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10
케일이 방문을 열자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인간아, 왔나?”
“나 독 더 세졌는데! 그냥 재워줄 수 있는데!”
“홍아. 그럴 때가 아닌데.”
라온과 홍, 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크르르르르—!”
짐승의 울부짖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덜컹덜컹.
늑대족 족장이 여전히 광폭화 상태로 의자에 묶인 채 온몸을 비틀어댔다.
그녀의 앞에 자리한 백사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시.”
“넵.”
그에 바짝 긴장한 채로 답한 라크가 손을 뻗었다.
툭툭.
그리고 광폭화한 늑대족 족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끼잉, 낑.”
늑대족 족장이 곧장 차분해졌다.
아니, 겁먹었다.
백사는 라크를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 족장에게 너는 확실한 상위 서열이야. 그렇게 인식을 한 상태라,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자는 너뿐이야.”
케일이 그들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럼 족장은 계속 이대로 광폭화 상태여야 합니까?”
“아뇨.”
백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곧 모든 힘을 다 소진하면 저절로 광폭화가 풀릴 겁니다.”
그 말에 케일은 라크가 첫 광폭화를 했을 때를 떠올렸다.
헤니투스 백작가 수도 저택 지하 연무장.
그곳에서 라크는 이성을 잃고 첫 광폭화를 했다.
그런 그를 감당해 준 것은 로잘린과 최한이었다.
“다만 이렇게 있으면 힘을 소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갑갑함에 더 난폭해지겠죠.”
그에 라크가 끼어들었다.
“그, 그럼 제가 족장님이 힘을 다 소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최한과 로잘린이 그랬듯이.
라크도 족장을 돕고 싶었다.
‘어려 보여.’
광폭화 상태지만, 라크는 이 족장이 저보다 어린 소녀임을 알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돕는 거야!’
그래서 훌륭히 이 족장이 광폭화를 마무리하면, 다음부터는 이렇게 난폭하지 않게 광폭화를 잘 해낼 것이다.
“나도 돕겠네.”
주술사 가샨도 기꺼이 함께할 뜻을 표했다.
“아무래도 비슷한 계통의 수인족이 상대하는 게 덜 다치고 좋겠군요.”
백사 위샤는 긍정을 표하면서도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표정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안타깝군요. 결국 광폭화는 실패로 끝났으니.”
“네?”
그 말에 라크가 의아해했고, 주술사 가샨이 곧장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로 거의 성공 아닙니까?”
그는 백사에게 예의를 차리며 말을 이었다.
“늑대족은 제대로 된 광폭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제대로 광폭화를 해내었고, 첫 광폭화라 이성을 잃었지만 그 뒤에는 제대로 해낼 테니. 오히려 잘된 것이지요.”
늑대족 부족 내에서는 이 광폭화한 족장을 감당할 이가 없었지만.
이곳에는 많다.
그러니 족장의 광폭화는 성공이라 보아야 옳았다.
‘거기다가 이만한 광폭화 수준이면-’
어린 소녀가 이 정도로 거대한 덩치와 공격성을 보인다면, 다음부터 광폭화한 그녀는 족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아주 훌륭한 전사가 될 터.
‘라크와 서로 도우며 좋은 성장을 할 것 같은데.’
라크와 이 소녀.
둘 다 한 부족을 이끄는 존재다.
알게 모르게 서로 통하는 바가 있을 터.
“…무슨 소리죠?”
그때, 백사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한 번 광폭화 때 이성을 잃으면 그대로 쭉 이성을 잃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부터 괜찮아진다니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음?
가만히 듣고 있던 케일은 백사의 말에서 이상함을 알아챘고, 이는 라크와 가샨, 위티라도 마찬가지였다.
“응?”
“어?”
위티라와 가샨이 묘한 표정으로 백사를 바라봤고.
냐아아옹.
홍이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더니 툭 내뱉었다.
“아닌데! 라크 형아는 저렇게 첫 광폭화 하고 나서 그다음부턴 다시 차분해졌는데!”
“음?”
이번에는 백사가 의아함을 느꼈다.
그녀의 시선이 라크와 가샨에게로 향했다.
“큼, 크흠.”
가샨이 헛기침을 하고는 그녀의 눈에 담긴 의문에 답을 주었다.
