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6
135화.
케일은 곧바로 지하 공동 안으로 메리와 타샤를 불러들였다. 케일은 메리와 오랜만에 마주했다.
“어, 음. 여전하구나.”
여전히 메리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검은 로브로 가린 채였다. 하지만 자주 봐서 그런지 케일은 저 멀뚱히 서 있는 검은 존재가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 기쁩니다.”
여전히 내비게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딱딱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저 시꺼먼 로브 위로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도 기쁘다! 착한 메리야, 네 뼈들은 내가 가끔씩 가서 살펴봤다!”
메리를 가장 많이 반기는 이는 검은 용 라온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정글은 처음이지? 내가 다 알려준다. 나는 가봤다.”
“대단하십니다. 정글 하늘도 아름답습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정글 가려면 바다도 지난다. 이번은 힘들지만 다음에 기회 되면 범고래 아치 등에 타서 바다 구경하자!”
“기대됩니다.”
케일은 심드렁한 얼굴로 라온과 메리의 대화를 지켜봤다. 그런 그의 옆구리를 툭 치는 손길이 있었다.
꽤 센 손길이라 케일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어 보인 광경에 그 거친 손길을 이해했다.
“이, 이게 무슨.”
다크엘프 타샤였다.
그녀는 당황과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처럼 연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의 시선은 당연히 라온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에르하벤에게 닿아 있었다.
에르하벤이 라온과 메리 사이에 서서 대화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네크로맨서군.”
“금 용아, 다른 네크로맨서 만나봤나?”
“내가 너 같은 꼬맹이인 줄 아나?”
“메리야, 저 금 용의 꼬맹이라는 말은 들을 필요 없다.”
용답지 않은 유치한 대화였으나, 다크엘프에게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나.
케일은 혼란에 가득 찬 타샤의 어깨를 부드러이 토닥였다.
“타샤 씨.”
“공자- 지금 이게.”
당황한 그녀의 귓가에 케일은 속삭였다.
“정령과의 맹세 기억하지요. 왕세자 저하께는 비밀이다.”
여전히 반존대와 존대가 뒤섞인 어투였다.
타샤의 어깨가 살짝 흠칫했다. 당황으로 가득 찼던 타샤의 시선이 진정되며 케일을 똑바로 바라봤다.
케일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번은 라온에 대한 맹세니, 에르하벤 님도 넣어서 다시 맹세하는 게 더 믿음직하겠네요. 어서, 맹세하세요.”
타샤의 입가에 시원한 미소가 어렸다.
“공자는 그대로네.”
“맹세할 거지?”
“해야지요.”
타샤로선 맹세를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자신과 케일이 대화를 나눌 때 에르하벤이라는 드래곤의 눈길이 자신을 스쳐 지나갔으니까.
그리고 이어진 케일의 말에 안심할 수 있었다.
“잘 생각했어. 왕세자 저하껜 언젠가 말할 생각이니, 걱정 마.”
“내가 공자는 믿고 있죠.”
타샤는 고마움을 담아 케일을 바라봤다. 어딘가 사람답지 않고 딱딱하기만 하던 메리가 못 본 새에 달라져 있었다.
‘케일 공자님도 라온 님도, 모두 다 좋습니다. 또 가고 싶습니다. 재밌습니다.’
재미있다.
메리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그녀는 케일이 고마웠다. 왕세자 알베르처럼 메리도 자신에게는 조카와 다름없었다.
“뭘 그리 봐?”
케일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타샤는 엷게 웃음을 터뜨렸다. 케일은 저 혼자 당황했다가 비장해졌다가 흐뭇해지는 타샤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다가 에르하벤의 곁으로 다가갔다.
“에르하벤 님, 메리 보니까 어떻습니까?”
“펜드릭에게 이 아이 치료를 맡기려 했다고?”
“네.”
“흐음.”
케일은 고민에 잠긴 듯한 에르하벤에게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허약한 펜드릭을 치료한 이도 에르하벤이라 들었다.
“에르하벤 님.”
“어.”
“펜드릭 능력으로는 조금 긴가민가하지요?”
“그렇지.”
“그러면 위대하신 에르하벤 님은 다른 네크로맨서도 보셨으니,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메리를 쳐다보던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케일 쪽으로 향했다. 케일은 아부도 청탁도 아니고, 말투만 은근슬쩍이지 아예 대놓고 자신에게 저 아이 치료를 떠넘기려고 하였다.
‘문제는 그게 싫지가 않단 말이야.’
에르하벤은 그런 케일의 모습이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저를 위한 일은 없군.’
케일이 에르하벤에게 부탁하는 일 중 자신을 위한 일이 없었다. 땅 속성이야, 그건 라온의 통보였고. 나머지 일들은 동료를 강하게 해달라는 것이나 이 땅을 위험하게 할지도 모를 불길한 돌기둥에 대한 조사였다.
‘웃긴 놈.’
