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7
136화.
타닥. 타닥. 타닥.
돌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소드마스터 하나의 비명 소리가 일행의 귓가를 더 자극했다.
“빈, 분명 초기라고 하지 않았나?”
케일의 물음에 빈이 다급히 답했다.
“네. 분명 어젯밤 전령을 받을 때만 해도 초기였습니다.”
케일은 물론이거니와 여왕 리타나도 최상급 포션을 다량으로 전달해 소드마스터 하나가 최대한 초기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케일의 등 뒤에서 다크엘프 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기에 들어서는 징조이지, 아직 중기는 아닙니다. 물론 위험하지만요.”
그녀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담겨져 있었다.
케일은 지하로 내려가며 메리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정글로 오는 배 안에서 케일은 그녀에게 물었다.
‘방법이 있다고 했지?’
‘네. 소드마스터라면 가능해요.’
‘…메리, 나는 그저 숨만 붙어 있길 원하지 않아.’
‘알아요. 살립니다.’
메리의 대답은 확고했다.
케일은 메리가 조금 맹해 보여도, 적어도 헛소리는 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타닥. 타닥.
지하 계단 아래 문이 보였다. 문이 열려져 있었다.
비명이 흘러나온 이유가 있었다.
지하로 들어서는 거대한 문에서 시종이 문을 닫지도 열지도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무슨 일인가?”
“아, 빈 님!”
시종의 안색이 확연히 밝아졌다. 케일을 곧바로 빈과 함께 문으로 향했다. 열려진 문 틈 사이로 복도가 보였고 방문이 하나 보였다.
“으아아악!”
그 문 사이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저곳이다.
시종이 다급히 빈에게 보고했다.
“대략 두 시간 전부터 손님께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호위께서 현재 방 안에 들어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 중이시고 저는 보고를 하러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서.”
손님. 소드마스터 하나를 가리켰다. 케일은 타샤의 감탄이 서린 탄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시간이나 버티다니. 인내심이 엄청난데.”
케일은 타샤를 보려다가 검은 로브와 시선이 닿았다.
“간신히 버티는 겁니다. 얼른 들어가야 합니다.”
케일은 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문가에서 빈과 시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발작이 심해서 도저히 진정시킬 수가-”
“비켜.”
“…네?”
시종과 빈 사이로 한 사람이 들어섰다.
시종은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거부하기 힘든 기세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그 남자는 케일이었다.
“공자님.”
빈이 케일을 부르며 본인이 앞장서려고 했다. 하지만 케일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잠시 그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 케일은 두 손으로 거대한 문을 밀었다.
끼이익-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케일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당연하다는 듯 메리와 타샤, 그리고 용 두 마리와 론이 따랐다.
빈은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종에게 지시를 내렸다.
“폐하께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하게.”
“아, 네, 네!”
빈은 시종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케일의 뒤를 따랐다. 케일은 이미 복도 안쪽의 열린 방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케일은 고급스러운 카펫을 밟은 채 문 앞에 섰다.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밝은 불빛으로 환한 방 안은 내부가 잘 보였다. 케일 뒤로 따라오던 시종 론은 내부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 끔찍하군.’
론이 보기에도 조금 끔찍한 광경이었다.
“으윽, 으아아아!”
침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지를 비틀며 괴로워하는 소드마스터 하나가 보였다.
사실 그녀인 줄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으아아아!”
온몸에 검은 핏줄이 터질 듯이 불거져 있었다. 코, 눈, 귀, 얼굴의 모든 구멍이라는 구멍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검은 연기가 그녀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아. 아-”
그녀는 쉰 목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얼마나 비명을 참아댔는지 입술이 다 뜯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나, 하나! 제발, 오, 신이시여!”
그런 하나의 침대 맡에는 성자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조차 못 하고 있었다. 혹시 기도를 했다가 태양신의 힘으로 죽은 마나에 중독된 하나가 다칠까 봐 기도도 할 수 없었다.
“제발. 하나, 조금만 더 힘을! 제발!”
성자는 하나를 보며 간절히 말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러면 분명히 살길이 생길 것이다.
