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12
***
신성 제국 수도. 본디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두 번째 찬란함이라 불리게 된 장소의 주인.
제국의 황제 알트는 눈동자에 이채를 머금었다.
“…신전에서 폭발음이 들렸단 말입니까?”
“네, 폐하.”
순순히 답하며 고개를 숙이는 이를 바라보는 황제 알트의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감돌았다.
이단심문관 24명의 엘프들 중 5심문관 자리에 있는 자.
1심문관의 충실한 심복. 그녀의 고고한 목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
“폭발음이 들린 장소는 교황이 잠시 머물고 있던 건물로. 외벽 하나가 무너질 정도의 꽤 큰 폭발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듣는 이는 황제와 황제의 심복뿐.
“호오.”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는 이단심문관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폭주가 시작된 겁니까?”
교황 케실리아. 황제에게 있어 가장 거슬리는 정적.
황제는 그녀의 정체가 용 혼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았다.
“아마도.”
5심문관이 고개를 들었다.
황제와 이단심문관은 서로를 응시했다.
엘프의 입이 열렸다.
“용 혼혈의 몸속, 용의 피가 폭주한 것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조만간 인간의 몸이 용의 피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지 않을까요?”
차분하게 말하는 5심문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황제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잘됐군요.”
그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렸다.
“곧 새로운 균형이 잡히겠습니다.”
그의 시선이 대전 천장으로 향했다.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문양은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화려하기는 아주 화려했다.
“1심문관이야말로 교단의 중심이 되셔야 할 분이지요.”
황제 알트의 말에 5심문관이 부드럽게 받아쳤다.
“그리고 교단은 교단의 일을, 인간사 일은 제국의 중심인 황제 폐하께서 하셔야지요.”
둘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우린 참 이해관계가 잘 맞아서 좋군요.”
“그렇습니다, 폐하.”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곧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로드께서 곧 돌아온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그 전에, 준비를 끝내지요.”
“좋습니다.”
5심문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로드께서도 허락하신 일이니, 준비가 어려울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 그렇지요.”
황제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고는 이내 낮게 읊조렸다.
“어차피, 교황은, 그것들은 버려질 목숨이지요.”
마주 웃던 5심문관은 이내 대전 안을 빠져나갔다.
‘분명 1심문관에게 쪼르르 달려갔겠지.’
쯧.
혀를 찬 알트는 중얼거렸다.
“교황도 불쌍해. 진즉에 그네들의 속셈을 로드께서 알고 계시고,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는 툭 던지듯 물었다.
“하르 왕국은 아무런 답변이 없나?”
“네. 없습니다.”
심복의 말에 알트는 살짝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건방지군. 감히 망국 주제에.”
그는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분명 이번 하르 왕국 토벌대 일은 누군가 하르 왕국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
툭툭.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던 황제는 무심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뒷배경이 왠지 나는 교황, 용 혼혈 새끼들 같단 말이지.”
분명-
“죽기 전에 이 땅에 혼란을 주고도 남을 것들이니까.”
황제는 다시 대전 천장을 바라봤다.
보통이라면 이런 천장에는 한 제국의 탄생 배경이나 혹은 영웅적인 면모를 그림으로 새기기 마련인데.
여기는 의미 없는 문양뿐이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드래곤을 찬양하는 그림이 아닌 것만 해도 어딘가.’
차라리 이런 의미 없는 문양이 낫다.
황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은 드래곤에게 기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드래곤이 인간사를 계속 지배할 수는 없을 터.
“…신이 되고 싶다면 인간사에는 손을 떼야지.”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린 황제 알트는 심복에게 명했다.
“하르 국왕을 더 압박해. 그리고 여기로 불러들여.”
“네.”
“그리고 일단 황궁에만 오면, 어떤 수를 써서든 그놈 입에서 뒷배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심복은 그에 응하듯 말했다.
“뒷배가 교단을 가리키면 되겠습니까?”
“그래.”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뭐든 순서가 중요한 법이지. 일단 교황부터 처리하자고.”
그렇게 하나씩 없애다 보면.
“모든 것이 내 손으로 들어오겠지.”
알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
“저기에 닿으면 세계의 근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흙먼지를 털어낸 케일의 눈앞에 거대한 구덩이가 보였다.
그 구덩이 안은 어둡지 않았다.
오색찬란한 빛깔로, 마치 오로라를 보는 듯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뒤덮여 있었다.
수호자는 구덩이 속을 가리켰고, 위샤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제가 다친 이유죠.”
그녀는 케일에게 경고했다.
“저 안에 닿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케일의 시선이 위샤에게로 향했다.
“저 안은 균형을 이룬 공간. 어긋난 존재가 들어서면 그 생명력을 빨아들이죠.”
위샤의 경고가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1055.
“생명력이라니-”
생명력을 빨아들인다는 위샤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호족 주술사 가샨이었다.
“그럼 위험하잖습니까?”
미간을 찌푸린 그의 말에 위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제가 설명하죠.”
