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하지만 떠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승차감이 별론데.”
케일의 말에 네크로맨서 메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석을 하나 내밀었다. 케일은 방석을 하나 더 깔고서 정면을 바라봤다.
“뷰는 끝내주네.”
뼈가 혹시 부서질까 그게 걱정이어서 그렇지.
“인간! 뼈다구 위에 타고 있으니 재밌나?”
“그래. 재밌다.”
케일의 대답에 라온이 히죽거렸다. 케일은 자신이 탄 뼈를 쳐다봤다. 숭숭 뚫린 구멍 아래로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숲이 보였다.
케일은 뼈만 남은 비행 몬스터를 타고 있었다.
메리는 비행 몬스터 72구의 시체를 모두 복구시켰다. 거기다가 케일이 선물한 최상급 마정석 두 개를 갈아서 그 가루를 뿌렸다.
해골 비행단이 완성되었다.
“한꺼번에 컨트롤 가능하지?”
“네. 사람들 눈만 아니면 한꺼번에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아쉽습니다.”
혹시 몰라 케일은 조심 중이었다.
“인간, 저 아래에 부집사 왔다.”
케일은 손을 흔들어대는 한스가 보였다. 거대한 뼈 날개가 아래로 향하며, 케일과 메리가 타고 있는 비행 몬스터 해골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섰다.
쿵!
“어이구야.”
한스가 그 진동에 어벙하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가 케일의 뚱한 시선에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백작님과 뮐러 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케일은 곧바로 해골에서 내려 건네받은 전서를 펼쳤다. 전서 안의 핵심 내용이 바로 보였다.
성벽도, 최고의 방어는 선빵이라는 배도 완성되어져 갔다.
‘로잘린도 곧 만날 테고. 위티라는 곧 올 테고.’
로잘린은 스스로 협상 일을 맡아 브렉 왕국과 로운 왕국을 오가며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곧 그 일도 끝이 났다. 현재 그 협상의 결과로 브렉 왕국 마법사들 몇이 비밀리에 로운 왕국 왕세자에게 간 상태였다.
고래족은 케일이 북쪽에 가는 것을 뒤로 미루자, 위티라를 통해 전할 것이 있다며 직접 찾아온다고 하였다. 그 시일은 꽤 남아 있으니 케일은 그사이에 움직이기로 했다.
“짐은 다 쌌나?”
“네!”
부집사 한스가 힘껏 답했다. 케일은 검은 로브를 쳐다봤다. 얼굴은커녕 눈동자 한 번 본 적 없는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이제 떠납니다.”
“그래. 길이 달라 아쉽군.”
케일은 조금 아쉬웠다. 메리는 좋은 전력이었으니까.
메리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빨리 지하 도시로 돌아갔다가 다시 세상 밖에 나오기로 하였다.
케일의 아쉽다는 말에 검은 로브가 살짝 들썩였다. 기계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돌아올 테니,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아가들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기가 아주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케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메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끄덕였다.
“음, 그래.”
아가들. 어둠의 숲에서 메리는 라온과 함께 수많은 뼈들을 채집했다. 별별 돌연변이 몬스터가 많은 이곳은 메리 말로는 환상의 숲이었다.
아무튼 그 뼈다구들, 그러니까 아가들이 모두 어둠의 숲속에 만들어진 동굴에 보관되어져 있었다.
메리는 그 아가들을 케일에게 반납했다. 비행 몬스터를 포함하여 총 300여 구에 가까운 아가들이었다. 케일은 아가들을 소중히 다뤄달라는 듯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로브에게서 시선을 돌려 한스에게 지시했다.
“바로 가지.”
케일은 근 9개월 만에 해리스 마을을 벗어났다.
***
“오랜만이네.”
케일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팔걸이에 팔을 올린 채 소파 가죽을 매만졌다.
“가죽이 상당히 좋은데?”
“싼 걸로 바꿨습니다.”
“턱도 없는 소리 하기는.”
케일은 번쩍번쩍한 샹들리에를 집무실의 조명으로 쓰는 이를 쳐다봤다.
로운 왕국 서북부 뒷세계의 암흑 상인, 오데우스 플린. 오랜만에 마주한 노상인은 때깔이 더 좋아졌고 젋어졌다.
“살기 좋나 봐?”
전형적인 악당의 느낌을 폴폴 풍기는 케일을 보며 오데우스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요. 베니온 스텐은 평생 지하 감옥에 갇혔는데, 살기 좋지요.”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스텐 후작가와 서북부는 9개월 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베니온 스텐은 지하 감옥에 갇혔다. 원래는 그 정도로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한 가문의 비공식이지만 후계자였던 이가 아니던가. 물론 스텐 후작가라면 뒤로 몰래 죽이겠지만.
