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9
118화.
케일이 다크 엘프 타샤를 만난 곳은 수도 성 밖에 마련된 여관이었다.
“지하는 아예 개조를 했네.”
작년 왕세자에게 팔찌를 전해줬던 그 여관으로, 케일은 왕세자에게 이곳을 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은 지상은 여관으로, 지하는 마법사들의 거점 중 한 곳으로 쓰였다.
‘마법사들이 꽤 많네.’
지하는 총 3층으로, 대략 서른 명의 마법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케일 일행을 보고 흠칫했다가 로잘린을 보고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사라졌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이기에, 당연히 지하 시설은 상당히 뛰어난 마법 장치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나름 최신 방어 마법들이 모두 펼쳐져 있었다. 케일만큼 키가 큰 타샤가 슬쩍 고개를 케일 쪽으로 들이밀며 물었다.
“케일 공자, 여기 마음에 쏙 들지 않아요?”
시원하게 웃는 타샤의 눈동자에 맴돈 것은 장난기와 자부심이었다. 그 장난기를 알았기에 케일은 웃으며 맞받아쳤다.
“이곳보다는 우리 영주성이 더 좋을 것 같다만.”
“에이.”
타샤는 케일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마법 왕국인 위퍼 왕국의 꽤 실력 있는 은둔 마법사들이 참여하여 만든 공간이었다. 그 마법 장치 설비를 따라잡을 곳은 현재 왕국 내에 없었다.
아무리 케일이 자신의 영지를 사랑하여 한 말이라도 저 말은 농담이라고, 타샤는 확신했다.
“아무리 그래도 케일 공자, 영주성보다는 여기가 더 좋죠. 물론 여기는 중앙 거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신 마법 장치들이 다 모였답니다. 공자님도 아시겠지만, 현재 마법 장치들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물론 베일에 싸인 한 상인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
법 장치들을 독점적으로 팔고 있지만요.”
타샤가 말한 그런 상황에서 왕세자가 현재 전쟁을 대비하며 마법 장치 제작 시설을 만들고 있는 점은 미래에 꽤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이었다.
타샤는 그것을 알고 뿌듯한 마음으로 케일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점점 이상함을 감지했다. 빤히 바라보는 케일의 눈빛에 장난기와 함께 진지함이 보였다.
타샤는 요 몇 달 사이에 자주 봤던 마법사 로잘린을 쳐다봤다.
‘응?’
그리고 멈칫했다. 로잘린이 난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타샤는 다른 케일의 일행을 쳐다봤다. 마비가 되어 덜덜 떠는 벨버드를 들쳐 멘 비크로스, 그리고 론, 최한, 묘족 온과 홍. 그들 모두 담담했다. 아니, 무감각하게 실내를 쳐다봤다.
그 심드렁한 표정에 타샤는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 미소에 타샤는 띄엄띄엄 말을 뱉었다.
“어, 음. 공자, 정말로?”
정말로 헤니투스 영지 성이 더 마법 설비가 뛰어납니까?
차마 모두 내뱉지 못한 말에, 케일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렇다니까.”
로잘린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타샤는 탄식을 흘렸다. 마법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로운 왕국이었다. 거기서 가장 구석인 헤니투스 영지가 최신 마법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그때, 그녀는 자신의 가까이 다가온 케일이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왕세자 저하께서 마탑 설계도 일부를 구해다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 사실은 일급비밀이었다.
타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이내 초점을 잡았다. 그녀는 굳었던 표정을 풀며 황당하다는 듯,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하, 하하.”
그녀는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케일에게 물었다.
“어디서 구해오나 싶었는데. 공자시군요.”
“뭘 그리 당연한 걸.”
케일은 별것 아니라는 듯 넘겼고, 정말로 그리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마탑을 부수러 가는 사람인데. 그깟 설계도 하나 없으면 되겠나.
현재 헤니투스 영지의 성벽과 영주성은 완성되는 중이었다. 그곳의 마법 장치는 로잘린이 전면적으로 맡았지만 실상 대부분 라온이 만든 것이다.
‘10실버를 괜히 주는 게 아니지.’
