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휘이이- 휘이이-
케일의 손바닥 위에 소용돌이가 두 개 맴돌고 있었다. 케일은 뺨이 따가운 느낌에 라온을 쳐다봤다.
“괜찮다니까.”
케일의 말에도 여전히 라온은 찌릿찌릿 스파크라도 일어날 듯 매서운 눈빛으로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라온의 입이 열렸다.
“아까 팔 덜덜 떨었다. 고대의 힘 적당히 써라. 약한 인간, 넌 근력 운동 좀 해야 한다.”
고대의 힘과 근력 운동의 상관관계가 무엇이란 말인가.
케일은 의문이 들었지만, 가볍게 무시하며 자신과 함께 공중의 투명한 막 안에 있는 이들을 쳐다봤다.
로잘린, 최한, 가샨.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케일은 그들 중 최한을 보며 말했다.
“뭐 해?”
최한과 가샨이 그 말에 반응했다. 뒤늦게 로잘린도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의 검지가 아래를 가리켰다.
“가서 싸우는 게 어때?”
주술사 가샨은 멈칫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넋 놓고 하이스 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나도 도와야지.’
호족들을 모아서 데려온 사람이 자신이었다. 가샨은 나무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아닙니다. 케일 님, 저는 케일 님 곁을 지켜야 합니다. 케일 님이 언제 다치실지, 언제 또 갑자기 피를 토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한의 말이 구구절절 이어졌다. 가샨은 감고 있던 눈을 떠 황당한 눈빛으로 최한을 쳐다봤다.
‘약하다고?’
가샨은 케일의 손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가 보였다. 지금 하이스 섬들 사이 바다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들은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아무리 가샨 자신과 로잘린, 드래곤이 폭풍우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저 소용돌이들은 엄청났다. 가샨은 그저 최한의 이야기에 기가 찼다.
도리어 그는 이런 이야기를 심각하게 들어주는 케일이 대단해 보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내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는 피 토하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최한아! 위대한 나 라온 미르가 있으니까!”
“…그래. 위대한 라온도 있고.”
한 인간과 용의 대화에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가샨은 기가 찬 얼굴이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손길이 있었다. 로잘린이었다. 가샨은 로잘린을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가샨 씨, 가죠.”
“…알겠습니다.”
가샨은 최한, 로잘린을 따라 서서히 아래에 있는 하이스 섬으로 향했다. 각자 다른 위치의 하이스 섬으로 흩어지기 전, 가샨은 머리 위에서 케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한, 섬을 부수면 안 된다.”
가샨은 케일이 참 별말을 다 한다 생각했다. 그때, 최한이 위를 보며 외쳤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늙은 주술사는 그저 나무 지팡이를 꽉 쥐었다. 그는 아무 말 않고 로잘린, 최한과 떨어져 호족들이 있는 하이스 섬들 쪽으로 향했다.
휘이이이-
그런 그의 옆으로 서늘한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소용돌이 하나가 빠르게 지나 아래로 향했다. 곧이어 소용돌이가 바다에 부딪쳤다.
콰아앙!
소용돌이가 해수면을 파고들며 바다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가샨은 나무 지팡이를 꼭 쥔 채 빠르게 아래로 향했다.
“…자연 님이여. 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 주시옵소서.”
그저 작은 기도와 함께 주술사는 기가 찬 마음을 가라앉혔다.
배의 진로를 막는 곳으로 소용돌이 두 개를 보낸 케일은 느긋하게 관람을 시작했다. 라온이 만든 투명한 막 덕에 비바람도 거뜬했다.
어두워서 다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라온이 내리치는 벼락 덕에 대충 상황은 보였다.
“…이야.”
케일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쿠우우우-
거대한 고래들이 울음소리와 함께 해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콰아앙!
세 고래의 몸체에 부딪친 중형급 선박의 옆면이 부서졌다. 케일은 그 광경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살벌하네.’