수십 개는 될 법한 최상급 포션 빈병이 방 안을 나뒹굴고 있었다.
두 시간 전, 갑자기 하나는 발작을 시작했다. 아무리 최상급 포션을 써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으윽, 윽.”
성자는 제 쪽으로 향해 붉게 충혈된 눈동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정화를 하고 싶다.’
점점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동생을 보며 그는 오빠로서, 그리고 성자로서 부딪치고 있었다.
성자로서, 치유력뿐이지만 동생을 정화시켜 이 죽은 마나와 어둠의 속성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동생도 지워진다.
그걸 알기에 그는 제 두 손을 꽉 맞잡았다. 그는 그저 동생의 눈동자를 보며 간절히 말했다.
“하나, 조금만 더 버티면! 그러면!”
“그러면 괜찮아지지.”
툭. 성자의 어깨 위에 손이 하나 올려졌다. 그 손길과 동시에 성자는 깨달았다.
제 쪽을 향했다고 생각한 동생의 눈동자는 제 어깨너머를 보고 있었다. 성자는 익숙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케일 헤니투스였다.
그가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버텼다. 그리고 조금만 더 버텨라.”
성자는 그 순간 안도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숨을 토해내는 순간 심장을 꽉 움켜쥐는 압박감을 느꼈다.
성자의 시선이 케일 뒤를 향했다.
검은 로브와 한 여자.
두 존재를 보는 순간, 성자는 맞잡은 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본능이. 태양신이 내려준 재능이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죽은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 그리고 다크엘프.’
태양신 교단에서만 살아야 했고, 살아온 그에게 가장 큰 적. 그 적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치유력 밖에 없는 성자였지만 그는 극심한 충동에 휩싸였다.
‘…없애야 한다. 정화해야 한다.’
그의 신이 내려준 정의가 그를 휘감기 시작했다. 성자의 눈동자가 이전과 다른 의미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때였다.
꽈악.
그의 어깨를 잡은 손이 힘을 주었다.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아프게 어깨를 쥔 손에 성자는 고개를 돌렸다.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케일은 성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동생을 살리러 온 분들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왔습니다.”
성자는 담담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씨를, 네 동생을 살리고 싶지 않습니까?”
성자는 제 두 손을 꽉 맞잡았다. 그는 제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메리와 타샤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케일에게 말했다.
“참을 수 있습니다.”
태양신이 내려준 본능은 참을 수 있다.
성자는 오늘 케일이 처음으로 미소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버티세요.”
짧은 말을 남기고 케일은 곧바로 메리와 타샤에게 지시했다.
“시작해.”
“네.”
“네.”
두 존재는 곧바로 하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케일도 침대 가까이로 다가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를 향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녀가 잘 들을 수 있도록 귓가에 대고 말했다.
“하나.”
메리는 말했다.
‘소드마스터라서 가능해요.’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지만 그 사람이 가진 오러라면 죽은 마나를 융합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융합 후엔 어둠의 속성을 지니게 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융합은 제가 합니다.’
케일은 하나에게 말했다.
“오러를 최대한 일으켜. 죽은 마나와 오러가 융합되도록 돕는 힘이 있을 거다. 그 힘이 만든 길을 따라가.”
“으윽, 윽.”
무언가 말하려는 듯 하나는 입을 움직였지만 그 입에서는 피와 함께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케일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더 건넸다.
“꼭 살자.”
그 순간, 하나는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몸에서 금빛 오러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메리의 걷어진 소매 사이로 검은 거미줄 같은 흉터가 가득한 그녀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타샤가 하나를 일으켜 앉혔고 메리의 두 손이 하나의 등에 닿았다. 메리의 목소리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제가 이끄는 대로 오러를 일으키세요.”
그와 동시에 다크엘프 타샤는 하나와 메리를 감싸는 검은 안개를 일으켰다.
케일은 뒤로 물러섰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메리가 소매를 걷는 순간, 이미 론과 빈이 방 안에 있던 최상급 전사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아두었다.
그는 방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자가 덜덜 떨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에르하벤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인간, 황금 용과 내가 이 성자 감시하겠다.