“홍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첫 광폭화 때 이성을 잃어도, 그다음부터는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광폭화합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제야 이곳에 모여있던 수인족들은 서로 간에 대화가 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광폭화.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케일의 세계와 아피토유는 달랐다.
백사는 이를 알아채고는 입을 열었다.
“푸른 늑대.”
수인족들이 신으로 모셨던 존재.
“우리가 모셨던 신께서는 우리에게 ‘이성’을 선물해 주셨지요. 그분 덕에 우리는 광폭화를 해도 본능에 잡아먹히지 않았습니다.”
케일의 시선에 라크의 모습이 담겼다.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는 라크의 모습은 본인은 몰라도 꽤 성숙해 보였다.
“그래서 푸른 늑대께 기도를 올려야 하죠. 그게 안 되니 문제지만요.”
위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광폭화를 하려니 제대로 된 광폭화가 되지 않고 어정쩡한 형태로 발현하죠.”
늑대족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신물이 하나라도 남아있었다면 괜찮았을 것인데.”
“신물이요?”
라크의 반응에 위샤가 답했다.
“푸른 늑대께 닿기 위한 물건이죠. 하지만 부서졌습니다.”
으득.
이를 가는 위샤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드래곤 로드와 1성 드래곤 라이언이 3개의 신물을 모두 부쉈죠.”
1성 드래곤 라이언.
그는 혼스의 생물학적 아버지이자 10신 드래곤 중 상위 3명으로 꼽히는 존재였다.
그중에서 1좌를 차지한 존재.
“흥.”
위샤가 콧방귀를 뀌며 날 선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꼴에 야수의 왕으로 불리고 있지만, 라이언 그놈이 흉내 내는 것이 결국 푸른 늑대님이시죠. 음흉한 놈입니다.”
야수의 왕.
지배라는 특성을 지닌 그에 대한 설명을 케일은 떠올렸다.
하르 왕국 국왕 대니스가 전해준 정보 속 내용.
‘지배’라는 특성을 지닌 드래곤 라이언.
그는 이 땅의 야수들에게 신 혹은 황제였다.
“…신물이 하나만 남아있었어도, 우리가 살아갈 땅이 있었을 것인데.”
늑대족 노인이 서글픈 어조로 말했다. 이에 답하듯 위샤가 입을 열었다.
“글쎄요. 꽤 많은 맹수 계열 수인들이 살아가는 땅이 있습니다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이 놀라서 반응할 때, 위샤의 얼굴에 냉기가 서렸다.
“교단과 드래곤들이 수인을 핍박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만. 라이언의 밑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야수의 왕이, 야수들을 놓칠 리가 없었다.
“듣기로는 맹수 계열의 수인족 중 일부가 그에게 복종한 채 그의 성에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복종이요?”
라크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위샤가 그를 보며 답했다.
“그래. 노예로서, 살아가지.”
노예.
그 단어에 늑대족 노인은 제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라크는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그의 눈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하늘을 닮은 푸른 눈동자가 거세게 일렁였다.
그것이 마치 푸른 불꽃과 같았다.
가장 뜨거운 불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조금만 강했어도-”
위샤는 이를 갈며 말하다가도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뭐, 내가 강해서 구해줘도 그들을 거둘 수가 없으니.”
거둘 여력이 안 된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살아서 생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위샤는 차마 속내를 말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알고 있죠?”
그때, 고래족 위티라가 질문을 던졌다.
그에 백사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 의미를 알아챈 케일의 입이 열렸다.
“세계의 근원. 그곳에 가는 방법과 관련이 있습니까?”
“그의 레어. 아니, 라이언의 성이 위치한 곳에는 이 땅의 가장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그곳에 세계의 근원으로 가는 길이 존재합니다.”
케일은 저를 향하는 라크의 시선을 느끼고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라크. 같이 가고 싶나?”
“…….”
그에 잠시 멈칫하던 라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 순간, 케일은 계산했다.
‘이단심문관 엘프가 땅 정령을 3성 쪽으로 보냈지.’
정보를 떠올린 케일은 생각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드래곤 로드가 오기 전에, 3성 드래곤들 중 한, 두 명은 미리 처리해둘까 싶었으니까.’
케일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그때였다.
“크르르르르릉—!”
족장이 다시 울부짖었다.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크르르!”
