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09
케일의 시선이 슬쩍 위샤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인간아! 뭔가 있나 보다!
그러게.
케일이 라온의 말에 수긍하는 순간, 위샤의 입이 열렸다.
“닥쳐라. 수많은 수인을 죽인 네놈의 입에서 그딴 말을 듣고 싶지 않다.”
“하! 그럼 네년이 죽인 혼혈들은?”
“난 혼혈들을 죽인 적이 없어!”
덜컹!
위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없기는! 그 어린 것들을 내쫓은 건 죽인 것과 다름없어!”
“하! 정작 수많은 수인을 죽인 네놈이 그런 말을 하니,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우우우-
두 사람이 뿜어내는 기세에 공기가 진동했다.
수백여 년 이상을 살아온 만큼. 그 기간 동안 쌓인 분노가 서로를 향했다.
그때였다.
“그만.”
“!”
“……!”
두 사람은 멈칫했다.
서늘한 기운이 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백사는 케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차마 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맞은편의 혼스를 바라보니 그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요.”
나긋한 케일의 말에 두 사람은 침을 삼켰다.
살벌한 기운이 더 그들을 옥죄어왔으니까.
“그러니 다시 앉으세요.”
일순 서늘한 기운이 사라졌다.
모든 것을 지배할 것만 같았던 기운이 사라졌다. 그제야 백사 위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케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앉으시죠?”
위샤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 바로 앉았다.
‘인간이-’
어떻게 인간이, 이런 기운을?
‘아니, 인간이 맞나?’
아주 일부의 기운이었지만,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다 앉으셨으니, 다시 집중해서.”
저 웃는 인간의 모습은 이 상황이 대수롭지 않은 듯 보였다.
“내 질문에 답해주세요.”
그렇기에 살벌했다.
그의 시선이 먼저 위샤에게로 향했다.
“세계의 근원에게 저도 갈 수 있습니까?”
“…네.”
“그 방법을 이용하면 몸이 상합니까?”
위샤 당신처럼.
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아뇨. 제가 안전한 길을 뚫었으니 괜찮습니다.”
후우.
위샤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모든 엘프들이 드래곤에게 수그리는 건 아닙니다. 드워프들도 마찬가지죠.”
3주교 혼스가 움찔했다.
“어떻게 그들과 선이 닿았고, 그들을 통해 세계의 근원에 닿았습니다.”
이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만 십여 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정말로 한두 달 정도 이 세계의 수명이 남았습니다.”
으득.
혼스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위샤는 그쪽은 보지도 않은 채 케일에게 말했다.
“아마 이단심문관들은 한두 달 남은 걸 알 겁니다.”
“!”
혼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어지는 위샤의 목소리는 어떠한 감정도 없이 무심했다.
“드래곤들과 그 밑의 수족들에게 용 혼혈은 언젠가 죽어버릴 시한부들. 보라 피 사냥꾼들은 용 혼혈을 안고 갈 생각이 없으니 그들에게 희망 혹은 절망감을 선사하며 실컷 부려 먹고 있었을 뿐입니다.”
“지금 딱 보니, 용 혼혈들이 지금 드래곤들을 배신하고 무슨 짓을 꾸미는 것 같은데.”
“이것 또한 드래곤 로드는 예상했을 겁니다.”
3주교 혼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대로다.
교황 케실리아는 용 혼혈로 살아오며 생긴 분노와 원망을 풀어 이 세계를 혼돈에 내몰려고 한다.
그런데 이 세상은 한두 달 뒤에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때, 용 혼혈들의 그 엄청난 분노와 절망은 드래곤 로드에게 양질의 재료가 될 터.
‘하.’
입 밖으로 한숨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헛숨만이 나오려는 찰나.
“하지만 드래곤 로드가 예상하지 못한 게 있군.”
고룡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잠시의 침묵 사이로 스며들었다.
“!”
무언가를 떠올린 혼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존재들.
