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
10화.
부집사 한스는 곧바로 다른 시종에게 최한을 불러오라 시켰다.
“지금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
“아, 시종 론씨와 함께 비크로스 주방장의 주방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재로 들어서던 케일은 괜히 심장이 덜컹거렸다. 역시 셋이 친해지고 있는건가?
“들어보니 비크로스 주방장에게 간단한 요리를 배우고 있다더군요.”
“요리?”
“네.”
케일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요리는 무슨. 요리라고 하고, 고문법에 대해서 배우거나 아니면 최한의 검술에 비크로스와 론이 감탄 중일 것이다. 안 봐도 뻔했다.
케일은 자연스럽게 걸어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는 멀뚱히 서 있는 한스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그 녀석이 부탁한 일은 뭐던가?”
“아.”
한스는 갑작스런 케일의 말에 탄식을 흘리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보고를 시작했다. 당연히 케일이 아는 내용이었다.
해리스 마을의 비극에 대해 전하며 한스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영주에게 최한이 들고 온 마을 촌장 패를 최한과 함께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그 녀석이 만났다고?”
“네. 백작님이 곧바로 영주성에 지시를 내렸고 장례식과 함께 진상 조사를 위한 조사원과 기사, 병사를 파견하신다고 하시더군요.”
음.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손님분은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하시더군요.”
한스는 영주와 함께 최한을 만나며 사건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손 끝이 떨리고 있었다. 들어보니 17살이라고 했다. 그 어린 나이에 홀로 약초를 캐느라 늦게 마을에 도착하는 바람에 목숨은 구했지만 함께 살아온 이웃과 친구들이 모두 죽어 있는 광경을 봤으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그래도 될까요?”
그래서 한스는 케일에게 물었다. 마지막 인사를 못하게 해도 될까?
“본인 선택이야.”
케일은 한스의 물음을 일축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는 최한이 왜 그러했는지 알고 있다. 최한은 이미 시신들을 묻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고 그에게 남은 것은 미래를 빼앗긴 그들을 위한 복수였다.
“시종 론이 그를 계속 챙기던가?”
“네. 끼니마다 다 챙기고, 꽤 다정히 대하더군요.”
역시 세 사람은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아.”
한스는 무언가 떠오른 듯 케일에게 말을 이었다.
“론씨가 오후에 또 일을 하다가 다치신 것 같습니다. 손목에 붕대를 감고 계시더군요.”
“그래? 약 챙겨줘.”
또 누구 죽였던 거겠지. 케일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 때 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의 그 말씀과 마음을 제가 꼭 론씨에게 전하겠습니다.”
“뭐, 그러던가.”
무심한 케일의 모습에 한스가 무언가 더 말 할 듯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먼저 다른 소리가 서재 안에 울려퍼졌다.
똑똑똑.
최한이 왔다는 소리였다. 한스는 문을 열었고 케일은 문 앞에 선 최한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한스에게 나가보라 손짓했고 한스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서재를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은 최한과 케일 뿐이었다.
케일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자신의 건너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와서 앉아.”
최한은 천천히 서재를 둘러보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케일은 충분히 그가 서재를 둘러볼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했다.
선하면서 똑똑한 영웅 답게 최한은 책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둠의 숲을 나와 해리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촌장에게 글을 배운 최한이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최한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케일에게 향했다.
“밥값이 뭡니까?”
훅 치고 들어오네. 케일은 본론부터 꺼내는 최한의 모습에 미소를 그렸다.
밥값. 최한은 본인이 진 빚에 대해서는 철저했다.
케일은, 김록수는 자신이 영웅의 탄생 초반부 내용을 틀었고 그로 인한 변수가 조금씩 발생할 것을 알아 챘다. 그래서 최대한 비틀지 않고 나아가려고 했지만.
자신이 수도에 가야 한다. 그러면 변수는 더 커질 것이다.
케일은 종이 한장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최한을 응시했다.
“밥값을 할 일이 생겼지만. 네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부터 판단해야 겠어. 쉽게 말해 면접이지.”
“말씀하십시오.”
자격을 따진다는 말에 최한은 흔쾌히 응했다. 그래서 케일은 물었다.
“너 사람 지키는 일 할 줄 알아?”
“…무슨 말이십니까?”
최한이 처음으로 멈칫하며 반박자 쉰 뒤 답했다. 그의 시선이 케일을 조금 날카로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케일은 최한 대신 책상 위의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급하게 변경시킨 계획이지만. 어쩌면 더 이득이 많을 것 같다. 고대의 힘을 최한 일행들이 못 가지도록 만들고 그 사이에 필요한 것들을 자신이 가지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저들에게는 곁다리, 있으나 마나 한 힘 아니던가.
