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케일의 반응에 위티라와 케일 일행이 멈칫했다. 놀란 위티리가 케일에게 다가갔다.
“공자, 엎으려고요?”
로잘린은 케일의 말에 실효성을 검토하려는 듯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최한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케일 님, 진짜 엎으시게요?”
케일은 갑자기 방긋방긋 웃는 라온을 뺀 일행의 놀란 반응에, 떨떠름하게 답했다.
“아니. 그게, 뭐.”
평온한 목소리가 숲 안에 울려 퍼졌다.
“배를 뒤흔들어 주면 좀 더 쉽게 세상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우리 손 덜 쓰고 알아서 황천길로 가주면 좋잖아?”
담담하게 내뱉는 말에 주술사 뒤에 서 있던 호랑이족 전사들이 살짝 움찔하며 케일을 쳐다봤다.
미리 위티라에게 들었지만, 안 그래도 케일 뒤에서 웃고 있는 드래곤 때문에 긴장해 있던 그들은 한층 더 케일을 빤히 쳐다봤다.
케일은 자신을 향한 주술사의 흰자위와 호랑이족 전사들의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그때 그의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론의 감탄이었다.
“도련님, 정말 이 주술사분이 영험하신 것 같군요. 도련님 생각도 알아맞히고, 도련님이 망나니처럼 행동하시다가 이렇게 장성하지 않으셨습니까?”
음?
“갑자기 망니니 얘기가 왜 나와?”
케일은 론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론은 그 질문에 흐뭇한 척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남자. 그 말은 망나니로 살아왔다가 지금의 도련님 모습으로 바뀐 것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케일은 흠칫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남자. 그게 그걸 가리키는 말이 아닌데.
하지만 케일은 론의 해석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케일 공자가 망나니 같았던 때가 있나요?”
“그럴 리 없습니다. 공자님은 망나니가 아닙니다.”
놀란 위티라, 그리고 메리의 기계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메리는 여전히 기계적으로 말했지만 다다다 쏟아내듯이 내뱉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소드 마스터 하나는 묘한 눈동자로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답했다.
“지금도 망나니가 아닌 건 아닌데.”
지금도 충분히 망나니 아닌가?
안락한 미래를 위해서이기는 하다만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사기도 꽤 치고.
케일은 그리 생각했다.
피식.
케일은 위티라가 자신의 대답에 피식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케일에게 다 안다는 눈빛으로 답했다.
“전 또 무슨 진짜 망나니라고. 그런 뜻이군요.”
…그런 뜻이 뭔데?
케일은 위티라가 어느 지점에서 납득하여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메리가 둘러쓴 검은 후드가 끄덕이는 것을 보아 메리도 납득한 것 같아 보였다.
그때 최한이 듬직하게 말했다.
“과거의 행동은 모두 케일 님의 연기였죠. 평온하게 지내시다가 스스로의 뜻을 세우고 난 뒤, 움직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린가.
케일은 최한을 기가 막힌 얼굴로 쳐다봤다. 최한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쑥스러워서 아닌 척하셔도 다 압니다.”
허, 참.
케일은 정말로 기가 막혔다. 그때 가만히 있던 로잘린이 입을 열었다.
“사실 케일 공자가 망나니였던 건 귀족 사회에서는 조금 유명한 사실이었는데. 저도 그 사실을 믿었다가 케일 공자를 실제로 만난 후 공자가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로잘린의 말에 위티라가 감탄했고, 메리는 검은 후드를 쓴 채로 계속 고개를 주억거렸다.
케일은 할 말이 없어졌다.
진정한 모습은 백수를 꿈꾸는 일개 귀족 자제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말해도 또 이상하게 해석할 것 같았다.
그때 케일은 왠지 오른쪽 뺨이 따가운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소드 마스터 하나.
그녀가 아주 사악한 놈을 본다는 눈빛으로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가 막혀하는 눈빛에 케일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케일은 한층 안정된 마음으로 주술사를 바라봤다. 여전히 흰자위만을 드러낸 눈동자로 케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험하네.’
