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24
사락.
긴 옷자락이 풀에 스쳤고, 바람에 그녀의 머릿결이 흩날렸다.
평소처럼 넓은 신관복 차림이었지만, 나머지는 휴가를 보내듯 편안한 모양새였다.
“저도 교황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케일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케실리아는 미소를 지을 뿐 그 손을 잡지 않았다.
“…….”
“…….”
한 인간과 한 용 혼혈이 서로를 빤히 응시하는 찰나의 시간.
정적을 깬 인간이 있었다.
“케일 님께서 악수를 청하셨습니다만.”
클로페 세카.
그가 웃으며 교황에게 말했다.
‘이 미친놈!’
케일의 미간이 대번에 찌그러졌고, 교황이 드물게 멈칫했다. 케일은 잠시지만 그녀의 얼굴에 서린 진저리 치는 표정을 읽었다.
‘클로페 세카, 저놈이 교황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듣기로는 신전 건물 하나가 부서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라쉴 짓이라고 들었는데?’
클로페는 본인이 무언가를 부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케일의 의문이 커지려는 때, 교황이 그의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전 악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에 케일은 손을 거뒀다. 이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교황은 이어 말했다.
“그래도 클로페 경을 통해 케일 헤니투스 사령관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대략적으로 보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실제로 뵙게 되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클로페 세카가 나를 어떻게 소개했을까.
케일은 왠지 아찔해져 왔다.
‘하지만 일을 망칠 놈은 아니니까.’
클로페 세카에 대한 그 정도의 믿음은 있었기에 케일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황제에 대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의 뜻은 간단했다.
‘그런 정보를 줬으니, 너도 어느 정도 우리 손 잡는다는 소리지? 복잡하게 서로 눈치 보지 말고, 후딱 이야기 끝내자.’
그에 교황은 부드러이 답했다.
“별말씀을. 잠시 같은 길을 가게 되었으니, 그 정도의 일이야 당연히 해야지요.”
“잠시 같은 길이라-”
케일이 나직이 웃으며 읊조리더니 덧붙였다.
“보라 피 사냥꾼 가문을 없애는 일은 일단 같이한다는 겁니까?”
그에 교황은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그렇지요.”
다만 그 후는 장담 못 한다.
지금 잠시 방향이 같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은 혼란과 파멸뿐.’
드래곤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부숴버리고 싶은 교황 케실리아였다.
‘이 말에 너는 어떻게 반응할 것이지?’
교황이 클로페 세카와 하나를 통해서 들은 케일 헤니투스는 참으로 영웅 그 자체였다.
‘그분께서는 많은 세계를 구하셨고, 수많은 생명을 구하셨죠.’
‘그 녀석은 착해.’
그에 대한 평가를 떠올리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보라 피 사냥꾼 가문을 없애는 일은 일단 같이한다는 겁니까?’
‘그렇지요.’
이 대화에 대한 그의 반응은.
“그렇군요.”
너무나, 담백했다.
‘이게 끝?’
교황은 의아했지만, 입가에 다시금 미소를 머금었다.
“일단, 다과를 마련했으니 자리로 안내하겠습니다.”
교황은 후원에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해, 작은 다과상을 준비했다.
그녀의 시선이 케일 주변으로 향했다.
“동료분들께서도 함께하시죠-”
그리고 멈칫했다.
“반갑다, 교황아!”
투명화를 푼 라온이 교황에게 인사를 건넸다.
언제 굳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교황의 입가에 미소가 다시 맺혔다.
“저리 해맑은 용은 처음 보는군요. 다른 세계의 드래곤이시라니,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라온 미르다! 교황은 이름이 뭐냐?”
그에 교황은 차분하게 답했다.
“위대한 드래곤께서 미천한 용 혼혈의 이름을 알아서 무엇하시겠습니까. 귀만 더럽히실 겁니다.”
그 말에 그녀를 안내했던 3주교 혼스가 멈칫했다.
