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하지만 그 쇼는 아직 머나먼 이야기였고, 그 앞엔 산재한 문제들이 많았다.
‘물론 내가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케일은 여유롭게 정글 특산품이라 불리는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현재 케일은 정글의 여왕 리타나와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 중이었다.
탁. 케일이 찻잔을 차탁에 내려놓는 순간, 리타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자에게 받은 정보에 따르면 연금술 종탑에서 진행하는 연구 중엔 전쟁용과 살상용이 많았어요.”
리타나는 종탑에 대해 말하면서 얼굴 가득 혐오감을 드러냈다. 케일은 그 혐오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림짐작이 되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그런 연구를 하려면 실험을 많이 해야 할 텐데요.”
케일이 슬쩍 건네는 말에 리타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뜨거울 텐데. 케일은 리타나의 입천장이 괜찮을까 생각했다.
탕!
하지만 유리 테이블 위에 거칠게 찻잔을 내려놓은 리타나의 모습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타나의 검은 눈동자 가득 분노가 들어차 있었다.
“용서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일 수가 있나요!”
케일은 화가 난 리타나를 보며 다시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연금술이든 마법이든, 전쟁용이나 살인용일 때에는 실험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실험은 대부분 오크나 고블린이 대상이었다.
케일이 보기엔 그것도 썩 좋은 방식이 아니었지만, 이번 연금술 종탑에 대한 정보는 그 방식을 뛰어넘는 잔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국은 아직 노예 제도를 유지하는 몇몇 국가 중 하나다.
당연히 실험용은 노예들이었다.
또한 동물들도 많이 죽었다.
그렇기에 노예도 없고 동물과 벗을 이루는 정글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여왕은 케일을 보며 말했다.
“공자가 보기에도 정말 잔혹하지 않나요?”
“그렇죠.”
“맞아요. 그러니 구해야죠.”
음?
케일은 찻잔을 든 채 리타나를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뜨거운 눈빛에 뒤통수가 서늘해져 왔다.
“공자, 나는 제국 황실과 연금술 종탑에 악감정이 있어요.”
1구역을 불태운 것은 황태자와 연금술의 합작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땅을 노릴 생각도 없고, 제국민들을 죽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 대가리, 아니, 음음, 여하튼 우두머리만 없애고 싶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런 연구를 막고요.”
“…이걸 알베르 왕세자 저하께 전달하면 되는 겁니까?”
리타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 쪽 의견은 그렇다고 왕세자 저하께 전달 부탁드려요.”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로운 왕국이 중심이 되어 각 왕국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케일과 왕세자를 제외하면 지금 이 대륙 형세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이가 없었다.
위퍼, 브렉, 정글.
세 곳은 제국과 북 3국이 협력 관계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암’을 전투단으로 둔 비밀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오로지 케일과 왕세자 알베르 측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비밀 단체의 존재는 회담 자리에서 밝힐 예정이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내렸다.
“그렇게 전달하죠. 그런데 리나 씨.”
“네.”
케일이 찻잔을 내려둔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며 진지한 얼굴을 했다. 덩달아 리타나도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이왕이면 아예 종탑을 박살 내버리면 좋지 않을까요?”
“….네?”
“아. 박살이라는 단어는 너무 과격했군요. 무너뜨린다는 말로 바꾸죠.”
“네?”
리타나는 순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케일을 쳐다봤다. 태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그들의 잔혹함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리나 씨도 그런 심정 아닙니까?”
“…그렇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종탑은 말이 종탑이지, 꼭대기 지붕의 거대한 종을 빼면 마탑보다 더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었다.
케일은 리타나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리타나는 순간 기분이 조금 묘했지만 담담하게 수긍하는 케일의 모습에 다시 찻잔을 쥐며 입을 열었다.
“몇백 년을 이어온 종탑을 부수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그러면 좋지만.”
“그러네요.”
케일은 리타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생각했다.
‘종탑 부술 때, 정글의 전사도 몇 명 데리고 갈 수 있겠는데.’
이미 케일은 종탑을 박살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 했다.
그래야 제국을 이루는 기둥이 하나 사라진다.
제국은 연금술과 태양신 교단이 두 기둥이고 황실이 지붕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사람들은 제국의 기둥 중 하나인 태양신 교단이 무너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케일은 종탑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기둥을 하나 세울 작정이었다.
바로, 새로운 태양신 교단이었다.
‘아니, 기둥보다는 아예 토대라고 보면 더 맞겠네.’
기둥이 세워지는 땅. 그 땅을 새로이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은 케일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종탑은 남들이 부수게 시키고 그 뒤에는 그저 방관을 할 작정이었다. 그러려고 지금 사서 고생 중이었다.
그 고생 중 하나가 리타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면 공자가 성자와 성녀를 보살펴 주시는 건가요?”