베니온에 대해 떠올리는 오데우스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케일을 쳐다보는 눈동자에는 살짝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미쳐 버렸다.
베니온 스텐. 그 인간이 미쳐 버렸다.
지하 감옥에서 식사를 하려고 할 때마다 발작을 한다고 들었다.
그 결과를 만든 이가 지금 오데우스 앞에서 웃고 있었다. 그 사람, 케일은 오데우스에게 물었다.
“후작은 수족들이 하나하나 잘려 나가고 있다고?”
“테일러 공자님이 워낙 잘하시더군요.”
테일러는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으며 그는 형제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동시에 스텐 후작가의 규칙대로 후계 위를 넘볼 위험을 없애 버렸다.
‘죽음의 맹세’. 죽음의 신 신관을 불러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형제들과 죽음을 걸고 맹세해 버렸다.
“그렇지. 테일러 공자라면 잘하겠지.”
하지만 오데우스는 그런 테일러보다 눈앞의 케일이 더 꺼려졌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
케일은 오데우스의 말에 바로 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한참 답이 없던 케일은 도리어 그에게 물었다.
“정상적인 루트도 있겠지?”
역시나 오데우스는 이 정도의 질문에는 곧바로 답했다.
“깨끗한 거래처를 말씀하신다면 몇 개 있습니다. 저도 밝은 곳에서 거래를 하니까요.”
“음, 그래?”
소파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움직였다. 케일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패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황금패?”
로운 왕국의 크로스만 왕가 표시가 된 황금패.
오데우스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하지만 케일은 아직 본론에 대해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
“실버.”
실버. 개당 일만 겔론의 가치를 지닌 화폐였다.
골드가 개당 백만 겔론인 것에 비교하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실버 이십만 개만 구해와.”
이십만 개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이십?”
되묻는 오데우스에게 케일은 제대로 말해주었다.
“이십만 개.”
“이, 십만이요?”
오데우스는 묘하게 십에 악센트를 주는 것 같았지만. 케일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십만. 준비해 놔.”
은화 이십만 개. 대략 20억 겔론이었다. 그 돈의 크기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오데우스는 의문을 표했다.
“골드로 하시면 안 됩니까?”
“골드 이십만 개 구해오게? 상관없긴 하다만.”
골드 이십만 개. 2,000억이었다. 순간 오데우스는 제대로 들었나 싶었다. 케일의 표정이 지극히도 평온한 것이 제대로 들은 것 같았다.
오데우스는 납득했다.
‘아. 그냥 뭐든 이십만 개면 되구나.’
골드 이십만 개. 서북부 뒷세계를 지배하는 상인으로 그 정도는 힘들겠지만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의 시선이 황금패로 향했다.
그는 케일의 손가락이 황금패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의 인장을 보여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왕세자에게 이천억 규모를 지닌 자신을 들키는 것보다는, 20억 정도가 나았다.
“그런데 이십 만개면 아주 무거울 텐데요.”
“괜찮다.”
“…도대체 그걸로 뭘 하시려는 겁니까?”
결국 오데우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화 이십만 개. 정말 그 사용처가 궁금했다.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9개월, 잘 쉬고 잘 먹었더니 신수가 훤해져 반질반질 빛이 났다. 그의 입이 열렸다.
“알고 싶어?”
천천히 되묻는 케일의 모습에 오데우스는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눈앞의 이는 뭘 하고 뭘 생각하는지 모를수록 속 편한 이였다.
“전혀요. 허언이었습니다. 모르고 싶습니다.”
“그래. 한 시간 안으로 준비해 놔. 가능하지?”
“허. 한 시간, 도대체 무슨- 아닙니다. 준비하죠.”
케일은 호기심을 삼키지만 여전히 궁금해하는 오데우스가 보였다. 그 눈동자는 묻고 있었다.
‘이십만 개로 뭐 하게요?’
뭐하긴.
가는 걸음 걸음마다 즈려밟고 갈 돈길을 만들려는 거지.
케일은 한 시간 후, 오데우스의 저택 지하 창고에 와 있었다. 오데우스도 없이, 케일뿐이었다. 그는 지하 창고 한 귀퉁이를 채운 은화 이십만 개가 담긴 수많은 꾸러미들을 가리켰다.
“라온, 다 담아.”
“알았다, 인간!”
라온이 은화를 모두 아공간에 넣었다. 케일은 순식간에 은화를 넣고 자신을 바라보는 라온에게 5실버를 내밀었다.
“인간, 나도 주나?”
“그래. 좋은 건 나눠야지.”