현재 이곳에 자리한 교황 측 인물은 3주교 혼스와 1주교뿐이었다.
혼스가 케일 쪽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존재가 있었다.
라온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다른 용 혼혈들 이름 궁금하다!”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좀 부끄럽다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케일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그, 우리 인간이 용 혼혈 한 명 이름 지었는데, 안 알려준다! 내 생각에는 아직 못 정한 거 같다! 그러니 다른 용 혼혈들 이름 많이 들어서 예시를 들어줘야 한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름이 없는 용 혼혈.
그건 검은 성에 있는 본 드래곤이었다.
“이름 이미 지었거든?”
나름, 의미도 생각해서, 꽤 생각을 많이 해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에 라온이 반색을 하며 대뜸 물었다.
“그럼 무슨 미르냐!”
그리고 본인이 놀랐다.
“앗!”
그러고는 제 입을 통통한 두 앞발로 틀어막았다.
동시에 케일과 평균 10살, 모두의 눈치를 슬금슬금 봤다.
“나 아무 말 안 했다!”
그리고 냅다 그렇게 외쳤다.
“하.”
케일이 그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을 때, 나직이 한 존재가 읊조렸다.
“…미르……?”
교황 케실리아였다.
그녀의 시선이 라온 미르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온전히 라온의 모습을 시야에 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아주 어려보이는 검은 용을 향해 물었다.
“…미르면… 같은 성 아닌가요?”
라온 미르.
분명 이 용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름이 없는 용 혼혈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는데, ‘무슨 미르’인지 궁금하다고?
“음, 음!”
라온이 앞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날개를 파닥였다.
점점 그 볼이 발갛게 물들어갔다. 누가 보아도 부끄러워하는 모양새였다.
“음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고는 냅다 온과 홍의 뒤에 숨었다.
물론 고양이 모습을 한 온과 홍보다 라온이 훨씬 더 컸지만, 일단 라온은 온의 뒤에 숨었다.
더불어 슬쩍 고개를 들어 케일의 눈치를 봤다.
“…왜?”
케일의 뚱한 물음에 라온은 냅다 외쳤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날 죽이려고 했는데, 이상하다!”
어휴.
케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라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용 혼혈.
그놈은 죽음의 협곡에서 1차 성장 중인 라온을 죽이려고 했다.
이후, 라온은 용 혼혈의 심장에 있는 것이 제 형제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전 로드 쉐리트도 그렇고, 라온도 그렇고. 두 드래곤이 용 혼혈에게 가질 모순된 감정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리고 용 혼혈도-’
본인은 티를 안 낸다고 하는 것 같지만.
케일은 용 혼혈에게까지 이어지려던 생각을 멈춰 세웠다.
지금은 교황에게 집중할 때였으니까.
그때였다.
“…죽이려고 했는데, 같은 성을 준다……?”
교황이 나직이 읊조리더니, 라온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시선은 이전과 달리 온화하지도 않았고, 기묘한 일렁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노와 원망, 혼돈, 증오 등.
결코 좋지 않은 감정의 잔재들이었다.
그때, 케일이 교황과 라온 사이에 섰다.
케실리아는 라온을 보던 고개를 들어 케일을 바라봤다.
무심하고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향해 있었다.
“간단하게 어디까지 같이 갈지 정해보죠.”
그는 그녀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갑시다. 차 한잔 마시게요.”
아.
그러고는 짧은 감탄성과 함께 덧붙였다.
“아군은 건들면 안 됩니다. 아시죠?”
교황 케실리아는 저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눈빛을 보며 이성을 찾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음에도 갑자기 추워졌다.
아니, 서늘해졌다.
이는 저를 감싼 기운 때문이리라.
보이지 않는 기운이 그녀만을 감쌌고, 그 기운의 주인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군은 건들면 안 됩니다.
“그럼, 다 끝이에요.”
무엇이 끝일까?
그에 대해 묻지 않아도 답은 뻔했다.
케일 헤니투스, 저자의 눈동자에 담긴 것은 교황 케실리아 그녀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에 케실리아는 기묘한 마음이 일었다.