그럼에도 하나같이 강하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
그곳을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변수긴 하죠.”
케일이 무심한 투로 툭 내뱉었다. 그리곤 생각에 빠졌다.
톡. 톡. 그는 검지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한 달이라.’
길어봤자 두 달이라고 하니, 안전하게 한 달로 잡는 편이 좋았다.
‘이 세계의 유효 기간.’
한 달.
그 후는 붕괴. 아니, 소멸.
케일은 에르하벤에게 들었던 여러 가지 정보, 그리고 검은 성으로 돌아오며 혼스에게 들었던 정보까지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우선, 크게 3가지의 일을 해야겠군요.”
첫 번째.
“세계의 근원과 만나기.”
중원이와 같은 녀석을 만나서, 이 세계를 구할 방법을 들어야 했다.
더불어 드래곤만을 위한 이 세상의 기운을 풀어낼 방법도.
그리고 세계수의 씨앗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 녀석에게 말해야 할 터.
“그 과정에서 이 세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겠고.”
그리고 회복을 위해.
“두 번째로, 방해물들을 해치워야겠죠.”
방해물은 말하지 않아도 답이 나왔다.
“보라 피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데.”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열심히 싸워야겠지만. 손은 많을수록 좋으니. 세 번째로, 우리 편을 더 늘려야겠네요.”
늑대족과 백사가 같은 편이 되었고 하르 왕국이 한편이 되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혼스.”
케일의 시선이 혼스에게로 향했다. 멈칫하던 혼스는 이어진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교황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겠어?”
“뭐?”
내가 여태 했던 말을 들었으면서, 교황 케실리아를 만나고 싶다고?
내부 사정을 이미 케일에게 모두 말했던 혼스였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나와 교황은 어느 정도 뜻이 통할 것 같은데. 안 돼?”
말투도 굉장히 온화했다.
“교황은 혼란을 원한다며? 그건 내가 아주 잘 만들어줄 거 같은데?”
띠링.
그때, 신물에 케일이 보냈던 메시지의 답장이 왔다.
“혼스. 가능해? 불가능해?”
“…가능하다.”
그는 케일의 상냥한 물음에 긍정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각자 할 일을 합시다.”
케일은 혼스를 교황에게 연락을 하라 내보냈고 그 후 동료들이 각자의 일을 위해 떠났다.
“…….”
케일은 응접실에 몇 명이 남지 않았을 때까지 천장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최정건은, 신전으로 향했다고요?”
“그렇네.”
과거를 보는 용. 그를 향해 케일과 최한, 최정수, 이수혁의 시선이 향했다.
“아피토유에는 드래곤을 숭배하는 신전이 성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러 신을 모시는 신전이 존재하지. 더불어 망해버린 신전도 존재하고.”
“그래서 최정건이 어디로 갔습니까?”
최정수가 답지 않게, 서늘한 어조로 다급하게 말을 건네왔다.
케일은 이를 힐끗 보다가 다시 드래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용의 입이 열렸다.
“남쪽의 끝. 정글. 망해버린 신전으로 갔지.”
틈을 주지 않고 드래곤의 말은 이어졌다.
“혼돈의 신.”
최정건은 혼돈의 신 신전에 갔다.
“백사와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최정건은 자신의 착각이 진실인지 확인하러 가봐야 한다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 후로 연락이 끊겼지.”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전쟁의 신도 아니고, 혼돈의 신 말입니까?”
현재 고대 신으로 분류되는 다섯의 신 중 케일은 균형의 신과 희망의 신을 만났다.
그리고 혼돈의 신도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였다.
‘뭐야.’
케일은 왠지 모르게 뒷목이 땡겨왔다.
“설마-”
최정수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정수야.”
팀장 수이 칸이 툭 내뱉었다.
“말하지 말자.”
말이 씨가 될라.
그들은 입을 다물었지만.
여긴 또 다른 대화 참여자가 있었다.
