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이놈들이 이상해졌다.
케일은 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아 가만히 공터를 둘러보았다.
먼저 최한.
“…….”
가부좌를 틀고서 바위 위에 올라가 눈을 감고 명상 중이었다. 그의 몸에서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협인 줄.
케일은 입을 열었다.
“한스, 저 녀석 지금 몇 시간째 훈련 중이지?”
“19시간째입니다. 공자님, 정말 자랑스럽지 않으십니까? 크, 저 열정!”
…전혀.
자랑스럽기보다는 무서운데.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한스와 눈이 마주쳤다.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글쎄요?”
최한은 한스에게도 요즘 훈련을 시켜주고 있었다. 집에 늘 있는 사람이니, 기본적으로 방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나.
‘그렇다고 기마 자세를-’
덜덜 떨리는 한스의 다리가 보였다. 케일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한스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그래도 공자님, 제가 꼭 강해져서 지키겠습니다. 그것이 집사의 사명 아니겠습니까.”
“…그래. 믿는다.”
케일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리 대답했다.
“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간 한스의 대답이 들려왔다. 케일은 그냥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다른 광경이 보였다.
저택 옆, 쇠사슬로 칭칭 감긴 돌기둥. 그 돌기둥 근처에 에르하벤이 있었다. 케일은 생각보다 에르하벤과 라온이 함께 있지 않자,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의문을 느꼈는지 에르하벤이 명쾌하게 답해주었다.
‘길만 잡아주면 스스로 자기 방식대로 가는 게 용의 방식이야.’
라온은 현재 케일의 방, 5층에서 수련 중이었다. 때려 부술 일이 없는 수련이라고 하여 5층을 내어주었다.
‘인간, 나는 가을 전까지 1차 성장한다. 나의 위대함을 늘 알고 있겠지만, 더욱더 강하게 알게 될 것이다!’
라온은 자신만만했다. 케일은 자신만만하게 5층으로 날아가던 검은 용의 뒷모습이 떠올랐지만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지금 보이는 광경 때문이었다.
냐아아아옹.
냐아아옹.
“크흠, 크흠.”
아직 아기 고양이인 홍, 그리고 이제 곧 성장기로 접어들 온. 두 고양이가 에르하벤 옆에 슬그머니 다가가 치댔다.
고룡은 연신 헛기침을 하며 모른 척했지만, 슬슬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온과 홍도 가르쳐 주겠네.’
에르하벤이 흘러가듯이 한 말을 케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온과 홍이 순혈이지만 돌연변이라고 했지.’
묘족에 대한 지식이 많아 보이는 에르하벤이었다. 하긴 천 년 가까이 산 고룡이 그런 지식이 없겠나. 정보가 부족한 묘족 아이들은 에르하벤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푸른 늑대족 아이들도.’
케일은 공동 한쪽을 쳐다봤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이이이익!”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늑대족 아이들이 피 말리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쟤들 중 몇몇은 첫 광폭화를 할 때가 되어갔다. 그러면 더 강해질 터.
‘라크는 비크로스, 론과 대련 중이고.’
케일은 늑대족 아이들이 성장 드라마 주인공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때 그의 곁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케일 공자.”
“로잘린 씨.”
로잘린이 한스를 힐끗 보다가 벤치로 다가가 케일 옆에 앉았다. 그녀는 공동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열심히네요.”
“그렇죠. 대단하죠. 로잘린 씨는 잘되고 계십니까?”
케일의 시선이 로잘린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현재 연구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한 발만 내디디면 최상급 마법사에 도달하는 그녀였다.
“그럭저럭요. 아무래도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니까요.”
로잘린이 씨익 웃어 보였다. 라온과 에르하벤. 둘이 있는 이상, 그녀는 대놓고 배움을 구하지 않아도 어깨너머로 배울 것들이 많았다.
명석한 그녀이기에 이 순간을 잘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죠. 훌륭한 선생님이죠.”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간단한 안부 인사가 끝나고 본론이었다.
“타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까?”
다크엘프 타샤, 그녀가 메리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메리가 도착하는 순간, 케일은 다시 움직여야 했다.
“네. 그리고 타샤 씨와 제가 함께 전할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할 말이요?”
케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타샤는 왕세자의 전령이었고, 로잘린은 브렉 측의 전언이나 다름없었다.
그 둘이 동시에 전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다 모이기로 했나 봅니다?”
“…역시 공자라면 바로 알아차릴 줄 알았어요.”
로잘린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브렉과 로운 왕국, 그리고 정글. 모두 회담을 가지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위퍼 왕국이 답이 없습니까?”
회담의 당사자 중 하나인 위퍼 왕국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뻔히 위퍼 왕국일 것이 분명했다.
이 회담에는 위퍼 왕국이 필요했다. 케일은 솔직히 위퍼 왕국이 없어도 괜찮았으나, 위퍼까지 합세하면 제국이 동부 해안가로 나갈 길이 막힌다.
적어도 제국과 동대륙과의 접근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고래족의 운신이 한결 편해진다.
