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2
131화.
무섭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케일은 순식간에 어둠의 숲에 당도했다.
“고, 공자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힐스만이 어둠의 숲 입구를 보며 맨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자신을 쳐다보는 뚱한 눈빛 두 쌍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케일이었고 또 하나는 에르하벤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눈빛을 지닌 존재가 힐스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래! 부단장아, 얼른 가자!”
라온이었다.
투명화를 푼 라온이 방긋방긋 웃으며 힐스만을 재촉했다. 그 웃음을 따라 부단장도 히죽 웃었다.
하지만 웃음 사이로 케일이 끼어들었다.
“부단장, 어둠의 숲 중심까지는 들어가 본 적 없지 않나?”
지난겨울.
늑대족 10명과 함께 훈련을 했던 부단장은 어둠의 숲 외곽을 중심으로 돌며 훈련하였다.
“한 번 최한을 따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래.”
케일은 힐스만에게 어서 가라는 듯 훠이훠이 손짓했다. 부단장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케일은 그 뒤를 느긋하게 따르며 옆을 쳐다봤다. 에르하벤은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케일의 물음에 에르하벤은 고개를 돌리더니 케일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푸른 늑대족 10명도 있더라?”
“그렇죠.”
현재 해리스 마을에는 우바르 영지에서 돌아온 한스와 늑대족 아이들 10명이 함께 생활 중이었다. 그들은 케일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반겼다.
골드 드래곤이 중얼거렸다.
“…고대의 힘 6개에, 온갖 수인족에, 인간 쪽 강자도 많고. 인생 참 고달프게 사네.”
순간 케일은 말문이 턱 막혔다.
가만히 보니, 자신은 참 고달프게 살고 있었다.
“쯧쯧.”
에르하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찼다. 그는 케일의 얼굴이 복잡한 고뇌로 뒤엉키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이 녀석도 참 어찌 보면 박복한 인생이야.’
에르하벤은 비밀 단체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모두 전해 들었다.
어쩌면 신은 온갖 곳에서 사람이 몰리고 사건이 엮이는 이놈을 위해 고대의 힘을 안겨준 것이 아닐까?
골드 드래곤은 눈앞의 인간이 조금 불쌍했다.
물론 그는 고대의 힘이 신의 안배가 아닌, 모두 케일 스스로 구한 것임을 몰랐다.
온갖 수인족에, 인간 쪽 강자도 그렇고. 케일 제 스스로 한 짓이었다.
이를 골드 드래곤은 당연히 알 수 없었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작은 오해를 하는 드래곤에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약한 인간은 내가 있어서 고달프지 않다! 위대한 라온 미르가 있으니까!”
아주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골드 드래곤은 그런 라온을 외면하며 여전히 고뇌하는 인간에게 말했다.
“고생이 많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얼른 모든 걸 끝내야 할 텐데.”
끝내고 놀아야 한다. 자야 한다. 침대 위를 뒹굴어야 한다.
케일은 점점 더 백수에 대한 욕망이 강해졌다.
천 년 가까이 산 고룡은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운명에 고뇌하는 것을 보며 툭 던지듯 말했다.
“힘든 일 있으면 한번 말이라도 해봐.”
“…정말입니까?”
케일의 눈동자에 번뜩 이채가 감돌았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르하벤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그래.”
그 순간 케일은 생각했다.
한 번은 도와주겠네.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이를 본 드래곤은 박복한 인간이 자신의 말에 기뻐하는 것 같아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부단장 힐스만은 현재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공자님.”
“왜?”
“…몬스터들이 이상한데요.”
어둠의 숲 외곽의 몬스터들이 이상했다.
끼이- 헉, 끽-
고블린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한 채 수풀 속으로 도망쳤다.
쿵. 쿠웅, 쿵!
그리고 쥐를 닮은 몬스터들이 무리 단체로 땅에 머리를 박고 바들바들 떨어댔다.
그 광경을 이상하게 보던 힐스만은 케일이 한 존재를 가리키자 납득했다.
“여기 성룡이 계시잖아.”
“아.”
납득이 되었다.
에르하벤은 라온을 보며 말했다.
“꼬맹이, 나의 위대함을 알겠나?”
“…모른다!”
라온이 휙 고개를 돌려 케일의 옆으로 날아갔다.
성룡이 된 드래곤은 드래곤 피어가 아니라도 스스로 뿜어내는 절대자로서의 기운이 있었다. 본능에 민감한 몬스터들이 그 기운에 제일 큰 반응을 보였다.
