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7
126화.
누가 보아도 이 조합이면 정상적인 귀족 도련님과 시종, 호위 조합으로 보일 것이다.
‘아니지. 원래 그런 조합이지.’
케일은 새삼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으며 상냥한 미소와 함께 금발의 남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왜 저래?’
남자가 더 경계한다.
특히 론을 보는 눈동자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론의 왼팔을 힐긋거렸다.
론의 왼팔.
네크로맨서인 메리가 만든 팔.
평소 긴팔 옷에 검은 장갑까지 껴서 티가 하나도 나지 않는 그 왼팔을 금발 남자는 얼굴 위로 표정을 다 드러내며 힐끗거렸다.
그 표정은 경악과 불안, 동시에 혼란이었다.
마치 저 팔이 가짜라는 것을, 그것도 어둠 속성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는 눈빛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둠의 속성을 알아차리는 눈동자.
‘…이것 봐라?’
케일은 촉이 왔다.
그의 시선이 금발 남자와 금발 여자, 두 사람을 향했다. 분명 다르게 생겼지만 묘하게 닮았다.
꼭 남매처럼.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마법 폭탄.
그리고 하나 더.
태양신 교단.
그리고.
성자와 성녀.
‘…아 씨, 안 되는데.’
이런 줘도 받기 싫은 촉이 있나.
케일은 다짐했다.
‘착하게 헤어지자.’
하지만 착하게 헤어지고 싶은 것은 케일 혼자만의 마음이었다.
“소, 속지 않아.”
금발의 남자가 금발 소드 마스터를 다급하게 품에 안고서 케일을, 특히 론을 노려봤다. 그러나 순한, 꼭 비에 젖은 망아지 같은 눈동자는 노려보아도 위협은커녕 그저 안쓰러워 보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는 아무것도 속이는 것이 없답니다. 그저 지나가던 객이랍니다.”
그에 비해 인자하게 미소를 띠며 금발 남자에게 다가가는 론은 케일 눈에 희대의 악당으로 보였다.
“오, 오지 마.”
금발 남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여자를 품에 안고서 뒤로 주춤주춤 밀려났다.
“으윽.”
“아!”
정신을 잃은 채로 앓고 있던 여자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금발 남자는 뒤로 물러서던 것을 멈추고 황급히 품에 안은 여자를 내려놓았다.
여자를 살피던 남자의 눈빛은 이내 분노와 원통함을 담고서 론에게로 향했다.
“이 악독한 것들! 죽은 마나 폭탄을 던지더니, 이제는 네크로맨서에까지 손을 댄 것이냐!”
음. 이거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케일은 성자로 추정되는 이 녀석이 조금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툭. 툭.
케일이 팔을 두드리는 발길에 고개를 숙이니 온이 이거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거 해결해야 하는데?’
‘아냐, 아직.’
하지만 케일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왠지 감이 왔다.
보통 이런 경우, 오해를 한 녀석이 저 혼자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가?
그리고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다.
‘죽은 마나 폭탄이라니.’
그걸 폭탄으로 만들 수가 있나?
케일은 비밀 단체에서 그런 것을 만들었나 싶어 조금 더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방관했다.
그리고 론이 적절하게 움직여주 었다.
그는 상당하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한 걸음 다가갔다.
“정말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결백을 밝히는 손짓에도 남자는 이번에는 결단코 믿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외쳤다. 그 목소리는 죽음을 목전에 둔 이의 비장함이 가득했다.
“내가 이제 하나를 지킬 것이다! 어떻게, 제국의 이름을 달고 이런 추악한 짓을 한단 말인가!”
…뭐?
“태양신의 철퇴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이제는 얼굴에 핏대까지 세우며 외쳐댔다.
“이, 이 원통함을 태양은 알 것이다!”
뭐야.
이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케일은 머릿속이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금발 남자는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쉬지 않고 외쳐댔다.
얼굴은 순한데, 목소리는 아주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 컸다.
“내 비록 치유력밖에 없는 반쪽짜리일지라도! 가만히-”
결국 케일은 그 남자의 말을 잘라먹었다.
“잠시만.”
“하, 내 입을 막으려 해도 나는 멈추지 않을-”
“아, 좀!”