“아뇨, 위퍼 왕국에서 답이 왔습니다. 툰카 대장군이 직접 답을 하더군요.”
위퍼 왕국은 툰카가 결국 왕국의 뜻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런 툰카 곁에는 헤롤 참모장이 있었다.
“뭐라고 하덥니까?”
“공자.”
“네?”
“공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툰카가요?”
“네.”
나를 왜?
케일의 얼굴에 의문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로잘린은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보기에는 툰카의 그 행동이 꽤 이해되었다.
‘툰카와 헤롤은 로운 왕국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왕국들과 별다른 접촉을 해보지 않았어. 그런 상황에서 믿을 만한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도 나름의 방편이지.’
툰카에게 믿을 만한 로운 사람은 케일 공자뿐이리라.
정글의 여왕이 케일에게 일의 시작을 맡겼듯이 말이다.
로잘린은 의아해하는 케일에게 말했다.
“바로 통신 연결하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요?”
“뭐.”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짝 다리가 저려왔다. 꼭두새벽부터 훈련하며 내뱉는 괴성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할 짓이 없어 계속 벤치에서 훈련을 구경했다.
소년 만화 같고, 성장 드라마 같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공자, 다리 괜찮아요?”
“계속 앉아 있었더니 저리네요. 어째 갈수록 약해져 가는 거 같습니다.”
스트레칭이라도 아침저녁으로 해야 하나? 귀찮은데.
케일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가볍게 다리를 풀었다. 그런 그에게 로잘린의 말이 귓가에 닿았다.
“공자의 이런 모습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네?”
“아니에요.”
로잘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케일에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다들 알게 모르게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케일은 이른 새벽부터 벤치에 앉아서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훈련 모습을 쳐다봤다.
모두 안다.
고대의 힘은 성장 가능성이 없는 힘이라는 것을. 그저 습득하고 사용하면 끝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그래서 케일이 훈련할 것이 없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벤치에 앉아 자신들의 훈련을 바라보는 케일의 마음을, 동료들은 모두 십분 이해했다. 그래서 훈련장에 기합 가득한 외침이 끊어지지 않았다.
“가죠.”
케일은 저택 쪽을 가리켰고 로잘린은 그 뒤를 따랐다.
으아아아!
케일은 흠칫했다. 다시 우렁찬 외침들이 들려왔다. 그는 참 무시무시하다 생각하며 얼른 저택으로 향했다.
***
케일은 영상 통신구로 툰카와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이다.
의외였다.
“너 혼자군.”
-그래.
헤롤도, 어떠한 수하도 보이지 않았다. 툰카는 홀로 케일과 마주하고 있었다.
‘뭐, 영상 통신구를 소지하는 게 들키면 안 되니 주위에 사람이 적은 건 이해하지만.’
영상 통신구를 쓰려면 마법사가 필요하다.
왕세자가 보낸 마법사와 그가 소지한 영상 통신구. 현재 위퍼 왕국은 그것으로 다른 왕국들과 연락 중이었다.
그럴 만큼 급한 사항이었으니까.
그 정도 융통성은 헤롤도 툰카도 있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 헤롤이나 참모 하나 없이 툰카 홀로 있는 게 이상했다.
영상 통신구 위로 펼쳐진 화면에 툰카의 얼굴도 선명히 잘 보였다.
케일의 눈가가 미묘하게 틀어졌다.
“얼굴색이 별로군.”
케일의 말에 툰카는 살짝 멈칫했다.
툰카의 안색이 좋지 못했다.
현재 제국군과 위퍼군은 국경에서 크고 작은 간 보기식 접전만 일어나는 중이었다.
위퍼 왕국은 아예 국경을 뚫어 제국 수도까지 쳐들어갈 생각이 아니라 국경 인근 성 몇 개만 노리는 중인데, 그 싸움이 생각보다 화끈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툰카 성격에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하던 케일은 툰카의 안색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무식한 놈이 이렇게 침울한 이유는 뻔하지.’
케일은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툰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배신자를 찾았나?”
툰카는 흠칫하더니 이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가 이럴 정도면 네 직속 수하인가 보군.”
-…그래.
케일은 툰카의 심복을 떠올렸다.
그의 왼팔 격인 펠리아, 그녀는 창과 지략이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오른팔 격인 호타, 무력이 뛰어난 이로 툰카와 비슷했다.
-…호타가 그런 놈일 줄 몰랐다.
툰카는 괴로움을 토해내듯이 말했다.
-제국의 수작에 넘어가다니! 그놈이 내 자리를 원하고 있었을 줄은!
툰카는 배신감에 손이 떨려왔다. 동시에 허무함이 찾아왔다.
그는 이 감정을 어딘가에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케일이 떠올랐다.
헤롤 참모장이 배신자를 찾아냈다. 그가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호타의 품에 마법 장치가 하나 있었고, 그것이 영상 통신구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신호를 보내는 장치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툰카는 이 과정을 케일에게 한탄처럼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케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제국도 헤롤이 마나를 느낄 줄 아는 반쪽짜리 마법사인 줄은 몰랐나 보군.’
