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3
122화.
그 태연한 대답을 헤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면 다행이라고?’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 혹은 위퍼 왕국군에 있어 약점이 될 만한 자료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별다른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헤롤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과정을 자신이 지켜보았으니까.
‘그리고 백억에 마탑을 사놓고선 조사도 하지 않고 방치한 인간이기도 하고.’
20층. 그 층을 소유하고 싶다고 마탑을 사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던 케일이었다. 헤롤은 지난 1년간 케일이 무언가를 발견할까 싶어 마탑 근처에 항시 정보원을 배치해 두었다.
하지만 정말 케일은 그때 떠난 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돈이 욕심나지 않으십니까?”
결국 헤롤은 의문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뱉고야 말았다. 그는 케일이 가소롭다는 듯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영지에 돈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네 상상을 초월하게 많고, 나는 그곳의 장남이야.”
맞다.
헤롤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는 백억이라는 돈을 그냥 물 뿌리듯 쓰는 그런 부자 가문의 사람이었다.
케일은 혼란스러워하는 헤롤에게 그가 납득 할만한 이유를 하나 더 말해주었다.
“지금 내 손에 쥔 자료가 대륙의 권력자들 누구나 원하는 자료임을 알아. 나는 태풍의 중심에 서기 싫어.”
천만의 말씀. 태풍의 중심은 고요한 법이었다.
케일은 전쟁 속 평화를 원했다. 그렇기에 위퍼 왕국과 왕세자 모두에게 파는 수고를 벌였다.
“공자님의 말씀은 위험한 상황이 싫으니, 그냥 우리에게 바로 팔겠다? 이것입니까?”
“그렇지, 참모장. 정답이야. 알다시피 난 평화를 사랑하잖아?”
그나마 헤롤이 조금 납득되는 이야기였다. 헤롤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고 평화를 원하는 케일 공자였으니까.
그는 케일에게서 시선을 돌려 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모들은 의문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툰카와 전사 측은 케일에게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나에게 필요한 것이니.’
마나 저장 장치. 그것도 자신이 최고라 여기는 고대의 힘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하니 더욱더 탐이 났다.
“좋습니다, 툰카 대장군님. 어떠십니까?”
툰카는 헤롤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케일에게 그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늘 실없이 크게 웃거나 혹은 멍청한 얼굴이 아닌 진중한 표정의 툰카는 케일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고맙다.”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손을 맞잡았다.
“고마우면 잊지 마.”
“그래. 이 은혜를 잊지 않으마.”
툰카를 대표로 한 위퍼 왕국 측은 케일 헤니투스 소유 마탑의 숨겨진 공간에서 발견한 자료를 50억에 구매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그 계약은 여유로운 케일의 모습과 달리 위퍼 왕국 측이 서둘렀기에 속전속결로 치러졌다.
계약 성사 후, 케일은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왜 여기까지 따라와?”
그는 품에 계약서와 50억짜리 어음을 지닌 채로 자신의 천막에 뒤따라 들어오는 최한을 시큰둥하게 쳐다봤다.
“케일 님.”
“어.”
케일은 목을 갑갑하게 했던 셔츠 단추를 풀며 최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단하십니다.”
“어?”
그래서 당황했다.
“케일 님의 능력은 특출하십니다. 이런 사, 아니, 전략에 뛰어나신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 서툴거든요.”
사기라고 말하려던 거니?
하긴, 케일은 최한의 발연기가 놀라웠다.
“하지만 다음 일정 때 만날 존재 앞에서는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케일은 비로소 계약이 다 성사된 마당에 최한이 홀로 자신이 천막까지 따라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음 일정 때 만날 존재.
골드 드래곤.
“케일 님은 늘 한발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신다지만, 그 존재는 강합니다. 저도 라온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하다니! 나는 저놈 상상보다 훨씬 더 강하다!
라온의 반박이 케일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지만, 이번만큼은 케일도 최한의 말에 동의했다. 최한은 아무 말이 없는 케일을 조심스레 쳐다봤다.