낮지만 강한 목소리. 금발 남자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강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압도감에 순간 금발 남자는 얼어붙었다.
쏴아아아-
빗소리만이 들리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그제야 케일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다.
‘죽은 마나 폭탄이 제국 짓이란 말이지?’
그리고 지금 저 금발들은 제국에게 쫓기고 있고.
케일의 시선이 금발 여자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봤는지 금발 남자가 황급히 여자를 품에 안았지만 이미 케일은 확인할 것을 다 확인했다.
몸 군데군데 자리한 검은 자국. 저건 죽은 마나의 영향일 확률이 컸다.
‘…큰일인데.’
죽은 마나 폭탄. 그런 폭탄을 제국에서 개발했을 것이라고는 케일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도련님.”
그는 론의 목소리에 생각을 대강 정리하고는 금발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그 시선에 흠칫하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나, 나는 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보며 긴장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 강한 기운은 오랜만이었다.
단순히 강자의 기운이 아닌, 지배하는 기운이었다.
저벅저벅.
물기를 머금은 신발 소리가 남자에게 가까워져 왔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안 돼.’
동생 하나를 지켜야 했다. 금발 남자는 동생에게 평생 짐만 되고, 교단에 이용당하고, 마침내 제국에게까지 억울하게 쫓기게 된 자신이 한심했다.
가까이 다가온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금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에 등에 소름이 돋았다.
천천히, 붉은 머리칼의 남자, 케일의 입이 열렸다.
“죽은 마나 독에 당한 겁니까?”
“…무슨!”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하는 거냐?
그렇게 외치려고 했다.
하지만 금발의 남자 앞에 물건이 하나 나타났다.
“최상급 포션입니다. 이걸로 진척은 막을 수 있을 건데. 그렇지 않습니까?”
최상급 포션.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에게 너무나도 간절하던 그 포션.
진품이 맞았다.
태양신 교단의 성자. 그는 죽어가는 동생에게 치유력을 쓸 수 없었다. 태양의 힘은 어둠을 태운다.
어둠에 중독된 동생도 함께 태워 버리는, 치유가 아닌 정화가 이루어질 터.
금발 남자, 성자는 부드럽게 웃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시종이라 소개했던 이를 가리켰다.
“우리 시종이 죽은 마나에 당한 적이 있어서 조금 알거든요. 그렇지, 론?”
케일이 론의 왼팔을 가리키며 물었다. 론은 안색의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네. 제 왼팔과 복부가 크게 당했었는데, 겨우 고쳤지요.”
고쳤다고?
성자의 얼굴에 간절함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케일은 이를 모른 척하며 품에서 최상급 포션을 계속 꺼냈다.
최상급 포션쯤이야 아주 많았다. 라온이 어찌나 챙겨주던지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케일은 열 개만 꺼냈다. 그리고 난처한 미소를 띠며 금발 남자를 바라봤다.
“이게 제가 가진 다입니다. 참고로 로운 왕국 죽음의 신 교단 제작 포션입니다. 이걸로 이 여자분 치료부터 하고 오해를 풀면 어떻겠습니까?”
성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성자는 실로 오랜만에 선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 선한 미소를 짓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성자의 마음을 울리는 말을 한마디 건넸다.
“무엇보다도 사람 목숨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성자는 제 앞에 뚜껑을 열고 건네진 포션을 가만히 바라봤다.
동생이 늘 말했다.
‘오빠는 사람을 잘 믿어서 탈이야. 금방 믿고 다 말해 버리고, 의심하지 않고. 그러지 마. 그게 오빠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강하니까, 걱정은 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동생을 살려야 한다.
그때, 성자의 귓가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는 로운 왕국의 케일 헤니투스입니다.”
그리고 황금 거북이 인장이 새겨진 작은 배지가 보였다.
“…케일 헤니투스요?”
“네.”
케일은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이래야 이 남자는 물론, 나중에 깨어날 여자도 자신이 조잡한 비밀 단체를 흉내 내는 그놈이 아닌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귀족인 줄 알 것이다.
케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 도련님이 되어 성자로 추정되는 놈을 쳐다봤다.
“그분이셨군요!”
음?