라크 앞에서는 조용하던 족장이 케일을 보고는 아주 맹렬하게 울부짖으며 이를 드러냈다.
-인간아, 네가 약한 걸 아나 보다!
…좀 살벌하기는 하네.
살짝 쫀 케일은 라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쟤 좀 조용히 시키자.”
***
파아앗-!
환한 빛과 함께 마법진 위로 케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쏴아아—
바람이 불어왔다.
케일의 곁에 라온의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간아! 아피토유에서 가장 울창한 숲이라길래 구석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제국 안에 있을 줄은 몰랐다!”
라온의 말대로 백사 위샤가 말한 세계의 근원에 갈 방법이 존재하는 가장 울창한 숲은 신성 제국 영토에 존재했다.
쏴아아아–
“어푸! 모래가 많다!”
물론 케일 일행이 지금 서 있는 곳은 황량한 모래사막이었다.
“사막은 오랜만이네.”
옆을 보니 다크엘프 타샤가 모래 알갱이를 만지며 반갑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의 고향은 죽음의 사막이었으니, 이곳에서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는 듯했다.
“제국의 중심인 수도에서 조금 벗어나 남서부 방향으로 이동하면 웬만한 큰 영지의 두 개를 합친 규모의 사막이 있습니다.”
백사가 꺼낸 말에 케일이 응수했다.
“거기가 여기고요?”
“네.”
뜬금없이 존재하는 대륙 중심부의 사막.
그곳은 더 뜬금없게도.
“그 사막의 중심부에 가장 울창한 숲이 존재하고요?”
“그렇습니다. 다들 특이하게 여기죠.”
백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그 목소리는 사뭇 의미심장했다.
“하지만 세계의 근원에 닿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장소가 생겼다고 한다면, 특이하지 않을 일이 될 겁니다.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보일 환경이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케일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냐아아옹!
“모래다! 아주 부드럽다!”
홍과 라온이 모래에서 뒹굴었다.
“내려가는데!”
그러더니 홍은 완만한 모래 언덕 아래로 데구르르 굴러 내려가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신난다!”
라온도 뒤따라 모래 언덕을 발랑 누운 채로 내려갔다.
온이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왜 저렇게 웃어?’
케일은 ‘히히’도 ‘하하’도 아닌, ‘크하하하!’ 웃어대는 7살짜리 용을 사뭇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부터 숲까지는 텔레포트가 힘들다고 하셨죠?”
그의 말에 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촤르르-
그녀는 품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사막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조악한 지도였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여기.”
사막의 중심부에는 웬만한 영지 하나 규모를 지닌 숲이 그려져 있었다.
“이 숲으로 바로 텔레포트로 진입할 경우, 반드시 적들에게 들킬 거예요.”
숲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성이 그려져 있었다.
문득 어둠의 숲에 있던 검은 성이 떠오른 케일은 입을 열었다.
“숲 전체를 드래곤이 감시하고 있는 겁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곤 라이언이 아닌 그가 성에 새겨둔 마법진이 마법에만 반응하고 있어요. 그 범위가 숲의 대부분을 덮고 있고요.”
때문에 위샤는 텔레포트 좌표를 이 사막으로 잡았다.
“대략 여기서 하루 정도 이동하면 숲의 경계선에 도착할 거예요.”
위샤는 라이언에게 발각될 경우를 상당히 걱정했다. 그렇기에 사막으로 이동하는 것도 숲에서 꽤나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케일은 딱히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숲과 사막 곳곳 비밀 기지에 동료들이 있습니다.’
백사와 뜻을 함께하는 엘프와 드워프 등이 라이언의 시선을 피해 숲과 사막 곳곳에 숨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그들이 들킬 상황도 피하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에 어떻게 불만을 드러내겠는가.
“…한시가 급한데,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사의 말에 케일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다 서로 돕는 거죠.”
10신 드래곤 중 중간에 해당하는 드래곤 시스코를 아주 가볍게 제압한 인간.
백사 자신은 덤비지도 못할 존재가 예를 차리고 그녀를 대해주었다.
꿀꺽.
하지만 위샤는 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놓지는 않았다.
3주교 혼스와 서로 케케묵은 감정을 토해내느라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 그가 가볍게 보여준 기세는 참으로 무서웠다.