“그래. 최한 네 말이 맞다.”
최한은 케일이 자신의 말에 수긍하자, 얼굴빛이 밝아졌다.
케일은 그런 낯빛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골드 드래곤을 만나러 가기 전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 살아남는 법이었다.
“최한, 이번에 내 앞은 너에게 맡긴다. 어떤가?”
최한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던 말이었다. 케일의 앞을 지키는 호위는 자신이 적격이었다.
“네. 맡겨만 주십시오. 케일 님도 일행도 제가 다 지키겠습니다. 제 모든 실력을 다 쏟아부어서요.”
그렇지. 그런 자세면 골드 드래곤도 해볼 만할 것이다.
지금껏 최한이 자신의 모든 실력을 써서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라온도 그렇고.
-내가 있다. 약한 인간, 다른 용 따위는 나한테 비교도 안 된다.
라온의 허세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럼 내일 떠날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래. 준비 끝내고 푹 쉬도록.”
“네.”
케일은 최한마저 천막을 나가자, 평온을 느꼈다. 하지만 그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케일은 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 꺼내 공중으로 던졌다.
“옜다.”
“오오!”
허공에서 라온이 나타났다. 라온이 두 앞발로 금화를 절묘하게 받아 들었다.
“이, 이것은 금화!”
마탑을 부수는 데 있어 혁혁한 공을 세웠던 마법 폭탄 제조 수고비였다. 10실버나 1골드나 그게 그거지만, 케일은 금화에 눈이 박혀 굳어버린 라온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지?”
“좋다, 인간! 아주 좋다! 고맙다! 더 열심히 하겠다!”
“그래.”
그는 슬쩍 라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라온에게야 금화를 주기로 약속하였지만.
“온과 홍한테는-”
비밀로 해.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천막 입구에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옹, 히히.
냐아옹!
웃음소리가 섞인 고양이 울음소리. 케일은 어떠한 노크도 말도 없이 제 천막 입구로 기어들어 오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온과 홍이었다.
이 눈치 빠른 녀석들.
케일은 말똥말똥한 눈빛에 말을 이었다.
“자, 옜다.”
금화 두 개가 공중으로 떠올랐고 온과 홍이 재빠르게, 어느 때보다도 민첩하게 금화를 하나씩 낚아챘다.
케일은 온과 홍, 라온 셋이서 금화를 붙잡고 웃어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대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미친 용만 아니면 좋겠는데.’
케일은 부디 앞으로 만날 용이 정상이길 바라며 잠이 들었다. 그런 그의 보초를 당연히 평균 8세들이 섰다. 웬만한 기사단들보다 나은 전력이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떠나는 케일을 툰카를 비롯한 참모진들이 배웅 나왔다. 케일은 이렇게 순박한 툰카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왠지 모르게 툰카는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
“몇 군데 더 관광을 하고 간다고?”
“그래. 갈 곳은 헤롤 참모장에게 전해두었으니 어디 다른 곳으로 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안 한다. 케일, 나는 너를 믿는다.”
케일은 툰카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순수해 껄끄러웠다. 그리고 그 껄끄러움이 더 심해졌다.
“크흠, 앞으로 위퍼 왕국 안에서는 편히 다녀도 된다. 그리고 뭐든 힘든 일이 생기면 나한테 말해라.”
미친 툰카는 보았어도 과하게 친절한 툰카는 영 불편했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제국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하도록.”
“그래야지.”
케일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툰카를 보며 생각했다.
무조건 위퍼 왕국이 질 전쟁이다.
하지만 케일의 생각과 달리 대륙에서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토해냈다.
태양신 교단이 무너지면서 희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제국과 똘똘 뭉친 공격 특화 위퍼 왕국군 간의 전쟁. 그 결과를 섣불리 파악하기 힘들다는 평이 많았다.
왜냐면 위퍼 왕국군은 제국을 모두 점령하는 것이 아닌, 맞닿아 있는 제국의 성을 몇 개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듯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술이 발달했기에 덩달아 다른 곳들보다 발달한 마법 체계를 지닌 제국을 위퍼 왕국에서 건드는 것은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고도 판단했다.