-인간, 나 조만간 1차 성장한다! 그러니까 내가 더 위대하다!
그러든가.
케일은 머릿속에 울분을 토해내는 라온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멍하니 서 있는 힐스만에게 말했다.
“계속 앞으로 가.”
에르하벤은 케일에게 물었다.
“케일 헤니투스, 어둠의 숲 중앙으로 가서 위치를 찾을 건가?”
“네. 아무래도 일단 고대의 힘을 사용해야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괴의 불을 사용해 그 힘이 반응하는 방향을 따라가면 ‘무서운 짱돌’이 있는 수호자의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또 그 불벼락 쓸 거냐! 그러다가 다친다!”
“약하게 할 거야.”
“피 토하기만 해봐라! 세상에 있는 모든 짱돌을 다 없애 버린다! 다 부순다!”
“그래, 그래.”
라온이 다급하게 말하자 케일은 태평스레 맞장구를 쳐줬다.
에르하벤은 그 광경을 보며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기막힘을 표현하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여기 검은 늪에서 용의 시체를 꺼냈다고?”
“네. 어둠의 숲에 와보지 않았다고 하셨죠?”
“어. 굳이 몬스터 구경하러 오기 싫어서.”
명쾌한 대답이었다.
“나중에 그 장소에 가보시겠습니까?”
“아니, 뭐 하러 가. 귀찮아. 다른 용이 어찌 죽었는지 내 알 바 아냐.”
에르하벤은 귀찮음을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 그의 앞에 라온이 나타났다. 검은 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나는 금 용 이야기가 궁금하다! 금 용이 궁금하다!”
금 용. 에르하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크흠, 내 이야기가 궁금하면 다음에 해주지, 꼬맹아.”
“알았다! 기다린다!”
“크흠, 크흠.”
에르하벤은 연신 헛기침을 하더니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뭐, 어둠의 숲은 조금 특이하니까, 한 번쯤 구경 올 가치는 있지. 그래서 이렇게 구경 온 것이고.”
“어둠의 숲이 특이합니까?”
케일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인간들에게 알려진 5대 불가사의 지역은 몇백여 년 전에 정해진 지역이지. 그중 ‘어둠의 숲’과 ‘나올 수 없는 길’, 그리고 ‘절망의 호수’. 이렇게 세 곳은 고대부터 있었다.”
“고대부터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래. 만 년 전부터 이 세 곳은 존재했다. 만 년이라는 시간은 용에게도 아주 오래전이거든.”
고대는 대개 만 년 전을 가리켰다.
케일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에 조금 더 에르하벤에게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고, 공자님!”
채앵.
힐스만이 검을 뽑아 들며 자신을 불렀다. 케일은 앞을 바라봤다.
현재 그의 위치는 어둠의 숲 내부로 들어서는 경계선이었다. 힐스만은 이미 경계선을 넘었다.
케일은 어둠의 숲 경계선까지는 가본 적이 있으나, 내부로 들어서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하늘을 날며 돌아본 적은 있지만.’
땅을 딛고서 내부로 가는 건 처음이었다.
네크로맨서 메리의 해골 가득한 동굴도 외곽이었다.
굳이 강한 몬스터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케일은 경계선을 넘었다.
크르르르-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오우거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괴팍한 모양새의 몬스터가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드러난 송곳니는 케일의 팔뚝만 했고, 검은 피부색을 지녀 더 흉폭해 보였다. 거기다가 손에 들린 몽둥이는 돌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또렷했다.
광기와 더불어 생각을 할 줄 아는 놈인 것이다.
“공자님, 제 뒤로 오십시오!”
힐스만이 언제 떨었냐는 듯, 케일에게 얼른 제 뒤로 숨으라 말하며 몬스터를 향해 검을 겨눴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뭐 하냐?”
“…네?”
힐스만은 케일의 삐딱한 시선에 멍하니 되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쿵.
몬스터가 손에 들린 몽둥이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쿠웅, 쿵!
머리를 땅에 박아댔다.
힐스만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조용했다.
그때 한 존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오, 이성을 지닌 놈이구나.”
에르하벤이었다.
그 부름에 힐스만이 흠칫했다. 그리고 그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야.”
크르르르.
“중앙까지 안내해.”
크르르르.
몬스터가 잽싸게 일어났다.
힐스만은 기사단에 첫 입단한 기사의 재빠른 몸짓을 보는 줄 알았다.