용돈을 그간 정기적으로 괜히 준 게 아니었다. 라온이 성과 앞으로 배에 달릴 마법 장치들을 모두 만들어줄 것이라 예상하고 준 용돈이었다. 그리고 금전 교육은 어릴 때부터 하면 좋다고 했다.
“공자, 헤니투스 성을 한번 보러 가고 싶네요.”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이라. 다 완성되면 한번 보러 와.”
“그럴까요?”
케일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래. 메리 데리고.”
일꾼을 데리고 오길 바랐다.
타샤는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흘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제대로 안내해 드리죠.”
그녀의 시선이 비크로스에게 들쳐 메어진 벨버드에게로 향했다. 귀와 눈, 모든 것들이 차단된 그에게 잠시 시선을 두다가 다시 케일을 바라봤다.
“지하 감옥에 돈을 엄청 썼어요. 도망 못 가게 하려고.”
음산하게 덧붙이는 타샤는 변장 마법 목걸이로 그 외양을 가렸음에도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릿결의 다크 엘프 모습이 보였다.
“그래? 우리도 감옥을 보강 중인데, 여긴 어떨지 궁금하네.”
그리고 케일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는 타샤의 안내를 따라 지하 3층, 가장 안쪽으로 향했다.
케일은 여러 감옥들 중 하나로 들어섰다.
“안락한데?”
“그렇죠? 저자도 지내기 편할 겁니다.”
케일은 감옥으로 제작된 방을 둘러보았다. 감옥은 여러 개였고,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 방인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상당히 아늑했다.
평범한 여관방처럼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모서리가 모두 둥글었다. 마치 자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 구조 같았다.
케일은 그 뜻을 알아차렸다.
“신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고통을 택했나 보군.”
그는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타샤를 볼 수 있었다.
그냥 범죄자도 아니고 테러를 일으킨 집단의 직급이 있는 자였다. 그냥 평범하게 대할 리가 없었다.
쯧. 케일은 혀를 차며 비크로스에게 눈짓했고, 비크로스는 벨버드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안대와 귀를 막고 있던 장치를 빼내었다.
벨버드는 마비 독이 덜 가셔서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떠야 했다.
“눈 떠.”
비크로스의 서늘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힘겹게 눈을 뜬 그의 눈앞에 아늑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낯설기도 한 공간이 보였다. 여전히 온몸이 꽁꽁 묶인 그를 내려다보는 눈길이 많았다.
타샤는 분명 큰 상처를 입었다고 들은 벨버드의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보며 케일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케일은 입을 열었다.
“하반신은 움직이지 못해. 하지만, 다른 자잘한 상처는 치료했지.”
“역시 공자는 마음이 너무 물러요, 물러.”
타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벨버드는 기가 찼다. 매일 온갖 독으로 죽지 않을 만큼 괴롭힘을 당했다.
물론 독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비크로스가 치료를 해주면서 행한 짓이었다. 아버지 왼팔의 복수를 아직 잊지 않은 아들의 행동을 케일은 모른 척했다.
케일은 뭐 이런 마음 약한 사람이 다 있냐는 듯 따스하게 쳐다보는 타샤의 시선을 외면했고, 타샤는 그제야 벨버드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닿았다.
“정신 고문 쪽을 할 거면 전문가를 소개시켜 줄까?”
죽음의 신 교단의 파문 신관, 케이지. 그녀가 정신 계열 전문가였다.
“아뇨. 우리도 우리 방식이 있어서.”
케일은 타샤가 거절하며 벨버드에게 환히 웃는 광경을 외면했다. 역시 그냥 다크 엘프는 아니었다. 괜히 왕세자의 뒤에서 모든 일을 맡는 대장이 아니었다.
“앞으로 우리 많은 대화를 나누어보아요.”
벨버드를 향해 상냥하게 건네진 타샤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았다. 뭔가를 느낀 듯 벨버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며 케일은 나가자고 눈짓했고, 타샤는 따라 일어서며 그와 함께 감옥 밖으로 향했다.
타샤는 다른 일행까지 모두 나온 것을 본 후 수하에게 감옥 문 앞을 지키라 명하고는, 케일 일행을 다시 지상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지하 계단을 오르며 케일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엘프들은 어떻던가요?”