케일은 리타나에게 성자와 성녀를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네. 리나 씨가 괜찮다고 하신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저야 상관없어요.”
진짜 성녀와 성자라면 후에 제국을 압박할 때 도움이 되겠지만 가짜 성녀에 반쪽짜리 성자다. 리타나는 이미 성자에게 정보도 다 넘겨받은 터라 딱히 둘이 필요치 않았다.
“그럼,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리타나는 짐 덩이, 어쩌면 시한폭탄과 같은 쌍둥이를 떠안으려는 케일을 가만히 바라봤다. 케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검은 로브는 아시죠?”
“알아요. 비밀은 철저히 지켜야죠.”
왕세자는 리타나에게 죽은 마나 폭탄에 대응할 존재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 존재를 케일이 데려왔고, 이는 당연히 극비로, 리타나도 빈과 직속 수하인 전사 몇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리타나는 빈 찻잔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케일도 더 할 얘기가 없었기에 뒤따라 일어섰다. 그녀는 케일을 보며 물었다.
“바로 떠날 건가요?”
“성녀가 괜찮아지는 대로 최대한 빨리 이동하려고 합니다.”
리타나는 그 대답에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요. 공자 곁이라면 그녀도 얼른 나을 것 같고.”
최고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타나는 뒷말을 삼켰다. 케일이 말하던 최고의 복수.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을 케일이라면 쌍둥이에게 전해줄 것 같았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늘 남을 먼저 생각할 수가 있지.’
그녀는 케일처럼 살 자신이 없었다. 대신에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다.
“공자, 나중에 해안가까지 호위는 제가 책임질게요.”
“네, 감사합니다.”
케일은 리타나의 호의에 굳이 안 따라와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귀찮아질 것 같아 그러려니 호의를 받아들였다.
‘용이 두 마린데.’
호위가 필요 없는 케일의 전력이었다.
***
덜컹. 덜컹.
흙길을 지날 때마다 마차가 덜컹거렸다. 마차 한 대가 해리스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달칵. 스으윽.
마부석 쪽의 창문이 열렸다. 마부 역을 하고 있는 론의 얼굴이 나타났다.
“도련님, 며칠 새 비가 내려서 그런지 해리스 마을로 가는 길이 조금 험하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소파가 푹신해서 괜찮아.”
케일은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맞은편에 에르하벤이 다리를 꼰 채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차의 지붕에는 타샤가 앉아 있었다.
자리도 비좁고 도저히 용 두 마리와 함께 타기 버겁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에르하벤과 케일 자신의 옆. 그곳은 케일 눈에 난장판이었다.
우선 소드마스터 하나는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한 채로 마차 좌석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채 메리와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여자 옆에 성자 잭, 그리고 라온이 있었다. 검은 용이 말했다.
“성자야, 너도 어둠의 숲에 가본 적이 없느냐?”
어디 황제가 신하에게 말하는 말투였다. 성자 잭은 공손히 답했다.
“네, 드래곤 님. 저는 제국 수도 밖도 이번에 도망 나올 때 처음 나와봐서.”
“그렇구나! 내가 구경시켜 준다! 마을 구경도 시켜준다!”
가만히 있던 메리가 대화에 참여했다.
“저도 세상 구경을 못 하다가 드래곤 님이 시켜주셨습니다. 세상은 좋은 곳이 많습니다.”
메리도 그렇고 성자도 그렇고. 세상살이 모르는 맹한 두 사람은 어째 라온과 쿵짝이 잘 맞았다.
속으로 혀를 차며 이 광경을 보던 케일과 잭의 시선이 부딪쳤다. 잭은 케일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붕대로 꼼꼼하게 감싸고 있었다.
케일은 짱돌 동굴에 데려가야 하는 만큼, 성자와 성녀에게 제 일행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 일행 안에는 용이 두 마리 있었다.
그때 성자는 아주 감격한 목소리로 케일에게 말했다.
‘역시 깊은 뜻을 지니신 분 곁에는 빛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케일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반면에 성녀는 꽤 마음에 드는 반응을 보였다.
‘잘됐네.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뭘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아도 뻔했다.
용이 두 마리라는 소리에 어찌나 기뻐하던지. 하나는 복수를 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차라리 그런 반응이 속 편한 케일이었다.
“후우.”
케일은 순간 한숨 소리가 들려오길래 모르는 새 자신이 내뱉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골드 드래곤 에르하벤이 라온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 참, 용이 가이드하는 건 용생 처음 보네. 말세다, 말세야.”
요즘 에르하벤은 말세를 그렇게 찾아댔다.
케일은 익숙해졌기에 그러려니 하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지하 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푹 쉬는 쪽을 택한 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일은 새로운 일행을 둘 데리고 지하 공동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를 저택에 남아 있던 이들이 다가와 반겼다.
하지만 성자와 성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냥 반가움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케일은 동료들의 표정을 살폈다.