그런 기운을 지녔음에도 드러내지 않고, 친절한 모습이 백사는 더 두렵게 느껴졌다.
‘드래곤이 만약 이랬다면-’
아피토유를 망치려고 드는 드래곤들이 케일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아냐.’
불필요한 가정을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위샤는 지도의 한 곳을 찔렀다.
“지금 여기가 우리 위치입니다. 여기서 하루 이동하면, 숲의 북부 경계선에 닿습니다. 그곳에 가면 동료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동료는 엘프입니다.”
힐끗.
그녀의 시선이 다크엘프 타샤의 옆에 있는 엘프에게로 향했다.
이번 인원에 낀 엘프는 힐러 펜드릭이었다.
“그의 안내를 받아서 지하로 향할 거예요.”
“지하에 가면 세계의 근원에 닿을 수 있습니까?”
“네. 자세한 방법은 일단 지하 동굴에 간 후에 말씀드릴게요. 그게 더 간단하니까요.”
위샤는 지도를 케일에게 건넸다. 그가 우두머리였으니까.
“아. 됐습니다.”
케일은 이를 거부했다.
이미 머릿속에 기록해 두었으니까.
하지만 이를 설명하기 귀찮아, 백사를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위샤 님을 믿고 가면 되겠죠.”
위샤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네. 저만 믿으세요.”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지도를 품 안에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사막에도, 숲에도. 라이언의 병사들이 순찰을 돕니다. 그 루트는 이미 다 파악했으니, 그에 맞춰 움직이겠습니다. 최대한 휴식하지 않고 움직일 생각인데, 괜찮겠습니까?”
그 물음에 케일의 시선이 평균 10살에게로 향했다.
“우리는 튼튼하다!”
“얼른 달리고 싶은데!”
“괜찮아요.”
라온, 홍, 온이 차례대로 답했다.
‘하긴, 나보다 쟤네들이 체력이 좋지.’
케일은 당연한 생각을 하며 타샤와 펜드릭 뒤쪽을 바라봤다.
“괜찮겠어?”
그의 물음에 최한과 라크가 힐끗 한쪽을 바라봤다.
다크엘프와 엘프 뒤에는 최한과 수인족들이 있었다.
라크를 따라 움직이겠다고 나선 이들로.
“네, 네! 괜찮습니다!”
처음 케일이 아피토유에서 만난 수인인 늑대족 사냥꾼 코우칸이 황급히 답하더니, 슬쩍 옆을 바라봤다.
그곳엔 로브로 몸을 꽁꽁 숨긴 작은 체구의 소녀가 있었다.
알고 보니 라크와 같은 나이인 늑대족 족장.
니아. 그녀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지만, 입을 열었다.
“괜, 괜찮습니다.”
일순 라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감을 잔뜩 잃고 소심한 모양새.
그는 처음 케일을 만났을 때의 자신을 족장 니아의 모습 위로 보고 있었다.
‘원래는 자신감도 넘치고 당당한 아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저 아이를 내모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픕니다.’
사냥꾼 코우칸의 목소리가 라크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아요? 힘들면 말해도 되는데-”
말을 내뱉고 나니, 라크는 저도 모르게 주변 눈치를 보게 되었다.
눈이 마주친 케일이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에 라크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그때, 니아가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억지로 따라왔는데, 컨디션 관리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니아의 말대로, 코우칸과 니아는 원래 이 인원에 해당되지 않았다.
다만 니아의 부탁으로 끼게 된 상태였다.
“그럼, 다 괜찮은 거라고 봅니다?”
케일은 제 말에 가샨까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위샤에게 출발해도 좋다고 눈짓했다.
‘음.’
하지만 그의 시선이 잠시 니아에게서 머물렀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저도 함께해도 되, 될까요?’
저 족장 녀석.
라크와 비슷하지만 달랐다.
광폭화를 했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니아는 덩치가 작았다.
듣기로는 늑대족 안에서도 작은 덩치라고 하였다.
‘크르르르릉!’
‘마, 마음껏 힘을 쏟아내도 돼!’
‘덤벼. 편하게, 덤벼.’
라크와 가샨의 도움으로 힘을 모두 소진하고 정신이 든 니아는 자신이 광폭화 때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모두에게 한차례 사과를 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