히죽. 라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라온은 아공간에서 작은 저금통을 꺼냈다.
“이 안에 넣어달라, 인간!”
달캉, 달캉. 은화 5개가 저금통 안에 들어갔다. 라온은 이제 용돈을 모으고 있었다. 라온은 정기적으로 주는 10실버 외에 처음으로 받은 비정기적 용돈에 신이 난 듯했다.
케일은 라온이 투명해지는 것을 확인한 후, 지하실 문을 열었다.
“허.”
오데우는 텅 빈 창고를 보며 황당함을 담은 한숨을 흘렸다. 케일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이제 어디로 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현명한 선택이야. 빌로스에게 안부 전해주도록.”
케일은 즐거워 보였다.
“돈 뿌리면서 즐겁게 산다고 말이야.”
“…네. 잘 가십시오, 공자님.”
“그래.”
케일은 자신이 얼른 떠나길 바라는 오데우스에게 다시 돌아올 악당과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스텐 영지를 떠났다.
케일이 탄 마차는 로운 왕국의 서부 끝자락, 열 손가락 산이라는 특이한 10개의 봉우리가 있는 곳에서 그나마 가까운 마을에 멈췄다. 그나마인 이유는 여기서도 마차로 며칠은 더 가야 열 손가락 산이었다.
“공자님, 우리 사랑스러운 분들이 이 여관이 좋으시답니다!”
케일은 부집사 한스와 한스 품에 안긴 온, 홍을 쳐다봤다.
냐아아옹.
냐아옹.
둘은 이제 아예 부집사를 요리조리 잘 조종했다. 그 모습이 기가 차 케일은 실소를 흘리며 마차에서 내렸다.
온과 홍은 이제 꽤 많이 컸다.
수인족은 동물과 인간일 때의 성장 속도가 비슷했다. 온과 홍이 원래 고양이라면 벌써 다 컸을 것이다. 하지만 묘족인 둘은 아직 어린 고양이였다.
케일의 뒤를 최한과 늑대 소년 라크, 비크로스, 론이 따랐다.
“케일 님, 여기서 로잘린을 기다립니까?”
“그래.”
블로크 마을.
로운 왕국 서부 국경 가까이에 위치한 마을이라, 도시에 가까울 만큼 컸다. 수많은 여행자와 상인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케일은 느긋했다.
열 손가락 산이 근처임에도, 엘프 마을이 며칠 거리임에도 느긋했다.
‘인간을 꺼려하는 녀석들이 블로크 마을에 올 리가 없잖아?’
‘영웅의 탄생’에서 ‘열 손가락 산’ 엘프 마을 사람들은 블로크 마을을 비롯해 사람들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 절대로 가지 않았다. 마을의 규칙이라 했다.
‘마을이 말살될 위기 정도는 되어야 산에서 내려오겠지.’
엘프들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여유로이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방을 바로 잡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해.”
온과 홍이 고른 여관은 꽤 깔끔하고 좋았다. 케일은 여관 1층 식당 겸 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서 있는 카운터도 그렇고, 1층 안에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주로 상인들이었다.
천천히 1층 안을 둘러보던 케일의 눈에 카운터 근처, 자신과 가장 멀리 떨어진 1층 구석에 로브를 둘러쓴,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 5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흘러가듯 그 5명을 지나치려던 케일은 문득 그 식탁 위의 음식들이 보였다.
다 채소다.
풀밖에 없다.
“…어?”
케일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엘프는 풀만, 과일만 먹는다.
그 서늘함이 라온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정점을 찍었다.
-약한 인간, 저자들은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마을에 말살 위기가 찾아온 걸까?
케일은 이 순간 생각했다.
다크엘프 시장처럼, 저 안에 드래곤 기운을 겪어본 엘프와 정령이 있을까?
챙그랑. 다섯 로브 중 한 명의 손에 들린 포크가 떨어졌다. 그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제기랄, 겪어본 적이 있나 보다.
케일은 저 구석의 엘프 다섯에게는 들리지 않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다급히 속삭였다.
“라온, 식당 안을 계속 돌아다녀. 그리고 나타나지 마. 난 너를 모른다.”
-음? 그래, 알았다! 인간!
케일은 눈을 감았다. 투명한 상태의 라온은 계속 식당 위 공중을 돌아다닐 것이다.
쾅!
곧 들려오는 큰 소리에 눈을 떴다. 포크를 떨어뜨렸던 엘프 추정 로브가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케일은 인정했다.
방심했다.
9개월 쉬었다고 그사이에 방심했다.
케일은 그 로브 다섯을 외면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관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도, 여관 안에 자리한 사람도 많았다. 좋은 상황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일단 모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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