위티라를 포함한 고래족들은 고래화 상태에서 거침없이 배와 부딪쳤다. 하지만 몸의 상태를 무시하고 덤벼드는 것은 아니었다.
데려온 고래들은 그저 위협용으로만 이끌고 소용돌이를 벗어나려는 배들과만 부딪치며 교묘하게 하이스 섬으로 배들을 밀어 넣었다.
케일은 참 무섭다 생각하며 이를 지켜봤는데, 라온이 감상을 말했다.
“고래들이 인간 네 말을 참 잘 듣는다.”
“그러네.”
케일이 내린 지시였기는 했다.
이렇게 잘할 줄을 몰라서 그렇지.
벼락 사이로 부서진 배가 보였다.
“으아악!”
“아악!”
부서진 배 옆면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암 전투단 요원들이 바다에 빠졌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편하게 항해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요원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어둠 사이에 둥둥 떠 있는 나무 조각 쪽으로 움직였다. 저 나무 조각이라도 잡아야 살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요원은 손끝에 겨우 나무 판때기가 닿았다. 그는 두 손을 나무 판때기로 힘껏 뻗었다. 그때였다.
촤아아-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
빗소리가 들려왔지만 요원에게 그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촤아아아-
점점 물을 가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 안 돼.”
나무 판때기를 잡은 요원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물속에 잠긴 몸이 굳어져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물속을 가르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우-
고래의 구슬픈 울음소리.
고래는 아직 어렸던 제 종족의 아이들을 죽인 단체를 향해 입을 벌렸다.
“아, 아아-”
요원은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덜덜 떨며 고래의 분노를 맞아야 했다.
우워어어어-
부서진 배들 사이로 고래족을 따라온 수많은 고래들이 스며들었다.
배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들에게는 지옥이었다.
하지만 지옥은 바다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래족보다 더 극심한 분노에 휩싸인 존재들이 하이스 섬들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미, 미친. 호족 놈들이 왜 여기에- 커헉!”
암 전투단 1조 조원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바위와 나무, 수풀로 뒤덮인 섬. 하이스 섬 중 지형이 험악한 곳을 뛰어넘는 호랑이들에게 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원의 뒤를 따르던 수하 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크르르르-”
짐승은 낮게 웃으며 조원의 몸에서 팔을 뜯어냈다.
툭. 툭. 툭.
진흙 땅을 가볍게 내딛는 호랑이들. 총 세 마리에 의해 전투단 1조 조원의 시체는 갈가리 찢겨졌다.
친족을, 동족을 잃은 호랑이들의 시선이 우두머리를 잃어 패닉에 빠진 요원들에게로 향했다.
위이이이잉-
호랑이들에게서 기이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 중 한 호랑이가 앞으로 나섰다.
츠으으으-
연기와 함께 호랑이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구의 호족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크흐흐, 우리 동족들을 잡아 가죽을 벗겼다고?”
‘암’의 전투단 소속 다섯 개 조.
그들은 각각 한 조씩 나뉘어져 조원들을 따르는 조직들과 함께 산 하나에 사는 호족들을 죽였다.
이 수십 척의 배들이 한 조인데, 그 한 조를 감당했을 호족 가족은 많아봤자 넷이었을 터.
1조 조원의 팔을 물어뜯어 낸 호족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분노에 휩싸인 동공이 요원들에게 말했다.
“네놈들의 가죽을 벗겨주마.”
“으, 으아아악!”
수하 둘은 다른 요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호족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는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사냥을 해보자고. 밤은 기니까.”
위이이이잉.
호족은 품 안의 마나 교란 장치를 잘 챙기며 살짝 목 근육을 풀었다.
고래족과 호족이 힘을 합쳤다는 영상통신을 막기 위해 호족들은 모두 마나 교란 장치를 품고 있었다.
로운과 브렉 왕국이 보낸 지원이었다.
성인으로 구성된 호족 셋은 호랑이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존재감을 숨기지 않았다.