엘프 수호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 와중에 케일의 시선은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향했다.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덩이의 반대편. 좁은 땅굴.
비밀기지는 숲 아래의 지하 땅굴이었다.
제대로 된 생활 기반도 만들지 못한 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지하 땅굴은 개미집처럼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다크엘프의 지하 도시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도시라는 이름은커녕 기지라는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추레했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드래곤 라이언의 감시를 피하면서도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선 이런 형태가 최선입니다.’
엘프 수호자의 말을 떠올리던 케일은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본래 라이언의 성으로 침입할 땅굴을 파다가 거대한 싱크홀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이 거대한 구덩이였다.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구덩이인지라, 이상하다고 여겨 조사를 했고 이 빛이 세계수께서 이따금씩 뿜어내던 빛과 결이 같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세계의 흐름에 닿아있는 세계수.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였고, 이 구덩이에 들어가면 세계의 근원과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 후, 당연한 수순으로 근원에 닿기 위한 몇 차례의 진입이 있었고, 그 결과로 위샤와 엘프 수호자가 근원에 닿을 수 있었다.
“현재 근원께서는 본인의 힘을 많이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에 따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힘든 상황입니다.”
통제라는 단어가 들린 순간, 케일의 시선이 수호자 엘프에게로 향했다.
“자세한 상황을 모두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짧게 줄이자면, 현재 근원께서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정신을 그곳에 쏟고 있다 보니 자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침입자를 보호해 줄 여력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한번 세계의 근원께 닿고, 그분의 손길을 받으면 그 후로는 이 영역에 들어가도 생명력을 잃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이 힘들긴 합니다.”
“위샤처럼 다치거나 혹은 저처럼 나이가 들겠죠. 아니면-”
엘프는 제 뒤에 선 몇 명을 가리켰다.
이곳엔 위샤와 수호자 외에도 이 비밀기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몇몇이 함께였다.
그들은 케일 일행을 반기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면, 이들처럼 각기 다른 부작용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으음.
가샨이 깊은 침음을 흘렸다.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타샤, 펜드릭 등등. 그들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케일을 바라보았지만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열지는 못했다.
‘갈 겁니까?’
이렇게 물으면 ‘간다’는 대답만 나올 케일임을 이제는 알았으니까.
다만 그를 홀로 보내냐 아니면 함께 가냐가 일행에게 고민을 안겨주었을 뿐.
“…….”
“…….”
침묵이 내려앉았다.
케일 일행도 다른 이들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다만 다크엘프 타샤는 살짝 굳은 얼굴로 위샤를 바라봤다.
“이런 부분이 있다면, 미리 말을 해주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뭐라도 대책을 세웠을 것인데!
그에 응하듯 힐러 펜드릭이 입을 열었다.
“굳이 케일 공자님이 직접 세계의 근원에 닿지 않아도, 여기 수호자 엘프분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건 번거로워.”
펜드릭은 멈칫했다.
단호한 대답을 한 이를 바라봤다.
“…공자님.”
역시나 케일은 어떠한 흐트러짐도 없는 얼굴로 저 구덩이로 들어갈 기세였다.
그때였다.
“맞다, 번거롭다!”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가샨의 눈이 커지며, 그의 시선이 라온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케일을 저지해야 할 이들이 가만히 있었다.
최한, 온, 홍, 라크. 그 네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본 가샨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들은 이미 라온을 보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가장 날뛰어야 할 라온이 태연했으니까. 그들도 태연히 기다렸다.
이어질 라온의 말을.
“인간아, 너는 어긋난 존재가 아니지 않나?”
아.
그 말에 가샨은 조금 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저 안은 균형을 이룬 공간. 어긋난 존재가 들어서면 그 생명력을 빨아들이죠.’
그는 엘프도, 수인족도, 드워프도 저 안에 들어가면 생명력이 빨린다기에, 세계의 근원이 아닌 모든 존재는 생명력을 잃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균형’을 이룬 공간이란 말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했다.
“균형이 뭡니까?”
가샨의 입이 열렸고, 그에 대해 위샤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입을 연 이가 있었다.
“저 안은 자연의 5대 속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어긋난 존재는 그 속성을 모두 품지 못한 걸 말하는 것 같은데.”
케일이었다.
위샤가 놀란 눈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고. 차마 다 묻기도 전에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본 위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라온이 해맑게 재잘거렸다.
“맞다! 나도 딱 보자마자 알았다! 여기는 균형을 이룬 존재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인간은 안전하다!”
“!”
“!”
그 말에 위샤와 수호자 엘프 등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설마…….”
어린 용이 한 말을 그대로 이해하니, 믿을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원자시여, 5대 속성을 모두 몸에 품고 계십니까?”
수호자 엘프의 물음에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던 케일은 멈칫했다.
‘과한데?’
엘프는 과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케일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맞다! 우리 인간은 그것보다 더 많은 속성을 품고 있다!”
라온이 대답을 해버렸다.