“오, 새 식구분들이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부집사 한스만이 밝았고, 늑대족 아이들은 비크로스와 론의 눈치를 봤다. 그때, 비크로스가 입을 열었다.
“식사 준비를 두 명 더 늘려야겠습니다.”
비크로스가 넘어가자 늑대족 아이들은 몸에 맺혀 있던 긴장감을 풀었다. 케일의 시선은 최한과 로잘린에게로 향했다.
최한은 담담하게 먼 곳을 쳐다봤고, 로잘린은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그렸다.
로잘린과 소드마스터 하나.
둘은 바다 위에서 이미 한 번 싸웠다. 케일은 두 사람이 싸우면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야, 이 언니 너무 강한데?’
‘그렇지? 내가 조금 강한 마법사란다.’
‘…언니 말고 마법사가 또 있나 봐?’
‘우린 비밀 단체라니까?’
금빛 오러가 쏘아지고 마법이 날아다니던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케일은 로잘린의 미소에 괜히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그때였다.
하얀 로브가 앞으로 나섰다.
사르르륵. 소드마스터 하나는 후드를 벗어 내렸다.
“음.”
“아.”
검은 거미줄 같은 흉터로 뒤덮인 하나의 얼굴이 드러났다. 몇몇 이들은 침음을 흘렸다.
하나는 이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손이 나타났다. 하나는 고개를 들었다. 로잘린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나는 손을 내밀다가 자신의 흉측한 손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나 그 손을 다른 손이 냉큼 잡았다. 역시 로잘린이었다. 그녀는 하나에게 말했다.
“환영해요.”
로잘린과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다. 케일은 로잘린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역시 로잘린은 제 뜻을 가장 잘 알아주는 이였다.
케일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피곤하니 일단 쉬자.”
일단은 피곤하니 드러눕고 싶었다.
***
몇 주가 흘렀다.
열대야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여름의 절정이 지나고 있을 때. 케일은 제 바람대로 대리석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돌 위가 시원해.’
넓은 5층. 케일은 카펫을 치우고 차가운 대리석 위에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으아아악!
우아아!
창밖으로 여전히 기운 넘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훈련이 한창이었다. 물론 케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톡. 톡. 포도를 하나씩 떼어먹으며, 케일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그 순간, 케일은 대리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서늘함이 뒷목에 내려앉았다. 그의 시선이 곧바로 책상 위로 향했다.
때마침 영상 통신구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왕세자다.
저건 알베르의 연락이라는 소리였다.
“하아.”
케일은 몸을 일으켰다. 올 줄 알았던 연락이었다.
지금까지 이때를 대비해 뒹굴며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이제 그 에너지를 써야 할 때였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 연결을 위해 5층 문으로 향했다.
라온이나 로잘린을 불러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끼이이익.
힘없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라온이 들어오고 있었다.
“라-”
“말 시키지 마라.”
음?
케일은 멈칫했다.
날아 들어오는 라온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그 날갯짓은 힘이 없었다. 눈꼬리가 아래로 축 내려가 있었다.
라온은 앞발과 뒷발을 힘없이 축 늘어뜨린 채 둥둥 날아가고 있었다.
‘왜 이래?’
케일은 라온의 저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때 방으로 한 사람이 더 들어섰다. 아니, 한 용이 더 들어섰다.
“에르하벤 님.”
골드 드래곤 에르하벤이었다.
에르하벤은 라온을 힐끗 보다가 케일을 보며 입을 열었다.
“크흠, 큼. 내가 가르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네?”
“쟤 꽤 똑똑해. 세 달 배울 걸 한 달 만에 배울 정도야.”
갑자기 무슨 소린가.
케일은 에르하벤의 뜬금없는 소리와 라온의 풀죽은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의문 어린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에르하벤은 제 할 말을 했다.
그 역시도 의문 어린 표정이었다.
“그런데 안 커.”
“…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의아해하는 케일에게 에르하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1차 성장을 안 해.”
음?
“할 때가 됐는데. 왜 저렇지? 빨리 그릇을 만들어놔야 덩치도 크고 그럴 텐데.”
그제야 케일은 에르하벤의 말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과 눈이 마주쳤다.
“…인간, 말 시키지 마라.”
그러고선 침대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기어 들어갔다.
“…난 위대하니까 내 할 일은 한다.”
그러면서 영상 통신구는 연결해 줬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가 라온의 마법으로 푸른빛을 띠며 왕세자와의 연결하는 것을 보며 침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라온 크기만큼 이불 중간이 동그랗게 불퉁 튀어나왔다.
에르하벤은 한숨과 함께 방을 나갔고, 케일은 침대와 꽤 떨어져 있는 영상 통신구 위에 떠오른 왕세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왕세자는 케일을 보자마자 툭 내뱉었다.
-표정이 왜 그래? 더위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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