케일은 종이에 시선을 둔 채 무심히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이긴. 사람 죽이는 일 말고, 사람 지키는 일. 할 수 있냐고.”
침묵이 내려 앉았다. 최한에게서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케일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어 맞은편에 앉은 이를 바라봤다. 최한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한참만에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쯧. 케일은 혀를 찼다. 이래서 지금의 최한은 참 건들기 애매했다.
“사람 죽일 수는 있고?”
이번에는 쉽게 답했다.
“있습니다.”
“그럼 지키는 것도 하겠네.”
최한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그건 어렵습니다.”
“어렵다고 못 할 일은 아니잖아?”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별로 없었다. 케일이 살아온 삶은 그러했다. 그래서 막 살 수 있는 망나니 케일의 몸을 얼마나 반겼던가. 그런데 빌어먹게도 편안한 미래를 위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생겼다.
케일은 자신 대신 산을 넘어 엎어다 줄 사람을 응시했다.
최한은 픽,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그렇긴 하군요.”
“그래. 그럼 마지막 면접 질문이다.”
“네. 말씀하십시오.”
또렷한 눈동자를 보며 케일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네 이름이 뭐지?”
“모르십니까?”
알지. 나를 때릴 예정이던 남잔데.
“남한테서 들었거든. 나는 너 한테 네 이름을 직접 듣고 싶은데.”
“최한.”
최한이 손을 내밀었다.
“최한 입니다.”
케일은 그 손을 잡았다.
“그래. 나는 케일 헤니투스다.”
면접이라고 할 짧은 대화는 금방 끝이 났고 당연히 합격이었다. 케일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종이를 최한쪽으로 들이밀었다.
“네가 밥값 할 일은 간단해.”
종이 위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만나야 할 장소도 적혀 있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수도로 가.”
최한이 수도로 가며 만나게 될 동료였다. 비크로스와 이 두 사람은 5권까지 최한의 동료가 되어 성장하며 강해진다.
로잘린. 라크.
한 명은 암살의 위험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있던 이웃 왕국의 왕녀였고 마지막 한 명은 다친 아이였다. 물론 저 아이는 늑대왕의 후계다. 늑대로 변신이 가능하단 소리다.
이웃 왕국 왕녀 로잘린은 강했으며 냉철했다. 최한 다음으로 강한 파괴력을 지녔으며 이를 이성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왕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신 대륙 최고의 마탑을 하나 세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후에 그 꿈에 다가가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사람이었다.
‘암살을 시도했던 그 왕국 대공은 나중에 비크로스에게 고문을 당하지.’
그 고문 장면이 얼마나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던지 케일은 심장이 떨려왔다. 살면서 요즘 들어 가장 심장이 자주 많이 떨리는 것 같다.
“로잘린. 라크.”
최한의 목소리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두 사람. 글을 읽을 줄 아는군. 다행이야.”
최한은 뚫어질 듯이 두 이름을 바라봤다. 케일의 시선이 라크 글자에 닿았다.
라크. 이 세계는 엘프, 드워프, 수인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비밀스런 존재들이 수인이었다.
수인. 여기서는 포유류뿐만 아니라 조류와 파충류도 포함시켰다. 수인은 몬스터와 달랐다. 이성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라크는 늑대족에서 가장 혈통이 뛰어난 이지.’
늑대를 지배하는 피를 이어받은 라크. 순혈일수록 수인은 동물화 했을 때나 인간화 했을 때 약해보였고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광폭화하면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난폭했다. 그리고 라크는 푸른 늑대족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케일은 서랍에서 지도를 꺼내 이를 책상 위에 펼쳐들었다.
“처음에는 나와 함께 간다.”
그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중간 지점부터는 헤어진다. 너는 내가 종이에 적어둔 대로 가.”
최한은 그 말에 어떠한 의문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 케일은 그 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중간까지 함께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미친 드래곤은 피해야 해.’
영웅의 탄생 에피소드 초반부. 거기에는 늘 그렇듯 케일 다음으로 등장하는 악역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악역은 한낱 스쳐지나가는 사이다 먹이가 아니었다.
귀족 중 한 파벌을 이끄는 후작이었다. 그는 사사건건 왕세자와 최한을 괴롭혔다. 물론 2권쯤 망하는데 여기서 처음 최한과 후작이 엮이는 일이 발생한다.