저를 죽이려던 용 혼혈에게 같은 성을 주려는 어린 용.
그리고 그 어린 용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인간.
이 기묘한 조합만큼 마음이 기묘해져 갔다.
그 순간이었다.
-교황아!
어린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만 온전히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혹시 몸이 많이 아프나?
넓은 신관복 안의 그녀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악수를 할 수 없었다.
‘역시 용의 눈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케실리아의 눈동자가 다시 일렁이려는 순간.
-용 혼혈 아픈 건, 우리 엄마랑 금 용 할배가 좀 고쳐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번에 우리 엄마가 연구하는 거 봤다! 그리고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
해맑게 용은 말했다.
-그리고 다음에 이름 알려주라! 이름 궁금하다! 그리고 우리 집 용 혼혈, 부끄러움이 많지만 은근 적극적이다. 혹시 친구 할 생각 없나? 친구 하고 싶으면 내가 소개해준다!
하.
케실리아는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음이 일렁였다.
기묘할 정도로.
‘라온이 뭔 짓을 했나 보네.’
케일은 멈춰선 채 헛웃음을 흘리는 교황 케실리아의 눈동자가 라온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때였다.
-인간아, 나 아무것도 안 했다!
그 말이 들린 순간, 확신했다.
‘뭔 짓 했네.’
여튼 교황이 생각이 있으면 라온을 건드리지 않겠지.
케일은 교황이 마련한 다과상에 앉으며 툭 내뱉었다.
“한 달 안으로 드래곤 로드의 레어를 털 겁니다. 아마 다담주쯤?”
툭.
3주교 혼스가 평균 10살에게 건네던 쿠키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케일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레어 지도 좀 주세요. 될 수 있으면 지름길 표시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1주교가 입을 열었다.
“…역시 용을 상대하려면 이 정도로 미쳐야 하는 건가.”
저도 모르게 내뱉고 당황한 그에게 클로페 세카가 그런 말 말라는 듯 굳은 얼굴로 진중하게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설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아이구야.
케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한숨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도랑, 드래곤 로드 약점 같은 것 좀 주시죠. 최대한 빠르게. 다 해치우게.”
눈을 감고 있던 케일은 알지 못했다.
기가 막힌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혼스와 1주교.
그리고 묘한 광기가 어리는 교황의 눈빛을.
“하, 하하-”
교황의 웃음소리가 후원에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재밌네요.”
그녀의 말에 케일은 눈을 뜨며 말했다.
“재밌겠죠?”
“네. 준비하겠습니다.”
이야.
케일은 교황의 모습에 감탄했다.
말이 좀 통하네.
많이 묻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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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1주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를 보며 말했다.
“부탁해요. 여기 케일 님이 말씀하신 것들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1주교는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이었음에도 일단 그녀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이를 지켜보던 케일은 멈칫했다.
‘음?’
1주교와 눈이 마주쳤다.
케일을 힐끗 본 그는 이내 다과 테이블에서 반대쪽으로 등을 돌렸다.
-교황의 파멸을 막아줄 거란, 혼스가 전한 말을 믿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주교의 말이었다.
‘호오.’
케일은 교황 아래의 주교들 중 ‘파멸’을 원치 않는 자들도 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교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에 1주교가 움직이던 것을 멈췄다. 뒤돌아보는 그에게 교황 케실리아는 덧붙여 말했다.
“드래곤 로드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준비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1주교가 자리를 떠났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교황은 고개를 돌려 케일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제가 드래곤 로드의 피를 이은 용 혼혈입니다.”
툭 던져지듯 건넨 말. 교황은 이 말에 대한 케일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렇군요.”
케일은 흘러가는 물을 보듯, 대충 답했다.
오독오독.
평균 10살이 교황이 가져온 쿠키를 맛보는 소리만이 뒤이어 들려왔다.
쪼르르-
더불어 케일의 찻잔에 찻물이 채워지는 소리도.