제 인생이 박복하건만 늘 투덜거리면서도 남을 위해 움직였다.
이러니 미울 수가 없었다.
자신은 독선적인 용이지만, 그렇기에 이타적인 존재가 기꺼워 보이는 법이었다.
에르하벤은 저를 쳐다보는 케일에게 퉁명스레 답했다.
“딱히 네 녀석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궁금해서 한번 저 아이를 살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크흠. 에르하벤은 헛기침을 하며 케일을 외면했다.
하지만 케일은 메리의 통증에 대한 치료는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단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공자.”
그리고 뜨거운 타샤의 눈빛과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검은 로브를 볼 수 있었다.
“왜?”
둘을 향해 케일은 차갑다 싶을 정도로 무심히 말을 건넸지만, 타샤는 감동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않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공자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에요.”
“감사합니다. 케일 공자님은 착하고 의로운 사람입니다.”
뒤이어 메리의 딱딱한 어조가 이어졌다.
케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선 메리가 통증을 견뎌내고 더 강해지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북 3국과의 전투에서 메리가 제대로 일을 해낼 수가 있어.’
어둠의 숲 위를 날아올 와이번 기사단. 그 기사단과의 전투에서 메리는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전투에서 초반 기선 제압이 중요한 법이었다.
북 3국이 그들의 영역을 벗어나 로운 왕국과 브렉 왕국으로 다가오는 순간. 케일은 로운 왕국의 북 최전방인 자신의 영지에서 아주 박살을 내버릴 작정이었다.
‘개박살을 내야지.’
그냥 박살로는 부족했다. 개박살을 내야 북 3국뿐만 아니라 제국과 암도 주춤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질 그들의 반응에 따라 케일과 왕세자는 세워둔 계획이 있었다.
그랬기에 케일은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로브에게 말했다.
“고마우면 얼른 나아서 강해져.”
“네.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메리의 음성은 기계적이었지만 열정도 조금 느껴졌다.
케일은 그 열정에 속으로 흐뭇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멈칫했다. 소리 소문 없이 한 사람이 곁에 다가와 있었다.
“도련님, 저번처럼 하면 되겠지요?”
시종 론이었다.
케일은 갑자기 든든함이 밀려왔다. 이번 일행 중 솔직히 론이 가장 듬직했다. 케일은 론을 보며 부드러이 말했다.
“척하면 척 아니겠어?”
“그렇지요.”
케일과 두 용, 그리고 론. 더불어 네크로맨서 메리와 다크엘프 타샤.
이렇게 케일은 다시 처음 겪어보는 조합으로 정글을 향했다.
***
“여기가 공자 땅이라고요?”
“뭐. 그렇지.”
케일은 평범한 인간으로 변신한 타샤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정글 1구역 해안가에 발을 디뎠다. 타샤는 멍하니 쳐다보다가 뒤따라 배에서 내렸다.
그들은 배를 타고 왔다.
용이 두 마리 있지만 정체를 밝힐 수도 없었으니 비행보다는 배를 택했다.
케일은 타샤와 메리의 정체도 최대한 숨기기로 말을 해둔 상태였다. 물론 타샤는 상황을 봐 정체를 드러내기로 하였다.
“케일 공자님.”
케일은 해안가에 자신을 마중 나온 이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정글의 여왕 리타나는 자신의 수족을 케일에게 보내주며 성의를 보였다. 리타나의 가장 충직한 수하이자 무장 격인 빈이 케일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랜만이군.”
케일은 빈의 인사를 받으며 힐끗 옆을 쳐다봤다.
“크르르르.”
흑표범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제 나름대로 반갑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제길.’
리타나는 제 가장 가까운 벗인 흑표범 텐을 빈과 함께 보내 케일을 맞이했다. 그만큼 그녀가 케일을 중요시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으나, 케일은 다시 흑표범을 타고 싶지 않았다.
-인간, 나도 타보고 싶은데. 나는 숨어 있어야 하지?
라온의 말은 가뿐히 무시하며, 케일은 여왕의 수하 빈에게 물었다.
“…말들을 데려왔군. 모두 승마를 하고 가야 하나?”
“마차도 하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나도-”
크르르르.
흑표범 텐이 나름 케일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전사 빈이 무뚝뚝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텐이 공자님을 뵙고 싶었나 봅니다. 여왕 폐하도 텐도 공자님이라면 태울 수 있다더군요.”
“…그렇군.”
결국 케일은 일행은 마차와 말에 각각 나눠 태운 뒤, 본인은 텐의 위에 올라탔다.
“크르르르.”
텐이 흥이 났는지 계속 그르렁거렸고, 케일은 텐의 털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전사 빈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지?”
누구를 만나냐고 물을 필요가 없었다. 케일이 만날 이는 성자와 성녀였다.
“두 분은 정글 7구역에 계십니다.”
정글 7구역.
정글은 총 15구역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7구역은 정글의 중심으로, 거대한 강이 구역을 가로지는 곳이었다.