은근한 호기심과 동시에 이유 모를 경계심이 담긴 물음이었다.
케일은 오늘 부집사 한스와 힐러 엘프인 펜드릭을 다른 여관에 두고 이곳으로 왔다. 엘프와 다크 엘프. 그 애매한 관계 때문이었다.
케일은 그 관계를 모른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엘프가 엘프지.”
“흐음, 그래요? 세계수 가지를 지켜줬으니 공자는 거기서 거의 평생의 은인이겠네요.”
“거기에 라온도 있으니까.”
라온. 용이 그곳에 있었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타샤는 감탄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교단의 성자였겠는데요.”
차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타샤는 무언으로 긍정을 표하는 케일에게 은밀히 물었다.
“위퍼 왕국에 도대체 뭘 팔길래. 알베르가 그렇게 혼자서 웃어대나요?”
“…왕세자 저하가 혼자 웃으셔?”
그건 굉장히 호러틱할 것 같은데.
케일은 혼자 웃는 왕세자 따위 보고 싶지 않았다.
“네. 결재받으러 갈 때마다 케일 공자가 할 일이 기대된다면서 혼자 웃던데요?”
“그럴 수도 있겠네.”
타샤는 케일의 입가에 왕세자 알베르와 비슷한 미소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이 둘은 닮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위퍼 왕국에 득이 될 일은 아니군요?”
“당연하지. 나는 로운 왕국 사람이야.”
그 무심한 대답에 순간 타샤는 안도감이 들었다. 걱정이 한층 줄어드는 기분을 감추며 타샤는 지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케일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꼭 잘 해결하시고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죠.”
“그래.”
지상으로 발을 내디딘 케일의 머릿속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우리가 할 거 사기 아닌가?
라온은 왕세자와 케일의 대화를, 케일이 하던 짓을 모두 보았다.
‘사기는 아니지.’
사기는 아니었다.
다만 물건을 반만 팔아서 그렇지.
-어쨌든 나는 마탑만 말한 대로 부수면 10실버 주나?
케일은 라온의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에 실소와 함께 속삭임으로 답해주었다.
“금화 하나 줄게.”
-오, 세상에!
용이 감탄했다.
케일은 상상했다.
마탑을 부수며 한바탕 펼쳐질 쇼. 연극은 꽤나 재밌을 것 같다.
한참 근사한 미래를 상상하던 검은 용 라온이 케일에게 물었다. 마차에 올라타며 떠나려던 케일은 라온의 물음에 잠시 멈춰 섰다.
-그럼 이제 큰 고래랑 쥐 만나러 가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라탔다.
곧 한스와 펜드릭까지 모인 이 마차는 로운 왕국 동북부 해안, 우바르 영지의 해군 기지로 향했다.
***
케일은 몇 개월 만에 방문한 우바르 영지 해안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론과 비크로스에게 바람의 절벽으로 고래족 후계자 위티라의 마중을 보낸 후, 최한과 라크, 펜드릭만을 대동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온과 홍이 물을 싫어하는지라, 둘은 부집사 한스와 함께 저택으로 먼저 갔다.
-인간.
당연히 라온은 함께였다.
-인간, 저건. 그러니까 저건!
라온은 몇 번이나 케일을 불러대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라온뿐만이 아니었다.
“공자님.”
“으음, 케일 님.”
“…저런.”
늑대 소년 라크, 최한, 힐러 펜드릭. 셋이 저마다 내는 반응을 케일은 흘려들었다. 해군 기지를 둘러보려고 해도 자꾸 저것만 눈에 들어왔다.
‘해군 기지 자체에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경계해 다행이지.’
북쪽 연합군 스파이를 극도로 경계하는 왕세자 알베르 덕에, 해군 기지는 철저한 보안 아래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케일은 지금 광경을 보면서도 다행이라 여겼다.
최한이 손가락으로 헤니투스 몫의 해안가를 가리켰다.
“케일 님. 저, 저거 배 맞죠?”
“어. 배야.”
물론 케일도 실물로는 처음 보는 배였다. 영상 통신으로 중간 과정을 몇 번 보고만 받았을 뿐이었다.