어둠의 속성이 아닌 에르하벤과 라온은 지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케일도 마찬가지인지라, 그는 성자 쪽으로 걸어가 그 옆에 섰다. 성자를 사이에 두고 케일과 에르하벤이 서 있는 형태였다.
케일은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된 네크로맨서는 오랜만에 보네.”
방 안에는 점점 검은 기운이 가득 차고 있었다. 케일은 죽은 마나 독도 아닌지라 별다른 감흥 없이 이를 바라봤으나, 그렇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었다.
“허억. 허억.”
성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태양신 성자에게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케일은 그를 잠시 보다가 에르하벤을 보며 말했다.
“최후의 네크로맨서 죽음 뒤에 처음으로 탄생한 네크로맨서죠.”
“그렇군. 여하튼 대단하네. 저렇게 다른 사람의 죽은 마나를 이끄는 건 본인한테도 괴로울 텐데.”
케일은 에르하벤의 말에 성자가 멈칫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글로 오는 배에서 타샤는 케일에게 은밀히 다가와 말했다.
‘융합 과정에서 메리가 제일 아플 거예요. 그 성녀보다 더 괴로울 겁니다. 하지만 메리가 강경하게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아이의 선한 마음을 공자는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저 네크로맨서, 메리는 가난한 부모와 함께 ‘죽음의 사막’을 넘어가다가 죽은 마나에 중독되어 가족도 잃고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성자의 고개가 천천히 케일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중독된 상태라 살아남으려면 본인이 어둠의 속성을 지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네크로맨서가 되었지요. 그리고 그녀는 하나 씨를 살리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성자는 케일의 말이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다. 동시에 검은 로브의 여자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티세요! 내 쪽으로 죽은 마나 기운을 다 밀어내는 겁니다.”
그렇게 외치는 검은 로브 여자의 흉터 가득한 두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크엘프는 그 옆에서 검은 로브의 여자에게 검은 연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성자는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자님, 하나 씨도 어둠의 속성을 지닐 겁니다. 살아남으면요.”
케일은 그것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나의 비명 소리와 메리의 외침, 그리고 타샤의 간절한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뒤엉킨 자리에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공자.”
성자였다. 그는 케일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케일은 성자를 바라봤다. 성자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선의를 압니다.”
그때, 케일과 성자 사이로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성자다.”
그 말이 성자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났지만 성자는 두 손을 풀지 않았다.
태양신이 내려준 정의. 그것보다 우선하는 것을 그는 이제 알았다.
그때 그의 손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성자는 눈을 떴다. 두 손 위에 포션이 흐르고 있었다.
“참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다치면 안 되잖습니까.”
케일이 성자의 손 위에 포션을 붓고 있었다. 성자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 눌렀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주 가까이.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성자는 비로소 자신이 선을 배웠다 생각했다. 그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왔다.
케일은 성자가 괜찮아진 것 같아 보이자, 다시 하나와 메리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우물쭈물하는 목소리였다.
-인간, 미안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케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나는 네가 그냥 치료만 한다면서 음흉하게 웃길래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인간, 역시 너는 착하다. 조금 이상할 때가 있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심성이 곱다.
케일은 그 말을 무시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 저 소드마스터는 낫겠지?
당연하지.
하나는, 가짜 성녀는 살려야 한다.
죽은 마나 폭탄에 중독되었지만 결국 그 어둠을 물리치고 살아나 금빛을 뿜어내는 성녀.
공격력만을 담당하는 성녀와 달리 치유력만을 지닌 선한 성자.
이 얼마나 태양신 신도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가득 채우겠는가.
성자와 성녀는 진짜가 되어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다.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그렇게 오러로 길을 만들면 돼요.”
“힘내세요. 할 수 있습니다.”
타샤의 외침이 뒤를 이었다.
케일은 ‘나올 수 없는 길’ 동굴에서 본인이 소드마스터 하나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제국이든 성자와 성녀의 관계든 그 모든 것들을 떠나서.
‘널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데려다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케일은 적어도 본인이 내뱉은 것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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