비밀 단체 암 전투원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호족은 분노의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다른 하이스 섬에서는 아주 조용히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하이스 섬들 중 가장 여러 지형을 지닌 섬.
절벽, 숲, 모래사장, 늪. 그 모든 것들을 지닌 섬에서는 소리 없는 싸움이 이뤄지고 있었다.
“크윽!”
짧은 신음과 함께 요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암 전투단 1조 부조장 그리텔을 따르는 암살 전문 조직원이었다. 정찰을 나왔던 두 명 중 살아남았던 마지막 하나였다.
시체가 된 몸은 조심스럽게 땅에 놓였다.
시종 론은 아무 말 없이 그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검날의 피를 닦아내었다. 아들 비크로스가 챙겨준 손수건이었다.
모든 움직임에 소리가 없었다.
그저 자연의 소리만이 울렸다.
해수면이 요동치는 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귓가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움직이는 소리.
동대륙 뒷세계를 주름잡던 3대 가문의 후계자였던 론. 그는 제 귓가에 들리는 은밀한 소리에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죽은 정찰 요원들의 감감무소식에 또 정찰을 나온 이들일 것이다.
그렇게 론은 하나씩하나씩 부조장 그리텔의 숨통을 쥐어갔다.
60을 넘도록 살아남은 살수가 자신이다.
가문의 복수와 더불어 아직은 새파랗게 어린놈들에게 공포가 무엇인지 알려줄 능력은 되었다.
스스스-
풀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론은 움직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은밀함 대신 난폭함이 섬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이스 섬 중 가장 평평한 지대를 가진 섬.
콰아아앙!
몇 없는 바위가 부서졌다.
“제기랄!”
오피드는 거친 숨과 함께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등 뒤가 서늘해져 왔다.
콰아아앙!
또다시 섬의 지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뒤돌아보지 못했다. 이미 수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어디서 저런 미친년이!’
미친년이다. 저건 진짜, 미쳤다.
“하하하하!”
숲을 울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황금빛 오러를 쓰는 소드 마스터. 그녀가 웃으면서 주변을 다 때려 부수고 있었다.
전투단 1조 조장 오피드. 그가 이끄는 1조는 암의 전투단 자체는 암의 수뇌부들과 달리 무력이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출한 힘은 없어도 교묘하고 가진 힘을 전술적으로 배치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웬만한 왕국의 정예 병력보다 강했다.
그랬기에 효율적인 작전을 세워 1조 전체가 호족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저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때도 나름 매뉴얼을 가지고 요령껏 상대했다.
“…빌어먹을!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그러나 저 소드 마스터는 미친 인간이었다.
검은 줄만큼이나 붉은 피를 뒤집어쓴 소드 마스터.
그녀는 방어 따위, 두려움 따위를 보이지 않았다. 피를 볼수록 더 웃으며 달려들었다.
오피드를 비롯한 수하들의 화살 몇 개가 벌써 저 여자의 몸에 박혔다. 그러나 고통에 찡그리기는커녕 더 득달같이 공격했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냐고!’
이때쯤 되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암 전투단 1조 조장이다. 조직의 일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조직에서 버린 가짜 성녀.
그 여자다. 분명 그 여자다.
오피드는 해안가의 배로 달려갔다. 섬 안에서는 숨을 수가 없다. 바다로, 차라리 바다로 가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흩어진 다른 조원들이 어떠할지 두려울 정도로 가늠이 되지 않았다. 폭풍우로 비바람 소리가 거셌건만, 그 사이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위이이잉-
동시에 저 여자의 품에서 마나 교란 장치 소리가 들려왔다.
‘조직에 연락을 해야 해,’
저 교란을 피해 배에 가서 조직에 연락을 해야 한다.
오피드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달렸다. 오러에 살짝 베인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바로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도망쳐서 살 수 있을까? 응?”
씨발.
오피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래사장이 보이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피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은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건가?”
놀린다.
