서 꽤 치고받고 싸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후방에 있거나 혹은 최선두여도 싸움과는 거리가 묘하게 멀었다.
-하하하하!
때문에 케일은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청아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시스코.
10신 드래곤 중 중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추정되는 인물.
투쟁이라는 특성을 지녔으며, 알려진 드래곤 중 가장 많은 전투 경험을 지닌 자.
때문에 케일은 시스코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왜냐면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일반 드래곤들보다 강하다고 했으니까.’
10신 드래곤 중 말석인 켄달과 싸우며 라쉴은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라쉴과 몇 번의 전투를 함께하면서도 그가 그렇게 다친 것은 처음 보았다.
물론 그는 승리했다.
‘하지만 상처가 크게 남은 승리였지.’
압도적인 싸움을 좋아하는 케일로서는 아피토유, 보라 피 사냥꾼을 상대로는 그것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했다.
‘음.’
문득 팀장 수이 칸과 최정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쯧.’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직까지 이 두 사람은 아피토유에서 전면으로 나선 적이 없다.
자잘한 일들을 맡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방랑자. 그리고 전쟁의 신. 그 두 존재가 나오면서 바빠졌지.’
그리고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다.
죽음의 신을 비롯해 신계 상황에 대해서 캐낼 수 있는 건 그들뿐이었으니까.
“크윽-”
케일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콰앙!
쾅!
8마리의 흰 뱀이, 하얀 사슬들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깊숙이 파고들었다.
쿠웅!
드래곤 시스코를 묶은 채로.
“끄으윽-!”
그녀의 몸은 바닥으로 내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박혔다.
쏴아아—
물로 된 사슬은 그녀의 사지를 결박하였고, 땅까지 그녀를 끌고 와 신체의 상당 부분을 파묻어버렸다.
그 광경을 케일은 내려다봤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정신이 없었다.
우르르르–
자신의 힘은 아직 줄어들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여력이 있다.
하지만 숨을 쉬기 힘들다.
자신의 영역을 찢어발기고 침범한 사슬들은 그녀가 아무리 주먹을 내리치고 부수려고 해도 부서지지 않았다.
‘이건-’
마치, 그 녀석이 사용하는 물의 힘 같았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해일을 만들어냈던 그 녀석!
지금은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그 드래곤!
고래족이 사라진 바다를 지배하는 바다의 수호신.
드래곤 로드.
그가 10신 드래곤의 상위 존재라면, 10신 드래곤 중 세 드래곤은 드래곤 로드 다음가는 지배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명은 바다를, 그리고 한 명은 땅을, 다른 한 명은-
“!”
시스코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저를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사슬이 보였다.
마치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라는 듯, 가장 천천히,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8번째 사슬.
“빌어먹을!”
시스코는 온몸을 비틀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조금의 여유도 남겨두지 않고 쏟아냈다.
하지만 그녀의 영역이 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좁아졌다.
우르르르——
대신 응집되고, 또 압축되어 갔다.
그녀의 피부 표면만을 덮을 정도로.
우르르–
“후우.”
숨이 이제야 조금 쉬어진다.
그리고,
쩌적-
그녀의 피부에 닿은 사슬이 조금 약해진다.
‘된다!’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
‘이 틈에, 도망간다!’
저 케일이라는 자의 영역을 벗어난다.
투쟁. 그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시스코는 거리낌이 없었다.
왜냐면,
‘도망은 당연한 거야.’
투쟁의 시간을 보내오며,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도망을 잘 쳤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켄달과 달랐다.
투쟁과 승리는 다르다.
물론 격변기 이후로는 도망칠 일이 별로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왜냐면 그만큼 자신을 들뜨게 할 상대가 없었으니까.
10신 드래곤. 그들 간은 서로 죽일 수 없다.
드래곤 로드가 세운 법칙이었다.
그 외에는 그녀를 도망가게 할 만큼의 강자는 없었다. 있어도 보이지 않았다. 다 꽁꽁 숨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녀는 도망갈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조금 더 해야 하나.”
평이한 어조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촤아아아-
사슬의 힘이 더 강해졌다.
바닥에 처박혀있던 시스코는 저를 향해 다가오는 사슬에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콰아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앙, 쾅, 쾅!
연이어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굉음.
하지만 시스코의 얼굴은 일그러져 갔다.
“제길!”
빌어먹을!
아무리, 쉬지 않고 공격을 해도-
‘멀쩡하잖아!’
조금 전보다 사슬은 더 강해져 있었다.
저도 모르게 시스코는 조금 전 목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바라봤다.
케일.
인간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무감각했다. 그런데 익숙했다.
‘아.’
시스코는 저 눈빛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타인의 강함을 평가내릴 때.
그럴 때의 자신의 눈빛과 닮아있었다.
‘아니야.’
어쩌면 더 냉정하고 차가운 눈빛.
그 덕분에 깨달았다.
‘저 인간은 지금 너무 여유롭다.’
즉, 전력이 아니다.
그는 아직 더 여유가 있다.
‘그것도 엄청 많이!’
그에게서 나오는 거대한 기운. 영역을 잠식하는 저 힘의 실체를 아직 보지 못했다. 저 정도의 기운을 실질적인 공격으로 쏟아부으면-
‘난 죽는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죽는 것을 뛰어넘어-
‘…드래곤 로드와 싸움이 가능할지도-’
저 인간은 신 위의 존재, 드래곤 로드와의 싸움판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일지도 몰랐다.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오.”
케일이 감탄을 흘렸다.
“눈빛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