확실히 영험했다. 주술사는 아닌 것 같고 무당 같지만.
케일은 궁금증이 일었다.
내가 누군지 알려나?
그의 입이 열렸다.
“내가 누구지?”
뜬금없이 튀어나온 케일의 물음에 일행은 케일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케일이 누군지 여기서 모르는 이가 있는가.
하지만 케일은 호랑이 주술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주술사의 입이 열렸다.
“제가 들은 건 아까 말한 게 다입니다.”
“…그렇군.”
케일은 주술사의 말에 아쉬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술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또.”
“…더 있나?”
케일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스며들었고, 그는 한층 기대감을 담아 주술사를 쳐다봤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우리에게 새로운 터전을 안겨다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건 틀렸다.”
케일은 주술사의 말에 즉답을 했다.
‘새로운 터전이라니. 물론 호랑이족을 끌어들여 북 3국 기사들을 상대하면 엄청나긴 할 거지만.’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자신의 뇌를 탓하는 움직임이었다.
주술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주술사는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호족의 대표로 온 주술사이자, 가샨이라고 합니다. 드래곤 님을 비롯하여 서대륙의 대단하신 분들을 뵈어 영광입니다.”
주술사 가샨은 목조 건물을 가리켰다.
“들어가서 이야기를 이어 하지요.”
“그러지.”
케일은 목조 건물로 향하며 하이스 섬 지도를 떠올렸다.
하이스 섬 9.
1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데 모여 붙여진 이름 하이스.
하이스 섬 2, 12에는 현재 고래족과 호족들이 각각 모두 모여 대기 중이었다.
***
케일은 현재 하늘을 날고 있었다. 투명화를 한 그는 허공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 입을 열었다.
“저들인가?”
“네. 공자.”
위티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망망대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바다 한가운데. 수십 척의 크고 작은 배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작은 배라고 해봤자 큰 배에 비해서 작을 뿐, 못해도 중형급은 되는 배였다.
케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네.”
그리고 그의 말에 답해줄 이들은 많았다.
케일은 라온의 힘으로 비행 겸 투명화 중이었고 위티라는 로잘린의 힘으로 비행 겸 투명화 중이었다.
마지막은 주술사 가샨.
케일은 옆을 쳐다봤다. 유일하게 투명화하지 않은 존재 까마귀. 가샨은 하이스 섬 9에 있었지만 까마귀를 만들어내어 일행과 함께했다.
까마귀를 통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만, 저들 중 강자는 중심에 뭉쳐 있는 배 다섯 척입니다. 그 다섯 척에 ‘암’ 전투단 1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조는 20명이라고 합니다.”
20명. 다른 조와 달리 유독 조원 수가 적은 1조였다.
이어 위티라가 말했다.
“현재 바다 생물들을 통해 저들에 대한 감시를 이어가고 있어요. 아마도 5일 안으로는 하이스 섬 군락들 부근에 당도할 것 같아요.”
케일은 론이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도련님, 저는 동대륙의 암과 싸워봤습니다. 뒷세계에 있는 놈들인데 은신이나 암살보다는 전투와 살인에 특화된 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1조 조원을 따르는 하급 전투 요원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한 용병 길드 정식 요원보다 강할 것입니다.’
케일은 수십 척의 배를 보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강하겠는데.”
생각보다 상대 전력이 강했다.
“음.”
케일은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고래족 10명에 호족 20명가량.
그리고 자신의 일행.
가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호족이 모두 살아 있었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한스럽군요.”
케일은 호족이 어떻게 멸족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호랑이는 무리 생활을 안 하지.’
호랑이족도 무리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독 산이 많은 동대륙. 산 하나에 한 가족이 머물며 동대륙 전역에 흩어져서 살았다.
그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죽인 것이 암으로, 그때마다 수백여 명이 총 5개의 조로 이루어져 덤벼들었다고 한다.
그 설명을 하며 가샨이 말했다.