그런데 이놈의 반응이 이상하다.
“맞네요. 붉은 머리칼! 그리고 이 나올 수 없는 길에 오신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덥석.
케일은 제 손과 함께 포션을 덥석 잡은 남자의 행동에 슬그머니 잡힌 손을 빼냈다.
“…저를 아십니까?”
“아, 그게 말이지요.”
남자가 순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대번에 태세가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 호이크 마을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이 숲의 유해들을 거둬 한을 풀어주고, 마을 사람들에게 숲에 대해 알려주셨다지요?”
“그렇긴 했습니다만.”
호이크 마을. ‘나올 수 없는 길’ 숲의 입구를 차지한 마을로, 케일은 이번에는 그 마을을 제대로 방문하지 않고 바로 숲으로 들어왔다.
“그 마을 사람들이 새 여행자만 오면 숲에 들어가기 전 공자님 이야기를 하더군요. 숨어서 듣, 아, 그 어쨌든 듣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숲에 들어오기 전 마을에서 몰래 숨어 염탐하다가 들었나 보네.
“아주 현명하고 카리스마 있으시지만 마음이 따뜻한 귀족분이시라 소문이 자자하시더군요.”
“…과찬입니다.”
그런 평판이 케일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때 정글의 불길을 처리하라며 한스와 부단장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떠났었다. 새삼 그 둘이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케일은 이내 눈앞의 남자에게 집중했다.
그는 마음이 편해졌는지 한결 편안한 얼굴로 혼자서 주절댔다.
“네. 그리고 리타나 여왕님께서도 선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 꼭 공자님을 언급하셨습니다.”
“…누구요?”
지금 이 자식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성자가 리타나 얘기를 해?
“아, 그게.”
남자는 그제야 아차 한 듯 어색한, 그러면서도 티가 다 나는 얼굴로 변명했다.
“여왕님이요. 그냥 예전에 정글에 갔을 때, 안면만 튼 사이입니다. 그냥 아는 분입니다.”
전혀 안면만 아는 사이로 보이지 않았다.
성자는 다급히 이어 말했다.
“저와 제 동생은 그저 평범한 이들인데, 도움을 받았고요.”
하.
어찌 저리 빤히 다 보이는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케일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서 치료부터 하시지요.”
“아, 네.”
“론, 돕게.”
“네. 도련님.”
성자는 론이 다가가자 멈칫했지만, 이내 론이 조심스레 천을 꺼내어 치료를 도우려 하자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케일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잠시 밖에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최한.”
“…네.”
최한에게 동굴 입구를 가리켰다.
“이 앞에서 이 두 분, 호위를 서게.”
“…네.”
어정쩡한 최한의 대답과 한층 신뢰감을 보이는 성자의 눈빛. 케일은 저렇게 사람을 잘 믿는 성자가 앞으로 어찌 살아갈까 생각을 하며 비크로스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도록 하지. 환자가 있는데 맹수나 몬스터가 오면 곤란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비크로스가 믿음직한 호위처럼 답하며 케일의 뒤를 따랐다. 케일은 동굴 안쪽과 떨어진 입구에 선 최한의 곁을 지나며 작게 속삭였다.
“최한, 감시 잘해.”
그제야 최한은 이채를 띠고는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호. 위. 를 잘. 하. 겠. 습. 니. 다.”
제 나름대로 돕는다고 하는 게 발연기다.
케일은 물론 비크로스도 그 말을 무시하며 동굴 밖으로 나왔다. 이전과 달리 안개비가 내려 우비를 쓰니 밖에 있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비크로스.”
“네.”
“영상 통신구를 써줄 마법사도 없으니까, 전서를 써줄 테니 잠시 갔다 와라.”
비크로스의 무뚝뚝한 얼굴로 물었다.
“툰카 측에게요?”
역시. 케일은 살짝 감탄했다. 비크로스는 자신이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대강 자신의 생각을 눈치채고 있었다.
죽은 마나 폭탄을 만든 제국. 이걸 모른 채 싸우게 되면 툰카 측에게 너무나도 불리했다.
이 정보를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 툰카에게 전하도록. 이래야 막상막하로 싸우지 않겠어?”