‘그 자식이 미친 용을 키워냈지.’
말 그대로 광룡.
아직 성체가 아닌 작은 용이었지만. 그 검은 용은 현재 후작가 후계자가 비밀리에 만든 우리 속에서 학대를 받으며 후작의 말에 순종하도록 길들여지고 있었다.
‘미쳤네. 드래곤은 세계관 최강자 아냐? 드래곤을 길들인다니 그게 말이 돼?’
어. 된다.
후작은 비밀 단체를 통해 드래곤 알을 구했고 태어나자마자 사지에 족쇄를 채우고 마나 제어구까지 목에 걸어서 사육한다. 도대체 여기 비밀 단체는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괜히 세계관 최강자겠나?
태어난지 5년이 안된, 아주 작은 그 검은 용도 드래곤이었다. 용은 결국 미쳐서 폭주한다.
어린 몸이지만 마나 제어구를 벗길만큼의 마나를 폭발시킨다. 그 마나는 자신의 생명을 깎아서 폭발시킨 마나였다.
동굴에서 빛 하나 보지 못하고 사육되던 어린 용은 마지막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 그렇게 탈출한 용은 결국 이성을 잃고 폭주한다.
최한이 머물던 마을에 그 폭주로 인한 위험이 뻗칠 상황이 되었고 최한은 그 검은 용과 맞선다.
최한은 그 검은 용을 죽이고 그에게 마침내 죽음이라는 자유를 선물한다.
케일은 그 마을로 가야 했다.
‘최한이 처리하던가. 아니면 미쳐 날뛰기 전에 그걸 막고 풀어주던가.’
가는 길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마을을 지나지 않으면 빙 둘러가야 하는데, 그리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야기 흐름이 틀어진다. 수도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이다.
‘광룡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귀엽다던데.’
검은색의 팔다리 짧고 귀여운 용이라 읽었다. 그런 존재가 미쳐서 날뛰니 더 겁난다는 표현도 있었다. 케일은 일단 드래곤에 대한 생각은 접고 최한에게 마저 지시를 전했다.
“그리고 이름의 주인들과 함께 수도로 와. 그게 네 밥값이야.”
최한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을 지키면 되는 겁니까?”
“네 마음대로.”
굳이 지킬 필요 없이 강할텐데. 특히 왕녀 로잘린은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든 케일이 한트럭 덤벼도 꿈쩍도 안 할 것이다.
“네 마음대로 해. 대신 너는 무조건 수도로 와야 돼. 그리고 멀쩡한 얼굴로 나를 만나야 되고. 네 자신을 지키는 일은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후로 더이상 케일과 최한이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라크와 얽히며 한번 더 비밀단체와 최한의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으로 최한은 알아서 수도의 위험을 책 속 처럼 막을 것이다.
“왜 답이 없어? 할 수 있어?”
최한의 눈빛이 좀 더 선명해졌다.
“네. 할 수 있습니다.”
말투가 전보다 더 높임말을 쓰는 것 같았지만, 케일은 그러려니 넘겼다. 그는 최한이 종이를 품에 챙기는 것을 보며 몸에 긴장이 풀렸다.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할 걸. 케일의 몸으로 최한과 마주하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다.
“나가 봐.”
대충 손을 휘휘 저으며 보내는 축객령에 최한은 문으로 향했다. 케일은 비딱하게 의자 등받에 몸을 기대고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가 문을 열기 전 말했다.
“참고로 오늘 이건 다 비밀인 거, 알지?”
최한은 뒤돌아 보지도 않고 문고리를 돌리며 답했다.
“압니다.”
왠지 그 목소리에 웃음기가 담긴 듯 했지만 케일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는 홀로 남게 되자 펜과 종이를 꺼내 한글로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행동하던 그는 서재를 나와 아버지의 집무실로 갔다.
“아버지.”
“그래.”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 알았다. 총관에게 말해놓으마.”
돈이 많이 필요했다. 케일은 천만 켈론 짜리 수표를 하나 더 품에 안고서 침대에 누웠을 때 시종 론이 다가와 그의 탁자 위에 물병을 놓으며 말했다.
“따뜻한 레몬 꿀 차입니다. 저희 아들이 특별히 도련님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도련님, 편안한 밤 되십시오. 제가 늘 도련님 곁에 있습니다.”
케일은 잠이 확 달아났다.
어찌되었든 저것들부터 최한과 함께 보내버려야 겠다.
그리고 다음 날, 케일 헤니투스는 눈을 뜨자마자 빈민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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