“세상에.”
그리고 위샤가 경악했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음.’
문득 케일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 고대의 힘이 있나?’
없던 거 같지?
그러면 인간이 여러 속성을 품을 가능성이 존재하나?
‘어. 음.’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이 케일의 뒤통수에 슬그머니 침범한 순간.
“세계의 근원과 같은 인간이라니. 그런 생명체가 존재할 수가 있군요.”
이건 위샤.
“…구원자, 그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군요.”
이건 저쪽 편 드워프.
“세상에. 또 다른 근원이나 다름없는 건가?”
이 기겁할 소리를 하는 건 또 다른 엘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프 수호자는-
덥썩.
케일의 두 손을 잡더니, 뜨거운 눈빛을 한 채로 절박하게 말했다.
“부디, 이 세상을 구해주십시오!”
어, 음.
케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잡힌 손을 뺐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세상을 구하는 건 내 일이 아닙니다.”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전 그냥 보라 피 사냥꾼들만 상대하고, 떠날 겁니다.”
아주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머지는 세계의 근원, 여러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죠. 아피토유를 살리는 건 아피토유에 사는 생명체들이 할 일입니다. 외부인인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아.
위샤와 엘프 수호자가 탄성을 흘렸다.
그리고 최한도 탄식했다.
‘음?’
그래, 최한은 탄성이 아니고 탄식이었다. 케일은 슬쩍 고개를 돌려 최한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끄덕.
최한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새삼 결연한 표정에 케일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지만, 더 찝찝한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역시, 구원자시군요.”
수호자 엘프의 눈빛이 더 뜨거워졌다. 케일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자신이 할 일은 명확하게 말해두었으니 그 선을 넘지 않을 터.
-케일, 아무리 봐도 우리 생명력이 빨릴 일은 없다.
아까부터 안전하다고 말해오는 짱돌의 말을 들으며 케일은 엘프를 비롯한 아피토유 사람들을 외면했다.
그리고 성큼성큼 오색찬란한 구덩이로 향했다.
“너넨 여기 있어.”
“알았다!”
라온이 앞발을 흔들어 보였다.
흔쾌히 보내주는 평균 10살의 모습에 케일은 편하게 되었다 생각하며 구덩이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때, 위샤가 말했다.
“아. 밑으로 쑥 빠질 테니, 놀라지 마세요.”
하지만 그 말은 조금 늦어버렸다.
“!”
케일은 발을 내딛는 순간, 쑤욱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헉!’
너무 놀라서 말도 하지 못하고, 그는 그대로 구덩이 속으로 쏘옥 빨려 들어갔다.
“정말, 생명력이 빨리지 않으시는군요.”
그의 모습이 오색찬란한 빛 속으로 파묻히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위샤는 나직이 중얼거렸고, 수호자 엘프가 그 말을 이어받았다.
“…끝까지 무심한 표정이라니.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걸까요?”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 답해주는 케일 일행은 없었다. 그저 더 이상 케일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를 응시하며 그가 돌아올 순간을 기다릴 뿐.
그리고 케일은 오색찬란한 빛 속에서 입을 열었다.
“뭐야?”
끝없이 몸이 밑으로 내려갔다.
아니, 빨려 들어갔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땅 가장 아래까지 내려갈 것만 같았다.
-케일.
그때, 오랜만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배고파.
부서지지 않는 방패. 먹보 신녀가 입을 열었다.
“응?”
배고프다고?
갑자기 왜?
-맛있겠다.
응?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서늘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색찬란한 빛은 자세히 보니, 각각 다양한 빛을 품은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찌 보면 바닷속을 뒤집었을 때 피어나는 기포와 같아 보였다.
꿀꺽.
“음?”
케일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지금 내가 침을 삼켰나?’
나 배 안 고픈데?
그리고 뭘 보고 침을 삼킨 거지?
다시 찬란한 빛 알갱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많은 빛 알갱이가 그를 감쌌고.
-꿀꺽.
꿀꺽.
먹보 신녀와 케일이 동시에 침을 삼켰다.
‘헛!’
케일이 놀란 순간, 갑자기 아래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 돼애애애애—-!
한 3살쯤 되었을 법한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제발 히끅, 끅. 제발, 뺏어 먹지 말라고오… 흐흑, 흑.
운다.
‘음.’
이건 분명 세계의 근원 목소리일 텐데.
-흐흑. 킁!
훌쩍이면서 콧물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나, 좀, 살려주세요오… 흐어어엉—!
이제 대성통곡을 한다.
케일은 손을 뻗었다.
찬란한 빛무리로 가득한 곳. 더 이상 케일의 몸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야에 찬란한 빛무리 중심이 담겼다.
그곳엔 거대한 구슬이 존재했다.
크기는 대략 웬만한 집만 했다.
그 구슬에 케일의 손이 닿았다.
똑똑.
유리와 같은 표면을 두드리니 구슬 안에 있던 이가 케일을 바라봤다.
-킁,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