하지만 케일의 말과 달리, 비크로스는 다른 말을 건넸다.
“은근히 걱정되나 봅니다?”
“누구? 툰카?”
“네.”
케일은 잠시 침묵했다가 툭 던지듯 무심히 말했다.
“그냥 아무 말 말고 갔다 와.”
비크로스는 알겠다는 듯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못 말리겠다는 표정이었다.
케일은 그 표정에도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툰카의 전투 방식을 안다.
그 녀석은 다친 병사들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약한 사람은 도태되어도, 다쳐도, 죽어가도 당연시 여기는 놈이다.
헤롤도 비슷했다.
헤롤이나 툰카나 둘 다 제 욕심에 하고 싶은 거 하는 놈들이었다. 헤롤은 대륙의 마법을 모두 없애고 싶은 욕심. 툰카는 그저 싸우면서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
‘그런 놈들 밑에 있는 이들이 무슨 죄겠어.’
굳이 걱정이 된다면 툰카가 아닌, 그 밑의 병사들이 자꾸 생각났다.
폭탄에 누가 가장 많이 다치겠는가.
그리고 죽은 마나에 중독되면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일단 최상급 포션을 계속 쓰며 죽은 마나가 더 퍼지지 않도록 처치해야 했다.
헤롤이 병사들에게 최상급 포션을 쓸까?
툰카는?
그 녀석은 케일이 정말로 약하게 굴었다면 친구 취급은커녕 무시했을 녀석이다.
케일은 지시를 기다리는 비크로스에게 명했다.
“바로 툰카 측에 갈 필요는 없어. 로잘린이 가까우니, 그녀에게 전서를 가져다주면 그녀가 전서를 전달할 거야. 그게 빠를 거다. 또 알베르 왕세자에게도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로잘린과 비크로스, 두 사람이 함께면 잘 해낼 것이다.
비크로스는 살짝 호기심을 드러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이 누굽니까?”
“태양신 쌍둥이로 추정된다.”
“…그 도망자들이요?”
케일은 잠시 비크로스의 눈치를 살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리고 저 안의 여자는 비밀 단체 소속으로 고래족 싸움 때 마주했다는 그 소드 마스터다.”
“…저 여자가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얼른 갔다 와. 네 변명은 내가 알아서 해둘 테니.”
비크로스의 입꼬리가 기이하게 비틀렸다. 그의 아버지를 죽음의 위기로 몰고 갔던 단체.
케일은 점점 분위기가 가라앉는 비크로스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나와 론을 믿고 빨리 갔다 와.”
“든든하네요.”
비크로스는 다시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와 케일 공자라면 잘 해낼 것이다. 그리고 무력이 뛰어난 최한이 있으니 위험한 상황은 없을 터.
냐아아옹.
온이 울며 자신도 있다고 존재감을 발휘했다. 비크로스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케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서 주십시오.”
***
케일은 비크로스에게 전서를 넘겨 떠나보낸 후, 느긋하게 동굴 입구로 돌아갔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최한의 인사를 받으며 케일은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론이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한과 론은 비크로스가 옆에 없어도 어떠한 의문을 드러내지 않았다.
케일은 금발 소드 마스터를 애달프게 바라보는 성자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여자분은 조금 괜찮아지셨습니까?”
“아, 네. 전보다는 몸 안의 죽은 마나가-”
밝은 얼굴로 성자가 말을 이어갈 때였다.
“으음.”
금발 소드 마스터.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곧 눈꺼풀을 들어 올릴 것 같았다.
“하, 하나!”
성자는 소드 마스터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단어를 간절히 불렀고, 여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간신히 감았던 눈을 떴다.
“…오빠.”
“하나!”
성자가 동생을 절절하게 부르며 껴안았다.
쌍둥이가 그렇게 감격적인 상봉을 하는 사이 케일은 론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 넣었다.
‘암 소속.’
론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고, 케일은 시치미 뚝 떼고서 자신을 바라보는 성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입니다.”
“공자님, 덕분에 동생이 깨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일은 자신에게로 향한 성자의 감격한 눈빛과 지금 상황을 이해 못 하고 있는 소드 마스터의 눈빛을 받으며 그저 도련님용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 둘에게서 알아내야 할 게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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