쾅!
몬스터가 몽둥이를 쥐어 잡고서 조금 키가 작은 나무 기둥을 후려쳤다.
콰직. 쿠웅.
나무가 쓰러졌다. 가공할 힘에 힐스만이 경악했지만, 그는 곧 몬스터가 계속해서 하는 행동에 더 경악했다.
몬스터는 앞으로 나아가며 모든 장해물들을 부숴 버렸다.
나무도 작은 바위도, 그리고 높이 자란 풀은 친히 뽑았다.
그렇게 신속하게 길을 만들었다.
그것도 에르하벤이 직진만 하면 되는 곧은 직선 길이었다.
“가자.”
에르하벤의 말에 힐스만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새삼 드래곤의 위엄이 느껴졌다.
하지만 힐스만은 움직일 수 없었다.
“…공자님?”
“너, 왜 그래?”
에르하벤이 의아한 얼굴로 케일을 쳐다봤다. 그리고 라온은 당황하고 있었다.
“인간! 지금 손에 그거, 조막만 한 거 불벼락 아닌가!”
케일의 손 위로 작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왜 말도 없이 쓰나! 또 쓰러지면 안 된다!”
하지만 케일은 라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쿵. 쿵.
내부로 들어선 순간부터 심장이 크게 뛰었다.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땅.
땅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알 수 없는 기운이었다. 그 기운에 손바닥에서 작은 불이 솟아났다.
쿵. 쿵.
그리고 심장의 활력이 날뛰었다.
“…어?”
케일의 입에서 멍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싸아아아-
그의 발끝에 바람이 맴돌았다. 바람의 소리가 희미하게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아앗.
그의 왼손에 작은 방패가 나타났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였다.
…이상한데.
이거 아주 이상한데.
케일은 문득 오래된 서책에 적혀 있던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일행이 케일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에르하벤은 기이한 것을 본다는 듯 케일을 쳐다봤고, 라온은 다급하게 말했다.
“인간 왜 그러나? 이건 뭔가? 고대의 힘이 고장 났나?”
케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감이 오는데?”
왠지 심봤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케일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는 에르하벤을 보며 말했다.
“갑시다.”
“내가 앞서지.”
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에르하벤이 앞장섰다. 몬스터는 이미 에르하벤의 손짓에 길을 만들던 것을 멈추고 도망갔다.
“따라와.”
그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의 숲 중심으로 향했다.
에르하벤은 빨랐다. 케일도 바람의 소리를 이용해 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라온은 힐스만에게 헤이스트 마법을 걸어주며 따라왔다.
케일이 말했다.
“왼쪽으로 틉시다.”
쿵. 쿵.
몸에 새겨진 고대의 힘이, 그리고 케일이 딛고 있는 땅이 그에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서쪽으로.”
“이젠 북동으로.”
그렇게 이동하던 케일은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어둠의 숲 내부의 북쪽 경계선.
그곳에서 케일은 바위를 하나 볼 수 있었다.
그냥 커다란 바위였다.
케일보다 세 배는 높은 그런 바위.
돌이 많은 헤니투스 영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커다란 돌.
“여긴가?”
에르하벤이 케일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여긴가 보군.”
케일이 웃고 있었다.
‘날뛰는데.’
케일에게 속한 고대의 힘 4개가 날뛴다.
‘…이거 정말-’
정말 짱돌 주인의 친우들이 지금까지 얻은 고대의 힘의 주인들인가?
케일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르-
케일의 오른손에 있던 불이 저절로 바위를 향해 날았다.
바위와 불이 닿았다.
그때였다.
쿠구구구-
바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케일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쩌저저적-
바위가 스스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케일의 머릿속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후하고 올바른 성품이 바로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제대로 찾아왔다.
케일은 입꼬리가 근질근질했다.
-불의 친우여, 드디어 그대가 왔는가. 나의 영원한 적이자 동료였던 자네를 나는- 음?
중후한 목소리 주인공이 당황했다.
-어?
중후한 목소리가 어벙한 반응을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중후한 목소리.
‘무서운 짱돌’의 주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짠돌이에 도둑에 울보에 먹보가 같이-
짠돌이는 파괴의 불일 테고.
도둑은 바람의 소리일 것이고.
울보는 심장의 활력이겠지. 그리고 먹보는 부서지지 않는 방패일 것이다.
-자네는 누구지?
케일의 입이 열었다.
“케일 헤니투스입니다만.”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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