그래서 제국 측도 호타도 대범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 장치를 소지한 호타를 헤롤이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그래서 어젯밤. 어젯밤, 호타를 참수시켰다.
케일은 비로소 툰카가 왜 제국을 공격하는 행동이 굼떴는지 알았다.
“배신자인 걸 안 것은 어제보다 더 전이지?”
-…일주일 전에 알았다.
고민했네.
케일은 툰카가 호타를 두고 고민했음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위퍼 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나는 적어도 호타는, 부족민들은 내 마음에 동조를 할 줄 알았다. 내가 저를 얼마나 믿었는데.
툰카는 케일을 보던 시선을 내려 제 두 손을 내려다봤다.
호타의 목을 친 것은 자신이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때 그의 귓가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고생했다.”
툰카는 그 말에 살짝 주먹을 쥐었다. 대장군인 그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이는 없었다.
케일의 말은 이어졌다.
“네 덕에 수많은 병사들이 살았다.”
사실이었다.
케일은 툰카가 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음을 꽤 높이 사주고 싶었다.
툰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영상 통신구 너머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 케일은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리고 내 말을 믿어줬군. 내 말을 믿어서 배신자를 찾도록 헤롤에게 지시한 것 아닌가?”
케일은 툰카가 자신의 말을 믿고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겪으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내 말을 믿어준 건 꽤 고맙네.”
케일은 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 말은 툰카의 귓가에 크게 와닿았다. 동시에 배신자였던 호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어진 케일의 말에 호타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나를 믿지 마. 나는 네 편이 아니거든. 착한 사람도 아니고.”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툰카에게 사실을 말했다.
자신은 툰카의 편이 아니었다.
이제는 지금 이 전쟁도 위퍼 왕국이 승리하는 것으로 끝나길 바라지만, 완전한 승리를 거두길 바라지는 않는다.
로운, 브렉, 정글, 그리고 위퍼. 이 상황에서 위퍼 왕국이 제국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둬 버리면 힘의 균형이 꽤 난감해진다.
그렇기에 적당히 승리하길 바란다.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이 착한 사람은 아니잖아?’
케일은 슬슬 영상 통신을 끊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툰카, 지금 네 모습은 너답지 않아. 제국을 쓸어버리려던 것 아닌가?”
케일을 멍하니 바라보던 툰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맞다. 쓸어버려야지.
제국이 괘씸했다.
툰카는 제국이 더욱더 증오스러웠다.
툰카의 눈동자가 완전히 본래의 빛을 띠었다. 케일은 그런 툰카에게 말했다.
“너답게 살아.”
나답게.
툰카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단순하다 여겨질 만큼 본래의 호탕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지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나답게 살자고.
툰카는 그리 말하며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툰카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 순간, 케일이 한마디를 더 건넸다. 여전히 무심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네 병사들도 조금 신경 쓰면서 해. 내가 약한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약한 사람이 죽는 게 마음 아프더군.”
툰카는 그 말에 생각했다.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이런 놈이?
툰카는 제 방식대로 살기로 다시 마음먹었다. 제 방식은 결코 약자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툰카는 대답했다.
-생각해 보지.
케일은 살짝 흠칫했다.
생각이라고? 툰카가 생각을 한다고?
아예 자신의 말을 무시하거나, 싫다고 대번에 말할 줄 알았다. 케일이 놀라거나 말거나 툰카는 한마디를 남기며 영상 통신 종료를 알려왔다.
-헤롤 참모장이 나 대신 회담에 나갈 거다.
케일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퍼도 회담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헤롤 정도면 적당했다.
전쟁 중이지만 어차피 헤롤은 지략보다는 툰카와 함께 비마법사 무리를 이끌던 상징성으로 참모장에 있는 것이니 그가 잠시 빠져도 상관없을 터.
“그래. 고생했는데 푹 쉬고.”
-크하하하, 푹 쉬라고? 그래, 알겠다.
갑자기 툰카가 호탕하게 웃었다. 케일은 극과 극을 오가는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툰카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영상 통신구를 끊었다.
-다음에 보지.
뚝 끊긴 영상 통신구를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보긴 뭘 봐?’
썩 보고 싶지 않았다.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던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 순간, 영상 통신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케일 공자.”
로잘린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타샤 씨와 메리 씨가 왔어요.”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반쪽짜리 성자와 가짜 성녀에게 가야 할 시간이었다.
달칵.
문이 열렸고 케일은 로잘린과 마주했다.
“…공자.”
“로잘린 씨, 왜 그러시죠?”
로잘린은 참으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로잘린도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케일과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일 무사히 마치시고 돌아오세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다녀올 것 같네요.”
그때, 5층에 있던 라온이 내려왔다.
“인간, 인간! 응?”
라온은 케일과 로잘린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
“또 뭔 짓을 하려고 그렇게 웃나, 인간?”
뭔 짓은.
케일은 별다른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나는 아픈 이를 치료해 주러 가는 것뿐이야.”
그러나 아무도, 심지어 라온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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