띠링!
조금 전부터 켜져 있던 신물 거울의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존재.
우리의 죽음의 신이 열심히 모든 걸 듣고 있었다.
띠, 띠, 띠, 띠리링—!
방랑자 명단을 확인하느라, 수이 칸과 최정수의 등쌀에 시달리느라 며칠째 밤샘 근무를 하고 있던 죽음의 신의 분노한 메시지가 거울을 가득 채웠다.
물론 케일은 무시하며 팀장을 바라봤다.
“정글에 다녀와야겠는데요.”
“그래.”
수이 칸은 최정수와 최한을 바라봤다.
“정수야, 한아. 너희보다는 내가 나을 것 같다.”
최정건 찾기의 실마리가 잡힌 순간.
똑똑똑.
노크 소리에, 최한이 문을 열었고 혼스가 영상통신구를 손에 쥔 채 입을 열었다.
“교황이 보자고 한다.”
“그래?”
“대신, 직접 교단으로 오라고 한다.”
혼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고, 그에 케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케일은 꺼진 영상통신구를 힐끗 보고는 이를 들고 있는 혼스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잘 말해 놨겠지?”
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본디 말수가 적은 편인 그는 케일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스파이 노릇을 하겠다고 해두었다.”
케일은 그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했다. 단 한 가지만 제외하고.
‘케실리아.’
때문에 혼스는 사실대로 말했다.
‘시스코 님은 인간에게 졌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 덕에 교황은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었다.
‘이단심문관 엘프들도 잡혔다. 그리고 여기에 다섯이 넘는 용들이 있다.’
그가 말한 단 한 가지의 거짓.
‘일단 이들에게 나는 같은 편이 되고 싶다고 말해두었다. 내가 정보를 빼내어 전달하겠다.’
교황을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하겠다는 말이 거짓이었다.
실상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럼, 교단 정보를 잘 빼내서 나한테 전달해야 하는 거 알지?”
“안다.”
거대한 덩치와 다르게 참 꼬박꼬박 대답을 잘하는 혼스의 모습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툭툭.
‘!’
그리고 놀랐다.
‘돌인데?’
몸이 아주 단단했다.
거의 돌과 같았다.
힐끗. 케일의 시선이 영상통신구를 쥔 혼스의 두 손으로 향했다. 진심 손이 솥뚜껑만 했다.
‘저거에 맞으면, 죽겠지?’
그리고 이런 놈을 에르하벤 님은 먼지 나도록 팼잖아?
이 돌과 같은 피부에 멍을 들게 한 존재는 고룡이었다.
‘역시 살벌한 용.’
라쉴이 에르하벤에게 수그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라쉴이 용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인지 파악한 케일이었다.
“바로 만나러 갈 수 있나?”
혼스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세계의 근원부터 만나야 돼.”
앞으로 무엇을 하든 그 방향을 잡기 위해서 첫 번째로 세계의 근원을 만나야 했다.
‘무엇보다도 드래곤 쪽에만 유리한 이 세계의 기운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야지.’
케일의 시선이 혼스에게로 향했다.
외양만 보면 상당한 위압감을 주는 혼스였다. 거기다가 교황 다음가는 주교 10명 중에서도 3주교라는 위치를 지녔다면 상당한 거물이었다.
‘1성 드래곤의 자식이라고 했지?’
총 세 개의 별.
그중 1성의 자리를 차지한 지배의 신 드래곤. 그의 자식이 혼스였다.
‘…그런데 왜 이리 찝찝하지?’
이놈-
‘혼자 교단에 돌려보내도 되나?’
케일의 표정이 점점 떨떠름하게 변해갔다.
‘배신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닌데.’
그냥.
‘그냥 좀 띨빵해 보여서 그런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혼스.
배신한다고 말하며 시스코를 깔아뭉갰던 혼스.
고민에 빠졌던 케일은 입을 열었다.