‘그래도 제국이지.’
케일은 전쟁 결과를 제국의 승리로 단정 지으며 툰카에게 악수를 청했다. 툰카는 이별의 악수라 생각해 그 손을 바로 잡았다. 케일은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툰카의 귓가에 속삭였다.
“연금술은 마법보다 음흉하다. 마법 내성을 지닌 전사들을 아껴.”
툰카의 어깨가 흠칫했다. 케일은 저와 툰카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분명히 제국의 첩자가 네 군 안에 있을 거다. 너희도 첩자에 대한 조사를 했겠지만, 못 찾았다면 다시 찾아라. 가까이 있는 자부터 찾아. 황태자의 수법이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서.”
케일은 귓가에서 얼굴을 떼며 툰카의 눈을 보며 말했다.
“죽여.”
툰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케일은 그런 그의 손을 놓으며 부드러이 물었다.
“나를 믿잖아?”
“…믿는다.”
케일은 툰카의 대답에 만족했다.
제국이 이길 것이다.
그렇지만 위퍼 왕국이 최대한 버티면서 제국을 괴롭혀 주었으면 하는 게 케일의 바람이었다. 그래야 로운 왕국이 그 틈에 강해지며, 브렉 왕국과의 결속을 더 다질 수 있다.
‘북쪽이 내려오기 전에 말이지.’
북쪽의 3국 연합이 내려오는 순간, 왕세자는 로운 왕국을 장악해 군권을 손에 쥐며 전면에 나설 것이다.
“그럼 잘 가라. 다음에 또 보자.”
케일은 툰카의 인사에 미소로 답했다.
다음은 무슨. 또 볼 일이 이제 없을 것이다.
케일은 마차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일행 중 후드를 눌러쓴 펜드릭을 향해 지시했다.
“가지.”
골드 드래곤. 고룡이 사는 레어로 향했다.
***
케일은 옷깃을 여몄다. 여름이라도 여기는 싸늘했다. 아니, 신발 밑에 밟히는 눈이 증명하듯 이곳은 추웠다.
케일은 옆에 선 늑대 소년 라크에게 물었다.
“라크, 너는 여기에 와봤지?”
“네. 여기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쿨럭. 케일은 기침을 하며 코를 킁킁거렸다. 콧물이 났다. 로잘린이 웃으며 손수건을 내밀었고 케일은 그 손수건을 받아 코를 가렸다.
“펜드릭, 여기 맞는가?”
“네. 여깁니다.”
여기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케일은 단단히 여민 목깃 안에 자리하고 있을 목걸이를 떠올렸다. 고대의 힘 ‘스며드는 목걸이’. 무슨 속성의 힘이든 담을 수 있는 목걸이였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발견했던 장소.
옐리아 산.
케일은 라크에게 부탁해 이 목걸이를 그 장소에서 가져왔고, 그 덕에 정글의 불을 껐던 기억이 떠올랐다.
케일은 눈으로 덮인 산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옐리아 산. 이곳은 험준하기로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산이었다.
‘그곳에 레어가 있을 줄이야.’
고대의 힘을 얻었던 장소에 용이 산다.
“펜드릭,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정상까지 왔다. 하지만 레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펜드릭은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하지만 병약해서 언제든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쾌활히 답했다.
“기다리면 됩니다.”
“…얼마나?”
“드래곤 님께서 원하실 때요.”
“…뭐?”
지금 상당히 추운데 그냥 기다린다고?
케일을 주위를 둘러보았다. 털가죽으로 꽁꽁 싸맨 일행이 보였다. 그중 비크로스는 살벌한 눈빛으로 펜드릭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이런 개소리 같은 대답이 있냐는 표정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듯했다.
그때 펜드릭이 케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공자님, 드래곤 님은 언제쯤 뵐 수 있나요? 위치를 말씀드리면 텔레포트 해서 오시나요?”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아니.”
“그럼 어떻게 오십니까?”