더불어 대대로 정글의 우두머리, 왕의 궁이 그곳에 있었다.
케일은 빈을 보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램프 아래가 가장 어둡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요.”
여왕 리타나는 쌍둥이를 확실히 보호하고 있었다. 케일은 빈에게 말했다.
“얼른 가지.”
“알겠습니다.”
빈의 말이 앞장섰다. 흑표범 텐이 그 뒤를 따랐다. 케일은 그 속도에 흠칫하며 텐을 꼭 붙들었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게 이동을 했음에도 정글 7구역까지는 몇 날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7구역에 당도하자마자 케일은 감탄을 흘렸다.
‘정글에 도시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정글 도시네. 엄청난데.’
마치 건물과 나무들이 한 몸처럼 뒤섞여 있었다. 그러면서도 결코 왕국이나 제국의 여타 다른 건물들에 비해 기술이 떨어져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습니까?”
전사 빈이 7구역 안의 길을 가로지르며 케일에게 감상을 물었다. 케일은 나무를 타고 넘는 동물과 정글인들, 그들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을 보며 솔직히 답했다.
“멋있군.”
“맞습니다. 멋있습니다.”
빈에게서는 자부심이 보였다. 그는 수많은 나무들로 우거진 7구역의 중심을 가리켰다.
“지금은 나무에 가려 안 보이시겠지만 저곳이 왕궁입니다.”
“여왕 폐하는 저녁에 뵙고?”
“네. 그리고 그 전에, 으음.”
빈이 말을 못 이어도 케일은 알아들었다.
“도착하면 바로 그들부터 보지.”
“네.”
빈이 케일과 일행을 7구역의 중심으로 안내했다. 곧 7구역의 중심 왕궁이 보였다.
“음. 훌륭하군요, 도련님.”
마차에 타지 않고 있던 론이 케일의 곁으로 다가오며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케일은 그 말에 공감했다.
‘자연이 곧 궁이고, 궁이 곧 자연이라는 건가.’
몇백 년은 되었을 것 같은 나무들이 왕궁을 타고 자라고 있었다. 왕궁은 그 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특이한 배치로 지어져 거대한 산을 이뤘다.
-인간, 이런 집도 좋다! 이런 집을 한번 구해보면 어떤가?
라온의 헛소리는 무시하며 케일은 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따라오십시오.”
빈은 궁으로 다가갔다. 궁 앞의 전사들이 빈을 보자 길을 텄고 케일 일행은 별다른 막힘 없이 정글의 중심, 궁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궁을 만들기 위해 이백여 년간 공사를 했지요. 그래서 궁은 각자 특이한 형태로 지어져 있습니다.”
빈의 안내를 들으며 케일은 왕궁의 후편으로 향했다.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보였다.
수백 년은 자랐을 것 같은 나무 두 그루가 점점 자라 마침내 하나의 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줄기 아래, 아주 작은 궁이 위치하고 있었다.
빈이 멈추자, 케일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궁 아래입니다.”
“들어가지.”
케일의 말에 빈은 작은 궁으로 다가갔다. 궁 앞을 지키는 전사들은 다른 곳보다 더 무예가 깊어 보였다.
그들은 빈의 손짓에 궁문을 열었다.
“일행분들 다 같이 가십니까?”
“그래.”
케일은 마차와 말에서 내린 일행이 자신의 뒤에 서자, 궁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궁은 하나의 홀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홀 안에서 전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확실히 리타나는 쌍둥이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홀 중앙에는 지하로 향하는 문이 존재했다.
끼이이익.
전사 빈은 그 문을 열었다.
지하로 향하는 길은 깔끔했다. 그리고 밝았다.
“여깁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빈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타닥. 타닥. 케일은 자신과 일행이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 계단이 꽤 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궁은 지하가 중심인가?”
“그렇습니다. 두 나무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궁 아래에 거대한 지하를 파두었지요. 그리고 지금 지하에는 시종 한 명과 최상급 전사, 그리고 두 분만 계십니다. 원래는 저도 있었죠.”
확실히 이 정도면 안전한 축이었다.
“한참 내려간 것 같은데, 아직 멀었나?”
“이제 다 와 갑-”
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저 아래.
지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끄, 으아아아악!”
비명 소리였다.
한 여자의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비명이 들려왔다.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툭.
그때, 케일의 어깨 위에 무언가가 올라왔다. 고개를 돌린 케일은 흠칫했다. 어깨에 올려진 검은 소매와 그 너머 검은 로브가 보였다.
검은 로브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물게 감정이 드러나는 목소리였다.
“발작입니다.”
“뭐?”
“위험합니다. 죽은 마나 중독 중기로 들어서는 징조입니다. 아주 아픕니다.”
“으아아! 크윽, 아악!”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메리는 빠르게 말했다.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소드마스터 하나가 한계에 달했다.
케일은 메리의 말에 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빈에게 명령했다.
“서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