미친 소드 마스터가 뒤를 따라오며 오피드를 놀렸다. 오피드는 욕을 삼키면서도 달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사슴은 맹수를 피해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모래사장에 닿았다.
“어?”
모래사장에 정박해 있는 배.
그 배 앞에 흑발의 남자가 서 있었다. 등 뒤 소드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뭐야. 재미없게.”
촤아아악-
오피드는 검을 뽑았다.
채앵.
하지만 상급 익스퍼트의 검은 소드 마스터의 오러에 허무하게 갈렸다. 그리고 오러는 오피드의 가슴도 갈랐다.
소드 마스터 하나는 최한을 보며 뚱하게 말했다.
“나 혼자 할 거야.”
“알아. 미쳐 날뛰면서 섬 부수지 말라고 말하러 온 거다.”
하나는 대답 대신 뒤돌아 섬의 숲으로 향했다. 케일의 지시대로 우두머리부터 죽였다. 이제 다른 놈들을 죽일 차례였다.
최한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작은 혹등고래 파세톤이 등을 내주었고 그 위에 올라탄 최한은 다른 섬으로 향했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가 없네.”
“뭐가 말입니까?”
파세톤의 물음에 최한은 생각한 것을 말했다. 그럭저럭 웬만한 왕국 기사단은 없앨 정도로 강하고 숫자는 많지만 압도적인 강함은 없는 비밀 단체 ‘암’의 전투단을 보며 했던 생각.
“왜 강자들을 죽이려고 들까요?”
고래족, 호족, 가짜 성녀인 소드 마스터 하나.
마치 이 세상의 강자들을 다 없애려는 것인지. 최한은 비밀 단체가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는커녕 척을 지려고 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파세톤은 최한의 물음에 답했다.
“뭐, 자기들이 제일 강해야 다스리기 쉬워서 아닐까요?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서 뭐 하겠습니까?”
그런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은은하게 분노가 서린 파세톤의 대답에 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비밀 단체의 수장이 누구인지, 그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짓을 못하게 부숴 버리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다.
“파세톤, 약한 호족이 있는 곳으로 갑시다.”
소용돌이들을 피해 최한은 제가 일해야 할 곳으로 향했다.
그 시각, 케일은 벼락으로 어렴풋이 전장을 볼 뿐 난무하는 피들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부 다 보이는 라온은 힐끗거리며 케일의 눈치를 봤다.
약한 인간이 저걸 다 봤다가 심약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라온.”
“왜, 왜 그러나, 인간?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뭔 소리야.
케일은 황당한 얼굴로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은 슬쩍 눈길을 피했고, 그런 라온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죽은 마나 폭탄 챙겨 왔지?”
“…챙겨 오래서 챙겨 왔다! 왜 그러나?”
호기심에 라온은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미소를 띠며 말하고 있었다.
“제일 많이 부서진 섬에 흔적을 좀 남길까 해서.”
“죽은 마나 폭탄 흔적 말인가?”
케일은 잘 보이지 않는 바다를 내려다봤다. 어둠만이 보였다.
“호족과 우리 쪽에 마나 교란 장치가 있다고 해도 말이야.”
“론 할배는 없다!”
“그래. 론은 없지만 어쨌든, 저들 중 마법사 몇은 고래족을 보고 긴급 연락을 했을 거야.”
케일 측이 5일 동안의 정찰 때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이 마법사의 존재였다. 까마귀와 바다 생물을 총동원해 마법사만큼은 최대한 철저히 조사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연락했을 거다!”
“그러면 궁금해서라도 비밀 단체는 여기 와 보겠지?”
“맞다, 그럴 거다!”
케일은 라온의 호기심을 풀어주었다.
“그래서 와봤는데, 그 섬들 중 하나에 희미하게 지우려고 애쓴 제국의 죽은 마나 폭탄 흔적이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라온이 웃었다.
“히히. 재밌겠다, 인간!”
케일은 라온의 반응에 생각했다.
이런 무서운 용 같으니라고.
하지만 마음속 생각과 달리 케일도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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