-네 뒤에 있다, 엘프야. 그런데 이 안 위대한 드래곤은 왜 마중을 안 나왔나?
라온의 살벌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케일은 그 말을 그대로 펜드릭에게 읊어주고 싶었다.
“펜드릭.”
“네.”
“네 뒤에, 어!”
하지만 그 순간, 산이 진동했다.
우우우웅.
-그래, 당연히 마중 나와야지. 이 위대한 라온 미르가 왔는데!
의기양양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황급히 손을 뻗어 최한의 어깨를 붙잡았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소리와 함께 정상의 눈이 솟아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반이 솟아올랐다.
“어?”
“으앗!”
일행이 겨우 중심을 잡으며 지반이 솟아오르는 산 정상 중심을 쳐다봤다. 케일도 마찬가지였다.
“오! 드디어 드래곤 님을!”
펜드릭이 두 손을 모은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진심으로 광신도 같아 보였다. 케일은 황급히 최한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로잘린과 다른 이들에게 손짓하며 자신이 양옆과 뒤에 서도록 했다.
‘브레스라도 날리면 큰일이니까.’
골드 드래곤은 성룡이니, 브레스도 날릴 수 있었다.
케일은 일행이 둘러싸자 안전함을 느꼈다.
쿠구구구구쿵!
마침내 솟아오르던 지반이 멈췄다. 그리고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케일은 정확히 자신들이 있는 곳을 제외한 다른 방향으로 눈 더미들이 아래로 향하며, 눈사태가 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어?”
눈이 안 내린다.
설산을 뒤덮고 있던 눈이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설마 이 눈도 계속 용이 내린 거야?’
이런 먼치킨이 다 있나?
라온도 이런 걸 할 줄 아나?
케일은 문득 라온의 노동력을 그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또각또각.
눈과 바람마저 멎어 적막한 공간. 케일 일행이 숨죽이고 있는 사이 동굴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
일정한 리듬을 지닌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케일은 동굴 안에서 걸어 나오는 인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이가 그 모습을 빛 아래에 드러냈다.
화려한 백금발의 엘프였다. 고래족은 눈에 닿지도 않을 만큼 아름다운 엘프의 모습이었다.
케일은 순간 그 엘프가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오오오-”
털썩. 펜드릭이 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직감했다.
드래곤이구나.
골드 드래곤.
미친 종족이구나.
그때였다.
-나 갔다 온다!
갑작스러운 라온의 목소리에 케일이 움찔했을 때.
“허억!”
펜드릭이 경기를 하듯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등 뒤에서 작고 검은 물체가 쑥 지나갔다. 펜드릭은 경악한 얼굴로 그 검은 물체를 보며 외쳤다.
“브, 블랙 드래곤 님!”
당연히 라온이었다.
케일은 말릴 틈도 없이 금발의 엘프를 향해 날아가는 라온을 한숨과 함께 지켜봤다. 작고 검은 용은 순식간에 금발의 엘프 앞에 당도했다.
“호오.”
작은 감탄과 함께 금발의 엘프는 묘한 눈빛으로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은 엘프의 겉모습을 한 골드 드래곤 앞에서 날개를 쫙 펼치며 당당히 외쳤다.
“만나서 반갑다!”
신난 목소리로 인사했다.
금발 엘프의 표정이 더 묘해져 갔다. 그러나 라온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위대한 라온 미르다! 너는 누구냐?”
기대감이 가득한 동글동글한 눈동자가 금발 엘프에게로 향해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금발 엘프의 입이 열렸다.
“뭐야, 이거. 용 맞아? 용이 용한테 반갑다고?”
뭐 이런 희한한 생명체가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케일은 확신했다.
저거 진짜 용 맞네.
이기적인 용.
그래, 자기만 아는 용들끼리 서로 반갑다고 인사할 리 없지.
자신이 유일하다며 치고받고 싸우면 몰라도.
케일은 최한의 등을 쿡 찔렀다. 최한은 곧바로 검집에 손을 올렸다.
언제 용이 날뛸지 모를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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