“교단에 갈 때, 우리 쪽 3명을 붙여줄 테니 같이 가도록.”
“…그래.”
혼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긍정의 말을 내뱉었다.
‘못 믿겠지.’
케일이 자신을 믿지 못해서 감시자를 붙이는 상황을 이해했다.
“누구랑 같이 가면 되는 것이지? 될 수 있으면 빨리 돌아가서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
시간이 없는 혼스는 잠시라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음.”
잠시 고민하던 케일은 입을 열었다.
“소드 마스터 2명에, 드래곤 한 명. 괜찮지?”
그 말에 최한이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혼스는 말했다.
“좋다. 드래곤도 한 명 있으면 더 교황을 설득하기 쉽다.”
“그래. 곧 네 쪽으로 사람을 보낼게.”
고개를 끄덕인 혼스는 다시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케일 님. 누가 가는 겁니까?”
용 혼혈 혼스가 나가자마자 최한이 건넨 물음에 케일은 태연하게 말했다.
“클로페 세카, 하나, 라쉴 님.”
“…….”
말이 없는 최한의 모습에 케일은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교황을 상대하려면 정치에 능한 클로페 세카가 필요하다. 거기에 교단 시스템에 대해서는 우리 중 하나가 가장 잘 알지. 그리고 라쉴 님이 부상을 입으셨지만, 위협 혹은 대피를 위해서는 드래곤이 한 명 같이 가야 돼.”
참 적절한 인원 구성이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라온의 맞장구가 있어야 하는데.’
잠시 온, 홍과 함께 밖으로 보낸 라온이 생각난 케일이었다.
그때, 나직한 읊조림이 들려왔다.
“…파괴적인데…….”
음?
케일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최정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 보였다.
“왜?”
“…너 왜 그렇게 웃어?”
“나 그냥 웃는데?”
능글맞게 어깨를 으쓱이는 최정수를 케일은 깔끔하게 무시하며 수이 칸에게 말했다.
“팀장님이 정글 쪽에 갈 거면, 여기 계신 드래곤-”
“초프다.”
“네. 초프 님과 함께 가는 게 어떻습니까?”
팀장 수이 칸은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밀라 님도 함께 가도록 하죠.”
“…밀라 님까지?”
팀장은 잠시 의문을 드러냈다가 이내 수긍했다.
그는 케일의 속내를 짐작했다.
‘안 믿는군.’
이 녀석은 과거를 보는 용 초프를 안 믿는다.
케일 입장에서야 당연했다.
‘막시리언인가 뭔가 하는 용이 이 용을 만나서 도움을 받으라고 했지.’
그리고 그 막시리언은 어린 라온에게 막대한 짐을 맡긴 용이다.
그런 용을 믿는다?
그 용이 언급한 용을 믿는다?
‘그럴 리가.’
케일은 아피토유의 용들을 쉬이 다 믿을 생각이 없다. 물론 초프라는 용에 대해서는 굳이 따지자면 좋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전쟁의 신을 언급하며 피를 흘리더군.’
희생을 각오하고 정보를 준 자에게 최소한의 신뢰는 보여야 하는 법.
“초프 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케일의 물음에 초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된다. 혼돈의 신 신전 위치는 모르지만, 대략적인 곳을 아니 바로 이동해서 살펴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네. 신전을 찾으면 바로 좌표를 보내주십시오.”
케일의 대답에 초프가 긍정을 표할 때 팀장은 케일을 쳐다봤다.
그에 케일이 씨익 웃어 보였다.
“최정수랑 최한 데리고 가겠습니다.”
“하긴, 다 같이 알아야 할 부분이겠군.”
최정건을 찾으러 떠날 인원이 정해졌고, 팀장이 초프를 데리고 응접실을 떠난 후.
케일은 백사를 만나러 갔다.
“케일 님. 저도 갑니까?”
“어. 너랑 나, 라온. 이렇게 갈까 해.”
달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