케일의 시선이 찻주전자를 든 클로페에게로 향했다.
“론 씨가 없으니, 제가 그 뒤를 이어야지요.”
빌어먹을.
케일은 왠지 보고 싶지 않은 광경에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인자한 척 웃고 있는 살벌한 론이 나았다. 클로페 세카의 저 미소는 정말로 찜찜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응?’
라온이 상당히 혼란에 가득 찬 얼굴로 쿠키를 먹던 것을 멈추고 굳어있었다. 온과 홍은 그런 라온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왜 그래?”
케일의 물음에 라온은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교황과 케일을 번갈아 바라봤다.
-인간아, 인간아! 그그, 교황이 드래곤 로드 자식인가? 그러면, 그 괜찮나?
아하.
케일은 라온이 왜 당황했는지 깨달았다.
‘얘는 고생을 많이 했으면서도 참, 착하고 순진하단 말이지.’
이 어린 녀석을 어찌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라온은 부모의 존재를 꽤 좋게 보고 있을 확률이 높겠네.’
늦게 만났지만, 전 로드 쉐리트. 그리고 할아버지와 같을 에르하벤.
더불어 케일의 부모님 등을 보며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좋은 경험을 꽤 쌓았다.
‘…온, 홍은 가만히 있군.’
반면 온과 홍은 핏줄이나 다름없는 묘족들에게 경멸과 혐오를 받아왔다.
때문에 온은 아까부터 용 혼혈을 바라보는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어리지.’
다들 아직 어리니까, 경험에 근거해서 생각할 것이다.
케일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라온은 케일에게만 말한 것이 아니었다.
-교황 용 혼혈아! 그, 그 괜찮나? 정보 넘겨도 되나?
케일의 염려보다, 라온은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라온으로서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후회하고 있는데.’
검은 성에 있는 용 혼혈.
그 녀석이 후회하고 있는 것을 라온은 누구보다도 잘 느끼고 있었으니까. 용 혼혈은 라온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유를 라온은 점점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달아갔다.
때문에 라온은 눈앞의 교황이 걱정되었다. 물론 혼스도 좀 걱정되었다. 드래곤 라이언은 혼스의 친부였으니까.
‘전 아버지 없습니다.’
다만 이곳으로 안내하던 혼스가 케일의 물음에 건넨 확고한 대답에 라온은 꽤 안심했다. 더불어 그때부터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슬그머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진짜 괜찮나?
그리고 교황 케실리아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하.’
케일 헤니투스가 부탁한 것. 뒤이어 그녀가 밝힌 정보.
그 후, 괜찮냐고 묻는 어린 용.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오만하군.’
저 어린 용은 역시 용이다.
그러니 그 오만한 생각으로, 섣부르게 그녀의 처지를 판단했구나.
‘그래, 제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용들이 많지.’
그렇게 사랑받고 자랐을 테니, 그 경우를 그녀에게 대입할 터.
교황의 얼굴은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우물쭈물 눈치 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지랖이라면 미안하다! 그런데, 우리 용 혼혈도 그렇게 나와 우리 인간을 죽이려고 하다가, 우리 엄마랑 나에 대해서 알고 많이 후회하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되어서 한 말이다!
뭐라고?
교황의 미소가 사라졌다.
케실리아는 어린 용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의 의미를 천천히 되새겼다.
‘그러니까, 아까 ‘미르’라는 성을 주려던 용 혼혈이 핏줄이라고? 그런데 그 용 혼혈이 자길 죽이려고 했다고? 그래서 그걸 후회한다고?’
하.
‘뭐지, 이 난장판은?’
교황 케실리아보다 더 난장판이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한 용 혼혈한테 같은 성을 주고 싶다고?’
교황은 저도 모르게 라온을 바라봤다.
‘이 어린 용은, 너무 사랑받고 자라서 머리가 헤까닥 한 건가?’
너무너무 세상을 순수하고 맑게 보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지?
-그, 화났나? 미안하다!
라온의 횡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