최한이 당황한 얼굴로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엄청난 크기의 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저건 헤니투스가 배네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케일은, 김록수는 완성되어져 가는 배를 보며 안도했다. 역시 자신이 알던 거북선과는 외양이 달랐다.
최한도 한국의 그 거북선을 떠올리지 않고, 그냥 저 배의 모습에 놀란 것 같았다.
케일이 기억하는 거북선과 달리 이 배는 선두인 갑판이 넓게 뻥 뚫려 있었으며, 배의 양옆에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기다란 타원형 벽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양쪽에 하나씩, 안쪽으로 살짝 둥그렇게 휜 등껍질 모양의 벽 안에는 마법 장치들이 설치될 예정이었다. 수많은 마법들이 양쪽 등껍질 사이 뻥 뚫린 하늘로 솟아오를 것이다.
“하.”
케일은 그 배를 보며 한숨을 흘렸다.
자신은 아버지의 부를, 헤니투스 가문의 부를 얕봤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인간, 저거 다 금인가? 저 누런 게 다 금인가? 저 반짝이는 거 금 맞나?
최한이 탄성을 흘렸다.
“황금 거북이라니.”
황금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양쪽 벽. 더불어 멋들어진 거북이 조각이 선수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배의 돛대도 거북이를 형상화하였다. 당연히 금빛이었다.
금빛이 바닷가의 강한 햇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다.
“공자님, 굉장히 부유하신 가문의 분이셨군요.”
물질에 초탈한 엘프 펜드릭도 그 거대한 금빛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케일은 일행을 보며 명확히 인지시켜 주었다. 혹시 오해할까 싶어 제대로 말해둘 필요가 있었다.
“오해가 있을까 봐 말하는데.”
케일은 해안가 쪽에서 이쪽으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쥐 혼혈 드워프 밀러와 바람의 절벽 쪽에서 오는 위티라와 론, 비크로스를 확인하며 일행을 다시 바라봤다.
이어질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케일은 진지한 얼굴로 나직이 말했다.
“도금이다.”
전부 다 황금은 아니었다.
순간 최한과 펜드릭이 황당하게 쳐다봤지만 케일은 제 할 말을 다 했기에 이를 무시하며 뮐러보다 먼저 도착한 고래족 후계자 위티라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네.”
“네, 공자. 그간 잘 지내셨죠?”
위티라는 반가운 인사와 달리 표정이 좋지 못했다.
“난 잘 지냈다만. 네 표정은 별론데?”
케일은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이 싫었기에 그것부터 꼬집었고, 위티라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녀도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바로 본론이 흘러나왔다.
“인어족 일로 우연히 동대륙과 연이 닿았습니다.”
그 순간, 론과 비크로스의 시선이 위티라에게 닿았다. 두 사람의 고향이자 케일은 잘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 덕에 많은 정보를 얻었고, 저희가 처리하기에는 조금 난감한 부분이 있어서요. 혹시나 싶어 케일 공자를 찾아왔습니다.”
“부탁을 할 심산인가?”
“부탁은 아니고, 정보를 교환하고 싶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고래족이 굳이 찾아온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은 일이 아닐 터. 그렇다고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었다. 알아야 피해 가지 않겠나?
분명 그 비밀 단체 일일 것이다. 케일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면 엘프나 왕세자, 혹은 골드 드래곤 같은 남에게 시급히 떠넘겨 버릴 생각이었다.
“말해봐.”
케일은 어서 말하라는 듯 위티라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들에게 정보를 준 이는 동대륙의 최강 종족이라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최강 종족? 케일은 그 단어보다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과거형에 신경이 쓰였다. 갑자기 바닷바람도 불지 않건만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그 단체 때문에 멸족 위기에 처해진 호족이었습니다. 그중 주술사와 연이 닿아서-”
호족.
케일은 위티라가 내뱉는 다른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호족. 그 단어에 순간 그는 잠시 머릿속이 멍해져 두 눈을 깜박였다.
“…호족?”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케일은 되물었다. 그러나 위티라는 그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 못 한 줄 알고 하던 말을 멈추고서 친절히 답했다.
“네, 호족. 호랑이족이요.”
딱 들어도 동대륙 최강 종족 중 하나일 것 같은 이름이었다. 거기다가 주술사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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