‘어느 날 자연께서 저에게 말해주셨습니다. 호족을 모으라고요. 그때, 한 호족이 죽어가며 보낸 전령이 도착했고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산에만 처박혀 신선처럼 살던 호족은 대륙 정세에 어두웠고, 하도 떨어져 살아 저들끼리도 동족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렇게 이백여 명은 되던 호족은 단 스무 명만이 남게 되었고, 그들이 모두 모여 하이스 섬으로 왔다.
그렇기에 호족 스무 명 중에 전력으로 나설 이는 15명가량이었다.
“흐음.”
여전히 고민하는 케일에게 위티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 아무래도 우리 전력으로는 피해가 클까요?”
그녀의 입에서 진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숫자가 적어도 고래족에 호족이다.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다만 상대가 수백 명이나 되니, 피해가 클까 그것을 걱정했다.
위티라는 고민 어린 기색으로 말했다.
“다른 왕국들 도움을 받을 걸 그랬나 봐요.”
고래족도 현재 모든 인원이 오지 않았다. 고래 왕 시켈러를 비롯한 몇몇 이들은 북 3국의 상황을 감시하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리티가 근심 어린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전력이 줄어들면 안 되는데.”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자연 재해가 가장 무섭겠지?”
“네?”
케일은 배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갑자기 저들이 지나가는 바다에 수십 개의 소용돌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휘이잉.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바닥만 한 작은 소용돌이가 생겼다.
투명화한 케일 손바닥 위의 ‘바람의 소리’였다.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용돌이를 발견한 저들은 놀라면서도 소용돌이를 피하려고 하겠지. 그때, 섬들이 보이는 거야. 쭉 이어진 하이스 섬 15개가. 그러면 그들은 그 섬으로 향하겠지?”
5일 뒤를 떠올리며 케일은 말했다.
“그사이 소용돌이를 피할 능력이 없는 항해사를 둔 몇몇의 배는 휩쓸려 난파되겠지. 그리고 바다에 빠질 테고. 바다에 빠지면 그들은 별달리 힘을 못 쓸 거야.”
위티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을 내려다봤다. 케일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 그리고 하이스 섬 15개 사이사이에도 소용돌이를 심어두면, 배들은 그걸 피하려고 알아서 몇 개의 섬으로 모이겠는데.”
로잘린, 위티라, 가샨.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떨 것 같아?”
위티라는 입술을 달싹였다.
배들이 닿은 하이스 섬에는 호족과 케일 일행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파된 배들은 고래족과 고래들을 마주할 것이다.
위티라는 허공의 작은 소용돌이를 쳐다봤다. 지금 이 작은 바람을 저 아래의 배들은 보지 못하고 있을 터.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빠르게 말한 이가 있었다.
“인간, 해보자!”
라온이었다.
케일은 라온이 날개를 파닥이는지 바람이 얼굴로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금 용 할배한테 배워서 나도 이제 더 강하다! 배를 다 엎어버리자!”
케일은 생각했다.
역시 용은 무시무시하다.
어떻게 저렇게 해맑게 자연 재해를 일으키자고 할 수가 있는가.
케일은 수십 척의 배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5일 뒤 섬 근처로 왔을 때 하자고.”
넓은 바다에 비해 다닥다닥 꽤 가깝게 붙어 있는 하이스 섬 군락들.
암이 섬 위로 기어 들어오게 되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각기 다른 지옥이 그들을 맞이할 테니까.
그리고 그 지옥을 벗어나 바다로 나와도 결국 고래족을 맞이할 것이고. 그것 또한 지옥일 터.
그 광경을 상상하며 케일은 인상을 찡그렸다.
‘끔찍한데.’
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 것 같다.
그때 가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일 뒤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고래족과 호족, 가짜 성녀 하나. 그들에게는 5일 뒤가 자신들에게 지옥을 선사한 ‘암’에게 복수를 해주는 순간일 터.
“돌아가자.”
케일은 수십 척의 배를 뒤로하고 빠르게 하이스 섬 9로 향했다. 그는 생각했다.
‘피곤하겠는데.’
오랜만에 ‘심장의 활력’을 극한까지 쓰며 고대의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이거 하고 봄까지 쉬어야지.
케일은 야무지게 혼자만의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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